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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드리고고
작품등록일 :
2014.02.26 10:12
최근연재일 :
2014.03.18 16:11
연재수 :
25 회
조회수 :
252,652
추천수 :
5,631
글자수 :
91,790

작성
14.02.27 10:33
조회
10,830
추천
229
글자
10쪽

살무신

먼치킨 전도사 건드리고고입니다.




DUMMY

후후!

곽우진의 거짓 없는 투명한 웃음.

현천진인의 흑요석처럼 맑게 빛났던 동공에 불쾌함이 스쳤다. 살무신이 비록 천하오천존의 반열에 오른 절대고수이기는 하나, 일개 살수였다. 이런 상황에서 여유를 보이다니 자신을 무시하는 행위처럼 느껴졌다.

“자신감이 넘치는구려.”

“나를 믿을 뿐이다.”

곽우진의 끓어올랐던 기운이 어느새 차갑게 식었다. 아무런 변화도 느껴지지 않았다. 하지만 겉으로 보이는 것일 뿐. 곽우진은 그 어느 때보다 불꽃처럼 타오르고 있었다. 이런 기분은 처음이다. 그 생소함이 싫지는 않았다.

금방이라도 터져 나올 듯 가라앉아 있는 고요함이 분지를 메웠다. 공간 전체가 현천진인과 곽우진의 제공권에 의해 변화를 일으켰다. 운무조차 흐름이 단절되어 맑아지는 기현상이 벌어졌다.

‘이 정도였던가.’

현천진인은 내심 놀라고 있었다. 세간의 시선이 살무신과 자신을 저울질을 해도 관심을 두지 않았던 이유가 태생이 살수였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실제로 본 살무신은 살수보다는 무인에 가까웠고, 그 경지 또한 경시할 수준과는 거리가 멀었다. 왜 그를 모두가 두려워하는지 체감했다.

“지금부터 놀라면 곤란한데.”

곽우진의 고저가 없는 목소리에 현천진인은 오싹해졌다. 평정심을 유지하고 있었기에 속내를 읽을 수 없다고 생각했건만, 심령을 날카롭게 파고들어왔다. 심혼의 작은 변화조차 꿰뚫고 있음이다.

‘육신통의 경지에 다다랐구나.’

현천진인은 후회가 밀려왔다. 오늘 득보다는 실이 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곧 마음을 비웠다. 무인의 대결에서 평정심도 중요하지만 기세에서 밀리면 곤란하다. 특히 이처럼 비슷한 수준에 이른 절대고수의 대결에서는 한순간의 흐트러짐이 승패를 가르기도 한다.

파팟! 꽈르르릉!

기세가 기검을 넘어 심검의 영역에 도달해 있었다. 서로의 제공권이 부딪치자 분지의 주변이 넝마가 된 듯 파편처럼 부서져 나갔다. 시작과 동시에 결말을 향해 치달아 있었다. 심력 대 심력의 팽팽한 대치구도, 흐트러지는 순간이 결착점이 될 가능성이 컸다.

찰나에 끝이 날 것 같았지만 예상보다 일초공방은 늦어지고 있었다. 먼저 움직이면 빈틈이 생긴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살신과 검신이 아니었다면 벌어지지 않을 시간지연이었다.

‘오지 않겠다면 먼저 가주지.’

무당의 검은 혼원에서 파생된 음양의 완벽한 조화에 있다고 하던가. 곽우진은 태극의 이치에 도달해 있는 검신의 무공을 보고 싶어졌다. 그렇다면 공격을 해주는 것이 도리다. 무엇보다 심기의 소모는 곤란했다.

스윽!

어둠의 그림자를 밟는다, 흑영보(黑影步)를 펼쳤다. 그림자조차 새겨지지 않은 극속의 신형. 일직선으로 뻗어나간 그림자가 궤도에서 연기처럼 흩어졌을 때 곽우진의 도가 현천진인의 제공권을 갈라내려고 했다.

꽈아앙!

검력과 도력의 격돌.

드러낸 강기의 충돌이 아님에도 그 여파는 굉장했다. 반경 100장 안이 충돌의 여파에 있었다. 교차점에서 흙더미가 치솟아 하늘과 대지를 잇는 기둥을 형성했다.

‘큭!’

현천진인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태극의 극의 이룬 혼원제공(混元制空)의 묘리를 펼치려고 했다. 한데 칼을 받는 순간 완성체였던 검리(劍理)가 간격에서 벌어지면서 틈을 내주었다.

곽우진은 주저하지 않고 연속으로 몰아쳤다. 모든 공격은 흑혈살법의 일초살에 기반을 두고 있었다. 이초든, 삼초든 일초살을 응용한 수법에 지나지 않는다. 심도의 영역에 들었음에도 도를 버리지 않는 건 쓸데없는 내력의 소모라는 판단이 들어서다. 일대일의 대결에서 굳이 심검을 사용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았다.

슈아앙!

공간을 베고, 찌르는 단순한 칼질임에도 불구하고 현천진인은 방어에 급급했다. 반격할 기회를 찾지 못하고 있었다. 이처럼 상성이 어긋나는 도법은 처음이었다. 태극혜검을 초월하여 혼원무극검을 완성했다고 여겼는데, 실제는 그렇지가 않았다. 더욱이 곽우진의 일도엔 심검을 능가하는 기운이 응축되어 있었다. 기운을 분산시켜 심검을 응용했다가는 위험했다.

‘인정할 수 없다.’

반격한 번 못하고 밀렸다는 사실에 분기가 치솟는 현천진인이었다. 먼저 공격하는 살무신의 빈틈을 찾아 반격하려고 했건만, 도가 더 빠르고 완벽했다. 만병지왕의 검신이 이처럼 맥없이 밀리다니 놀라지 않을 수 없다.

현천진인은 구름을 따르는 보신(流雲步)을 펼침과 동시에 혼원무극검의 유극패(柔極覇)를 시전했다. 부드러움이 극에 이르자 오히려 검이 더 강해졌다. 극강의 패력이 발산되며 가공할 강기검막을 이루었다.

‘강하기만 한 건 아니군.’

유극패는 패기로 가득 싸인 강기검막으로 보이지만, 흐름은 유를 따르고 있었다. 유와 강이 합일을 이룬 완벽한 방패다. 부수려 해도 태극의 무리(武理)가 공격을 흩어내 버린다. 심도를 쓴다 해도 튕겨낼 수 있을 듯하다.

‘하나, 그 뿐이다.’

곽우진은 물러서지 않았다. 일초의 도법을 여전히 뿌렸다. 하늘과 대지를 양단하는 일도. 유극패와 정면대결을 벌였다.

스왕!

갈랐다.

“아...니!”

태극유강(太極柔强)의 극의, 유극패가 반으로 갈리며 도극이 파고들어왔다. 참(斬)의 일격이 천(穿)의 일도로 바뀌었다.

현천진인은 대경실색했다. 최소한 물러서게는 할 수 있다고 여겼건만 오산이었다. 혼원무극검의 유극패가 갈라지면서 체감했다. 곽우진의 도법은 단순하지만 단순하지 않았다. 담금질이 극의에 도달하여 평범해 보였던 것이다. 유극패가 반으로 쪼개지는 찰나 느낄 수 있었다. 흐름을 역으로 되돌렸다. 태극의 도리가 만상의 조화를 통해 천지자연과 교감을 느끼는 것이라면 살신의 도법은 만상의 흐름을 반(反)하는 역천(逆天)의 도법이었다.

주춤!

승기를 잡았으나 곽우진의 도는 더 이상 나아가지 않았다. 일장을 물러서야 했다. 찰나지간 파고 들어오는 음산한 기검(氣劍)이 공간을 막아섰다. 범상한 수법이었다면 개의치 않겠지만 그렇지 않았다.

찌릿!

반응이 조금이라도 늦었다면 위험할 뻔했다. 곽우진은 현천진인의 뒤를 보았다. 운무 속에서 정체를 숨기고 있었던 자들. 아까 전부터 신경이 쓰였었다. 대결이 벌어지고부터 저들은 멀찍이서 다가오고 있었다.

풍기는 기질이 검신에 비해 뒤지지 않았다. 능히 그에 비견되는 자들이었다.

곽우진의 입가에 뜻하지 않은 미소가 지어졌다. 이런 조합은 아무리 그라도 좀처럼 보기 힘들다. 그런데 완성이 되었다. 검신 혼자서 벌인 일은 아닐 줄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천하사천존이 담합을 했을 줄이야. 곽우진의 예상 범위를 넘어서 있었다.

사신(邪神) 남천위, 마신(魔神) 연우경, 천신 단목진이 검신의 옆으로 섰다. 그들의 표정이 밝지는 않았다. 만일을 대비해 일정 거리를 벗어나 지켜보고 있었지만, 대결의 양상이 빗나갔다. 살신의 무위가 이렇게까지 대단할 줄 몰랐다.

“오만할 자격이 있군.”

“영광이라고 해야 하나.”

“하지만 너무 설쳤어.”

“그리 따지면 남 말할 처지는 아닐 텐데.”

“그도 그렇군.”

이상한 일일 수도 있다. 살무신 곽우진이 살수로서 사람을 많이 죽였을 거라 생각하겠지만, 실제로 가장 많이 죽인 건 검신, 마신, 사신, 천신의 순이었다. 참으로 이상하지 않은가. 그러나 당연하기도 했다. 곽우진은 청부를 통한 암살을 주로 했을 뿐, 세력을 형성하여 싸우지 않았다. 그에 반해 검신, 마신, 사신, 천신은 세력 간의 대결을 주도했고, 치고 올라오는 자들을 대의명분이라는 허울 아래 수도 없이 죽였다.

“강호의 역사 이래로 반백년 이상 평화를 유지한 경우가 없다고 하더니. 그런 이유였군.”

“균형을 무너뜨리면 곤란하지.”

사신과 마신. 검신과 천신이 있기에 정사마의 균형이 유지되고 있는 상황이었다. 이런 가운데 살신이 무섭게 치고 올라와 세력을 형성하고 자리를 위협하고 있었다.

남궁세가와 사흑련, 육마의 철마와 혈마의 죽음은 결코 가볍지 않은 사안이었다. 천하오천존의 뒤를 이어 강호 무림의 균형을 바로 세워야 할 자들이 곽우진에 의해 죽어 버렸다. 무엇보다 살신의 무위가 통제가 불가능한 경지에 다다르고 있다는 현실이 천하사천존을 뭉치게 만든 동기가 되었다.

“그대들을 위한 균형이었군.”

“강호의 대의를 위한 일이네.”

모난 돌을 정으로 쳐서 일정한 틀에 가둬 두겠다는 생각이 과연 대의일까. 그건 결국 다스리기 좋아하는 지배자의 속성일 뿐이다. 시키면 시키는 대로, 죽으라면 죽어야 하는 자들이 많은 세상을 원하는 것이다.

“그렇게 자위하고 싶으면 해라. 난 상관하지 않겠다.”

“이 지경이 되고도 허세를 부리는가.”

“한 번 부려 보도록 하겠다.”

사천존의 얼굴에 노기(怒氣)가 서렸다. 시대의 절대자들이다. 각각의 시기가 달라졌다면 능히 일패군림(一覇君臨)을 이루고도 남을 실력이 있었다. 동시대에 태어난 절대자들의 불운이었다. 서로 싸워봤자 승패를 가리지 못할 바엔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다. 어느 한 축이라도 무너지면 천하 무림이 피의 소용돌이로 빠져든다는 현실에 타협을 한 것이다. 하지만 살무신을 보자 부정할 수 없는 현실과 조우했다.

‘대의명분은 허울 좋은 말일 뿐이지.’

무림은 투쟁의 산물이며 무인은 끊임없이 투쟁하는 자들이다. 잃는 것이 두려워 싸우지 않았다는 것을. 애써 감추려고 했었다. 그러나 지나온 과거를 부정하진 않는다. 그렇다 한들 어떻단 말인가. 강호는 균형을 통해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었다. 이제까지 해온 일이 결코 헛되지 않다고 확신했다.

“혼자서 우릴 감당할 수 있다고 여기는가?”

“자신감이 지나치구나!”

“네놈의 오만방자함을 산산이 부셔주마.”

사신, 마신, 천신의 노기가 분지를 활화산보다 뜨겁게 달구었다. 살무신의 당당함이 삼천존을 자극했다. 이는 그들이 원하던 모습이다. 현실에 타협하지 않고 당당했어야 함에도 무인으로서의 투쟁심을 잃어버렸다. 한낱 살수였던 자가 보란 듯이 투쟁심을 드러내자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다.




전능천왕이 끝나고. 오랜만에 연재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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