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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드리고고
작품등록일 :
2014.02.26 10:12
최근연재일 :
2014.03.18 16:11
연재수 :
2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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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2,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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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31
글자수 :
91,790

작성
14.03.07 17:09
조회
8,166
추천
207
글자
9쪽

에르반

먼치킨 전도사 건드리고고입니다.




DUMMY

뻔뻔하긴.

매번 내 뱉은 말. 믿을 구석을 보여줘야 따르지. 뒤를 따를 때마다 생사의 위험이 붙어 다녔다. 위험을 부르는 녀석이었다. 여태 살아 있는 것이 용할 지경이다.

드래곤도 제 말 하면 브레스를 뿜는다고 했던가.

채드가 암담한 현실에 기가 차 있을 때 에르반이 찾아왔다. 에르반의 몸 상태가 썩 좋아 보이지는 않았다. 얼굴에 불만이 한 가득 담겨 있었다. 얼핏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는 예상이 됐다.

‘여러 모로 성가시게 하는 군.’

에르반의 불만을 들어주고 무조건 호응해주기. 그것이 채드의 일과 중 하나다. 제 말만 하루 종일 할 수 있는 것도 재주라면 재주였다. 하나, 지금은 그다지 감응이 되지 않는다. 다 자라지 못한 미성숙한 아이의 응석으로 치부했다.

절대 호응하지 않으리라.

“젠장! 그 자식이 여태까지 날 가지고 놀았다니까.”

“그래서 열 받은 거냐?”

“나보다 나이라도 많으면 이해라도 하지. 으그, 어리노무 새끼!”

연륜과 명성이 쌓일 연배라면 불만을 표출할 수도 있다. 지위가 높으면 체면을 차려야하니까. 반면 에르반은 쥐뿔도 없는 놈이 노력도 안하고 잘난 체만 하고 있으니, 현실이 달라지나. 본인부터 바꿀 생각부터 해야지.

‘아!’

이런 휩쓸렸다. 정신 똑바로 차렸어야 했는데. 자연스레 채드가 되어 에르반의 화술에 말렸다. 무상경을 운용하여 감정의 폭을 조절했다.

“내가 보기엔 열 받을 일이 아닌데.”

“예전의 채드는 이렇게 남 얘기하듯 말하지 않았어! 언제나 내 편이었잖아. 그러니 어서 위로 해줨.”

채드는 또 한 번 골이 지끈거렸다. 도무지 적응이 되지 않았다. 순간순간의 감정이 변화무쌍했다. 어느 장단에 맞추어야 할지 모르겠다. 정신 사납게 만드는 신비한 재주를 지녔다. 이대로는 안 된다는 판단이 섰다. 간신히 흔들리는 평정심을 회복하고 말문을 열었다.

사건을 해결하기 위한 올바른 방법은 원점으로 되돌아가서 차근차근 되짚어 보는 것이다. 인과를 깨우치면 지도 사람인데, 납득하지 않겠는가.

“검 수련을 얼마나 하지?”

“그야 뭐, 2시간 정도.”

입에 침도 안 바르고 거짓말을.....한숨이 흘러나오는 걸 꾹꾹 눌러 참았다. 열 받으면 지는 거다. 수 없이 다짐했다.

“1시간도 안하는 것 같은데.”

“워밍업시간도 포함되어야지.”

죽빵을. 단단하게 감아쥔 우권을 좌수로 말렸다.

“바르테는 최소한 8시간을 한다더군.”

“이 자식! 뒤로 호박씨를 또 깠겠다.”

‘확실히 보통이 아니군.’

대부분은 열심히 수련하지 않은 결과이기에 자기반성을 하기마련인데. 에르반은 오히려 더 분해하고 있었다. 상식적이지 않은 줄 알았지만 기상천외하다. 매번 당하면서도 끈질기게 달라붙는 근성은 높이 사줄 만하나 노력도 안하고 날로 먹으려는 심보로 될 턱이 있나. 하늘이 내려준 무골을 타고났다면 모를까. 에르반은 그냥 잘 태어난 부잣집의 귀공자형이었다. 차라리 나대지 말고 얌전히 있는 편이 나았다. 괜히 여러 사람 피곤하게 만들지 말고.

“이 녀석을 어떻게 골탕 먹어야, 속이 시원하지?”

“방법은 많아.”

정 그렇게 원한다면 제시해 줄 순 있었다. 투정 그만 부리고, 알려 준대로 가서 했으면 한다. 다시 돌아오지 않도록.“많다고? 난 하나도 떠오르지 않는데.”

“안 나는 게 아니고, 안하는 거겠지.”

“끄응, 어제부터 정곡을 잘도 찌르는 구나.”

“하도 찔려서 정곡이 아니라 고슴도치겠지.”

에르반은 통쾌한 일발 역전을 기대하는 모양이지만, 세상은 결코 원하는 그림대로 그려지지 않는다. 자기보다 잘난 놈과 끝까지 경쟁해 승자의 반열에 오른 자는 많지 않다. 대부분은 배 아픈 채로 평생을 살다가 잊히기 마련이다. 열 받아서 화병으로 비명횡사 한 경우도 심심치 않고. 계속 이런 식이면 에르반도 다를 리 없다.

“아, 방법은 둘째 치고 어제 산에다가 혼자 두고 가면 어떻게, 내가 얼마나 고생한 줄 알아!”

“혹, 위즐러에게 고생한 건 아니겠지?”

채드는 에르반의 양심을 시험해 보았다.

“그럴 리가! 집체만한 사벨 타이거가 수십 마리나 나타났다고!”

“잘도 살아남았네.”

양심도 없군.

“에헴! 나정도 되니까. 살아남은 거야.”

“생존력 하나만큼은 확실히 배웠구나. 도움이 돼서 다행이다. 그치?”

“그...렇지.”

그새 콧대가 상승해 있었다. 조금 만 띄워 주어도 허공을 날아다녔다. 긍정적인 성격은 일품이었다. 그러나 상식적으로 따져보면 개연성이 엉망이다. 영지의 중심 백작가의 주변에 사벨 타이거 있을 턱이 없다. 더욱이 사벨 타이거는 맹수 중에서도 상위에 속한다. 오크를 주식으로 잡아먹을 만큼 전투력이 강하다. 굉장히 민첩하고, 치고 빠지는데 능숙하다. 어지간한 기사가 아니고서는 일대 일로도 상대가 쉽지 않다. 하물며 설익다 못해 익을 생각도 하지 않는 에르반이 수십 마리의 사벨 타이거를 상대했다고. 그렇다면 애초에 고민을 할 필요가 없다. 지금 당장 바르테를 찾아가서 비오는 날 먼지 나도록 두들기면 된다. 바르테가 암만 날고 기는 용빼는 재주가 있다 해도 사벨 타이거 수십 마리와 정면대결은 벌이지는 못할 테니.

“됐고, 방법이 뭐야?”

“첫째로 하루 10시간 이상 빡세게 수련하면 된다.”

채드는 에르반의 성향을 알기에 10년 후쯤은 도전 가능성이 있다는 뒷말은 뺐다. 하나 에르반은 한술 더 떴다.

“패스!”

들을 생각도 없이 넘겨 버리는 에르반이다. 수련에는 학을 떼고 있었다. 하루 2시간의 훈련도 지겨워하는데 10시간이라니. 훈련은 재능이 없는 자들이나 하는 것, 천재는 1시만 해도 얼마든지 따라잡을 수 있다.

채드도 기대하지 않았다.

“둘째로 바르테가 자고 있는 방으로 들어가 목을 따 버리면 된다.”

“뭐?”

이왕 이렇게 된 것, 채드는 극단적인 방법을 제시해 주었다. 어차피 자신의 동생도 아닌 모르는 사람일 뿐이다. 골육상쟁도 나름 흥미진진할 테니, 원하는 대로 해줄 수밖에.“셋째로 바르테의 식사에 조금씩 독을 타서 시름시름 앓다가 죽게 하면 된다.

“그러다가 들키면?”

겁은 나나 보지. 하나, 그 정도도 예상을 못했을까. 채드의 전신은 초특급을 넘어선 살수다. 일급 살수는 범용 독을 사용하고, 특급 살수는 독을 제조하고, 초특급 살수는 독을 창조한다고 하지 않는가. 이런 말하면 독왕에게 미안하지만, 적당히 했음에도 독을 가지고 놀 수준은 되었다.

“산에서 나는 약초로 조금씩 뿌리면 되니 네가 범인이라는 건 아무도 모를 거다.”

“야!”

흥이 돋는데, 소리 지른다고 멈출 쏘냐.

“넷째로 함정으로 유인해 빠뜨리면 된다. 손이 많이 가는 방법이기는 해도 땅을 파 창을 박고, 창날에 독을 묻혀 놓으면 단번에 죽일 수 있다.”

“..........?”

살수 시절에 즐겨 써먹던 방법 중에 효과적인 몇 가지를 나열해 주었다. 채드의 전력이 살무신이었을 때와는 비교자체가 안 되지만, 정면대결이 아닌 이상 설령 오러마스터인 카이로스 백작이라도 준비를 하고, 함정으로 유인하면 죽일 순 있었다. 사람 죽이는 데는 이골이 나 있었다.

‘이런, 아직도 벗어나지 못했군.’

살행방법을 사고(思考)하자 일사천리다. 평범한 삶을 살기 어려운 원인이기도 했다. 사람의 사고는 나이가 들면 일정한 패턴으로 고정이 되기 마련이다. 이를 고정관념이라고 하는데, 어지간한 충격을 받지 않고서는 바뀌지 않았다. 그래서 나이가 들수록 독선적인 경향으로 흐르는 경향이 강하다. 노인이 가끔 자기주장을 높이면 옳고 그름을 떠나 젊은이는 개입하지 않는 편이 정신 건강에 이롭다. 말을 거는 순간 헤어 나올 수 없는 수렁에 빠지게 된다.

에르반은 혼이 외출했다가 돌아온 기분이었다. 채드의 말대로 방법은 많았다. 문제는 대수롭지 않게 사람을 죽여주겠다고 하는 채드에게 있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개미 한 마리도 죽이지 못하는 채드가 저리 타락을 하다니. 마음이 아팠다. 채드는 기사도에 충실한 착한 녀석이다. 사람을 함부로 죽이지 않는다.

“아무리 그래도 죽이는 건 좀.”

“평소에 죽이고 싶다고 입에 달고 다녔으면서 왜 이제와 착한 척이야.”




전능천왕이 끝나고. 오랜만에 연재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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