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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드리고고
작품등록일 :
2014.02.26 10:12
최근연재일 :
2014.03.18 16:11
연재수 :
25 회
조회수 :
252,646
추천수 :
5,631
글자수 :
91,790

작성
14.03.03 14:16
조회
11,225
추천
226
글자
8쪽

채드

먼치킨 전도사 건드리고고입니다.




DUMMY

‘뭐가 그리 좋은 것이냐?’

채드는 소년의 일방적인 요구조건을 맹목적으로 들어주면서도 벨 없이 허허실실거리다니. 전생이었다면 상상도 못할 일이다. 누가 감히 내게 그따위 짓을 할 수 있단 말인가. 천하 무림도 벌벌 떨며 숨죽였던 무신이었건만, 호구로 전략해 버리고 말았다.

‘인.....정할 수 없다! 이건 정말 아니야! 나를 뭐로 보고!’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 채드와 동화된 곽우진은 불협화음에 의한 공황장애를 강하게 부정했다. 그럴수록 선명해지는 10년의 노예생활. 평민이면서 자발적으로 노예 짓을 했으니, 누굴 탓할 수도 없다. 본인이 착해빠져서 저 놈을 오냐오냐 받아줬다. 화를 누그러뜨리기가 힘들다. 치밀어 오르는 자신에 대한 혐오감과 분기가 있었다.

무상경으로 마음을 다스린 후, 심호흡을 크게 했다. 이미 엎질러진 물. 무상의 평온함은 개뿔. 받아들이고 새롭게 시작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왔다. 계속 호구 짓 하며 살 수는 없는 노릇이 아닌가.

‘이젠 다르다.’

무상경이 도움이 되었다. 안정을 찾자 기억의 융화가 자리를 잡았다. 성격적으로 예전과는 달라졌지만, 괜찮은 편이다. 그렇다면 원인부터 차분히 다스리기 위한 행동을 수반해야 할 때다.

당했으면 갚아주는 게 인지상정.

분풀이를 할 수 있다는 사실에 분기가 가라앉고 평정심이 돌아온다.

“후우, 다행이다. 다음부터는 이마로 방어하는 무모한 행동은 하지 마라. 내가 다 간이 철렁했다니까. 혹시라도 내가 심장마비로 돌아가시면 네가 책임질 것도 아니잖아.”

입에 쾌검을 달았는지 제 죽을지 모르고 잘도 나불거리고 있었다. 하여튼 꿈이 아닌 현실이었다. 이마에서 느껴지는 찡한 고통. 부어올랐음을 만져 보지 않아도 느낄 수가 있었다. 시간이 좀 더 지나면 시퍼렇게 멍이 들 것이다.

사람의 이마를 이 지경으로 만들어 놓고 제 걱정을 하다니, 누그러들었던 분기가 작게 치솟았다. 입에서 나오는 말마다 매를 벌고 있었다. 미래를 위해서라도 단속해줄 필요성을 느꼈다.

“그래도 미안해, 실수였어!”

“나도 미안하다.”

채드의 검미가 사악하게 일그러졌다. 감정이 고스란히 읽힌다. 오늘은 정말 많이 미안해지고 싶다.

소년은 인재(人災)가 코앞임에도 불구하고 떠벌였다. 진인사대천명, 이래서 사람의 생과 사는 하늘이 정해준다고 했던가.

“알아 네 마음, 천 번에 한 번 있을까 말까한 내 실순...크앗!”

손에 감각이 돌아왔고, 몸의 상태는 나쁘지 않았다. 채드로 인식이 된 곽우진은 일어나기가 무섭게 주먹을 뻗어 소년의 동공에 어둠 속의 뇌전을 새겨주었다. 말로만 미안하다고 해서 분이 풀릴 것 같으면 세상에 분란은 발생하지 않는다. 사람 죽여 놓고 ‘실수야, 미안’ 하면 장땡인가. 손에 들기만 하면 개패가 되는 노름꾼의 심정을 알려줄 심산이다.

“아이고! 내 눈깔!”

제대로 맞았다. 설마 때릴 줄 몰랐기에 완벽한 무방비였다. 오른쪽 눈알이 터지는 느낌 제대로 살렸다. 짧은 인생, 모진 고생을 다 당했지만 방심하다 맞으면 더 아프다는 걸 뼈저리게 깨닫는 순간이었다. 임시방편으로 바닥에 떨어져 있던 짱돌을 주워 눈을 비볐다. 얼추 고통을 추스르고 나서 채드를 노려보았다.

“그렇다고 갑자기 주먹을 날리면 어떻게?”

“맘 같아서 짱돌로 찍고 싶었다.”

채드의 활화산처럼 이글거리는 눈동자를 본 소년은 움찔하며 들고 있었던 짱돌을 저 멀리 던졌다. 그래도 생각은 하고 사는 놈이었다. 가지고 있으면 진짜로 짱돌을 동공으로 방어해야하는 상황이 벌어질 것만 같았다. 그리고 보니 짱돌이 익숙하기는 했다.

“잠깐, 어째 말이 좀 짧다.”

“내가 1살 위다.”

소년은 분위기 봐서 슬금슬금 몸을 뒤로 뺏다. 한 대 더 맞을 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엄습했던 것이다.

“나..는 너의 주군인데.”

“알고 있다.”

사실 말이 안 된다. 나이가 많다고 상전 대접을 할 세상과는 거리가 멀다. 신분이 엄연히 존재한다. 그럼에도 채드는 막무가내였다.

“아무리 편해도 서로 지킬 건 지켜야지. 안 그래?”

“다른 사람은 그리 말해도 너는 아니지. 가슴에 손을 얹고 말해 봐라.”

“난 당당해.”

“그리 당당하면 그간 해온 일을 백작님에게 발설해 볼까?”

“그럼 나만 당할 것 같아?”

소년의 이름은 에르반 카이로스. 카이로스 백작가의 삼남 일녀 중 차남.

채드는 카이로스 백작가의 정규 기사인 테일러의 하나 밖에 없는 아들로 어린 시절부터 에르반의 소동으로 배정 받아 같이 지내왔다.

“협박은 너와 안 어울려, 어서 빨리 바른 생활 채드로 돌아와.”

“너만 바르면 된다.”

에르반의 말대로 종속관계는 맞다. 어린 시절 아주 우연히. 지금 생각해 보면 우연인지 아닌지 미심쩍은 부분이 있기는 하나. 목숨을 구해준 적이 있었다. 그 뒤로 소년을 주인으로 섬겼다. 어린 시절의 약속이 평생의 발목을 잡은 잘 못된 경우다. 그래서 어릴 때는 함부로 약속하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해야 한다. 창창한 미래를 채드처럼 저당 잡히는 수가 있었다.

“머리를 다친 거 아냐? 내가 무척 자애롭기는 해도 이 이상은 참기 힘들어.”

채드는 대꾸하지도 않은 채 방향을 잡고 걸었다. 전엔 그러지 않았는데 감정의 폭이 활발했다. 더욱이 에르반은 듣고 있다 보면 은근히 사람의 속을 긁는 묘한 재주를 지니고 있었다. 정련된 평정심이 오늘은 발휘되지 않았다. 아니, 발휘하고 싶지도 않다.

“야!”

에르반이 목청을 세워 채드를 잡아 세웠다. 말하는데 고개도 돌리지 않은 채 제 멋대로 가다니. 그럼 허공에다 대고 대화를 한 자신은 뭐가 되냔 말이다. 순간 아무도 보고 있지 않았음에도 엄청난 쪽팔림이 새하얀 얼굴을 달아오르게 했다.

“내 말 듣고 있는 거야?”

“듣고 있다.”

“날 똑바로 보고 대답해야지. 내가 대체 뭐가 돼!”

채드가 걸어가자 끈질기게 따라오며 조잘대는 에르반이었다. 포기를 몰랐다. 스스로 주군이라고 하면서 무게라고는 한 올도 느껴지지 않는 가벼움을 가지고 있었다. 대체 에르반의 무얼 믿고 주종의 맹세를 했는지, 한탄이 흘러나온다. 그리고 자신 같으면 따라오지 않았을 것이다. 되도록 멀리 도망치는 게 이로웠을 텐데. 상황 파악이 안 되나 보나. 똥인지 된장인지 맛을 봐야 아는지 원.

멈칫!

채드가 멈췄다.

갑작스럽게 주춤하자 에르반은 채드의 등에 코를 박았다. 코가 시큰거리면서 눈물 한 방울이 생성되다 말았다.

“멈추면 멈춘다고 해야지 코뼈 부러질 뻔했잖아.”

채드는 바닥을 훑었다.

“여깄군.”

에르반이 노발대발하며 성을 내도 채드는 하던 일을 마저 했다. 바닥에 떨어진 동그랗고 매끄러운 돌을 집어 들었다.

“그...돌! 설마 좀 전에 내가 던진 돌은 아니지?”

에르반은 즉시 방향과 거리를 계산해 보았다. 그랬더니 착지지점이 딱 여기쯤이었다. 좀 더 멀리, 수풀 사이로 던져야 했었다. 하나, 사건에 동원된 짱돌이라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다. 모른 척 시치미를 떼면 그만이다. 한데, 채드가 돌을 보며 실실 쪼개고 있었다. 그 모습이 오싹하게 다가왔다. 위험이 다가오고 있음을 인식해야 했다.

“훈련이라고 했겠다.”

“뭘....하려고?”

혼자만 훈련을 하면 쓰나. 합심해야 실력이 느는 법이지.

채드는 에르반에게도 훈련의 의미를 되새겨 주기로 결정했다. 물론 자유는 있다. 반항을 해도, 탈출을 시도해도 된다.

할 수 있다면.




전능천왕이 끝나고. 오랜만에 연재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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