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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드리고고
작품등록일 :
2014.02.26 10:12
최근연재일 :
2014.03.18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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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2,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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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790

작성
14.03.05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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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6
글자
10쪽

채드

먼치킨 전도사 건드리고고입니다.




DUMMY

전생은 배고픔을 잊기 위해 살행을 했었고, 할 줄 아는 요리라곤 생존에 필요한 것이 전부였다. 한데, 생소한 요리를 어려움 없이 척척 만들어 내었다. 재료를 준비해 다듬고, 채를 썰고, 양념을 했다. 매일 만들어서 그런지 최소한의 재료로 최적화된 요리를 선보였다.

진수성찬에 비할 바는 아니더라도 대충 식탁을 채울 만한 요리를 차려냈다.

채드는 본인이 만들고도 한 동안 넋을 잃고 봤다. 평생 피를 묻혔던 손이 아닌, 요리하는 손이었다. 감회가 새롭고 신선했다.

단출하지만 둘이 앉아서 먹기 적당한 식탁에 테일러와 채드가 마주보며 앉았다.

부자간의 화목한 대화는 오고가지 않았다. 전형적인 기사인 테일러는 말수가 적은 편이었고, 가정에서는 권위적인 면이 강했다. 당연히 채드는 기가 죽어 찍소리도 못하고 식사만 하는 일상의 반복이었다. 그리고 아버지와 대화가 많은 집은 흔치 않다.

식사가 반쯤 끝나갈 때 쯤 테일러가 말문을 열었다. 평상시와 다른 분위기에 속에 있던 말을 꺼내 놓았다.

“부단히 노력해도 부족한 시기에 놀러만 다녀서 되겠느냐. 너는 에르반 공자와 형편이 다르다는 걸 알아야지.”

“기대에 어긋나지 않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채드의 근육은 나쁘지 않은 편이나, 원하는 수준과는 거리가 멀었다. 근육은 크다고 해서 강력한 힘을 발휘하지 않는다. 골격에 최적화 되어 있으며 근육을 구성하는 질적인 밀도(근섬유)와 탄력이 높아야 한다. 골격에 맞지도 않는 근육이 달라붙어 있으면 오히려 힘의 발휘에 부적합하며, 급격한 체력의 소진으로 지구력이 약해진다. 내공을 수련하여 보완을 한다 해도 외공의 성능이 기대이하면, 온전한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법이다. 절대경의 고수일수록 내공보다 외공에 힘쓰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그러나 알면서도 게으름을 피우게 되는 부분이 기초수련이다. 육체수련은 시간에 비례를 한다. 오러처럼 기연을 얻어 단번에 경지가 상승하지는 않는다. 매일 서고, 걷고, 달리고, 들고, 나르고, 뿌리고. 끊임없는 반복 수련을 해야 하니 지루할 수밖에. 기초를 튼튼히 해야 대성할 수 있음을 알면서도 실천하지 못하는 원인이다.

하나, 각성한 채드는 달리 생각했다.

‘살법 수련에 비하면 천국이지.’

흑혈은 어린 시절부터 혹독한 수련을 시킨다. 적응을 하지 못한 아이들은 걸려 내어 가차 없이 버린다. 살수조직에서 낙오는 죽음을 의미했다. 당시엔 살아남기 위해 살법 수련에 매진을 해야 했다. 그때에 비하면 테일러의 가르침은 훈훈했다. 고작 10시간의 수련이 대수인가. 한창 좋을 때는 10일 동안 수면도 취하지 않고 수련에만 매진했던 적도 있었다.

‘무공에 빠져 식음을 전폐했었지.’

살무신의 위명을 듣기 전부터 흑혈각의 무공서를 독파하는 것으로도 모자라서, 대륙 각지의 무공서를 수집, 분석을 통해 재해석했었다. 그 결과 탄생한 무공이 흑혈살법의 일초살. 만상귀일, 일여일도. 만 가지의 무공을 알면서도 결국에는 일초의 도법만이 남았다. 그때가 가장 좋았던 시절 같았다.

“그리고 보니 오후에 에르반 도련님하고 같이 나간 거 아니었느냐?”

“백작가의 뒷산에서 헤어졌습니다. 한데, 왜 그러시죠?”

“아직 돌아오시지 않은 것 같아서.”

채드는 양심의 가책도 느끼지 않았다. 알게 뭐냐, 선불 맞은 망아지가 어찌 되던. 엄동설한도 아니고 이 날씨에 죽기야 하겠어. 죽었으면 염불은 외워줄 마음이 있다.

“다른 볼 일이 있었을 겁니다.”

“에르반 공자도 마음을 잡을 때가 됐는데. 쯧쯧.”

채드와 에르반이 어울리게 된 계기는 서로 간에 공통점이 있어서다. 일찍부터 어미를 잃어야 했던 동병상련의 고통이 있으니, 마음이 잘 맞을 것이라 판단해 카이로스 백작이 테일러에게 명을 내렸었다. 테일러는 백작에 대한 충성심이 대단해, 채드의 의견을 묻지도 않고 에르반의 소드칠드런(검동)으로 보냈다.

그런 테일러도 요즘 들어서는 후회를 하고 있었다. 에르반 공자가 정신 똑바로 차리고 백작가의 검을 충실히 배운다면 걱정할 필요가 없는데 매일 말썽을 피우고, 아들의 훈련시간까지 빼앗으니 답답했다. 귀족이야 훈련을 하지 않아도 먹고 사는데 지장이 없는 반면 아들은 기사가 되지 않으면 곤란했다. 그렇다고 백작님의 명을 따르지 않을 수도 없는 노릇이니. 속만 새까맣게 타고 있다.

화가 치민 테일러는 상기하고 싶지 않은 지 화제를 돌렸다.

“곧 레오드 공자의 성인식이니 준비 잘하고 있어야 할게야.”

“아버지는 레오드 공자를 선택하신 겁니까?”

“기사는 주군의 뜻에 따를 뿐, 사심을 가져선 안 되니라.”

에르반을 보고선 그런 말이 나오나.

‘출세하긴 글렀군.’

우직함과 충성심이 기사의 덕목이기는 하나, 출세를 위해서는 시류를 판단하는 눈이 있어야 했다. 카이로스 백작은 3남 1녀를 두고 있었다. 그 중 에르반은 차남이며 현 백작부인의 자식이 아니다. 에르반의 어머니는 브로닌 카이로스로 백작령 내의 브란트 남작의 딸이다.

브로닌 카이로스는 에르반을 낳은 지 2년 만에 죽었고, 브란트 남작도 전과는 달리 백작령 내에서 힘을 쓰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로 인해 왕국 3대 상단인 트롬벨 상단의 사이나 카이로스가 백작가의 정실로서 위치를 공고히 쌓아 놓은 실정이다. 아버지가 출세에 연연을 했다면 무조건 레오드에게 정성을 쏟았어야 했다.

‘적당히 표리부동해도 괜찮을 텐데.’

채드는 아버지의 출세를 바란다기보다는 시세를 읽어 괜히 일에 휩쓸리지 않았으면 했다. 귀족들, 즉 가진 자들의 습성은 잔인하다. 자신들에게 조금이라도 적대적이거나 불안감을 주는 상대가 있다면 가차 없이 처리하려고 한다. 이는 살수로서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잔혹한 현실이다. 사천존이 함정을 팠던 것도 그러한 연유 때문이고.

‘채드가 다 됐군.’

아버지에 대한 아들로서의 걱정. 채드는 짧은 시간 여러 번 놀라고 있었다. 이제는 채드가 아니라고 부정할 수도 없었다. 당연하게 받아들였고, 낯설지 않았다. 현실을 인정해야만 했다.

‘에르반이 물려받을 염려는 없으니 다행이군.’

채드는 아버지의 충성심을 존중하기로 했다. 융통성이 하루아침에 키워지는 것도 아니고. 다만, 본인을 지킬 능력은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판단이 섰다. 백작가의 기사 중에는 뛰어난 편에 속하지만, 그 뿐이었다. 특별하다고 하기에는 모자란 부분이 많으시다. 우직하게 수련한 하면 될 게 아님을 깨달아야 한다.

아버지의 스택 컨트롤은 상승의 오러포스라고 보기 힘들다. 우직하게 매진하여 성취를 얻으면 오러의 질적인 측면에서는 탁월한 편이지만 양을 키우기에는 부적합하다. 삼재심법과 비슷한 수준에 불과했다. 제 아무리 질적인 수준이 높아도 양의 차이가 크면 말짱 도루묵이었다.

‘크라탄 소드도 군더더기가 너무 많아.’

크라탄 소드는 2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데, 검법을 창안한 크라탄은 타이탄 일족의 피를 이어 받은 자라고 했다. 당연히 힘을 바탕으로 하는 패도적인 성향이 강하다. 그러나 강함에만 치우쳐 전신사혈 중 중요 부위를 노출시키는 약점이 있었다. 유연함이 받쳐 주어야 하는데, 크라탄 소드를 배우게 되면 유연성과는 거리가 멀다. 따라서 전쟁에선 효과적이지만 개인전에서는 위기를 자초하는 편이다. 특히 패스트소드(쾌검), 그 중에서도 체인지소드(변검)과 일루젼소드(환검)에 취약하다.

‘당분간은 곤란하고.’

어느 날 갑자기 새로 창안한 검법과 심법이 있으니 이걸 보고 배우라고 아버지한테 설교를 해봐라. 어떤 아버지가 아들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고 따르겠는가. 실없는 소리를 한다며 핀잔을 듣지 않으면 다행이다. 더욱이 아버지는 전형적인 기사다. 본인의 검에 대한 자부심이 남다를 것이다.

‘하지만 자존심이 목숨을 지켜 주지는 않지.’

채드는 조급해 하지 않았다. 아버지와는 지도대련을 일주일에 한번 씩 해왔다. 그때마다 수정해 나가면 원하는 경지에 도달하는 건 식은 죽 먹기다. 무공을 조합하고, 창안해봤던 경험이 있기에 어렵지 않았다. 재수 없겠지만 솔직히 무공이 가장 쉽다. 무골을 타고 났다고 봐도 무방하다.

‘에르반은 어쩐다?’

가는 길마다 족족 걸리더니 문제를 원점으로 돌려놓았다. 모든 일이 에르반에게 귀결이 되고 있으니 인정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엄습했다.

‘천생연분이면 끔찍하군.’

에르반이 악독한 성격이 아니라는 건 안다. 주인 대접을 해달라고 앙탈을 부리긴 해도 겁박을 하거나 강요를 하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마냥 허허! 거리며 실실 쪼개는 성격은 절대 아니다. 당하면 집요하게 복수하는 뒤끝 작렬의 사나이다. 형과 동생에게 치이면서도 끝까지 대드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천재도 노력하지 않으면 뒤처지는데 에르반은.....음!’

에르반도 보통의 아이들보다는 노력을 한다. 문제는 형과 동생이 그보다 더 노력한다는 점에 있었다. 같은 피를 타고났으니 자질은 비슷할 할 텐데, 차이가 난다면 본인의 노력부족을 탓해야 했다. ‘골치 아프군.’




전능천왕이 끝나고. 오랜만에 연재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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