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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ooon 님의 서재입니다.

곤봉 기자, 홍정의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soooon
작품등록일 :
2023.12.02 20:18
최근연재일 :
2024.01.09 19:05
연재수 :
46 회
조회수 :
2,513
추천수 :
53
글자수 :
243,767

작성
24.01.09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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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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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수사가 제대로 돌아가기 시작하다

만년 편집부 기자가 사회부 기자가 되었다. 마침 투명인간이 될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을 전수받았다. 그리고 참교육을 위한 '곤봉'을 마련했다.




DUMMY




“지금 바로 인사조치 취소해.”

“네, 알겠습니다.”


지검장은 핸드폰을 꺼내들어 부장의 전화번호를 찾았다.


“응, 난데...”

“네, 검사장님.”

“그 박은성이 인사 말이야. 일단 홀드해. 그럴 일이 좀 있어. 나중에 설명할 테니까 박은성이 그대로 나둬.”


부장은 지검장이 왜 생각을 바꿨는지 짐작이 가지 않았다. 그러나 지엄한 지시를 안 따를 수 없었다.


짐을 싸면서 속으로 지검장과 부장에게 저주를 퍼붓고 있던 박은성 검사는 부장의 전화를 받고 고마움 보다는 이상한 생각이 먼저 들었다.


“부장님, 이유를 좀 알 수 있겠습니까?”

“야, 잔말 말고 시키는대로 해. 나도 이유를 모르니까 말이야.”


50대 초반의 지검장은 오랜시간 무릎을 꿇고 있자니 다리가 저려와 미칠 지경이었다. 그러나 알 수 없는 존재가 편하게 하라는 지시를 내리지 않아 그대로 있을 수밖에 없었다. 혹여 자세를 좀 편하게 취하려다 다시 곤봉 세례를 받을까 겁이 났다.


“자, 지금부터 내 질문에 추호의 거짓도 보태지 말고 사실대로 대답해야 한다.”

“알겠습니다.”

“홍정의 KMS 사회부장 관련 사건에 대해 물어보겠다.”


지검장은 짐작하던 바로 그 사건에 대해 보이지 않는 존재가 말을 꺼내자 올 게 오고야 말았다고 생각했다.


“어디에서 연락을 받았나?”


대통령실이라고 말하기 꺼려졌다. 잠시 머뭇거렸다. 가차 없었다. 머뭇거림이 2, 3초도 되지 않았는데 곤봉이 피를 흘리고 있는 바로 그 자리에 다시 날아들었다.


지검장이 이를 악물고 악! 소리를 참으며 신음을 흘렸다.


“너는 이러다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은 안 하는 모양이구나? 자기 사무실에서 의문의 폭행을 당하고 지검장이 사망했다... 이런 보도가 나가면 국민들은 무슨 생각을 할 것 같으냐? 그리고 네 가족은?”


가족을 건드리자 지검장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지금까지는 두개골이 깨지지는 않을 정도로 힘을 조절했는데 지금부터는 두개골이 함몰될 것이다. 한마디만 더 한다면, 정권은 유한하다는 사실을 상기해라.”


지검장은 고개를 푹 숙이고 홍정의의 말을 경청했다.


“이제 채 2년도 안 남은 정권을 위해 진실을 외면하다가 네가 죽게 된다면 그처럼 허무한 죽음이 또 어디 있겠느냐? 다시 말하지만 네 가족을 생각해보거라.”


지검장의 생각에 변화가 일었다. 대통령실이고 국정원이고 그놈들을 위해 자기 목숨을 희생할 이유는 전혀 없었다.


사실 따지고 보면 그놈들이 자신보다 결코 윗사람들도 아니었다. 같은 편이라는 생각으로 그리고 자기를 지검장 자리로 보내준 데 대한 보답의 의미로 사건을 조금 적당히(?) 처리하라고 했을 뿐이었다.


대가가 이처럼 혹독한 줄 알았다면 애시당초 그런 지시도 내리지 않았을 것이다.


“잘 알겠습니다. 진실을 말하겠습니다.”

“누구 지시야?”

“대통령실 사회수석하고 국정원 국내담당 차장이었습니다.”

“이유는?”

“설명은 없었습니다. 막연히 덤프트럭 기사가 힘있는 사람 가족이나 친인척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홍정의는 어이없었다. 분명히 추호의 거짓도 용납 않겠다고 했거늘 대놓고 이런 거짓말을 늘어놓다니...


홍정의의 곤봉이 지검장 사무실의 가라앉은 공기를 예리하게 가르는 소리가 들렸다. 이어서 두개골에 금이 가는 소리가 퍽!하고 들렸다. 지검장 놈은 그 자리에서 쓰러졌다.


이놈은 개과천선할 놈이 아니었다. 자기에게 부탁한 놈들의 이름은 가르쳐주었으나 자신이 알고 있는 부탁의 이유는 감추었던 것이었다.


자신에게 부탁한 이유까지 발설할 경우 나중에 자신이 법적으로 불이익을 받게 될 것으로 예상하고 그 부분은 입을 열지 않은 것이었다.


홍정의는 사무실 문을 거칠게 밀고 나오면서 여비서에게 들어가보라고 말했다. 사람은 보이지 않는데 명령조의 목소리가 들리자 이상하다 싶었지만 이것저것 생각할 때가 아니었다.


바로 지검장 방으로 뛰어들어갔다. 검사장님이 바닥에 피를 흘리며 바닥에 쓰러져 있는 걸 발견하고 출타중인 계장에게 전화를 했다.


재경지검장이 대낮에 자신의 사무실에서 피를 흘리고 신음을 하고 있었으니 검찰청은 벌집 쑤신 듯 난리가 난 게 당연했다.


검사들과 직원들이 삼삼오오 모여 정보를 교환했다. 천하의 수사기관이라고 하더라도 변고를 당한 본인이 이야기를 못하고 있는데다 여비서 또한 현장을 본 게 아무것도 없으니 사건을 재구성할 수 없었다.


검찰청이 온통 어수선한 틈을 타 홍정의는 이번에는 박은성의 상관인 부장을 찾아갔다.


부장은 지검장이 왜 박은성을 그대로 두라고 지시를 내렸는지 파악해 보려고 여기저기 전화를 돌리던 중 지검장이 사무실에서 중상을 입고 앰뷸런스에 실려갔다는 보고를 받고 몹시 긴장하고 있던 차였다.


지검장 사무실에 비해 크기가 훨씬 작긴 하지만 부장은 자기 사무실에서 서성거리며 여전히 여기저기 전화를 돌려 정보를 수집하고 있었다.


갑자기 허공에서 웬 소리가 들려왔다.


“야, 이놈아!”

“...?”

“네, 이놈!”


부장이 놀라 두리번거렸다.


“두리번거리면 내가 누군지 볼 수 있겠니?”


홍정의는 냅다 곤봉을 휘둘렀다. 무방비 상태에서 일격을 당한 부장은 악! 소리와 함께 소파에 주저앉았다.


“이 자식, 어디서 편한 소파에 앉으려고 하느냐?”


말을 제대로 이해 못한 부장이 머리를 감싼 채 소리가 나는 방향을 쳐다보았다.


“바닥에 내려앉아 무릎을 꿇지 못하겠느냐?”


부장은 그러나 말을 듣지 않았다. 그대로 소파에 앉아서 움직이지 않았다. 홍정의의 2차 곤봉이 날아들었다. 처음보다 강도가 훨씬 강했다. 홍정의가 지시를 다시 내릴 필요가 없었다.


부장은 무릎 걸음으로 소파 밖 빈 공간으로 기어가 무릎을 꿇었다.


“잡범들과 아무런 차이가 없구나. 그저 맞아야 말을 듣는 게 어찌 그리 똑같단 말이냐?”


부장은 아직 상황 파악이 안 되는 눈치였다. 혹시 자신이 꿈을 꾸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하는 것 같았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것은 아닌 모양이었다.


“조금 전 지검장놈이 앰뷸런스에 실려가는 건 보았지?”

“네.”

“너도 앰뷸런스 타고 싶으냐?”

“...?”

“너희 지검장은 다시는 검찰청에 출근할 수 없을 것이다. 너도 그렇게 되고 싶으냐?”

“아, 아닙니다. 제가 무엇을 어떻게 하면 되겠습니까?”

“진실을 나에게 말해 주면 된다. 너희 지검장은 나에게 거짓말을 하다 그렇게 되었다는 것만 알아둬라.”


부장검사의 얼굴이 점점 흙빛이 되어갔다. 제발 꿈이기를 바랐다. 악몽이 지나가길 간절히 빌었다.


“너는 어떻게 생각하느냐? 그 덤프 트럭 기사가 낸 사고의 본질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

“예?”

“너는 내 질문의 취지를 잘 알면서도 나에게 반문을 한 잘못을 저질렀다. 이번 한번은 봐주지만 다시 그러면 너도 지검장의 신세를 면치 못할 것이다.”

“잘 알겠습니다. 단순 교통사고는 아닌 것 같습니다.”

“그럼?”

“누군가를 죽이려 한 사고였습니다.”

“누굴 죽이려 했을까?”

“개인택시의 주인이었던 홍정의라고 추측합니다.”

“홍정의를 왜?”

“그것까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왜 대통령실과 국정원에서 사건을 은폐하려고 했을까?”

“그것이 사실 궁금했습니다. 이모저모 알려보려고 좀 했습니다만 능력이 부족해서인지 아직 파악을 못했습니다.”

“그럼 너의 죄는 이렇게 정리되는구나. 살인 내지 살인미수 사건을 단순교통사고로 처리해 사건을 은폐하도록 부하 검사에게 압력을 행사한 죄, 즉 직권남용, 독직죄를 범한 것이지?”

“...”

“내가 너의 고백을 처음부터 끝까지 녹음을 해놨으니 딴소리는 못하겠지?”

“잘못했습니다.”


부장놈은 홍정의의 목소리가 들리는 방향을 향해 바닥에 엎드렸다.


“내가 너를 사회에서 완전히 밀어낼 것인지 아니면 눈을 감아줄 건지는 네가 앞으로 어떻게 하느냐에 달렸다. 개전의 정을 보이면 기사회생할 수도 있다는 말이다.”

“살려주십시오. 잘못을 뉘우치고 법대로 수사하도록 하겠습니다. 박은성 검사를 시켜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반드시 밝혀내겠습니다.”


홍정의는 한동안 부장놈을 내려보다가 방을 빠져나왔다. 부장은 열렸다 닫히는 문을 멍하니 바라보다 옷에 묻은 먼지를 털면서 일어났다.


담당 검사로부터 지검장에 이르기까지 한바탕 혼뜨검을 내고 나자 수사가 겨우 제대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박은성 검사는 검사장이 갑자기 변을 당한 데다 부장도 태도를 바꿔 실체적 진실을 밝히라고 서두르는 모습을 보고 홍정의가 다녀갔다는 걸 짐작했다.


박은성은 덤프 기사의 본인, 친인척, 애인의 계좌를 샅샅이 훑었다. 집에 숨겨놓았던 핸드폰도 압수해 포렌식을 했다.


범행의 댓가를 찾아내는 건 그러나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범행을 앞두고 덤프기사가 어디를 돌아다녔는지 핸드폰과 차량 블랙박스를 토대로 일일이 확인했다.


고향을 방문한 걸 확인했다. 그리고 부모님의 비밀 하우스에 장시간 머물렀던 사실을 파악했다.


박은성은 수사관들을 데리고 부모님의 비닐하우스를 급습했다. 어렵지 않게 땅에 묻어놓은 현찰을 찾아냈다. 5만원 짜리 백 장씩 묶인 현금 다발 2백 개, 10억 원이 주인이 출옥할 때를 기다리고 있었다.


박은성은 부장 보다 홍정의에게 먼저 보고했다.


“고생했어요. 그럼 그 돈의 출처를 밝혀내면 되겠네요?”

“네, 최선을 다해 추적해보겠습니다.”


다음날부터 덤프기사를 상대로 돈이 어디서 났는지를 추궁했다. 그러나 기사는 알고 지내는 형들로부터, 몇 다리 걸쳐 교통사고를 가장한 살인을 청부받았으나 상대방은 누군지 전혀 모른다고 답했다.


따라서 10억 원이라는 현찰도 누가 보낸 것인지 알 수 없다고 버텼다.


박은성은 덤프기사가 거짓말하는 걸로 보지는 않았다. 홍정의에게 사실대로 보고했다.


다시 홍정의가 나설 차례였다.


홍정의는 병원에 입원해 있는 지검장을 찾아갔다.


지검장은 두개골이 함몰되는 바람에 한동안 혼수상태에 빠져있었으나 큰 수술 끝에 지금은 대화는 가능할 정도로 많이 호전되어 있었다.


지검장은 휠체어를 타고 병원 정원에 앉아 있었다. 남자 간병인은 벤치에 앉아 핸드폰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홍정의는 투명모드로 지검장에게 접근했다. 지검장의 귀에 대고 말했다.


“죽지는 않았구나.”


죽을 때까지 결코 잊을 수 없는 귀신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지검장은 소스라쳤다. 그러나 소란을 떨어서는 안 된다는 걸 알고 있었다. 다행히 벤치에 앉아 핸드폰을 들여다보고 있는 간병인은 눈치채지 못했다.


“이 정도 선에서 나에게 그만 당하고 살고 싶으면 내가 묻는 말에 바른대로 대답하길 바란다. 그러겠느냐?”


지검장은 저항할 이유가 없었다. 이미 많은 걸 내려놓은 터였다.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렇다면 간병인을 좀 멀리 떨어져 있도록 하거라.”


지검장은 벤치에 앉아 있는 간병인을 불렀다.


“어이, 간병인 친구!”

“네, 검사장님.”

“내가 어디 통화할 일이 좀 있으니까 좀 멀리 떨어져 있다가 내가 손짓하면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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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지검장을 혼내다 24.01.08 21 0 12쪽
44 특별한 능력울 추가하다 24.01.02 30 1 12쪽
43 검사와 재벌의 윈윈 24.01.01 24 1 12쪽
42 42. 일약 사회부장으로 23.12.30 25 1 12쪽
41 41. 호사다마와 기사회생 23.12.29 28 1 12쪽
40 40. 귀곡산장의 참교육 23.12.28 30 0 12쪽
39 39. 홍정의의 복직에 대한 각자의 셈법 23.12.28 28 0 12쪽
38 38. 진영싸움과 자리다툼이 불행의 본질 23.12.27 31 1 12쪽
37 37. 썩어빠진 방송국 23.12.27 30 0 12쪽
36 36. 연임을 위한 음모 23.12.26 32 1 12쪽
35 35. '배트맨 tv'를 론칭하다 23.12.26 37 0 12쪽
34 34. 사장의 흉계 23.12.25 37 1 12쪽
33 33. 개인택시 기사가 되다 23.12.25 34 0 12쪽
32 32. 검찰수사관들, 감전사고를 당하다 23.12.23 42 0 12쪽
31 31. 연임에 눈먼 사장의 배신 23.12.22 40 0 12쪽
30 30. 세상일은 예상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23.12.21 41 0 12쪽
29 29. 호떡집에 불난 검찰 23.12.21 43 0 12쪽
28 28. 재벌회장의 완벽한 뇌물 증거 23.12.20 41 0 12쪽
27 27. 나 죽이면 너희도 다 죽어! 23.12.20 45 0 12쪽
26 26. '홍기자의 현장출동' 론칭 23.12.19 46 0 12쪽
25 25. 영악한 피해자 23.12.19 44 0 12쪽
24 24. 곤봉의 등장 23.12.18 47 0 12쪽
23 23. '범인은 홍정의', 사실상 결론 23.12.18 50 1 12쪽
22 22. '귀신'은 홍정의이다! 23.12.16 54 2 12쪽
21 21. 귀신이 아니고서는... 23.12.15 55 2 12쪽
20 20. 여의도로 출근하고 싶다 23.12.14 60 1 12쪽
19 19. 아무래도 귀신인 것 같습니다 23.12.14 57 2 12쪽
18 18. 클로징멘트 정치 23.12.13 65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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