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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ooon 님의 서재입니다.

곤봉 기자, 홍정의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soooon
작품등록일 :
2023.12.02 20:18
최근연재일 :
2024.01.09 19:05
연재수 :
46 회
조회수 :
2,519
추천수 :
53
글자수 :
243,767

작성
23.12.30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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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42. 일약 사회부장으로

만년 편집부 기자가 사회부 기자가 되었다. 마침 투명인간이 될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을 전수받았다. 그리고 참교육을 위한 '곤봉'을 마련했다.




DUMMY

홍정의는 신임 김준성 보도국장의 전화를 받고 한동안 당혹감을 떨칠 수 없었다. 말이 쉬워 기수 파괴, 서열 파괴 인사이지 기수 문화가 뿌리 깊은 언론사에서는 아주 이례적인 인사였다.


하기야 자기보다 후배인 사건팀장 밑에서 출입처도 없이 고생했던 적이 있는 홍정의에게는 기수 파괴라는 게 꼭 이례적이라고 할 수는 없었지만 일반적으로는 충분히 이례적이라고 할 수 있었다.


발탁된 본인은 뭐 받아들일 수 있다고 치더라도 그걸 보는 입사 선배들은 참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인사였다. 어제까지만 해도 편하게 말을 놓고 지내던 후배에게 업무 지시를 받고 아무래도 말도 올려야할 테니 이만저만 고역이 아닐 것이었다.


“아버지, 이 인사를 받아들여야 할까요?”

“이미 발령이 났다면서?”

“그렇긴 하지만 내가 죽어도 못 하겠다고 하면 취소할 수도 있을 겁니다.”

“나도 그쪽 분위기는 잘 몰라서 뭐라고 조언을 하기 어렵다만 네가 능력으로 부장을 해도 될 만하다는 걸 보여주는 건 어떠냐?”


홍정의는 아버지의 말을 곰곰이 생각해 봤다. 지금 손에 쥐고 있는 대통령 이하 고관대작들의 뇌물 사건만 하더라도 엄청난 기삿감이었다.


이 기사를 잘 보도해 KMS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한다면 사회부장으로서 자격이 어느 정도 증명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몸을 어느 정도 추스렸으니 자신을 태워다주다 비명에 간 대리기사 가족을 만나 위로의 뜻을 전하기로 했다.


홍정의는 아버지와 함께 대리기사의 집으로 찾아갔다. 빌라가 밀집되어 있는 동네였다. 부인과 딸 하나가 홍정의 부자를 맞았다.


“병원에 있느라 빈소에도 못 가봤습니다.”

“아닙니다. 이렇게라도 찾아와주셔서 고맙습니다.”

“부인은 생계를 위해 하시는 일이 있습니까?”


아버지가 어떻게 살아갈지가 궁금해 물었다.


“아닙니다. 이제부터 알아보려고 하고 있습니다. 결혼하기 전에 다녔던 회사에도 연락해 보고 여기저기 알아볼 생각입니다.”


홍정의 부자는 미리 준비해 간 위로금을 전달했다. 가방에 가득 들어있는 현찰을 보더니 대리기사의 부인은 깜짝 놀랐다.


“큰 돈은 아닙니다만 동네에 가게라도 하나 사서 장사라도 해보면 어떨까 막연히 생각했습니다. 부인께서 알아서 잘 쓰시기 바랍니다.”


대리기사의 아내는 눈물을 떨구기 시작했다. 생각지도 않았던 많은 돈이 생긴 게 고맙기도 하고 죽은 남편이 또 생각이 나서이기도 해서였을 것이다.


돌아오는 길에 홍정의의 아버지가 말했다.


“너는 너무 죄책감 갖지 말거라, 내가 종종 살펴볼 테니. 여자는 강하니까 아주머니도 충격에서 벗어나면 딸 잘 키우면서 잘 살 수 있을 거다.”

“그렇게 되면 좋겠습니다.”


홍정의는 다음날 회사로 출근했다. 홍정의 보다 5년이나 선배인 김선일 차장이 후배 부장을 맞이했다.


“아유, 축하합니다, 홍부장.”

“김선배, 민망합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홍정의는 부장으로서 해야 할 인사를 단행했다. 다행히 김준성 국장이 홍정의가 복귀할 때까지 보도국 평기자 인사는 미루고 있었다.


각 부에서 내보낼 사람, 받아들일 사람들을 놓고 부장들끼리 서로 딜을 해야 하기에 가장 많은 인원을 가지고 있는 사회부가 빠지면 평기자 교환이 원활하지 못할 수도 있었다.


홍정의는 법조1진이었던 이철호를 방출하기로 했다. 문책성이었다. 선거를 앞둔 중요한 시기에 야당 대표와 관련된 검찰의 내사 사실 여부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책임을 물은 것이었다.


나머지 인사는 김선일 차장의 의견을 많이 받아들였다.


저녁이 되자 사회부 기자들이 하나 둘 회사로 복귀했다. 대부분 사회부 스테이이고 이철호처럼 방출 케이스는 몇 되지 않았다.


사회부 평기자들, 특히 홍정의보다 입사 선배인 기자들은 입맛이 아주 쓰다는 표정들이었다. 홍정의에게 눈짓으로 아는 척만 하고 자기 자리에들 앉아 컴퓨터만 들여다보았다.


홍정의는 그렇다고 먼저 나서서 잘 부탁한다는 식으로 사회부 기자들에게 굽신거릴 이유는 없다고 판단했다.


홍정의는 이정상 회장 뇌물리스트 보도에 앞서 자신을 덮친 덤프트럭 운전기사를 먼저 취재하기로 했다.


자신의 생명을 노린 범죄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홍정의는 종로경찰서에 출입하는 사건기자에게 덤프트럭 운전기사에 대한 수사가 어떻게 되고 있는지 파악하라고 지시했다.


종로경찰서 출입기자인 이성현은 자기보다 겨우 2년밖에 선배가 아닌 홍정의가 부장이랍시고 취재를 지시하자 배알이 꼴리는 걸 어쩔 수 없었다. 그러나 부장의 지시를 무시할 수는 없었다.


기자실에서의 오수를 방해받은 이성현 기자는 짜증이 잔뜩 묻은 얼굴로 사고조사반으로 터덜터덜 걸어갔다.


사고조사반장은 회전의자를 뒤로 돌려놓고 한숨 자는 중이었다. 이성현 기자는 큼큼! 하면서 인기척을 냈다. 그래도 반장은 코를 골며 일어날 기미를 안 보였다.


“아, 반장님. 일어나 보세요.”


이성현 기자가 회전의자를 흔들자 느릿느릿 눈을 떠 올려다봤다.


“음? 우리 출입기자 양반일세? 왜?”

“뭐 좀 물어보려고요.”

“말해보쇼.”

“거, 있잖아요. 개인택시 대리기사 사망 사고 낸 덤프트럭 기사 있잖아요...”

“응... 그 사건?”

“덤프 기사, 어떻게 됐어요?”

“사망 사고라서 일단 구속했지. 젊은 사람이 안 됐어. 과로했던 모양이야. 내리막길에서 졸았던 걸 보면...”

“다른 범죄 혐의는 없죠?”

“무슨 다른 범죄?”

“아니, 일부러 택시를 깔아뭉갰다든지...”


사고조사반장은 깜짝 놀랐다. 그러나 20년 넘게 경찰 물을 먹은 반장의 짬밥으로 아무렇지도 않은 듯 대답했다.


“응? 그게 무슨 소리야? 깔아뭉개? 왜? 그 사람이 그럴 만한 이유라도 있다는 거야?”

“아니, 꼭 그렇다기보다... 우리 부장이 피해자잖아요.”


교통사고조사반장은 이성현 기자가 ‘우리 부장이 피해자잖아요.’하고 흘리는 말에 깜짝 놀랐다.


“아니, 금방 뭐라 그랬어? 피해자가 당신 부장이라고? 그... 뒤에 탔던 개인택시 주인이? 개인택시하는 사람이 어떻게 당신 부장이야? 그리고 그 사람 당신 부장하기엔 아직 새파랗게 젊은 사람이던데?”

“그래요. 젊죠, 아주 젊어요. 그 사람이 우리 부장이 됐어요. 얼마 전에요. 해고됐다가 복직됐어요. 해고 기간 중에 입에 풀칠하려고 택시했나 봐요.”


교통사고 조사반장은 고개를 느릿느릿 끄덕이면서 생각을 정리했다. 그의 얼굴에 미묘한 동요가 일었다 사라지는 걸 이성현 기자는 알아채지 못했다.


사실 이상한 사고였다. 사고 현장의 cctv를 조사한 결과 범죄로 충분히 의심할 만한 정황이 발견되었다.


홍정의의 이웃집들의 방범용 cctv에 찍힌 영상을 보면 1차로 정면 충돌 사고를 낸 덤프 트럭은 그 자리에서 멈췄었다. 그 상태에서 사고수습을 위해 운전기사란 놈이 차에서 내렸어야 했다.


그러나 구속된 운전기사는 한동안 가만히 있다가 덤프트럭을 다시 움직였다. 가속페달을 밟아 보닛을 타고 오르더니 급기야 택시의 지붕까지 타고 올라갔다.


그 바람에 택시가 깡통처럼 찌그러들었고 택시에 타고 있던 사람 하나는 죽고 하나는 중상을 입었던 것이다.


홍정의는 퇴원 직후 자신의 택시가 끌려간 공업사를 찾아갔다. 공업사에서는 바로 폐차장으로 보냈다고 했다.


폐차장으로 찾아간 홍정의는 발로 짓밟힌 맥주캔처럼 납작하게 찌그러진 자신의 택시를 보고 전율했다. 택시의 지붕 위에는 덤프트럭의 바퀴자국이 아직도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


홍정의는 블랙박스 칩을 빼내 집으로 돌아와 사고 순간을 몇 차례고 되돌려봤다. 아무래도 이상한 사고였다.


덤프트럭은 골목길인데도 자동차 전용대로에서 과속하듯 쏜살같이 택시를 향해 돌진했다. 택시를 강하게 충돌한 뒤 한동안 서 있던 트럭은 다시 액셀을 밟더니 기어이 본닛으로 그리고 지붕 위로 타고 올랐다.


종로경찰서 사고조사반장도 주민들의 방범용 cctv를 통해 그 대목을 잘 알고 있었다. 덤프트럭 기사를 상대로 왜 1차 충돌 후 바로 트럭에서 내리지 않고 택시를 밟고 올라갔는지에 대해 본격적으로 추궁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러나 서장의 전화를 받고 진상을 밝히려던 의지가 꺾이고 말았다.


“응, 그 사건 말이야... 어서 검찰에 송치하라고.”

“조금 더 조사할 게 있습니다. 이놈이 단순 사고를 낸 게 아니라...”

“당신 지금 무슨 소리하는 거야? 단순 사고 아니면 고의 사고라도 된단 말이야? 살인이라는 말이냐고?”

“아니, 꼭 그런 게 아니더라도 사고가 석연치 않습니다. cctv를 보면 이놈이 조금 의심스럽습니다.”

“괜히 사건 키우지 말고 송치해. 정 궁금한 게 있으면 잘난 검사 양반들이 하겠지. 안 그래? 바로 종결하고 송치하라고. 이건 서장으로서 지시하는 거야.”


노련한 사고조사반장은 사고 이면에 뭔가 있음을 직감했다. 그러나 서장의 지시에 토를 달고 나설만큼 세상을 덜 산 경찰관은 아니었다.


자신의 이해와 아무 관계 없는 사고에 필요 이상의 관심을 보이다간 신상에 결코 좋을 리 없으리라는 생각이 스쳤다.


그렇게 마무리된 사건의 피해자 중 하나가 언론사인 KMS의 사회부장이라니... 불길한 기운이 느껴졌다.


KMS의 사회부장이라는 위험요소를 인지한 사고조사반장은 머리를 굴렸다. 책임을 모면해야 했다. 뒤늦게 찾은 것이라며 사고현장의 cctv 파일을 검찰에 보냈다. 사건을 은폐하려던 것이 아니라는 증명을 위해서였다.


공은 검사에게 넘어갔다. 뒤늦게 cctv 증거를 넘겨받은 검사는 고민에 빠졌다. cctv를 보면 이건 분명한 범죄였다. 그런데 지검장이 이 사건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지검장은 신참 검사를 직접 부르기까지 했었다.


“음, 김검사, 그 덤프트럭이 택시랑 충돌한 사건, 송치받았지?”

“네,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그 사건 어서 처리해. 바로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으로 기소하고...”

“아, 예”


이게 어제까지의 상황이었다. 그런데 오늘 들어온 경찰의 cctv 증거물은 교통사고특례법 적용은 잘못된 법적용이라고 말하고 있었다.


젊은 검사는 지검장의 신속 처리 지시냐 아니면 실체적 진실 규명이냐 사이에서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 전자를 택하면 법조인으로서의 앞날에 큰 오점을 남길 수 있다는 게 두려웠고 후자를 택하면 지검장에게 찍히는 것이 두려웠다.


그러나 아직 세상의 찌든 때가 묻지 않은 젊은 검사는 법대로 하는 수밖에 없다고 결론지었다. 그리고 그렇게 하겠다고 부장에게 보고했다.


보고를 받은 부장은 젊은 검사를 다시 불렀다.


“야, cctv가 있다고 해도 본인이 부인하면 범죄 입증이 어려운 거잖아? 내가 보기엔 그래. 걔가 아마 너무 놀라서 후진하려다 기어를 바꾸지 않은 상태에서 가속페달을 밟았다고 주장하면 어떡할 건데?”

“1차 충돌 직후 차에서 내렸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았다는 게 의심스럽거든요. 트럭에서 내려 충분히 구호 조치를 할 시간과 기회가 있었는데 차를 불필요하게 굳이 왜 뒤로 빼려 했을까요? 말이 안 되는 변명이죠.”

“야, 너 경험이 없어서 모르는 모양인데... 네가 살인이나 살인미수로 기소해 놓고 유죄 판결을 받아내지 못하면 너 인사고과 나빠져, 그거 알고 있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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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봉 기자, 홍정의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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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지검장을 혼내다 24.01.08 22 0 12쪽
44 특별한 능력울 추가하다 24.01.02 30 1 12쪽
43 검사와 재벌의 윈윈 24.01.01 24 1 12쪽
» 42. 일약 사회부장으로 23.12.30 26 1 12쪽
41 41. 호사다마와 기사회생 23.12.29 28 1 12쪽
40 40. 귀곡산장의 참교육 23.12.28 30 0 12쪽
39 39. 홍정의의 복직에 대한 각자의 셈법 23.12.28 28 0 12쪽
38 38. 진영싸움과 자리다툼이 불행의 본질 23.12.27 31 1 12쪽
37 37. 썩어빠진 방송국 23.12.27 30 0 12쪽
36 36. 연임을 위한 음모 23.12.26 32 1 12쪽
35 35. '배트맨 tv'를 론칭하다 23.12.26 37 0 12쪽
34 34. 사장의 흉계 23.12.25 37 1 12쪽
33 33. 개인택시 기사가 되다 23.12.25 34 0 12쪽
32 32. 검찰수사관들, 감전사고를 당하다 23.12.23 42 0 12쪽
31 31. 연임에 눈먼 사장의 배신 23.12.22 40 0 12쪽
30 30. 세상일은 예상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23.12.21 41 0 12쪽
29 29. 호떡집에 불난 검찰 23.12.21 44 0 12쪽
28 28. 재벌회장의 완벽한 뇌물 증거 23.12.20 41 0 12쪽
27 27. 나 죽이면 너희도 다 죽어! 23.12.20 45 0 12쪽
26 26. '홍기자의 현장출동' 론칭 23.12.19 46 0 12쪽
25 25. 영악한 피해자 23.12.19 44 0 12쪽
24 24. 곤봉의 등장 23.12.18 48 0 12쪽
23 23. '범인은 홍정의', 사실상 결론 23.12.18 51 1 12쪽
22 22. '귀신'은 홍정의이다! 23.12.16 54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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