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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드리고고
작품등록일 :
2014.02.26 10:12
최근연재일 :
2014.03.18 16:11
연재수 :
25 회
조회수 :
252,650
추천수 :
5,631
글자수 :
91,790

작성
14.03.12 14:43
조회
7,732
추천
208
글자
8쪽

에르반

먼치킨 전도사 건드리고고입니다.




DUMMY

“진짜 꼼수가 장난 아니다! 이런 걸 어떻게 개발한 거야?”

“잘만 익히면 당분간은 통할 거다.”

장점과 단점은 명확하다. 초반은 강하나 후반은 약하다. 착시현상을 이용한 수법은 오래 가지 않는다. 일단 적응이 되면 그 다음부터는 무용지물이 된다. 승리를 쟁취하기 위한 편법에 불과하다.

“다시 한 번 해보자. 이번엔 막을 수 있을 것 같으니까.”

“넌 눈으로 사람을 보는 경향이 강해서 안다고 해도 아직은 못 막아.”

“해보지 않으면 모르지.”

반응을 예상하고 보여주긴 했지만 꼼수를 무던히도 좋아하는 녀석이다. 익히기만 하면 간단히 승리를 쟁취할 수 있기는 하나, 대련으로 노출시키기보다는 구명일초로 삼는 것이 효과적이었다.

‘감각은 있군.’

에르반은 30번 만에 겨우 채드의 검을 피할 수 있었다. 실로 놀라웠다. 단순한 속임수가 아닌 심리전을 동원했고, 육체를 속였다. 무엇보다 알면서도 막기 어렵다는 말을 실감할 수 있었다. 검을 맞댈수록 더 효과적이었다. 검과 검이 대립하는 간격은 대련이라도 살벌할 수밖에 없다. 진검을 사용하기에 조금이라도 긴장을 놓으면 치명상을 입는다. 그런 가운데서도 채드는 몇 번이나 시선을 흘렸다. 반응을 하면 안 된다는 걸 알면서도 저도 모르게 시선이 따라가고 있었다. 본능을 미묘하게 건드려 엄청난 심력 소모까지 동반하게 한다. 여자들의 밀당과 비슷했다. 줄 것 같으면서 안 주니, 사람 환장하게 만든다.

“유령 같은 수법이야. 이거야말로 나한테 아주 잘 어울려.”

“좀 더 발전시킬 수도 있지.”

기대에 부응해 줘볼까. 이거 먹고 떨어졌으면 좋겠다.

“어떻게 하면 되는데?”

“일단은 두려움부터 없애야겠지.”

심리전, 거리조절, 시선착란, 동작연계를 하기 위해서는 의지대로 육체를 컨트롤해야 한다. 여기서 중요한 건 검이 난무하는 공간 속에서 침착하게 행동할 수 있는 대범함이다. 인간은 무의식적으로 공포를 느끼면 반사작용을 하게 되어 있었다. 두려움을 조절해야만 심리전을 통한 착시현상을 자유자재로 구사할 수 있다.

“공포를 어떻게 없앤다고?”

“완전히 아니더라도 무뎌지게는 할 수 있지.”

채드의 흉악한 미소에 에르반의 안색이 바뀌었다.

“너 설마? 아니지. 채드는 그럴 리 없어.”

“확신은 금물이고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니까. 아마 괜찮을 거야.”

생사의 간극을 지속적으로 경험하다 보면 적응이 된다. 채드의 대수롭지 않은 답변에 에르반은 모골이 송연해지는 섬뜩함을 맛보았다.

“흥, 난 이미 적응이 됐어. 꼼수가 통하진 않을 걸!”

“잘 됐네. 이제부턴 정면 대결을 해줄게.”

꼼수를 원하기에 한 번 보여줬을 뿐, 에르반은 오해다. 그렇다면 채드는 오해를 풀어줄 의무가 있었다. 고수는 동작만 봐도 상대의 무력을 감응하겠지만, 초보자는 역시 몸으로 보여주어야 했다. 하수가 매를 버는 이유다.

스왁! 주르르!

검광이 번뜩였다. 에르반은 검을 든 채 멍하니 섰다. 반응할 사이도 없이 무언가 지나갔다. 아니라면 얼굴에 핏물이 튀지 않는다. 뜨거운 핏물과 달리 심장은 차갑게 식었다.

“날....죽일 심산이야?”

“난 너처럼 매정하지 않아.”

채드는 평소와 다름없이 검을 휘둘렀지만 에르반은 어느 하나도 경시하지 못했다. 조금이라도 반응이 늦으면 어김없이 정면으로 검이 날아왔다. 피하지 못하면 머리통이 꼬치구이에 놓인 고깃덩어리처럼 꿰뚫릴 팔자다. 그리고 깨달았다. 여태까지 보여준 채드의 실력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월등했다. 솔직히 대응 자체를 할 수가 없었다. 피했다 싶으면 앞을 막아서고, 막으면 검의 면을 물 흐르듯이 파고 들어와 섬뜩한 장면을 연출했다.

허억허억!

숨이 턱 끝까지 차올랐다. 몸이 깊은 바닷물에 잠겨 있는 기분이다. 에르반은 볼 수 있었다. 1시간이 넘도록 대련을 했음에도 채드는 땀 한 방울 흘리지 않았다. 저럴 수도 있는 건가. 솔직히 믿을 수가 없다. 달리 수련을 했다면 모를까. 항시 같이 붙어 있었다.

“어째서 이렇게까지 차이가 나는 거야?”

“넌 쓸데없는 동작이 너무 많아.”

에르반은 두려움 때문에 동작 반경이 너무 컸다. 이는 결국 체력과 오러의 소모를 가져온다. 반면 채드는 최소한의 동작으로 에르반을 궁지에 몰아 공포심을 자극해 주었다. 죽일 생각은 없지만, 죽을 수도 있다는 공포를 주었다. 이 간극을 조절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능력이었고, 에르반에게는 흔히 경험하기 힘든 불행한 기연이 됐다.

“열흘이면 적당하겠어.”

이 말도 안 되는 상황을 10일 동안 경험을 해야 한다니, 에르반은 괜히 찾아왔다는 후회가 들었다. 집으로 가서 10일간 나오지 않을 작정이다.

“확실히 백작님은 인재를 보는 눈이 있어.”

“뜬금없이 웬 개소리야?”

“집에 가서 곰곰이 생각해 보면 알거다.”

“알긴 뭘 알아!”

대련이 끝나기가 무섭게 에르반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백작가로 쌩! 하고 사라졌다. 아무리 좋은 사이라도 주먹다짐을 하고 바로 실실 쪼개진 않는다.

“이제 좀 조용하군.”

채드는 에르반을 보내고 나서 본격적으로 수련을 했다. 육체를 최적화하기 위해 기본이 되는 수련부터 차근차근 착실하게 쌓아 나갔다. 하루의 분량을 채워야 다음 날을 시작할 수 있듯이.

‘몸에 붙어 있는 잔털까지도 통제할 수준이 되어야지.’

체력을 강화하고, 감각을 극대화할 필요성이 있었다. 늦은 밤에도 훈련은 계속되었다. 흘러내린 땀방울이 조만간 노력의 대가로 나타날 것이다.


에르반은 채드와의 무지막지한 대련에 밤잠을 설치기까지 했다. 눈을 감으면 코앞으로 검이 날아와 등골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두 번 다시 경험하고 싶지 않은 몸서리 쳐지는 공포였다. 전날의 폭언과 달리 에르반은 다음 날 채드를 찾았다. 의외로 결심이 선 표정이다.

채드는 마치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공터에 나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손바닥 안에서 노는 꼴이 나름 귀엽다. 아니, 또! 이러면 안 되는데. 이상한 방법으로 사람을 끄는 재주를 지녔다.

“어제처럼은 안 될 거야.”

“고민 좀 했나 보구나.”

근성이 없다면 다시 오지 않았을 텐데. 어지간히 바르테를 이기고 싶은 모양이다. 본인은 천재라고 떠벌이고는 있지만, 주변의 압박이 점점 거세지고 있었다. 카이로스 백작까지 에르반을 배제하고 레오드와 바르테를 가문의 기둥으로 삼으려는 분위기를 풍겼다. 기사들의 시선도 편치는 않았다.

‘이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군.’

언제까지 백작가에서만 있을 수는 없었다. 그렇다고 이유 없이 밖으로 나가는 건 마음에 걸린다. 아직은 낯선 감이 없지 않아 있어도 아버지를 납득시킬 만한 구실이 필요했다.

‘너로 정했다.’

채드로서도 나쁘지 않았다. 아예 생각 없이 사는 놈인 줄 알았는데 대비는 하고 있었다. 그렇더라도 봐주진 않는다.

수련은 항시 엄격해야 한다.

“한 번이라도 막으면 인정해 주마.”

“날 얕보는 거야?”

“당연히.”

“내가 아직 잠재력이 격발되지 않아서 그래.”

“그런 식이면, 평생 매 맞고 다니겠지.”




전능천왕이 끝나고. 오랜만에 연재하네요^^


작가의말

챕터 마지막 장입니다.

댓글을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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