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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드리고고
작품등록일 :
2014.02.26 10:12
최근연재일 :
2014.03.18 16:11
연재수 :
2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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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2,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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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91,790

작성
14.03.11 1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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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64
추천
206
글자
7쪽

에르반

먼치킨 전도사 건드리고고입니다.




DUMMY

“여태 날 이겨본 적도 없으면서, 흥이다!”

채드는 에르반의 황당한 자신감이 누구에게서 기인하는지 깨달았다. 다른 누구도 아닌 채드 본인이었다. 나름 에르반의 기를 세워주려고 했는지는 몰라도, 방향을 잘못 잡았다. 능력은 쥐뿔도 없으면서 콧대만 세워준 격이다. 이참에 죽도록 밟아서 다시는 기어오르지 못하게 하고 싶지만, 미운 정 때문에 참는다.

채드는 나름 책임감을 느꼈다. 세상의 쓴 맛을 일찍부터 경험하게 해주었어야 하는데, 에르반을 잘 못 키웠다. 그에 대한 작은 반성을 했다.

“내가 이기면 어쩔 거냐?”

“네가 원하는 대로 해주마.”

“무르기 없기다.”

“나 에르반, 한 입으로 두말하지 않아.”

“내가 알기론 지난 번 파티에서 차이고.”

“잠....깐, 치사하게 이럴 거야.”

에르반은 항상 레오드와 바르테에게 치이고 있었다. 파티장에 참석한 여자들 대부분이 레오드를 선택했고, 겨우 하나 건져서 첫 키스를 헌납해 주려고 했건만, 바르테에게 빼앗겼다. 그럴 때마다 어김없이 채드를 찾아와 엉엉 울기까지 했다.

그쯤 되면 포기할 만도 한데, 끈질기게 여자를 따라다닌다. 14년 장기 미사용 물품을 사용해야 한다나.

“네 스스로도 뻔뻔하다고 생각하지 않냐?”

“영웅은 원래 호색하다고 했거든.”

그리 따지면 에르반은 영웅과는 거리가 멀다. 무엇보다 호색하고 싶어도 여자가 있어야 하지. 제 맘대로 혼자 호색하다고 떠들면 남들이 믿어주나

.“하나라도 생기고서 말해라.”

“말 다했냐! 내가 적당히 하려고 했는데, 너 정말 안 되겠다.”

채드와 에르반은 집 앞 공터로 나와 마주섰다. 열이 바짝 오른 에르반의 얼굴은 붉게 상기가 되어 있었다. 그에 반해 채드는 대수롭지 않은 듯 에르반을 보지도 않았다. 주변 풍광을 살피며 느긋하게 섰다.

명백한 무시에 에르반은 이마에 스팀이 치솟았다. 머리끝에서 김이 모락모락 피어올랐다.

“정신 똑바로 차려. 지고 나서 방심했다는 둥, 오늘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는 둥 핑계를 대봤자 소용없어.”

“꿈도 야무지군.”

개꿈이라도 꿔야지, 불쌍해서 어쩌냐. 오늘밤은 확실히 가위에 눌릴 것이다.

“돌팔매와 검술은 엄연히 달라, 어제처럼 되지는 않을 거야.”

“말은 됐고, 오너라.”

“네가 와야지.”

“원한다면 사양하지 않으마.”

채드는 한 발을 내딛으며 보폭을 조율했다. 사정권까지 그냥 걸어서 들어가는 형국이었다. 마치 날씨 좋은 날 산보를 하듯 가볍고 산뜻했다. 발걸음에 무게가 느껴지지 않았다. 새 신을 신었다면 허공을 날아다닐 듯하다.

“짜식이 매를 버....어?”

느릿하게 다가오는 줄 알았는데, 어느새 검이 에르반의 목에 닿아 있었다.

“이런, 벌써 끝났네.”

“아....직 몸이 풀리지 않았어, 다시 해!”

에르반은 유령에 홀린 기분이었다. 분명 눈앞으로 버젓이 걸어오고 있었다. 검을 빼들지도 않았고, 그럴 기미도 보이지 않았다. 짧은 순간 동공의 축축함을 유지하기 위해 눈을 깜빡이고 떴을 때 검이 목에 닿아 있었다.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웠다. 눈 깜짝할 새라는 말은 떠들기 좋아하는 음유시인의 유행어에 불과했다.

“좀 전처럼 되지는 않을 거야!”

머리가 나쁘면 몸이 고생한다더니.

채드는 또 다시 천천히 발을 내딛었다. 검까지 내려놓은 채 에르반을 멍하니 보고 있었다. 공격하려는 의도보다는 공간을 점하려고 하는 듯 흐느적거렸다. 저 자세에서 나올 공격은 뻔해 보였다.

“잘도 나를 속....어? 젠장!”

분명히 검이 올 방향을 예측하고 있었는데. 에르반은 맥없이 채드에게 목을 내주었다. 도무지 뭐가 어떻게 된 건지 하나도 모르겠다. 일루젼 마법에 걸려 환상 속을 헤매고 있는 기분이었다. 인정할 수가 없어서 다시 하자고 졸랐다.

채드는 두말없이 응해주었고, 결과는 매번 똑 같았다. 초지일관이 무엇인지 확실히 보여주었다. 이쯤 되니 에르반도 이상하다는 걸 깨달았다.

“대체 어떻게 한 거야. 혹시 마법이라도 쓴 거야?”

“알면서 묻는 거면 머리 상태도 쯧쯧. 신관한테 가봐라.”

에르반이 이해 못하는 이유는 방어 자세를 잡고 있었는데도 그 사이를 순식간에 뚫고 들어왔다는 것에 있었다. 어제 돌팔매를 통해 정확히 보는 방법을 체득했고, 위즐러와의 혈투로 카이로스 컨트롤의 단계를 넓혔다. 채드의 검을 충분히 막을 수 있다고 자신했다. 한데도 불구하고 막기는커녕 오는 족족 뚫렸다. 그렇다고 채드의 검이 바르테보다 빠르고 강하냐, 그것도 아니다.

“내 동작이 낱낱이 보였겠지.”

“그 걸 말이라고 해.”

짱돌 맞은 오크가 아니고서, 눈 뻔히 보면서 못 봤다고 할까.

“하지만 전부는 아니야.”

“어제처럼 사전 동작을 없앤 거야?”

“그 보다는 응용을 했다고 봐야지.”

초보자들이 흔히 범하는 실수가 보는 것에 치중하는 버릇이다. 물론 정확히 봐야만 올바른 대응이 가능하다. 그러나 경험이 많고 능숙한 자일수록 그와 같은 초보자의 약점을 파고들 수 있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채드는 일단 분위기를 느슨하게 만들면서 에르반의 심기를 자극했다. 예상대로 에르반은 열을 냈다. 매번 진 상대가 거만하게 나오면 당연한 반응이다. 심기일전해 되갚아 주겠다고 벼루고 있었을 테지. 그러나 그 조차도 속임수다.

과정을 순차적으로 되짚으면. 심리전을 걸어 흔들고, 평정심이 흐트러졌을 때 시선을 끌어당겼다. 검을 느슨하게 잡고, 방향을 미리 예고해 주었다. 에르반의 시선이 검에 가 있고, 궤적대로 방어를 하고 있을 때 채드는 속도를 조절했다. 이때 중요한 건 눈동자의 위치. 채드는 눈으로 말하고 있었다.

“넌 공격할 지점을 안다고 생각했겠지.”

“맞아, 다리를 노리려고 했잖아.”

다리를 노골적으로 봤으니, 할 말 없지만. 생각 참 단순했다. 그러니 긍정적일 수밖에. 단편적인 사고만 하니 근심걱정이 파고들 여지가 없을지도. “그건 네 판단일 뿐이지, 내 생각은 아니야.”

각인을 통한 트릭(trick). 마법의 인잰트와 비슷하다.

채드는 천천히 움직인 듯 보였지만, 그건 에르반이 보고 있을 때나 그랬다. 찰나 간 눈을 감고 뜰 때를 정확히 파악해 거리를 파고들었고, 시선은 다리를 향해 있었다. 거리조절과 시선착란, 동작연계를 통한 착시현상을 이용한 수법이다. 에르반에게는 사각에서 부지불식간에 들어왔다고 느낄 수밖에. 느슨함도 공격을 위한 사전 동작이었다.

와!

에르반은 입을 다물지 못한 채 채드를 바라보았다. 방금 전의 공수는 대단했다. 하나가 아닌 수십 가지의 수(手)가 한 번에 펼쳐졌다. 미리 알고 있지 않았다면 누구라도 당할 수 있었다.

“진짜 꼼수가 장난 아니다! 이런 걸 어떻게 개발한 거야?”




전능천왕이 끝나고. 오랜만에 연재하네요^^


작가의말

지적한 부분을 수정해 가면서 쓰고 있습니다.

그러니 시간이 꽤 걸리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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