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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ooon 님의 서재입니다.

곤봉 기자, 홍정의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soooon
작품등록일 :
2023.12.02 20:18
최근연재일 :
2024.01.09 19:05
연재수 :
4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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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24
추천수 :
53
글자수 :
243,767

작성
23.12.20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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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재벌회장의 완벽한 뇌물 증거

만년 편집부 기자가 사회부 기자가 되었다. 마침 투명인간이 될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을 전수받았다. 그리고 참교육을 위한 '곤봉'을 마련했다.




DUMMY

홍정의는 ‘홍기자의 현장 출동’ 론칭 기념 첫 아이템에 대해 김준성 부장에게 보고했다. 김준성 부장은 너무 충격을 받았는지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대통령은 불소추특권이 있다고 하나 대한민국의 권력깨나 누리는 사람들이 모조리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현관에서 포토세션을 갖게 되었으니 이 일을 도대체 어찌할꼬? 하는 심정이었을 것이다.


보도국 사무실 천장만 한동안 쳐다보고 있던 김준성 부장은 이윽고 목을 가다듬었다.


“홍정의씨, 하나만 물어볼게.”

“네.”

“그 자료는 어떻게 구했어?”

“검찰청 쓰레기통을 뒤졌습니다.”


이건 귀신이 하는 짓이 아니었다. 옛날부터 전해 내려온 열혈기자의 취재방식이었다.


홍정의는 품에서 스카치테잎을 붙인 이정상 리스트를 꺼내 보여줬다.


“이거 보시죠.”


한동안 리스트를 살피던 김준성 부장은 이건 장난이 아님을 인정해야 했다. 본격적인 질문공세를 펼쳤다. 사안이 중대한 만큼 체크해야할 것이 많았다.


“이정상 회장은 만나봤어?”

“아니요. 이제 만나보려고 합니다.”

“아니, 가장 중요한 인터뷰이를 왜 아직까지 안 만났어? 이 사람이 만약에 부인하면?”

“그럴 일은 없을 겁니다. 정 걱정되시면 내가 만나보고 나서 결정을 하셔도 됩니다.”

“자, 조속히 본인이 분명 뇌물을 주고 작성한 리스트라는 실토를 받도록 하고...”

“네, 알겠습니다.”


김부장은 한동안 다시 생각에 잠겼다.


“아, 그리고 뇌물을 받은 사람들은 어떻게 할 생각이지?”

“일단 일일이 전화해서 만나볼 생각입니다. 안 만나겠다고 하면 그 사실을 기사에 반영하고요.”

“그리고 말이야... 이정상 회장의 이 장부 외에 뇌물수수를 추가로 입증할 만한 다른 증거자료는 없을까? 은행 계좌라든가...”

“이 회장한테 있나 물어보겠습니다. 이렇게 꼼꼼하게 적어놓은 걸 보면 다른 증거도 있을 가능성이 없진 않아 보입니다.”

“또 우리가 신경 써야할 게 뭐가 있을까?”


김부장이 홍정의를 바라보며 눈짓으로 대답을 재촉한다.


“음... 제일 중요한 건 담당검사가 증거인멸과 무혐의를 맞바꿨다는 건데 검사 본인의 실토를 받는 거겠죠.”

“맞아, 그걸 생각 못했네. 검사도 만나봐야겠네. 물론 제대로 대답해줄 리는 없겠지만”

“만나보겠습니다.”


김준성 부장은 혼자서 고개를 끄덕거리며 뭔가를 생각하는 것 같았다.


“만약 이게 방송이 되어서 나라가 결딴이 나면... 홍정의씨는 어떻게 생각해? 그 여파에 대해서?”

“사회가 업그레이드하기 위해서 거쳐야할 과정이라면 감수해야겠죠. 그리고 우리 사회가 그 정도의 충격은 충분히 흡수해 낼 거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회사는 어떻게 나올 거라고 생각해?”


홍정의가 이번 취재를 하면서 가장 걱정하던 대목이었다.


“사실 그게 가장 걱정됩니다. 사장님은 임기가 다 되었으니 모른척하고 그냥 가만히 계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하기 쉽지 않을거야, 사장님이 퇴임을 얼마 남겨놓지 않았지만 그래도 여권과 가까운 사이야. 아마... 당신 정말 이럴 수 있느냐고 여권에서 정색하고 나서면 사장님도 가만히 계시기 어려울 수도 있어.”


홍정의는 생각해뒀던 복안을 이야기했다.


“그러면 사장님도 어쩔 수 없는 ‘분위기’를 만들어야겠죠.”

“분위기를 어떻게?”

“홍정의가 이걸 취재하고 있는데 회사에서 내지 못하게 하고 있다는 걸 시민단체나 우리와 생각을 같이 하는 언론사에 흘려야죠. 사회적 이슈가 되게 말이죠. 그러면 사장님도 오히려 부담이 줄어들 겁니다. 세상이 다 알게 되어 어쩔 수 없이 방송을 허락할 수밖에 없었다는 명분을 만들어드리면 될 것 같습니다.”


김준성 부장은 홍정의를 빤히 쳐다보더니 피식 웃었다.


“왜 그러십니까?”

“그동안 생각 많이 했다?”

“요즘 저는 자나깨나 이 생각밖에 안 합니다.”

“하기야... 내가 홍정의씨 입장이라도 그러겠다.”


부장과의 대화가 원만히 이뤄졌으니 홍정의는 이제 서둘러 보강취재를 마무리해야 했다. 이거 저거 잴 필요가 없었다. 좌우 살피지 않고 공격적으로 속도전을 펼쳐야 했다.


소문이 다 퍼져 관련자들의 방어기제가 작동되기 전에 관계자들을 기습적으로 만나는 게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뇌물공여자 이정상 회장은 퇴근 후 그의 집에서 만났다. 식사가 끝난 후 본인의 금고가 버티고 서있는 서재에서 시간을 갖는 게 일상인 듯했다.


뉴미디어에 익숙하지 않은 듯 신문을 보고 있었다. 투명모드를 해제한 홍정의는 놀라지 않도록 인기척을 했다.


낯선 사람이 책상 앞에 서 있는 걸 발견한 이정상 회장은 벌떡 일어났다.


“너무 놀라지 마십시오. 의논 드릴 일이 있어 찾아뵈었습니다.”

“누, 누구요? 당신.”

“저는 KMS의 홍정의 기자라고 합니다.”

“기자? 그런데 왜...? 아니, 그 보다도 여긴 어떻게 들어왔소?”

“일단 앉으시면 차분히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이정상 회장은 홍정의의 말대로 자리에 다시 앉았다.


“사실은 회장님이 뇌물 리스트를 없애는 조건으로 무혐의 처분받은 것 때문에 왔습니다.”


이정상 회장은 다시 자리에서 일어날 뻔 했다.


“아니, 그걸, 그걸... 당신이 어떻게 알어?”

“제가 기자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아무리 기자라고 해도 그렇지 그걸 어떻게 아냔 말이지...”


홍정의는 스카치테잎으로 이어붙인 뇌물리스트를 품에서 꺼내 이정상 회장 앞에 내놓았다.


이정상 회장은 ‘이이익?’하며 이것이 도대체 어떻게 자기 눈앞에 나타났는지 모르겠다는 표정이었다.


“아니, 이건...이게 어떻게 당신 손에...?”

“진정하십시오, 회장님.”

“아니, 이게 이게 지금...”


이정상 회장이 문밖을 향해 누군가를 부르려는 것 같았다.


“회장님, 누가 오면 상황이 더 복잡해지지 않을까요?”


이정상 회장은 누군가를 부르려던 생각을 접는 것 같았다.


“그래, 당신이 원하는 게 뭐요? 뭘 바라는 거요?”

“전 회장님이 검찰을 상대로 사기를 쳤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뭬야? 내가 사기를 쳤다고?”

“이거 가짜 리스트 아닙니까? 가짜 서류로 검찰을 협박해서 처벌받지 않고 빠져나온 거 아닙니까?”


이정상 회장이 자리에서 다시 벌떡 일어났다.


“아니, 이 사람이... 사람을 어떻게 보고... 나 이정상이야. 정상그룹 회장 이정상!”


홍정의는 밀리지 않았다.


“이 수법이 제가 알기로는 과거 공룡그룹 이회장님도 써먹었던 수법인데 회장님은 이번엔 진짜가 아닌 가짜 리스트로 사기를 치는 데 성공한 것이죠.”


이정상 회장이 손으로 홍정의의 뺨을 후려쳤다. 홍정의는 그대로 맞아주었다.


“이 새끼가... 사람을 우째 보고... 내가 뇌물을 줄 때마다 그때 그때 적어둔 긴데... 뭐? 가짜? 너 이 자식 기자 아니제? 정체가 뭐꼬?”


홍정의는 호주머니에서 명함을 꺼내 이정상 손에 올려주었다. 이정상은 한동안 명함을 내려다보았다.


“내가 이 종이 쪼가리를 어떻게 믿나? 그건 그렇다 치고 알고 싶은 게 뭔데?”

“아까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회장님이 사기를 친 게 아니라면 그걸 증명할 수 있는 다른 보조 증거가 있으면 보여주시지요.”

“그거야 간단하제. 기다려보라꼬.”


이정상 회장은 씩씩거리며 금고로 향했다. 홍정의가 비밀번호를 안 보겠다는 의사 표시로 뒤로 돌아서있는 사이 비장(B帳, 또는 秘帳)의 원본을 꺼냈다.


“당신이 갖고 있는 건 일종의 요약본이라고. 이게 진짜제. 여기 보라꼬. 자, 여기 검찰총장한테 1억을 갖다줄 때 적어놓은 거 한 번 보라꼬. 그때 내 뇌물 전용 통장의 잔고가 1억이 줄어든 거 보이제? 이 뇌물통장은 뇌물 외의 용도로 쓴 적이 없어. 그리고 어디서 줬어? 맞아, 신현대골프장. 그리고 왜? 그놈이 총장이 되었다고 해서 축하금으로 준 기야. 이렇게 해도 본인이 안 받았다고 하면 그땐 어떻게 하느냐? 내가 그렇게 간단한 사람은 아니지. 암. 나는 증거를 꼭 확보하거던.”


이정상 회장은 흥분해서 이말저말 두서없이 쏟아냈다. 홍정의는 끼어들지 않고 가만히 듣고 있었다. 녹음을 하면서...


“나는 말이야... 뇌물을 멕인 다음날 반드시 전화를 해. 전화를 해갖꼬 어제 내가 디린 돈 1억, 아니면 10억 잘 처리했느냐.... 어디 쓰실 것이냐... 같은 말을 해서 그 사람이 뇌물을 받은 것을 은연 중에 인정하도록 하지. 어때? 그러면 먹고도 안 먹은 것처럼 못하겠지? 통화 녹음을 들이대면 말이야... 하하하하.”


홍정의는 이정상 회장이 갑자기 웃음을 떠뜨리자 정신이 조금 어떻게 되었나? 의심했다.


얼마나 열정적으로 본인의 결백 즉, 검찰에 사기 친 게 아니라는 사실을 주장했는지 기력이 다 빠진 것 같았다.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홍정의는 이정상 회장의 열변을 녹음하면서 촬영도 대충 하고 있었다.


“통화 녹음 하나 들어볼 수 있을까요? 그러면 내가 회장님의 결백을 믿고 물러가겠습니다.”

“그래? 조금만 기다려보라고.”


이정상 회장은 금고를 다시 뒤졌다. 조그만 일제 녹음기를 꺼내왔다.


“이거 우리 비서가 다 정리해 둔 거라고. 아무데나 눌러서 들어보라고.”


홍정의는 사양하지 않고 녹음기 전원을 켜고 리스트를 살펴봤다. 검찰총장이라고 쓰인 녹음파일이 보였다. 주저없이 플레이를 시켰다.


[ - 아이고, 우리 총장님, 이정상입니다.

- 아이고, 우리 회장님, 어제는 정말 고마웠습니다.

- 내사마 조금 더 많이 넣어디랬어야 하는데 그저 축하의 의미로다 1억밖에 못 넣었십니더. 나중에 기회되면 얼마든지 우리 총장님 좋은 데 쓰시라꼬 더 보내 드리겠십니더.

- 에이, 아닙니다. 이것도 많습니다. 제가 뭐 돈 쓸 데 있나요? 우리 와이프 차나 한 대 사주겠습니다. 회장님 덕에 우리 마누라가 좋은 차 타게 생겼습니다. ]


계속 듣다간 낯이 많이 뜨거워질 것 같았다.


“맞제? 이 정도면 증거 안 되겠나? 내가 이리 철저한 사람이다.”


어느새 홍정의에게 말을 놓은 이정상 회장은 이 상황이 조금 이상하다는 걸 느끼기 시작했다.


“그런데 당신, KMS 기자라 안 캤나?”

“네, 그렇습니다.”

“내가 그란데 와 이런 말을 당신한테 해주고 있는 거제?”

“아니, 검찰에 사기 안 쳤다는 걸 지금 증명하고 계시지 않습니까?”

“맞다. 내가 분명히 검사 그놈한테 사기 친 게 아니라카이. 이제 됐나?”


홍정의는 핸드폰으로 하고 있는 녹음과 촬영이 이 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회장님, 잘 알겠습니다. 제가 조금 오해를 했던 모양입니다. 그럼 시간도 늦었는데 저는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그래? 그럼 그래라. 나 멀리 몬 나간다.”


홍정의는 예의 바르게 인사를 하고 서재문을 열었다. 그 즉시 투명모드로 바꿔 이정상 회장의 저택을 빠져나왔다.


골목길로 나온 홍정의는 방금 빠져나온 이정상 회장의 저택을 뒤돌아보았다. 높은 축대로 둘러싸인 이 회장의 저택은 방범등의 빛을 반사하는 안개비의 빗방울들만 낙하하고 있을 뿐 정적에 휩싸여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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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42. 일약 사회부장으로 23.12.30 26 1 12쪽
41 41. 호사다마와 기사회생 23.12.29 28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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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36. 연임을 위한 음모 23.12.26 32 1 12쪽
35 35. '배트맨 tv'를 론칭하다 23.12.26 37 0 12쪽
34 34. 사장의 흉계 23.12.25 37 1 12쪽
33 33. 개인택시 기사가 되다 23.12.25 35 0 12쪽
32 32. 검찰수사관들, 감전사고를 당하다 23.12.23 43 0 12쪽
31 31. 연임에 눈먼 사장의 배신 23.12.22 40 0 12쪽
30 30. 세상일은 예상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23.12.21 41 0 12쪽
29 29. 호떡집에 불난 검찰 23.12.21 44 0 12쪽
» 28. 재벌회장의 완벽한 뇌물 증거 23.12.20 42 0 12쪽
27 27. 나 죽이면 너희도 다 죽어! 23.12.20 45 0 12쪽
26 26. '홍기자의 현장출동' 론칭 23.12.19 46 0 12쪽
25 25. 영악한 피해자 23.12.19 44 0 12쪽
24 24. 곤봉의 등장 23.12.18 48 0 12쪽
23 23. '범인은 홍정의', 사실상 결론 23.12.18 51 1 12쪽
22 22. '귀신'은 홍정의이다! 23.12.16 55 2 12쪽
21 21. 귀신이 아니고서는... 23.12.15 55 2 12쪽
20 20. 여의도로 출근하고 싶다 23.12.14 60 1 12쪽
19 19. 아무래도 귀신인 것 같습니다 23.12.14 57 2 12쪽
18 18. 클로징멘트 정치 23.12.13 66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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