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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ooon 님의 서재입니다.

곤봉 기자, 홍정의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soooon
작품등록일 :
2023.12.02 20:18
최근연재일 :
2024.01.09 19:05
연재수 :
46 회
조회수 :
2,526
추천수 :
53
글자수 :
243,767

작성
23.12.15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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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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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12쪽

21. 귀신이 아니고서는...

만년 편집부 기자가 사회부 기자가 되었다. 마침 투명인간이 될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을 전수받았다. 그리고 참교육을 위한 '곤봉'을 마련했다.




DUMMY

희미한 달빛에 홍정의가 곤히 잠든 모습이 보였다. 사실 김성철이 특별히 하려고 계획한 건 없었다. 그냥 홍정의가 귀신인지 아닌지를 확인해 보고 싶었던 것뿐이다.


그러나 넓은 집에 남자 혼자 사는 게 조금 이상하다고 생각했을 뿐 홍정의가 귀신이라고 단정할 만한 특이점은 발견하지 못했다.


이상한 나무와 홍정의의 몸에서 이상한 빛이 뻗쳐나오는 것 외에는.


더 이상 확인할 게 없다고 판단한 김성철은 철수하기로 했다. 발소리를 죽이며 현관으로 향했다.


처음엔 무언가에 부딪힌 줄 알았다. 이마가 굉장히 아팠다. 그러나 불법 침입자 처지라 악! 소리도 내지 못했다. 엉거주춤 앉은 자세로 신음을 삼키며 이마만 세게 문지르며 아픔을 참았다.


통증이 가라앉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이번에는 뭔가 강력한 힘이 가슴팍을 세게 밀치는 것이었다. 김성철은 뒤로 벌러덩 넘어졌다.


이어서 방망이가 휙휙 소리를 내면서 김성철의 몸 여기저기를 가격했다. 얼핏 이 방망이가 삼현그룹 최철호 실장이 당했다는 바로 그 방망이인가 싶었다.


방망이의 움직임이 거칠어졌다. 아무리 비명을 참으려 해도 참을 수 없었다. 어쩔 수 없었다. 홍정의의 집에 몰래 들어왔다는 사실도 잊은채 홍정의의 이름을 불렀다.


“홍정의! 홍정의! 사람 좀 살려줘!”


그러나 홍정의는 나타나지 않았다. 얼마나 더 맞았을까? 이제는 죽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될대로 되라는 심정으로 사지를 축 늘어뜨렸다.


모든 걸 운명에 맡기고 미동도 않고 있었다. 몽둥이질도 멈추고 얼마나 흘렀을까? 어느 순간 강력한 힘이 김성철의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다시 방망이가 김성철의 등을 사정없이 후려갈겼다.


놀란 김성철은 방망이가 몰아대는 방향으로 걸음을 내딛었다. 집밖을 향해 걷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김성철은 퍼뜩 깨달았다. 자기를 집밖으로 몰아내려는 것 같았다. 뒤도 안 돌아보고 마당으로 뛰어나갔다.


대문 쪽으로 정신없이 달려나간 김성철은 급한 마음에 헛손질을 몇 차례나 한 끝에 간신히 대문을 열었다.


몸은 이미 만신창이였다. 이를 만져봤다. 다행이었다. 이는 멀쩡했다. 최철호 실장처럼 안 된 것만 해도 다행이라고 생각하면서 골목을 정신 없이 뛰어내려갔다.


무의식중에 경찰 로고가 환하게 불을 밝히고 있는 지구대로 뛰어가고 있었다.


그러나 목적지가 지구대여서는 안 된다는 깨달음이 왔다. 남의 집에 무단 침입을 했다가 뭔지도 모르는 존재에게 폭행을 당한 것이 아닌가?


골목 어귀에서 겨우 택시를 잡아타고 병원 응급실로 달려갔다. 병원에서는 치료를 하고 경찰에 신고했다. 이러거나 저러거나 어차피 경찰에 진술을 해야할 상황이었다.


김성철은 출동한 경찰에게 사실대로 말할 수 없었다. 길거리를 가다가 누군가로부터 무차별 폭행을 당했다고 적당히 둘러댔다. 이른바 묻지마 폭행의 피해자 코스프레를 했다.


다음날 3인방에 대한 인사발령이 났다. 예고대로 심의실이었다. 그러나 김성철은 출근을 못하고 휴가를 내야만 했다.


김성철은 검진 결과 다행히 심각한 부상은 아니었다. 그러나 상처가 가라앉고 멍이 가실 때까지는 상당히 긴 시간이 필요했다.


열흘 정도 지나 상처의 붓기가 어느정도 가라앉자 전임 보도국장과 경제부장이 나오라고 했다. 아직 몰골이 말이 아니어서 밤 시간에 방송국 근처 단골 술집의 별실에서 몰래 만나야 했다.


“야, 얼굴이 너무 상한 것 같네? 열흘이 지났는데도... 아니, 어떻게 된 게 걔네 집에만 가면 사람들이 이렇게 처참한 몰골이 되어서 나오냐?”

“제가 뭐라고 했습니까? 홍정의 걔, 사람 아니라고요. 귀신이 분명한 것 같습니다.”


홍정의의 집에 가서 두들겨 맞고 온 당사자가 홍정의는 귀신이라고 우기는데 두 사람은 할 말이 없었다.


“제가 홍정의 얼굴이라도 보면서 직접 맞았으면 그나마 낫겠어요. 누가 패는지도 모르고 맞기만 했다니까요? 그게 귀신 아니면 뭐겠어요? 저 사실, 십년감수했어요. 오늘도 무서워서 겨우 나왔어요. 그 귀신이 언제 또 다시 나한테 달려들지 모르잖아요?”


김성철의 몰골을 면전에서 직접 보고 경험담을 들으니 최철호 비서실장이 당했다는 이야기가 과장이 아니었구나 싶었다.


“사태가 심각한 건 이해하겠는데 그렇다면 홍정의가 귀신으로 변신해 김성철씨에게 폭행을 했다는 말인가?”

“저로서는 그렇게밖에 생각 못하겠습니다.”

“홍정의를 보기는 봤어?”

“못 봤다니까요...”


두 선배가 질문에 나서자 김성철은 확신이 조금 약해졌다.


“그게... 사실 조금 애매하기는 애매합니다. 내가 당하기 직전 홍정의는 침대에서 잠들어 있었거든요.”

“그렇다면 혹시 그 집에 귀신이 따로 살고 있다는 말인가?”

“그럴 수도 있겠네. 홍정의가 귀신이 아니고 그 집이 귀신의 집인 모양이지.”


말을 듣고 보니 그런 것도 같았다. 집에 아무런 시건장치가 없는 것도 이상했다.


도둑 맞을 물건이 없어서가 아니라 따로 믿는 구석이 있으니까 굳이 자물쇠를 채우지 않은 건 아닐까?


“근데 하나 이상한게요...”

“응, 말해봐”

“홍정의가 집에 들어오니까 마당 한 구석에 있는 이상한 나무 기둥같은 물체에서 강한 불빛이 뻗쳐나왔습니다.”


두 선배는 계속 이야기해보라는 얼굴이었다.


“그것만 봤으면 제가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마당에서 집안으로 걸어들어가고 있던 홍정의의 몸에서도 이상한 현상이 일어났습니다.”

“이상한 현상?”

“네, 홍정의의 몸에 이상한 풍선같은 막이 쳐지면서 그 얇은 막에 오로라 같은 빛이 출렁거렸습니다. 그냥 오로라 생각하면 됩니다. 그런 빛이 출렁거리는 걸 봤습니다.”


두 선배는 이 이야기에 갑자기 위축되는 듯했다.


“야, 그거 이상한데? 진짜 뭐 있는 거 아냐? 이거 어디 신고해서 정식으로 수사해보도록 하는 게 맞지 않나?”

“어디에다요? 경찰, 검찰? 우리가 이상한 도깨비 같은 걸 봤으니 수사 좀 해달라... 이렇게요?”


평소 전임 보도국장 앞에서 겸손하기만 하던 경제부장이 이야기에 얼마나 몰입이 되었는지 대놓고 면박을 주었다.


“그런가? 그건 아무래도 좀 그렇겠지? 명색이 기자들이 귀신을 봤다고 신고하는 꼴이 될 테니 말이야.”


전임 보도국장은 경제부장으로부터 면박을 당했다는 사실도 몰랐다.


“자, 자, 우리 이럴 게 아니라 술이나 좀 마시자. 배도 고프고 술도 고프다. 뭐가 세상이 이렇게 어수선하냐?”


“국장님, 세상이 어수선한 게 아니라 홍정의 그놈이 이상한 거죠.”

“그런가?”


이번에도 면박을 당했으나 별로 의식하지 않았다.


“알았어. 알았다고. 일단 한 잔 하고 다시 이야기하자.”


전임 보도국장의 정리로 세 사람은 골치 아픈 귀신 논쟁을 잠시 접고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그러나 다른 이야기를 하다가도 금세 홍정의와 귀신 이야기로 되돌아오곤했다.


그러나 뚜렷한 해답을 찾을 수 없는 막연한 이야기일 뿐이었다.


루저 3인방은 술도 잘 받지 않았다. 술 마실 기분이 아니었다. 김성철이 완전히 회복된 것도 아니어서 세 사람은 술자리에서 일어나려 했다.


그때 술집의 문이 열리며 문에 달아놓은 쇠방울소리가 쩔렁거렸다. 별실에서 막 나오던 세 사람은 그 자리에서 얼어붙고 말았다.


눈앞에 홍정의가 서 있었다. 커다란 키의 홍정의가 김준성 부장과 둘이서 3인방을 내려다보며 서 있었다.


김성철이 순간 스르르 주저앉았다. 너무 놀라 실신해 버린 것이었다. 전임 보도국장과 경제부장은 김성철의 뺨을 때리며 정신을 차리게 하느라 난리였다.


종업원이 찬물을 가져오고 물수건을 가져오고 난리법석을 핀 끝에 겨우 김성철의 정신이 돌아왔다.


김준성 부장이 전임 보도국장에게 말했다.


“아니 김성철씨 왜 이러죠? 그리고 이 얼굴은요? 왜 이렇게 됐습니까? 누구한테 맞았습니까?”

“아니, 김부장은 몰라서 묻는 거야?”


전임 경제부장이 애먼 김준성 부장에게 성질을 부렸다.


“홍정의한테 맞았다는 거 아냐?”

“예?”

“야, 홍정의!”


전 경제부장이 신경질적으로 홍정의를 불렀다.


“예?”

“당신, 사람을 이렇게 만들어놓고도 무사할 것 같아?”

“예? 무슨 말인지 나는 이해가 안 됩니다.”

“야, 너 이 새끼, 어디 두고 보자고. 사람 두들겨 패는 게 네 특기인 모양이지?”


김준성 사회부장이 끼어들었다.


“아니, 홍정의씨, 당신이 김성철씨 이렇게 만들어놓은 게 사실이야?”

“제가 언제요? 저는 아무것도 모릅니다.”

“아무것도 모른다지 않습니까? 김성철씨, 좀 설명해 줄 수 있어?”


가까스로 정신을 차린 김성철은 홍정의의 얼굴을 다시 보더니 아무말을 못했다. 주섬주섬 소지품을 챙겨 술집을 나가려고만 했다.


“어이, 김부장!”

“예, 국장님.”

“홍정의 조심해. 저 친구 이상한 친구야. 내 말 명심하라고. 나중에 후회하지 말고.”


보도국장이 앞장선 가운데 일행은 술집을 나갔다.


3인방이 나가고 나서 마주 앉은 김준성 부장과 홍정의는 맥주로 갈증을 달랬다.


“그런데 무슨 이야기야? 홍정의씨가 김성철을 때렸어?”


홍정의는 씨익 웃었다.


“아니, 우리집에 밤중에 몰래 숨어들었다 나한테 맞긴 좀 맞았죠.”

“밤중에 숨어들어? 왜? 뭐 훔치려고?”

“글쎄요. 모르겠어요. 왜 우리집에 몰래 들어왔는지.”

“그래서 이번에도 홍정의씨가 특기인 무술로 패줬다고?”

“가볍게 혼 좀 내준 거죠. 한 짓이 있으니까 나한테 정식으로 따지지도 못하고 오늘 저러네요.”


홍정의는 남기형 앵커가 김형식 여당 사무총장과 나눈 여론조사 조작 관련 대화, 그리고 남기형 앵커가 전임 보도국장, 경제부장, 김상철 등과 의논한 KMS 사장 또는 정계로 진출하는 방안 등에 대해 김준성 부장에게 이야기했다.


여론조작 제안에 대해 김준성 부장은 충격을 받았다. 자기가 과거 야당 출입기자로서 취재했을 땐 내보내지 못하게 해놓고 거기서 힌트를 얻어 현 집권여당에게 아이디어랍시고 제공했다는 데 대해 적지않게 실망한 것 같기도 했다.


“남기형 선배가 인격적으로 존경할 만하지는 않았어, 옛날부터.”

“이대로 내버려둘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계획 있어?”

“글쎄요. 음모를 폭로하는 게 가장 효과적인 저지 방법 아닐까 싶은데요.”


김준성 부장은 술잔을 기울이며 생각에 잠겼다.


“남앵커 말고 나머지 세 명은 천명포장 주가조작이나 푸드코트 분양 건 때문에 모가지가 거의 절반은 잘린 것 같은데 이것까지 폭로되면 완전히 퇴출되겠지?”

“저도 같은 회사 선배들인데 마음이 그렇게 가볍지만은 않지만 어떡하겠습니까? 내버려둡니까?”

“홍정의씨는 그런데 그런 걸 도대체 어떻게 다 알아?”


홍정의, 저스티스 홍은 기습질문에 당황했다. 애써 침착을 가장했다.


“어쩌다보니 그렇게 되네요. 나도 차라리 몰랐으면 좋겠어요.”


기상천외한 정보들을 계속 가져오니 의심을 충분히 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정보기관 같은 데서 소스를 받는 게 아니냐고 의심할 가능성이 높았다.


남앵커나 3인방이 나쁜 사람들이라곤 하지만 그렇다고 그들의 약점을 캐는 정보기관과 한통속이라면 그것 역시 좋지 않게 볼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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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41. 호사다마와 기사회생 23.12.29 28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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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26. '홍기자의 현장출동' 론칭 23.12.19 46 0 12쪽
25 25. 영악한 피해자 23.12.19 44 0 12쪽
24 24. 곤봉의 등장 23.12.18 48 0 12쪽
23 23. '범인은 홍정의', 사실상 결론 23.12.18 51 1 12쪽
22 22. '귀신'은 홍정의이다! 23.12.16 55 2 12쪽
» 21. 귀신이 아니고서는... 23.12.15 56 2 12쪽
20 20. 여의도로 출근하고 싶다 23.12.14 60 1 12쪽
19 19. 아무래도 귀신인 것 같습니다 23.12.14 57 2 12쪽
18 18. 클로징멘트 정치 23.12.13 66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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