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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드리고고
작품등록일 :
2014.02.26 10:12
최근연재일 :
2014.03.18 16:11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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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790

작성
14.02.27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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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2
글자
9쪽

살무신

먼치킨 전도사 건드리고고입니다.




DUMMY

남궁세가의 변고(變故)로 강호 무림이 격동했다. 살무신이라도 단독으로 남궁세가를 쳐들어가지는 않을 거라 예상했지만, 결과는 반대였다. 남궁세가로 당당히 걸어 들어가 막아선 세가의 무인들을 도륙하고 남궁성을 처참하게 죽였다. 이에 더해 경천칠검의 수좌 남궁천과 장로인 남궁우도 일도에 숨이 끊어졌다.

살무신을 천하오천존에 올려놓고서도 가타부타 말이 많았었던 무림에 충격을 주는 사건이었다. 이번 일로 정도천하총연맹(正道天下總聯盟), 정천맹에서 사건의 진상을 알아보기 위해 나섰지만 남궁세가는 입을 굳게 걸어 잠근 채 일언반구도 하지 않았다. 남궁세가로서는 남궁성의 죄목을 밝히는 일이 되니, 진상을 똑바로 알릴 수가 없는 처지였다.

살무신의 살행은 이후로도 계속되었다. 사도무림의 맹주를 자처하고 있는 사도련의 련주 백면수라(白面修羅) 나백경이 제 안방에서 하얀 면상이 새파랗게 질린 채 도망치다 살무신의 일도에 심장에 꿰뚫려 죽었고, 마도육마(魔道六魔)의 일인으로 꼽히는 철마(鐵魔) 이겸이 단단한 몸뚱이를 자랑하다가 반 토막으로 잘려 두 동공이 생이별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남궁세가를 쳐들어가 남궁성을 죽인 사안은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만들었다.

그 뿐이라.

“설마 혈마를 죽일 줄이야.”

“향후의 천하오천존 중 하나로 꼽혔던 자인데 말이야.”

“그 혈마가 바지에 오줌을 지리며 도망치다 죽었다니까.”

“천하오천존이 아니면 상대가 되지 않는다는 거지.”

천하 무림은 살무신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의 목표물이 된 자 살아남았다 자신하지 못했다.

-너는 이미 죽어 있다.

살무신에 대한 평가다.

10년의 세월 곽우진의 살행은 총 5번 더 이어졌다. 많지 않은 살행이나, 그가 죽인 정사마 무인의 면면을 보면 결코 경시할 수 없었다. 앙심을 품고 몇 차례 대규모 무인을 동원해 살무신을 쳤지만, 살무신의 무서움만 돋보였다. 그는 살수이며 무공의 최고경지에 이르러 있었다. 왜 살무신으로 불리는지 행동으로 증명했다. 정면대결로도 승산이 없는데, 살법을 쓰자 속수무책이었다. 개인 대 개인 뿐만 아니라 다수의 격전에서도 놀라운 능력을 발휘했다. 무림에서 살무신은 건드리지 말아야할 불문율이 되었다.


곽우진은 삼대살사조직에 속하는 흑혈의 종주다. 하나 그는 일문의 수장과 어울리는 사람이 아니다. 무공에 미쳤고, 칼에 전부를 거는 존재다. 그 외에는 그다지 관심을 두지 않았다.

흑혈의 모든 일을 2인자인 소면살검(笑面殺劍) 혈영에게 맡겼다. 살법을 익히고, 무공을 완성한 이후로 모든 살행은 단독으로 움직였다. 흑혈과는 종주의 연만 남아 있을 뿐. 혈영이 종주가 된다 해도 곽우진은 탓하지 않았다. 어차피 곽우진은 흑혈의 진혈이 아닌 외인이었다. 외부에서 돈을 받고 팔려와 살수가 된 반면, 혈영은 전대 종주의 자식이다. 흑혈의 종주가 될 자격이 있었다.

강호의 불문율이 되어 버린 곽우진은 청부가 들어오지 않자, 대부분의 시간을 무공수련에 할애하며 보냈다. 그러다 가끔씩 기분전환 겸, 산자락에 있는 초가를 구경하곤 했다. 초가엔 나이보다 많이 들어 보이는 중년인과 그의 아내, 3명의 자식들이 살고 있었다.

“20년이 넘었군.”

천목산은 산세가 험하고, 기후의 변화가 심해 사람이 살기 혹독한 편이다. 그런 산기슭에 초가가 있었다. 초가의 주인은 사냥을 하며 먹고 사는 사냥꾼이었다. 지금은 가장이 되어 식구를 먹여 살리고 이의 아버지였을 것이다. 떼론 사냥에 실패해 힘든 시간을 보내기도 하고, 가족이 아파서 약초를 구하기 위해 산을 헤집고 다니기도 했었다. 결단코 평탄한 삶하고는 거리가 멀었다. 하루를 벌어 하루를 살아가고 있는 고되고 지치는 일상의 연속이었다. 그런 초가의 가족이 20년도 넘게 산속에서 생활을 했고,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무엇이 그리 즐거운 것인가.

“아버지, 이젠 그만 앞에서 걸리적거리지 말고 뒷방으로 물러나세요.”

“나 아직 팔팔하다 이 녀석아, 산천의 호랑이도 나만 보면 벌벌 떨어, 알간?”

“그런 것 치고는 밤마다 골골 거리시는 것 같은데. 그리고 자 보세요.”

아들이 굵직한 팔을 드러내며 힘자랑을 하자, 아비는 코웃음 쳤다.

“다 늙은 아비를 이겨서 좋겠구나.”

“그러니까, 늙었으면 방구석에 처박혀 있으라니까요.”

“아비한테 못하는 없구나.”

“아버지니까 하는 소리죠. 엄한 사람한테 뭐 하러 말해요.”

아버지와 아들의 언쟁. 고생하는 아버지를 위해 사냥을 하겠다고 하는 아들과 짐을 내려놓지 않으려는 아버지의 고집이 팽팽하게 맞섰다. 물론 언제나 승자는 아버지였고, 아들은 마지 못하는 척 사냥을 도왔다.

“이번 만이에요.”

“넌 구경이나 해.”

곽우진은 이해하기 어려웠다. 모진 삶이다. 아무것도 없이 어떻게 행복할 수 있는지 의구심이 들었다. 무공도 살법도 막힘이 없었건만. 그래서 지켜보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가식도 위장도 아닌 순수한 행복. 생경한 광경이었다.

‘죽이는 것이 당연하다 여겼었다.’

곽우진은 5살에 흑혈에 팔려왔다. 찢어지게 가난했던 어린 시절로 기억한다. 그 당시 가장 무서웠던 건 배고픔이었다. 허기만 해결할 수 있다면 무슨 짓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삼대살수조직인 흑혈의 살법 수련은 가혹했지만, 버텨냈다. 의심 없이 살법을 배웠고, 살행을 성공리에 마칠 때마다 허기를 채울 수 있었다.

이후 좀 더 성공적인 살행이 되기 위해서 살법을 완벽하게 익혔고, 천부적인 재능으로 무공까지도 섭렵했다. 살인에 대한 거부감도 없이 청부가 오면 사람을 죽였다. 당연한 일상, 청부와 암살에 대한 거부감은 단 한 번도 느껴본 적 없다. 하늘이 내린 살수라는 말을 들었다.

‘죽여야만 살 수 있었고.’

20살에 어둠의 살인마라고 하여 흑살(黑殺), 30살에 이르러서는 당대의 살수를 능가한다고 하여 흑혈의 종주이자 살황(殺皇), 40살에는 무공으로도 적수가 없다하여 살무신이 되었다.

심경의 변화가 온 건 살무신으로 불리게 된 때부터다. 공교롭게도 산기슭 초가의 가족을 보면서 많은 것을 느꼈다. 곽우진은 살행이 끝날 때마다 초가의 가족을 보며 마음의 위안을 받았다. 공허했던 가슴 안에서 따뜻한 무언가가 피어오르는 기분이었다. 그것이 불쾌함과 동시에 신선함을 주었다.

살수에게 감정은 독이다. 애초에 만들지 말아야 하며, 원인은 반드시 제거해야 만 한다. 그것이 살수의 법칙이다. 곽우진의 일수면 초가의 가장(家長)을 정수리부터 하체까지 반으로 쪼개진 채 개먹이로 던져질 것이다. 하지만 그러지 못했다. 초가의 가장을 죽이면 남은 가족은 어떻게 되는가. 지금은 중년인이 되어 애를 키우게 된 소년. 그의 미래까지 죽이는 일이다. 자신과 같이 어딘지도 모르는 곳으로 팔려가 평생 살인을 업으로 살아야 할 수도 있다.

‘살수로서는 부적격하지.’

살수는 최소한의 흔적으로 대상자를 죽이도록 훈련을 받는다. 그에 반해 곽우진은 살무신으로 불린 후 청부 대상자에 대해 미리 암살예고를 보냈고, 죄를 밝혔다. 명분이 있고, 악업을 쌓은 자만 죽였다. 물론 돈은 받았다. 청부금 없이는 움직이지 않았다. 그것이 곽우진이 새로 정한 신념이었다. 흑혈에서는 반발했다. 종주로서 청부를 도의적으로 받겠다니, 어처구니없는 일이었다. 흑혈의 역사를 정면으로 거부하는 것이 된다.

곽우진은 얽매이고 싶지 않아서 종주의 자리를 내려놓으려고 했었다. 흑혈은 받아들일 수 없었다. 살무신이 가진 파급력이 너무 컸다. 곽우진이 있기에 흑혈이 삼대살수조직을 병합해 세력화를 이룰 수가 있었다. 그가 종주의 자리에서 물러나면 흑혈은 존폐의 기로에 서게 된다.

그러거나 말거나, 곽우진은 혼자만의 시간을 가졌다. 주변에 신경 쓰지 않아도 되었다. 누가 감히 자신에게 강요를 할 수 있단 말인가. 한마디로 독패살수(獨覇殺手)였다.

‘좋구나.’

어느 순간 무공도 살법도 잊었다. 곽우진의 일상은 초가를 지켜보는 것으로 시작하여 끝났다. 이대로 여생을 보내도 족하다 여겼다.

‘지키는 삶도 나쁘지 않을 것 같군.’




전능천왕이 끝나고. 오랜만에 연재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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