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건드리고고 님의 서재입니다.

로드오브나이트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퓨전

건드리고고
작품등록일 :
2014.02.26 10:12
최근연재일 :
2014.03.18 16:11
연재수 :
25 회
조회수 :
252,645
추천수 :
5,631
글자수 :
91,790

작성
14.03.03 14:13
조회
11,490
추천
236
글자
6쪽

채드

먼치킨 전도사 건드리고고입니다.




DUMMY

죽음이 원래 이런가. 평온하다. 과거를 잊고, 무상(無上)의 자유로움을 만끽했다. 시간의 흐름마저 잊었다. 얼마나 흘렀는지도 몰랐다. 그저 평온함 속에 자아를 맡기며 지내왔다. 이 시간이 계속되기를 소원했다. 다시 치열한 현실로 뛰어들기보다는 무상의 세계에서 시간을 되짚으며 살 수 있으면 족하다.

-내가 너 구한 거 알지, 이제부터 넌 내 꼬봉이다.

-형님 말난 잘 들으면 네 인생도 피는 거야.

그러던 때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익숙하지 않은 기억들이 무의식의 자아 속으로 스며들어왔다. 어리숙하고 연약한 단편적인 기억들이 달라붙어 혼란스럽게 했다. 떨쳐내려고 해도 마치 하나였던 것처럼 끈질기게 스며들었다. 밀쳐낼수록 동화되었다. 대체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지 이해하기 힘들었다.

사고도 기억도 존재하지 않는 무아무상의 완벽함이 깨져나가고 있었다.

-내 건 내꺼, 네 꺼도 내꺼. 어때 공평하지?

-너와 내가 대륙을 구한다고 생각해봐, 멋지지 않아.

강하게 부정하려고 했다. 어울리지 않는 유치한 기억에 자아와 영혼이 흔들린다. 공을 들여 하나씩 차곡차곡 쌓아 올린 노력이 한 순간에 무너져 버릴 것 같았다.

‘그만!’

이대로 놔두었으면 했다. 내가 알고 있던 내가 아닌. 성격마저도 이상해지고 있었다. 언제부터 앙탈을 부렸다고. 극한으로 단련된 평정심은 그 어떤 일에도 흔들리지 않았었다.

‘난 그런 사람이 아니다.’

소년의 기억 따위에 흔들리고 싶지 않았다. 스며들어오는 영혼을 단절시키기 위해 애를 썼다. 그러나 마치 하나의 기억으로 인식이 되어갔다. 소년이 나이고, 내가 소년이었던 것처럼. 자아가 겹치면서 새로운 자아로 변해갔다. 당연한 수순처럼. 이를 막기 위해 그는 최선을 다했다. 그러나 그의 맘대로 되지는 않았다. 이미 변해 버렸다.

흔들흔들!

자아를 수습하기도 전. 혼란을 가중시키는 어처구니없는 사달이 발생했다. 몸이 먼저 반응한다. 무상의 공간에 맡겼던 영혼이 외부의 물리적인 충격에 반응하기 시작했다. 죽은 영혼에게는 가당치 않았다. 느낌은 점점 더 선명해졌다. 막으려 해도 운명처럼 다가왔다. 마침내 완벽했던 무의식의 세상이 깨진 유리잔처럼 산산조각으로 흩어졌다. 깨진 공간 속으로 새하얀 백광이 터져 나와 충격을 준다. 영혼이 붕괴되어 새롭게 창조되는 인고의 과정이 순식간에 지나갔다.

‘채드.’

스며든 자아와 기억이 공존했다. 이해하기 힘들지만 채드가 되었다. 자각을 하기가 무섭게 무의식은 현실로 파고들어 눈을 뜨게 했다. 희미한 그림자, 선명하지 않았다.

“일어나! 죽으면 안 돼!”

정신 사납게 마구 흔들자, 깨어나고 있던 의식마저 저 우주 밖으로 집어 던지고 있었다. 그만 좀 흔들었으면 했다. 뭘 먹었는지 기억은 나지 않지만, 게워낼 것 같다. 평온을 깨운 것도 부족해 사람의 혼까지 뭉개는 잔혹한 행위. 대체 어디서 배운 응급처치인지는 모르겠지만, 매를 벌었다.

“채드! 정신이 드는 거야?”

동공을 파고드는 빛이 안정을 찾자, 인영(人影)이 선을 그려 얼굴의 윤곽과 몸의 형태를 드러냈다. 혼몽했던 정신도 조금은 뚜렷해지면서 현실을 체감하게 해주었다. 바람이 지면을 타고 불어와 콧잔등을 스치고 지나갔다.

‘죽은 게 아니었나?’

납득할 수 없는 현실. 죽음 이후의 삶이 존재한단 말인가. 극락정토와 염마지옥은 사람들의 연약한 마음을 미혹하는 수단일 뿐이라 여겼다. 하나, 피부에 닿는 모든 감촉은 현실을 인정하라고 강요하고 있었다.

채드는 멍하니 소년을 바라보았다. 소년의 머리와 눈은 옅은 갈색이었고, 피부는 원단에 내린 첫눈처럼 새하얗다. 매끈한 피부를 보면 여아라 해도 믿을 수 있을 만큼 아름답게 생겼다. 남색을 원하는 녀석들이 탐할 만한 얼굴이다.

‘익숙하다.’

분명 낯선 얼굴이어야 했다. 머리 검고, 눈 검고, 피부 노란 사람만 경험했다. 색목인과 가까이 지내지 않았다. 그럼에도 익숙하게 다가왔다. 이름까지도 기억에 선명히 남아 있다.

‘이상한 소리를 지껄이던 놈!’

무상의 평온에서 강제로 일깨웠던 목소리.

곧이어 길지 않은 현생의 기억과 전생의 기억이 섞이기 시작했다. 익숙함과 낯설음이 중간에서 혼선을 빚었다. 전생의 기억대로라면 살기만으로 바지에 오줌을 지릴 핏덩어리다. 격의 차이가 이토록 크다니. 마치 꿈을 꾸는 기분이 들었다.

‘이럴 수가!’

화가 치민다. 무상신공으로 단련된 평정심이 유지되지 않는다. 억눌렀던 감정의 폭발이 생생하게 느껴졌다. 이전에는 경험해 보지 않은 생소한 변화. 냉철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부정해봤자 부질없는 발버둥이다.

대체 왜? 죽음에 만족했던 자를 일깨우는가.

무엇 때문에.

궁리를 해본 들 결론은 하나였다.

‘다시 살아 보라는 건가.’

어떤 충격에 의해 전생의 기억이 떠올랐고, 그 매개체가 눈앞에 있었다. 예쁘장하게 생긴 소년으로 인해서 벌어진 그야말로 대형 사고다.

도중에 무슨 일이 있었을까.

이런! 떠오른다.

기억은 그를 허망하게 만들었다.

‘기가 막히는 군.’

조금 전을 상기하자 슬쩍 짜증이 치밀어 올랐다. 이전이었다면 대수롭지 않았을 텐데, 치밀어 오르는 분노의 조절이 어렵다. 감정의 기복이 정상적이었다. 막말로 좀 전의 상황은 부처가 온다 해도 화가 날만했다.

‘여려.’

15년의 삶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갔다. 천부적인 자질을 지녔던 전생과는 달리 지극히 평범하다. 또래의 아이들과 비슷한 수준. 게다가 마음이 지나치게 여렸다. 15년 중 10년을 넘게 저 소년의 호구 노릇을 하며 살았다. 그러면서 화도 내지 않고 당연하게 받아들였다.

어리숙하며, 순수하며, 유약하다.

호구 삼종세트다. 이용당하고, 버려지기 딱 좋은 성격을 지녔다. 무심, 냉철, 무적이었던 전생과는 판이하게 다르다 못해, 아예 다른 종류였다.




전능천왕이 끝나고. 오랜만에 연재하네요^^


작가의말

지켜야 할 주군의 등장입니다.

물론 주인공은 제 맘대로 지킴니다.

채드는 나아가고, 에르반은 따르는 스토립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7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로드오브나이트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출간하게 되었습니다. +12 14.03.31 3,782 0 -
25 성인식 +23 14.03.18 8,401 252 9쪽
24 성인식 +9 14.03.15 7,504 210 9쪽
23 에르반 +11 14.03.12 7,732 208 8쪽
22 에르반 +4 14.03.11 7,164 206 7쪽
21 에르반 +6 14.03.10 8,270 276 7쪽
20 에르반 +8 14.03.07 8,166 207 9쪽
19 에르반 +6 14.03.06 8,905 193 10쪽
18 채드 +4 14.03.06 7,897 175 5쪽
17 채드 +6 14.03.05 8,289 206 10쪽
16 채드 +5 14.03.05 9,263 185 10쪽
15 채드 +8 14.03.04 9,345 204 9쪽
14 채드 +7 14.03.04 10,072 204 7쪽
13 채드 +5 14.03.03 11,225 226 8쪽
» 채드 +7 14.03.03 11,491 236 6쪽
11 살무신 +14 14.03.01 10,878 241 14쪽
10 살무신 +8 14.03.01 10,435 214 7쪽
9 살무신 +8 14.02.28 10,536 229 10쪽
8 살무신 +5 14.02.28 11,056 297 7쪽
7 살무신 +4 14.02.28 11,012 235 4쪽
6 살무신 +8 14.02.27 10,830 229 10쪽
5 살무신 +5 14.02.27 10,787 232 9쪽
4 살무신 +5 14.02.27 11,191 232 9쪽
3 살무신 +8 14.02.26 11,514 236 6쪽
2 살무신 +10 14.02.26 12,133 226 10쪽
1 살무신 +13 14.02.26 16,743 272 9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