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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ooon 님의 서재입니다.

곤봉 기자, 홍정의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soooon
작품등록일 :
2023.12.02 20:18
최근연재일 :
2024.01.09 19:05
연재수 :
4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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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수 :
53
글자수 :
243,767

작성
23.12.16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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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22. '귀신'은 홍정의이다!

만년 편집부 기자가 사회부 기자가 되었다. 마침 투명인간이 될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을 전수받았다. 그리고 참교육을 위한 '곤봉'을 마련했다.




DUMMY

홍정의는 그렇다고 김부장에게 자신의 ‘특별한 능력’을 이야기할 수는 없었다.


“부장님, 부장님이 혹시라도 의심할 수 있는 그런 방법으로 얻은 정보는 아닙니다.”

“응?”

“제가 부장님한테 의논 드리는 정보들은 모두 제 손으로 직접 얻은 정보들입니다. 결코 정보기관으로부터 받거나 부정한 방법으로 취득한 정보들이 아니란 말입니다.”

“혹시... 해킹 같은 거 잘하나?”


그냥 그렇다고 할까? 순간적으로 유혹을 받았지만 거짓말을 할 순 없었다.


“그건 아닙니다. 기회가 되면 말씀드리겠습니다. 어쨌든 저와 제가 수집하는 정보들에 대해 찝찝해 하지 말아주시면 고맙겠습니다.”

“나야 홍정의씨 믿지. 그런데 나에게 상의하는 이야기들이 너무 상상을 초월하는 것들이라 솔직히 말하면 좀 얼떨떨할 때도 있어. 이게 과연 사실일까? 사실이라면 홍정의씨는 어떻게 알게 되었지? 하고 말이야.”

“솔직히 말씀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언젠가는 반드시 말씀드리겠습니다.”

“알았어. 홍정의씨, 너무 신경쓰지 말고. 나중에 말해줄 때까지 기다릴게. 오늘은 술이나 마시자고.”


홍정의는 자신의 ‘특별한 능력’이 ‘고독한 능력’임을 깨달았다. 의지하는 김부장에게마저도 터놓고 이야기할 수 없는 비밀 중의 비밀이었다.


아버지 말고 비밀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이 없다는 게 새삼 힘들게 다가왔다. 아버지도 그래서 바깥출입을 거의 하지 않고 은둔자로 살았던 것이 아니었을까?


홍정의는 그날 밤 술 좋아하는 김준성 부장이 권하는 대로 마시다 보니 다음날 어떻게 집에 돌아왔는지 전혀 기억이 없었다.


김준성 부장의 횡설수설 중에 다음 대목은 기억이 뚜렷했다.


“내가 삼현이랑 사이가 좀 그런 이유? 그건 간단하지. 내가 그들의 기업 승계에 대해 끝까지 물고 늘어졌기 때문이지. 그들의 기피 기자 리스트에 내 이름이 올라있을 거야. 그 이후 나랑은 웬만하면 부딪치지 않으려고 하더라고.”


홍정의는 침대에 누워 자기가 수집한 정보들을 어떻게 처리할지 곰곰 생각했다.


남앵커의 언론인으로서 궤도를 벗어난 행동은 하루바삐 멈추게 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했다.


일반에 공개될 경우 남앵커도 타격을 받겠지만 KMS도 심대한 타격을 받을 것이 분명했다.


홍정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남앵커와 김형식 총장간의 대화 중에서 필요한 부분만 짧게 편집했다. 그리고 남앵커와 3인방의 대화도 간략하게 편집했다.


편집한 클립을 USB에 담아 당사자들에게 전달할 계획이었다. 남앵커에게 줄 USB에는 클립을 두 개 다 넣었고 3인방에게 줄 USB에는 남앵커와의 대화만을 넣었다.


평상시처럼 반주를 곁들인 점심을 하고 2시가 다 되어서 사무실에 도착한 남기형 앵커는 책상 위에 놓인 USB를 발견했다.


USB에는 가느다란 포스트잇 쪽지가 붙어있었는데 ‘보시고 없애시오’라는 짤막한 글귀가 쓰여있었다.


갑자기 불안감이 엄습했다. 서둘러 USB를 컴퓨터에 꽂았다. 온몸이 얼어붙어 꼼짝할 수 없었다.


5분 분량의 동영상이 혹시 외부에 유출되면 남앵커의 언론인으로서의 일생은 물론 무지개 빛 미래도 수포로 돌아갈 것이 분명했다.


혹시 누가 보나 싶어 주위를 살폈다. 다행히 아무도 없었다. 투명모드의 홍정의 외에는 아무도 없는 것이 맞았다.


남앵커는 2시 편집회의에 들어가지 않았다. 아니, 들어갈 수 없었다. 대신 김형식 총장에게 전화를 했다.


“의논드릴 일이 생겼습니다. 급합니다. 오늘 밤 되겠습니까?”


남기형 앵커는 챙겨간 노트북으로 USB의 동영상 중 여론조사 조작 부분을 김형식 총장에게 보여줬다.


김형식 총장도 놀라기는 마찬가지였다.


“아니, 국정원이 여당 총장인 나까지도 이렇게 따라붙는 게 말이 됩니까?”

“국정원이라는 증거가 있습니까?”

“아니, 이런 일을 국정원 아니면 누가 한답니까?”


여당 사무총장이 단호하게 국정원 소행이라고 하고 나서자 남앵커는 3인방으로부터 들은 홍정의의 귀신설을 발설 안 하기 잘했다고 생각했다.


“이게 사실 일반에 유포되면 물론 저도 힘들어지겠지만 여당도 타격을 받을 게 분명하잖습니까?”

“당연하죠.”

“총장님은 이걸 만든 놈들이 누군지 금방 알아낼 수 있지 않을까요?”

“알겠습니다. 내가 알아보겠습니다.”


두 사람은 아무 말 없이 한동안 앉아 있었다. 서로의 머릿속이 복잡했다.


“그런데 조금 이상합니다. 생각해 보니 국정원에서 우리를 위해 애쓰고 있는 남앵커님에게 해코지를 할 리는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 말이죠.”

“저도 환장하겠습니다. 그날 그 중식당의 그 방에 아무리 cctv같은 것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이렇게 생생하게 촬영하고 편집까지 깔끔하게 해서 나한테 협박하듯이 보낸 걸로 보면 이상하기 그지 없습니다. 저 역시 국정원 작품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입니다.


홍정의로부터 USB를 각각 전달받은 3인방도 동영상을 확인했다. 술자리에서는 아무 거리낌없이 할 수 있는 이야기였지만 외부로 나가면 매우 난처한 내용들이었다.


남앵커를 사장으로 보낸댔다가 비례 국회의원으로 보내자고 하는가 하면 여당을 밀기 위한 앵커멘트와 클로징멘트를 작성해서 몰래 보내라고 하는 내용들을 시청자들이 알게 되면 세 사람은 죄은 죄가 이미 있기 때문에 해고가 분명해 보였다.


3인방은 카톡방을 통해 긴급 회동했다.


[ 두분 선배님, 이제 제 말이 조금 믿어지겠죠? 홍정의 그놈 귀신 맞습니다. 아니, 술집에서 은밀히 한 이야기인데 누가 그렇게 세밀히 촬영해서 편집까지 할 수 있겠습니까? ]

[ 당신이 귀신인지 알아보겠다고 걔네 집에까지 갔지만 이상한 불빛 외에는 아직 뭐 확인한 건 없잖아? 안 믿고 싶어 안 믿는 게 아니라, 믿고 싶어도 증거가 없다는 말이지. 나도 사실 홍정의가 조금 이상하긴 이상하지만 말이야. ]


여당의 힘은 강했다. 여당 총장은 바로 국정원장을 접촉했다. 혹시 국정원에서 자기를 미행하거나 뒷조사를 하는지 확인했다.


당연히 그런 사실이 없었다. 김형식 총장은 남기형 앵커로부터 전달받은 USB를 국정원장에게 건넸다. 어떻게 이런 동영상이 만들어졌는지 파악해 달라고 요청했다.


국정원은 즉각 조사에 나섰다. 동영상이 촬영된 중식당부터 뒤졌다. 동영상의 앵글로 봐서 cctv는 아니었다. 직원들이 겉옷에 몰카를 장착하거나 촬영 당일 카메라를 설치했을 것으로 판단했다.


당일 남기형 앵커와 김형식 총장의 식사를 서빙한 직원을 상대로 조사했다. 요원들을 시켜 직원의 집을 샅샅이 뒤졌다.


직원은 아무리 다그쳐도 모른다고만 했고 집에서 유의미한 증거물도 찾지 못했다. 직원의 금융계좌도 뒤졌지만 특이 거래는 찾을 수 없었다.


국정원의 조사가 막다른 골목에서 헤매고 있다는 걸 전해들은 남기형 앵커는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홍정의의 귀신설을 김형식 총장에게 믿거나 말거나 식으로 얘기했다.


김총장도 답답한 마음에 국정원장에게 이런 얘기까지 나온다는 식으로 귀신설을 옮겼다.


돌파구를 찾지 못해 난감해 하던 국정원 조사팀은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으로 홍정의를 주시했다.


국정원 조사팀은 삼현그룹이나 김성철의 전철을 밟지 않았다. 아무도 없는 낮시간에 홍정의의 집에 들어가 깔끔하게 컴퓨터 본체를 들고 나왔다.


그리고 홍정의를 미행하기 시작했다. 술에 취해 귀가 중인 홍정의를 퍽치기를 가장해 공격했다. 홍정의의 핸드폰을 빼앗는 데 성공했다.


홍정의는 뒷머리에 상처를 입고 골목길에 쓰러져 신음하다 행인의 신고로 병원에 실려갔다.


국정원 조사팀은 금세 사건의 전모를 파악했다. 홍정의가 핸드폰으로 촬영하고 데스크탑에서 편집프로그램을 이용해 동영상을 편집했다는 걸 알아냈다.


귀신은 홍정의였다. 백프로는 아니지만 99.99%였다.


그런데 홍정의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경찰이나 검찰에 증거물을 넘길 수 없었다. 국정원이 민간인을 상대로 불법 수사를 했다는 사실을 자인하는 셈이었기 때문이었다.


불법으로 얻은 증거로는 홍정의의 유죄를 입증할 수도 없었다. 무엇보다 정권이 바뀌면 크게 당할 수 있는 사안이었다.


고민 끝에 국정원은 홍정의를 조용히 만나 납득이 안 되는 대목을 물어보고 홍정의에게 다시는 그런 일을 하지 말도록 겁을 단단히 준 다음 사건을 매듭지을 방침을 세웠다.


국정원 조사팀장은 병원에 입원 중인 홍정의를 조용히 찾아갔다.


“간첩이라는 신고가 들어와 우리 요원들이 홍정의씨에게 좀 무리한 짓을 하게 되었습니다. 일단 미안하게 생각합니다.”


40대 중반의 국정원 팀장은 정중하게 사과부터 했다. 홍정의는 마음이 조금 누그러졌다.


“내 휴대폰이나 돌려주시죠.”

“아, 여기 가져왔습니다.”


국정원 요원이 순순히 휴대폰을 돌려주었다.


“지금부터 묻는 말에 솔직하게 대답해 주면 고맙겠습니다.”

“솔직하게요?”

“네. 있는 그대로요.”

“네, 물어보세요.”

“김형식 총장하고 남기형 앵커의 대화는 어떻게 촬영했습니까?”

“나는 그런 적 없습니다.”

“돌려드린 휴대폰에 그 영상이 있는데도요?”

“아, 그래요? 나는 몰랐습니다.”

“왜 이러십니까? 그럼 집에 있는 데스크탑에 동영상을 편집한 흔적이 있는 건 뭐라고 설명하겠습니까?”

“예? 내가 동영상을 편집해요? 난 그런 적 없습니다.”

“정 이렇게 나오면 우리는 어쩔 수 없이 수사기관에 넘길 수밖에 없습니다.”

“네, 그러세요. 안 한 걸 안 했다고 하지, 그럼 했다고 합니까?”

“그럼 누군가 홍기자의 핸드폰을 훔쳐가지고 여당 총장하고 남기형 앵커의 대화를 몰래 촬영하고 또 홍기자의 집에 있는 데스크탑에서 편집까지 했다는 말입니까?”

“글쎄요, 그것은 내가 알 바 아니죠.”


그런데 사실 수사팀장도 홍정의가 중식당 별실에서 촬영했다고 생각지는 않고 있었다. 사건 당일 중식당 내부를 촬영한 cctv를 아무리 돌리고 또 돌려봐도 직원 외에 제3자가 별실을 출입한 흔적은 찾을 수 없었던 것이다.


“기자님이니까 이건 아시죠?”

“뭘요?”

“허락없이 사사로운 대화를 촬영하거나, 촬영한 화면이나 사진을 외부에 공개할 경우 처벌받는다는 거요.”

“물론이죠. 그런데 분명한 건 내가 촬영하거나 외부에 공개한 사실이 없다는 겁니다. 국정원이라면 나보다 미국이나 북한 소행을 의심해 보는 건 어떻습니까?”

“그건 무슨 소립니까?”

“미국이라면 초미니 드론을 이용해 촬영할 수 있지 않을까요? 그리고 그걸 마치 내가 촬영한 것처럼 내 핸드폰에 심어놓고 내 데스크탑도 원격 조정해 동영상을 편집하지 않았을까요?”


국정원 조사팀장은 한숨을 푹 쉬었다.


“그렇게 생각하면 한도 끝도 없지요. 상상이라고 아무것이나 하면 되겠습니까?”

“북한도 생각해보시죠. 그놈들 해킹 솜씨가 세계적인 수준이라고 하지 않습니까?”


홍정의가 너무도 진지하게 시나리오를 쓰고 있자 국정원 수사팀장은 마땅히 반박할 말도 생각나지 않았다.


“나는 억울하게 그놈들에게 이용당하고 국정원으로부터도 의심을 받는 피해자가 되어버렸다면, 너무 억울하지 않겠습니까?”


여당의 김형식 사무총장은 국정원의 중간 수사결과를 보고받고 남기형 앵커와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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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41. 호사다마와 기사회생 23.12.29 28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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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37. 썩어빠진 방송국 23.12.27 30 0 12쪽
36 36. 연임을 위한 음모 23.12.26 32 1 12쪽
35 35. '배트맨 tv'를 론칭하다 23.12.26 37 0 12쪽
34 34. 사장의 흉계 23.12.25 37 1 12쪽
33 33. 개인택시 기사가 되다 23.12.25 35 0 12쪽
32 32. 검찰수사관들, 감전사고를 당하다 23.12.23 43 0 12쪽
31 31. 연임에 눈먼 사장의 배신 23.12.22 40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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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27. 나 죽이면 너희도 다 죽어! 23.12.20 45 0 12쪽
26 26. '홍기자의 현장출동' 론칭 23.12.19 46 0 12쪽
25 25. 영악한 피해자 23.12.19 44 0 12쪽
24 24. 곤봉의 등장 23.12.18 48 0 12쪽
23 23. '범인은 홍정의', 사실상 결론 23.12.18 51 1 12쪽
» 22. '귀신'은 홍정의이다! 23.12.16 55 2 12쪽
21 21. 귀신이 아니고서는... 23.12.15 55 2 12쪽
20 20. 여의도로 출근하고 싶다 23.12.14 60 1 12쪽
19 19. 아무래도 귀신인 것 같습니다 23.12.14 57 2 12쪽
18 18. 클로징멘트 정치 23.12.13 66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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