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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드리고고
작품등록일 :
2014.02.26 10:12
최근연재일 :
2014.03.18 16:11
연재수 :
2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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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2,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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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790

작성
14.02.26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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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6
글자
10쪽

살무신

먼치킨 전도사 건드리고고입니다.




DUMMY

“살....수 따위가 어떻게?”

세가의 무인들은 이해하기 어려웠다. 살무신이 대단하다는 건 안다. 그러나 살수일 뿐이다. 저와 같은 무력이 가당키나 하단 말인가. 살법을 썼다면 모를까. 그는 대 남궁세가의 정문을 당당히 걸어 들어오고 있었다. 세가의 무인들은 놀람, 경악에 이어 분노와 질시가 들었다. 명문세가의 무공을 밤낮없이 익혀 고수의 반열에 든 자일수록 살무신에 대한 분노가 더 컸다. 비천한 살수는 밤 고양이처럼 담벼락에 숨어 암수나 펼치는 자들이어야 했다. 한데, 저 당당함은 대체 뭐란 말인가. 무엇이 그리 떳떳하기에.

저벅저벅!

곽우진은 주변에서 떠들던, 업신여기든 관심을 두지 않았다. 심지어 욕을 해도 그는 돌아보지 않는다. 무인으로서의 모욕 따위는 그에게 아무런 가치도 없었다. 그들의 말이 틀리지 않기 때문이다. 곽우진은 세상이 경시하고 두려워하는 살수 일뿐이다. 단 한 번도 무인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살수에게 경외라니 가당치도 않다. 죽음의 도살자로 만족한다.

“멈춰랏!”

호랑이를 삶아 먹은 호탕하고 강렬한 분노의 외침. 백전대(白戰隊)의 대주 천중검호(天中劍虎) 남궁유룡이다. 그가 남궁세가 최강의 무력전대인 백전대를 이끌고 살무신을 막아섰다. 백전대 천지인(天地人) 삼각의 전투대형을 잡고 있었다. 언제든 좌우 날개가 펼쳐져 상대를 잡아 먹을 준비를 했다.

“감히 대 남궁세가의 앞마당에서 살인을 하다니 편히 죽을 생각은 버리거라.”

“선택은 자유다.”

곽우진은 탓하지 않았다. 선택을 했으면 그 대가를 치르면 된다. 그것이 가장 이치에 합당했다. 그리고 강호의 선택은 생과 사가 반드시 갈린다.

백전대와 곽우진이 교차했다.

직선과 직선이 스쳐지나갔을 뿐, 촌각도 걸리지 않았다. 남궁유룡의 무릎이 맥없이 꺾이며 기이하게 쓰러졌다. 강호의 젊은 고수 중에서도 수위를 다투는 무인의 죽음 치고는 허망했다.

풀썩!

백도의 의기를 앞세워 백전대 최강의 검진 의천검협진(義天劍俠陣)을 펼쳤다. 단숨에 살무신의 제공권을 점했고, 육방을 차단했다. 살무신이 천하오천존의 일인이라고는 하나, 의천검협진의 최종극의, 검살(劍殺)에 걸린 이상 살아남지 못하리라 생각했다. 그러나 명백한 오판이자 착각이었다. 살무신은 검진에 갇히지 않았다. 그는 자유로웠다. 또한 아무도 그의 살법을 보지 못했다. 검진을 형성했던 백전대의 절반이 살무신의 일초살에 걸려 그물망에 잡힌 물고기 마냥 떨어져 내렸다.

오싹!

세가의 무인들은 경악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백전대의 합격은 절대고수도 가둘 수 있다고 알려졌다. 그런 백전대가 전력을 발휘도 못하고 썩은 고목이 되어 쓰러졌다. 하지만 그보다 무서운 건 살무신의 무심함이었다. 도살장의 가축을 죽여도 감정이나 기의 변화가 있건만, 사람을 이토록 많이 죽였다. 그럼에도 살무신은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냉정함, 차가움, 살기로 대변하는 살수의 기운조차도 느껴지지 않았다. 지극히 평범하면서도 무심함이 그 자리를 대신했다. 살인의 축제가 벌어졌다는 사실마저도 인식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부들부들!

남궁천과 장로, 호법은 분노했다. 세가의 무인은 이처럼 허무하게 죽어선 안 될 무림의 동냥이었다. 채 꽃을 피우기도 전에 허망한 이슬이 되어 산화했다. 더욱이 세가의 무인들은 한 가족이었다. 피로 이어진 혈육이다.

“꼭 이렇게까지 해야 했나! 살무신!”

죄책감에 의한 잠시의 망설임, 그것이 세가의 무인들을 죽으로 이끌었다. 남궁천의 분노는 대단했다. 그의 목소리가 세가를 쩌렁쩌렁하게 울렸다. 아들의 잘못도, 백부의 실수도 생각나지 않았다. 세가의 무인을 도륙한 살무신에 대한 분노만이 자리했다.

“자초한 건 내가 아니지.”

“아들의 목을 달란다고 줄 수 있는 부모가 세상 천지에 어디 있느냐!”

천하 무림이 공적으로 몬다 해도 부모는 자식을 버리지 못한다. 그것이 천륜의 정이다. 자기 자식의 목을 잘라 바치란다고 바치겠는가. 터무니없는 잔인한 요구였다.

“나는 살수다. 동정을 바라는가.”

“그렇구나! 비천한 살수, 그게 바로 네놈의 본질이다!”

“틀리지 않다.”

곽우진은 노여워하지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자식을 죽이는 일, 얼마든지 욕을 해도 된다. 그것이 부모의 마음이라는 걸 모르지 않는다. 하나 의뢰를 받았고, 죄가 명명백백한 이상 남궁천의 아들, 남궁성의 목은 반드시 떨어져야 한다. 남궁성은 제 욕심을 채우기 위해 무고한 여인을 간살 했다. 제 자식만 소중하고 남의 자식은 시궁창의 쥐보다 못한 것인가.

스윽!

움찔!

감정이 실리지 않은 곽우진의 두 눈이 향한 곳, 남궁우가 서 있었다.

남궁우는 모조리 다 발가벗겨지는 기분이 들었다. 마치 조카의 잘못을 덮기 위해 상단을 몰살한 범인이 자신임을 지목하고 있는 것 같았다.

“천하디 천한 살수 주제에 날조된 사실로 남궁세가를 욕보이려고 하다니, 하늘을 대신해 절대 용서하지 않겠다!”

“하고 싶은 말은 다했나.”

곽우진은 멈추지 않고 걸었다. 목표는 남궁성이다. 그를 제외한 방애물은 쳐내버리면 그만이었다. 의(義)로서 일어선 세가가 배덕(背德)을 옹호하는 건 위선(僞善)이다. 현판에 적힌 의천검세가 부끄러워야 마땅했다. 세가는 혈족으로 구성된 집단, 하나의 의지가 전체의 뜻이 된다. 그렇다면 남궁세가 전체가 방애물이 된다는 의미였다.

“가지 못한다!”

곽우진의 입 꼬리가 희미하게 호선을 그렸다. 웃는 건지 아닌지 알 수 없는 모호함이 깃들었다. 그러나 이것만 해도 대단한 변화다.

꽈아앙!

경천칠검의 수좌, 남궁천의 검이 곽우진의 정면에 도달해 있었다. 언제 뽑았는지 모를 빠름을 동반한 파괴력이 공간을 깨진 유리잔처럼 부수었다. 내공이 고강한 무인들조차도 충돌의 여파에 발걸음을 뒤로 물려야 할 정도다.

도와 검을 맞대고 곽우진과 남궁천이 마주했다. 남궁세가에 들어서서 처음으로 곽우진의 도신이 그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검왕의 위명이 허풍이 아니군.”

“그대야 말로.”

천하오천존의 뒤를 바짝 따르고 있는 구주삼십육천(九州三十六天)에 속한 남궁천이다. 정사마를 통 털어 36명 안에 드는 절대고수였다. 살무신에 비해 한 단계 아래의 평가를 받는다 하나 무시할 만한 검수가 아니다. 절대의 반열에 오른 고수에 대한 평가는 붙어보지 않은 이상 모르는 법.

“죽이기 아깝군.”

“교만은 내 검을 꺾고서나 해라!”

남궁천의 검이 곽우진의 도신을 미끄러지듯이 타고 들어가다니 불연 듯 방향을 바꾸어 찌르기로 변했다. 천뢰제왕신공을 바탕으로 검신공압(劍身空壓)의 수법. 간단한 듯 보여도 상대의 흐름, 즉 제공권을 정확히 파악해야만 가능했다. 살무신의 호흡을 읽고 반응했다는 사실만으로 놀라웠다. 이 자리의 누구도 살무신의 도법을 보지 못한 이유이기도 했다. 무형살식의 기식은 공간의 무(無)에 있으니.

차앙!

부딪침이 재차 일어나는 찰나 위험이 다가왔다. 남궁천이 급히 몸을 틀었다. 방어를 할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았다. 어느새 칼끝이 눈앞에 다가와 있었다. 전혀 움직임을 간파하지 못했다. 조금이라도 반응이 늦었다면 이마에 구멍이 뚫렸으리라. 무섭도록 빠른 도법이었다. 일초살이라고 불린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주르륵!

완벽히 피해내지 못했다. 호신강기로 보호되는 육체의 방어공간을 가볍게 뚫고 들어와 남궁천의 얼굴에 흠집을 내었다. 외공과 내공의 극의를 통해 완성한 천뢰강신(天雷剛神)을 단숨에 무용지물로 만들어 버렸다. 실로 놀라운 무형도식(無形刀式)이었다. 형태는 없지만 그 안에 서린 도법의 극의를 충분히 인식하고도 남았다.

‘과..연, 천하오천존의 살신이구나.’

모든 무공의 극의는 만류귀종이라고 했던가. 이는 분명 제왕검형과 일맥상통했다.

‘전력을 사용하지 않는 이상 승산은 없다.’

남궁천은 가문의 비의, 제왕검형(帝王劍形)을 꺼내들었다. 제왕검형은 제왕검법의 형(形)과 의(意)를 초월해야만 완성이 되는 심검(心劍)이었다. 아직 완벽한 경지에 이르지 못했지만 능히 천하오천존을 위협할 수 있다 자신했다.

“흠.”

남궁천의 검형에 이채를 띠우는 곽우진이었다. 구주삼십육천에 대한 평가가 잘못되었음을 인식했다. 그가 알고 있는 정보보다 족히 한 수는 더 나아가 있었다. 자웅을 겨룬다 해도 부족하지 않다.

우웅!

공간의 떨림이 채 번져나가기 전 남궁천의 검에서 실로 엄청난 기세의 압박이 전해졌다. 일순 공간의 무게가 천근만근으로 변했다. 압력을 이기지 못한 남궁세가의 대리석 바닥이 부스러지며 가라앉았다. 짓누르는 가공할 기세가 곽우진을 육신을 내리누르는 찰나, 남궁천의 검이 하늘에서 땅으로 내리꽂혔다.

솨아아악!

검형의 극의를 초월하여 만물과 결합한 형태, 심검이었다. 폭우처럼 쏟아지는 심검의 향연, 제왕군림(帝王君臨)과 제왕혈우(帝王血雨)의 연계초식이 하나로 이어진 군림혈우(君臨血雨)의 수법이다. 지켜보고 있던 남궁세가의 무인들이 탄성을 내질었다. 저것이라면 살무신이라도 살아남지 못하리라 생각했다.




전능천왕이 끝나고. 오랜만에 연재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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