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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ooon 님의 서재입니다.

곤봉 기자, 홍정의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soooon
작품등록일 :
2023.12.02 20:18
최근연재일 :
2024.01.09 19:05
연재수 :
46 회
조회수 :
2,549
추천수 :
53
글자수 :
243,767

작성
23.12.12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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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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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12쪽

16. 경찰서장의 반전

만년 편집부 기자가 사회부 기자가 되었다. 마침 투명인간이 될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을 전수받았다. 그리고 참교육을 위한 '곤봉'을 마련했다.




DUMMY

홍정의와 서장은 서초동 뒷골목의 삼겹살 집에서 만났다. 고기가 노릇노릇하게 익어갈 무렵 홍정의는 핸드폰을 꺼냈다.


“서장님, 나를 믿어주면 좋겠습니다. 이 핸드폰에 있는 동영상은 다른 데로 복사되거나 전송된 사실이 없습니다. 그러니 내가 이 자리에서 삭제하면 동영상은 이 세상에서 사라지는 것입니다.”


홍정의는 서장이 보는 앞에서 서장의 아킬레스건이었던 문제의 동영상을 지웠다.


“홍기자님, 고맙습니다. 그러나...”


홍정의는 서장의 뜻을 충분히 알아차렸다.


“무슨 뜻인지 잘 알고 있습니다. 설사 내가 이 자리에서 이걸 삭제한다고 하더라도 복구를 얼마든지 할 수 있으니 어떻게 믿을 수 있느냐는 뜻일 겁니다. 제가 여기서 이러는 것은 하나의 통과의례를 거치자는 겁니다.”

“???”


서장은 이해가 안 됐다.


“통과의례?”

“네. 서로 믿음을 갖고 과거의 일을 없던 일로 하자는 상징적인 행위이지요. 설사 이 핸드폰에서 삭제가 완벽히 된다고 하더라도 내가 다른 데 보관해 놓지 않았다고 어찌 백프로 확신할 수 있겠습니까?”

“더 긴말 안 해도 알겠습니다. 홍기자님 믿겠습니다.”

“그렇게 받아주시니 고맙습니다. 이 시간 이후 세상 어디에도 서장님을 불편하게 할 동영상은 없는 겁니다.”


두 사람은 소줏잔을 깨질 정도로 부딪치고 건배했다.


건배를 마치고 나자 서장이 불쑥 한마디했다.


“우리 내년 봄에 결혼할 겁니다.”


홍정의가 선뜻 이해하지 못하고 물었다.


“우리라 하면...”

“네, 홍기자님이 봤던 그 비서랑요.”

“예?”


홍정의는 놀라 자빠졌다.


“사실 우리는 불륜도 아니고 나름대로 아름답게 사귀는 사이였습니다. 나이차가 좀 나서 그렇지...”


홍정의는 뒤통수를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아니, 그럼 나한테 그렇게 말씀하시지 그랬습니까?”

“잘못한 건 잘못한 거니까요... 장소가 아무래도 일종의 공적 장소 아니었겠습니까? 휴게실이라고 하지만 경찰서 안에 있는 시설 아닙니까?”


아무리 연인 사이라 해도 근무지에서 부적절한 행동을 한 건 사실 아니냐는 말이었다.


“아, 그래도 그렇지. 나한테 사정을 말씀하셨으면 내가 그걸 갖고 그렇게 협박 비슷하게 할 이유가 없었을 것 아닙니까?”

“그래도 내가 잘한 건 없잖습니까?”


홍정의는 자신의 천박함, 상대방의 사람됨을 동시에 느껴야했다. 세상에는 뜻밖에 괜찮은 사람들이 많은 모양이었다.


“그런데 그럼... 사별이나 이혼...”


홍정의가 비서와 결혼하게 된 사연에 궁금증을 표했다.


“홍기자님, 모르셨어요? 나 총각입니다. 아직 결혼한 적 없습니다. 하하하”

“엥?”


홍정의는 또 한 번 놀라야 했다. 처녀 총각의 연애를 비록 장소가 조금 적절하진 않았지만 그렇게 몰아붙인 게 미안하기만 했다.


미안해서 어쩔 줄을 모르고 있는데 서장이 갑자기 손을 들어 흔들었다. 홍정의가 뒤돌아보니 웬 미인이 성큼성큼 두 사람 쪽으로 다가왔다.


맞다, 그 비서였다. 전세가 역전되었다. 이제 얼굴을 못 들게 된 쪽은 홍정의였다. 홍정의는 벌떡 일어났다.


“아이고, 어서 오십시오. 홍정의라고 합니다.”

“응, 자기 인사드려. KMS 그 기자...”

“네, 처음... 뵙겠습니다.”


비서가 ‘처음...’이라고 하면서 조금 멈칫했다. 홍정의가 미안했다. 이렇게 어울리는 한쌍의 애정행각(?)을 무슨 대단한 범죄처럼 생각했던 게 많이 죄송했다.


“죄송하게 됐습니다. 축하드립니다. 결혼식에는 꼭 참석해서 축하드리겠습니다.”


비서가 수줍은 듯 손으로 입을 가리며 살짝 웃었다.


*


홍정의 덕에 보도국으로 화려하게 복귀한 신임 이승철 보도국장은 부장 인사를 서둘러 단행했다.


김준성 부장은 사회부장 스테이(stay)였다. 평기자 인사를 앞두고 홍정의를 불렀다.


“홍정의씨, 원하는 부(部) 있으면 말해. 국장이 특별히 물어보라고 하던데?”

“부장님 여기 계시는데 제가 어딜 가겠습니까?”

“그러지 말고 희망하는 데 말해. 바로 반영해 줄 모양이니까”


이승철 신임 국장이 지난번에 홍정의에게 직접 물어보더니 이번에 다시 부장을 통해 물어보는 걸 보니 홍정의에게 어지간히 고마웠던 모양이다.


“정말입니다. 말 나온 김에 하나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

“저는 출입처는 따로 주시 마시고 그냥 리베로로 자유롭게 취재할 수 있게 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오, 그래? 그럼 뭐 그렇게 하지. 알았어.”


이리하야 홍정의, 저스티스 홍의 사회부 생활 2기가 새롭게 시작되었다.


때는 바야흐로 정치의 계절로 접어들고 있었다. 총선을 7, 8개월 앞두고 여야는 박 터지게 싸우고 있었다.


현재까지의 여론은 야당에 꽤 유리했다. 아니, 유리하다고 여론조사가 가리키고 있었다.


김준성 부장과 모처럼 함께 한 예의 행주산성 술자리에서도 이 이야기 저 이야기 끝에 자연스레 총선 얘기가 나왔다.


“홍정의씨는 지금의 여야 지지율이 총선 때까지 그대로 갈 것 같아?”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아 있으니까 여러 변수가 생기겠죠?”

“지난번에 내 젊었을 때 이야기 궁금하다고 했지?”


정당 지지율 얘기하다가 갑자기 김준성 부장의 젊었을 때의 이야기? 김부장이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 것 같았다.


“네. 듣고 싶습니다.”

“총선은 아니고 대선이었어.”


김준성 부장의 이야기를 요약하면 대략 이랬다.


김준성 부장은 과거 대통령선거가 치러질 때 정치부에서 야당을 출입하고 있었다.


야당에서는 A의원과 B의원이 대선후보를 놓고 각축을 벌이고 있었는데 두 진영간 옥신각신, 갑론을박 끝에 여론조사로 대선후보를 결정하기로 했다.


권리당원, 일반당원, 일반 유권자들의 투표를 몇 퍼센트씩 반영할 것인지를 놓고 싸우느니 단칼에 후보를 결정하자는 논리에 두 후보는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


그때까지의 여론조사 결과 근소하지만 조금 밀리는 듯 보였던 B후보도 받아들이지 않을 방법이 없었다.


여론조사는 과학이라는 믿음이 광범위하게 받아들여지고 있었다.


당에서는 여론조사 회사 3곳을 선정하고 양 진영은 여론조사 방법, 설문을 놓고 치열한 샅바싸움을 했다.


양 진영은 여론조사에서 이기기 위해 대선 본선 못지 않게 전국을 돌며 득표전을 펼쳤고 D-day 당일 밤,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될 예정이었다.


전국민이 tv 생중계로 숨죽이며 지켜보는 가운데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예상을 깨고 B후보의 승리였다. 여론조사 회사 3곳 중 2곳에서 B후보가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과학이라는 여론조사가 그렇게 결정했으니 지금껏 근소한 우위를 점하던 A 후보는승복하지 않을 수 없었다.


승리의 여세를 몰아 B후보는 여당 후보와의 대선 본선에서도 당당히 이겨 정권교체에 성공하면서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되었다.


“그런데요? 부장님이 하시고 싶은 말씀은 뭔가요?”

“그렇지? 아무 이상 없지? 그런데 말이야...”


김준성 부장은 소줏잔을 입에 털어넣었다.


“그게 다 사기였어.”


홍정의가 눈을 크게 떴다.


“예? 자세히 좀...”


김준성 부장, 아니 당시 김준성 기자는 대선이 끝나고 B후보 진영에서 여론조사 샅바싸움을 이끌던 C를 만났다.


C는 B대통령 당선자 진영의 실세로 통했다. 그런데 인수위에 참여하지 않았다.


그런데 만나보니 참여하지 않은 게 아니라 못한 것이었다. 다른 실세들에 밀려났던 것이었다.


기대했던 큰 역할을 주지 않고 마음에 안 드는 역할을 거지에게 동냥하듯 제안하자 성깔 있는 C가 받을 리 없었다.


그날 김준성 기자를 만난 자리에서도 여전히 화가 풀리지 않은 상태였다. 술이 취한 C는 불쑥 여론조사 이야기를 꺼냈다.


“새끼들, 내가 돈 멕여서 이긴 거 알면서...”

“예? 돈을 멕여요? 누구한테?”


C는 대통령 당선자에게 유리한 결과를 냈던 여론조사 두 곳의 사장에게 거액을 갖다 줬다고 폭로했다.


김준성 기자는 너무 충격을 받아 두방망이질 치는 가슴을 진정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기자정신을 발휘해야 했다.


“이거 기사 써도 돼요?”

“야, 씨x 내가 너한테 얘기하는 이유가 뭐겠냐? 너 기자 아니냐? 근데 너 쓸 수 있겠냐?”


김준성 기자는 그 만남 후 바로 추가 취재에 나섰다. C는 인터뷰까지 해주겠다고 나왔다.


C는 여론조사 회사에 건넨 돈의 출처도 말해줬다. 삼현그룹이었다. 삼현의 최철호 비서실장이었다. 최철호 비서실장을 상대로도 취재를 했다. 최철호 비서실장은 사색이 되었다. 물론 끝끝내 시인하지 않았지만...


김준성 부장이 회한에 젖어 하는 이야기가 이 대목에 이르렀을 때 홍정의는 전율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그 삼현의 최철호가 자기가 최근에 만났던 최철호라니...


원래 이야기로 다시 돌아가서... 김준성 기자는 정치부장에게 취재내용을 보고했다.


당시 정치부장은 현재 앵커를 하는 남기형 특임이사이고 야당 반장은 최근 홍정의 때문에 물러난 전임 보도국장이었다.


지금이나 그때나 정치권력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공중파 방송국이 취임을 앞둔 대통령 당선자의 정통성을 훼손할 수는 없었다. 자칫 취임초부터 레임덕에 걸릴 수도 있는 심각한 사안이었다.


레임덕이 문제가 아니라 대통령이 탄핵될 수 있는 심각한 사안이었다. 대통령선거를 다시 치러야할지도 모를 일이었다.


김준성 기자는 남기형 부장에게 몇 차례 보도해야 한다고 우겼다. 그러나 요지부동이었다. 김준성 기자도 슬며시 겁이 나는 것도 사실이었다. 사안이 너무 컸다.


회사에서는 모르쇠로 나오지 새 대통령 취임을 앞두고 세상은 온통 새정권에 대한 기대감에 충만해 있지... 김준성 기자는 자기가 뭔가를 잘못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자기 검열에 들어갔다.


고민 끝에 결국 슬며시 후퇴했다. 나름대로 할만큼 했다는 자기합리화도 있었다.


그러나 결정적으로는 부정하게 대선후보가 됐던 대통령 당선자가 김준성 기자가 개인적으로 좋아하고 지지하는 정치인이었다는 점이 작용했다.


“난 그때부터 세계관에 좀 혼란이 왔어.”

“절대선도 절대악도 없다는 뭐... 그런 건가요?”

“그렇지. 진영싸움으로 날이 새는 대한민국에서 절대적으로 옳은 놈이 어디 있고 절대적으로 나쁜 놈은 또 어디 있겠냐고?”

“저한테 이런 이야기를 해주시는 특별한 이유라도 있을까요?”


숨가쁘게 젊은 시절의 회한을 풀어낸 김준성 부장이 소주잔을 털어넣고 잠시 호흡을 가다듬었다.


“음... 지금 총선을 앞두고 여야가 지지율 올리려고 아귀다툼을 하는 걸 보다보니까 그때가 생각났을 뿐이야.”

“지금도 그때같은 여론조사 조작 시도가 있을 수 있을까요?”

“화이낫? 여론조사 조작 정도야 맘 먹기 나름 아니겠어?”


이날 이후 홍정의는 여론조사 조작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


남기형 앵커는 KMS 뉴스를 반석에 올려놓았다는 평가를 받는 KMS의 간판 앵커였다.


그만큼 시청자들의 신뢰가 높았고 그가 하는 앵커멘트는 시청자들의 생각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정치권 분위기가 이렇게 과열되고 있는 와중에 KMS 뉴스가 요즘 들어 여당 쪽으로 부쩍 경사되어 간다는 비판이 여기저기서 나왔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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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22. '귀신'은 홍정의이다! 23.12.16 55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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