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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드리고고
작품등록일 :
2014.02.26 10:12
최근연재일 :
2014.03.18 16:11
연재수 :
2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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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2,642
추천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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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91,790

작성
14.02.27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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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2
글자
9쪽

살무신

먼치킨 전도사 건드리고고입니다.




DUMMY

소멸살검 혈영에게 연락이 왔다. 청부자와 청부대상자에 대한 조사는 사전에 이루어졌다. 놀라운 인물이 거론 되었다. 곽우진조차 의뢰가 잘못이 되었다고 생각이 들 정도였다.

천하에 명망이 높은 검신이 뒤로는 악업을 쌓은 위인일 줄이야. 일가족을 죽이고, 참회를 한다며 산속으로 숨었다고 한다.

곽우진은 드러내지 않았지만 검신에 대한 분노가 들 끊었다. 죄 없는 일가족의 죽음. 초가의 가족들이 대비되었다. 무인은 무림의 테두리 안에서 살아야 한다. 양민은 건드리지 말아야 했다. 그것이 무인의 삶이며, 불문율이다.

‘분노뿐이 아니구나.’

곽우진은 스스로를 살수라고 여겼다. 세상이 살무신이라고 하여 떠든다 한들 살수의 근본에서 벗어나지 못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작금의 이 감정은 무엇이란 말인가. 검신에 대한 호승심이 먼저 들었다.

천하오천존의 일인이며 검의 절대자. 무당파의 태극혜검(太極慧劍)을 초월한 혼원무극검(混元無極劍)을 완성한 검수. 그를 꺾고 싶다는 무인으로서의 본능이 꿈틀거렸다.

‘이번을 끝으로 살행을 그만두어야겠다.’

곽우진은 깨달았다. 더 이상은 살수가 아닌 무인이 되었음을. 암살예고장을 보냈을 때부터 이미 살수와는 거리가 멀었다. 태어나며 배워왔던 곳이기에 알면서도 살수에 얽매였던 것 같았다.

“흑혈십수를 준비하겠습니다.”

“혼자 가겠다.”

“상대는 검신입니다.”

혈영은 검신의 무서움을 알기에 흑혈의 특급살수인 흑혈십수(黑血十手)를 대동하라고 권유하며, 이번에는 암살예고장도 보내지 말라고 했다. 검신을 상대로 무리하게 정면대결을 하는 건 위험하다는 판단이다.

“나를 믿지 못하나?”

“그런 뜻이 아니오라.”

곽우진의 반문에 혈영은 오싹함을 느꼈다. 비슷한 나이, 같은 살수과정을 밟아 이 자리에 왔다고는 믿을 수 없는 격차를 체감했다. 종주가 왜 살신이 아닌 살무신으로 불리는 지 깨달았다.

‘여전히 살수로 보고 있군.’

무인으로서의 호승지심을 느낀 순간부터 곽우진은 감정을 드러내고 말았다. 그 어떤 일에도 무심했던 과거와는 달라진 자신을 보았다. 곽우진은 심기(心氣)를 조절했다. 혈영은 분석한 결과를 토대로 판단을 내렸다. 그것이 잘못 되지는 않았다. 살수라면 당연한 선택이다.

“배후를 맡기마.”

“굳이 위험을 감수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 이상은 불허한다.”

혈영은 종주의 자존심을 꺾지 못했다. 아니 꺾을 수가 없었다. 종주의 이글이글 타오르는 눈빛을 보자 온 몸이 염마지옥에 빠진 착각이 들었다. 저처럼 끌어 오르는 종주의 모습을 보게 될 줄은 미처 몰랐다.


광동성 최남단.

뇌주반도의 독특한 모양의 산. 바다의 영향을 받아 항상 운무가 끼어 있어 한 번 들어가면 다시 나오지 못한다 하여 불회산(不回山)이라 부른다. 인근 지역의 사람들조차도 발길을 내딛지 않았다.

대낮임에도 운무가 자욱해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불회산. 운무가 휩싸인 산으로 발걸음을 내 딛는 흑포장한. 목표물에게 암살예고를 보내고 불회산으로 향한 곽우진이다.

“무당산에 있을 줄 알았건만, 멀리도 왔군.”

암살예고를 보내기 전 무당산에 있다는 보고를 받았었다. 15일 전 검신은 호북성을 벗어난 광동성 최남단으로 이동했다. 도사답지 않게 자존심이 강하기로 소문이 난 검신이 도망을 치는 모양새라니. 곽우진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사람은 때론 이해하기 어려운 행동을 하기도 한다. 검신이 죄 없는 일가족을 죽일 줄 어느 누가 예상을 했겠는가. 그 죄책감으로 벗어나려는지도.

“숨는다고 끝날 일은 아니다.”

곽우진은 운무를 뚫고 들어갔다.

불회산은 확실히 범상치 않은 산이다. 짙은 운무가 태양을 가리고, 바닥은 날카로운 기암괴석으로 이루어졌다. 더욱이 밟고 선 대지가 석회질로 되어 있어 쉽게 부서졌다. 평범한 사람은 낙상사 하게 딱 좋은 지대다. 인적이 드문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반면 곽우진은 평지나 다름없이 균열이 간 지대를 공기처럼 밟고 미끄러지듯이 나아갔다.

슈우웅!

전속력으로 신법을 전개하지 않음에도 나아가는 속도는 질풍과 같았다. 그보다 놀라운 건 전방시야에 대한 확보였다. 단숨에 지형을 파악, 미리 알고 있다는 듯이 살피고 지나가고 있었다. 불회산에서 평생을 산 사람보다도 익숙한 움직임이었다.

‘산의 중앙.’

운무를 타고 온기가 전해져 온다. 경악을 금치 못하는 탐지능력이다. 수백 장이 떨어져 있는 상대의 기척을 읽어낸다는 사실이 놀랍다.

‘나를 부르는군.’

검신이 부르고 있었다. 무당산에서 이곳까지 유인을 했다고 밖에는 볼 수 없다. 그럼에도 곽우진은 주저하지 않았다. 그 어떤 위험이 닥친다 해도 돌파할 자신이 있었다.

쌔애앵!

순식간에 거리를 축약하여 정상에 도달했다. 불회산은 외각에서 보이는 것과 달리 중앙은 분지형태로 되어 있었다. 화산이 터지고, 오랜 세월 쌓여 만들어진 퇴적지대였다.

곽우진의 시선이 분지의 중앙에 향했다. 분지의 넓이가 최소한 수백 장은 되었다. 신형을 움직여 중앙으로 다다라 상대를 보았다.

백발의 노인 일거란 예상과 달리 흑발이 선명하고 짧게 수염을 친 미안의 중년인. 그가 검신(劍神) 현천진인이다. 무당의 도사답지 않게 한때는 풍류검룡(風流劍龍)이라 하여 뭍 여인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았다더니 과연 그렇다.

만상의 흐름을 거스르지 않고 포용하는 현천진인의 기도, 죄 없는 일가족을 죽였다고는 믿어지지 않는 고고한 한 마리의 학을 보고 있는 듯하다.

곽우진의 눈매가 미세하게 꿈틀거렸다. 눈빛은 살아온 세월을 증명해 주는 수단이 된다. 현천진인은 맑은 물, 도가의 상선약수를 떠오르게 한다. 사람을 죽이면 저도 모르게 동공의 위에 혈선(血線)이 생긴다.

“나를 속였군.”

“한 번 만나고 싶었소이다.”

현천진인은 만면에 너털웃음을 지으며 곽우진을 반겼다. 마치 오래 된 벗을 만난 것처럼 친근함으로 다가왔다. 술 한 잔 거느리며 풍류를 읊을 기세다.

그것이 거슬리는 곽우진이다. 저 웃고 있는 미안에 숨어 있는 의도가 명백히 전해진다. 정파의 위선, 그것하고는 다른 기질이었다. 최상의 선은 물과 일맥상통한다고 하지만, 사람은 물이 되지 못한다. 검신은 무인이다. 그는 때에 따라서 분위기를 조절할 능력을 지니고 있으며, 심기를 어설프게 노출시키지 않았다.

“어째 서지?”

납득하긴 어렵다. 명문의 검신, 굳이 오욕을 뒤집어쓰면서까지 자신을 부를 이유는 없다. 백도인들이 명예를 얼마나 소중히 여기는지 알기 때문이다.

“그대는 위험한 인물이오.”

“나는 오늘을 끝으로 살행을 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누구도 그리 생각하지 않소.”

“가지고 있는 걸 빼앗길까 두려운 건가.”

“틀리진 않소이다. 또한 아니기도 하오.”

“도사라 그런지 말을 빙빙 돌리는 군.”

현천진인은 이유 없이 사람을 죽이지 않았다. 그러나 이유가 없다고 해서 죽이지 않는 다는 건 아니다. 도사이기에 인연에 연연하지 않을 거라고 본다면 어리석은 단정이다. 그의 정체성은 무당파에서 기인했다. 태어나고 자란 곳을 어찌 버릴 수 있단 말인가. 현천진인에게 무당파는 천륜으로 맺어진 가족이다.

“행동으로 옮겼다면 고리를 반드시 끊어내야 한다고 하지 않소.”

“목적이 아닌 이상 죽이지 않는다. 그것이 내 신념이다.”

“그대의 신념은 이상에 불과하오. 그리고 오늘 그 신념에 의해 죽게 될 것이오.”

“날 이길 수 있다고 자신하나?”

검신이 주도했다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그 혼자서 이런 계획을 세울 수도 없고, 단독으로는 불가능하다. 검신은 검의 일대종사지 모사가하고는 거리가 멀다. 하지만 그가 전면에 나섰다는 건 반드시 끝장을 보겠다는 뜻이 되었다.

“그대는 너무 많은 적을 만들었소, 차라리 살수로서 살았으면 이런 상황은 만들어지지 않았을 것이오.”

“어차피 살수는 생사에 연연할 수 없지 않나.”

살수가 아닌 무인을 택한 결과라고. 코웃음 칠 일이다. 곽우진은 그리 생각하지 않는다. 살수였어도 결과는 마찬가지다. 제어하지 못하는 날카로운 검은 어느 누구에게도 위협이 되니 말이다. 곽우진은 강호 무림의 불문율이 됨으로서, 아무도 건들지 못한다. 반대로 그를 꺾어야만 자유로울 수 있다는 뜻이 되었다. 곽우진은 청부를 받으면 언제든 성사시킨다. 검으로 사용할 때조차도 청부자는 두려워해야 했다.

“확실히 그대는 살수가 아니구려.”

살수가 의문을 품고, 정체를 드러낸 것부터가 모순이다.

곽우진은 순순히 인정했다. 살수로는 실격이었다.

“무인으로 싸워주지.”

“그래도 결국엔 살수로서 죽게 될 것이오.”

현천진인은 곽우진을 살수로 죽이려 하고 있다. 결전이 끝나고 난 후의 일까지도 진행이 되고 있다는 의미였다.

곽우진으로서는 대단히 불리한 상황이다. 그러나 불쾌함보다는 심혼의 저 밑바닥부터 끌어 오르는 쾌감이 있었다. 강자와 대적하게 된다는 현실보다 본래의 실력을 드러낼 수 있는 기회가 왔다는 것에 즐거움이 깃들었다.




전능천왕이 끝나고. 오랜만에 연재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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