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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드리고고
작품등록일 :
2014.02.26 10:12
최근연재일 :
2014.03.18 16:11
연재수 :
2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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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2,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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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91,790

작성
14.03.10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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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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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6
글자
7쪽

에르반

먼치킨 전도사 건드리고고입니다.




DUMMY

“평소에 죽이고 싶다고 입에 달고 다녔으면서 왜 이제와 착한 척이야.”

에르반은 채드가 딴 사람 같았다. 마치 사람을 여럿 죽여 본 자처럼 능숙해 보이기까지 했다. 당장에라도 바르테를 죽여 달라면 실행할 것 같아서 입을 닫았다.

‘귀여운 구석은 있군.’

같은 아버지의 피를 이어 받았으나, 어머니가 다른 이복형제. 사이가 좋은 게 더 이상하다. 근본적으로 사이나 백작부인은 생전 에르반의 어머니를 무척 싫어했었다. 막말로 남편 1명을 두고 부인 2명이 있으면 친하기 어렵다. 서로 헐뜯지 않으면 다행이다.

자식은 아버지보다 어미를 따르게 되어 있었다. 사이나 백작부인이 에르반을 싫어하니, 자식들도 비슷한 행동을 보이는 것이 당연했다. 무엇보다 고분고분해도 부족할 판국에 에르반은 사사건건 대들었다. 미운털이 단단히 박혀 있었다.

그런데도 에르반은 두 형제를 죽일 마음까지는 없는 모양이다.

채드가 보기엔 어설프고 나약하다. 그런 정신으로 황제는커녕, 지방 영주도 하기 힘든 그릇이다. 무릇 군주는 나아감에 방해가 되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 법이다.

‘그녀는 다를지도.’

에르반이 지금처럼만 해준다면 갈굼을 받아도 생활에 큰 지장은 없다. 어쩌면 에르반은 본능적으로 생존 방법을 알고 있는 듯하다. 모난 돌이 정을 맞고, 어중간한 능력이 생사를 가른다고 했다. 그럴 바에는 차라리 모자란 것이 낫다.

“암수가 싫다면 방법은 첫 번째밖에 없다.”

“너처럼 평범한 녀석에게나 통용되는 말이지. 나는 어제 눈부신 재능을 각성을 했다고!”

“각성하고도 졌으면 재능부족이겠지.”

자질 부족은 생각조차 하지 않은 에르반은 흉계가 숨어 있다고 단정부터 지었다.

채드는 죽빵을 날리려다가 인생이 불쌍해서 참았다. 흉계는 무슨. 에르반과 바르테는 같은 혈통이다. 도토리 키 재는 것도 아니고 다들 고만고만했다. 그 안에서 자신들이 더 낫다고 우기는 꼴이다.

“혹시, 나 몰래 몸에 좋은 것들 쳐 먹은 거 아냐?”

“너의 외가와 달리 바르테의 외가는 왕국의 3대 상단이니 그럴 수도 있겠지.”

“이런 젠장! 하늘이 날 시기하는 것 같아.”

‘배고파 죽는 아이들이 지천에 널려 있구먼. 뚫린 입이라고 잘도 지껄이는군.’

에르반의 외가는 백작령 내에서도 겨우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형편이다. 외할아버지인 브란트 남작은 기사로선 뛰어났지만 지나치게 완고했다.

“적당히 뒤로 돈 좀 빼돌리고 그래야지 말이야. 자기만 정직하면 그만인지. 외손자를 방치하는 건 죄악이라고!”

그러나 몸보신 좀 하게 미라클드러그(영약)을 구해달라고 했다가는 외할아버지에게 귀싸대기를 쳐 맞기 딱 좋다. 그 성질에 절대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

“보통은 이쯤 되면 미라클찬스(기연)가 찾아올 때가 됐는데.”

“넌 양심도 없냐. 최소한의 노력이라도 좀 해라.”

감이 떨어지기를 기다리며 입을 벌리는 있는 꼴이다. 그럴 시간에 조금이라도 검술 수련에 매진하면 격차를 줄일 수 있을 텐데. 누울 자리를 보고 기대라고 했던가, 채드는 기대하지 않았다.

“누차 말하지만, 그건 선택을 받지 못한 녀석들의 안타까운 핑계일 뿐이야.”

“굳이 선택을 받지 않아도 너 정도는 이긴다.”

자존심을 긁으면 참을 수 없지. 채드의 전신, 살무신의 재능은 하늘조차 놀랄 만큼 경천동지했다. 굳이 기연이 없어도 충분히 강해질 수 있는 능력을 지녔다. 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아도 강해질 수 있는 천부적인 재능. 그것이야말로 천재만이 가질 수 있는 진정한 능력이다.

그에 비해 에르반은 살무신의 발톱에 끼인 때만도 못하다. 대단한 능력이 있었다면 영지 내에 소문이 파다하게 났어야 했다. 가문에서도 천덕꾸러기인 주제에 허세가 하늘을 찔렀다. 저것도 재능이라고 한다면 재능이었다.

“절벽에서 떨어져 볼까?”

“비명횡사하기 딱 좋지.”

“던전 탐험은 어때?”

던전의 구조도 모르는데다가, 마법이 있다면 결과는 명확하다. 입구에서 사망하지 않으면 그나마 다행이다.

“드래곤에게 부탁해볼까?”

“가디언에게 죽겠지.”

채드의 현실적인 대답에 에르반의 두 볼이 부풀어 올랐다. 성격적으로 문제가 있기는 해도 확실히 외형은 꽤나 그럴 듯했다. 가만히 있으면 인기가 있을법한 얼굴인데, 입만 열면 깃털처럼 가벼워지니 신뢰하고는 담을 쌓았다고 할 수 있었다.

“왜 그렇게 매사에 부정적이야.”

“긍정적으로 죽어도, 죽는 건 매한가지잖아.”

“눈 딱 감고 아버지한테 부탁해볼까?”

“나 같으면 레오드에게 주지 너한테는 주지 않는다.”

레오드는 밤만 쳐 먹고 수련만 하는 무식한 수련광이다. 아마 왕국 내에서도 비슷한 또래에서는 적수가 없을 것이다. 매번 덤비지만 죽도록 쳐 맞고, 또 쳐 맞았다. 때린 데 또 맞았을 때 얼마나 아프던지. 그 인간은 적당이라는 걸 모르는 무식한 새끼다.

“미라클드러그가 2개면 주지 않을까?”

“넘쳐나도 넌 제외야.”

채드는 남 얘기를 하듯 칼 같이 객관적이었다. 에르반은 바르테에게도 뒤처지는 게 현실이다. 이제라도 정신 차리면 일말의 가능성은 있을지 모르지만, 그마저도 희박해 보였다. 기연이 떨어지기를 바라는 종자에게 뭘 더 기대하겠는가. 차라리 카이로스 백작가의 막내인 에슬란이 오러마스터가 되기를 바라는 게 낫다. 참고로 에슬란은 마법을 배우고 있다.

“말이면 단 줄 알아.”

“지금처럼 적당히 사는 게 네 신상에 이로울지도 몰라. 객기부리다 죽으면 추하거든.”

“난 평범한 사람들하고 달라. 영웅의 상이라고!”

영웅이 뭐가 좋다고, 차라리 악당이 낫다. 세상을 구한 영웅치고 말년이 좋은 경우를 무림의 역사에서도 찾아보기 힘들다. 위기가 지나 평화가 찾아오면 주변에선 영웅을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었다.

실제로 채드는 중원을 구한 인물을 죽인 적이 있었다. 그것도 가장 측근의 청부를 받아서. 그나마 악당은 제 할 것 원 없이 다하고 살다가 짧고 굵게 누리다 가기라도 하지. 영웅은 좋아하는 것 포기하고 무던히도 수련해 세상을 구한 후 토사구팽 당하기 딱 좋은 성격을 타고 났다.

“영웅이 발에 채는 존재라면 그렇겠지.”

“빈정대지마, 자꾸 그러면 너라도 가만 안 둬.”

채드는 부정했다. 군계일학의 압도적인 능력을 가지고 있어도 밟히는 세상이다. 어쭙잖은 재능만 믿고 설치다가는 제명에 살지 못한다. 그럴 바에는 지금처럼 적당히 빌붙어서 사는 것도 나쁘지 않다. 오래 연명하기에도 이보다 좋은 방법이 딱히 없다. 시기(猜忌)는 뛰어난 자에게만 주어지는 숙명이니 말이다.

이를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이 채드다. 살무신으로 강호 무림을 호령했지만 결국엔 다구리 당해 죽지 않았나. 물론 남은 녀석들을 다 죽여 버려서 그리 억울하진 않았다. 혈영은 흑혈을 맡아 고생했으니, 지금은 잘 먹고 잘 살아도 큰 불만 없다.

“돌에 맞아 기절한 주제에 뭐가 잘났다고 떠들어.”

“검술로는 지지 않아.”

“진심으로 그리 생각하는 거면 증세가 심각한데.”

“여태 날 이겨본 적도 없으면서, 흥이다!”




전능천왕이 끝나고. 오랜만에 연재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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