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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ooon 님의 서재입니다.

곤봉 기자, 홍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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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ooon
작품등록일 :
2023.12.02 20:18
최근연재일 :
2024.01.09 19:05
연재수 :
4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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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3,7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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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2.28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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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홍정의의 복직에 대한 각자의 셈법

만년 편집부 기자가 사회부 기자가 되었다. 마침 투명인간이 될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을 전수받았다. 그리고 참교육을 위한 '곤봉'을 마련했다.




DUMMY

국회의원 선거는 싱겁게 끝났다. 야당이 과반수를 상회하는 1당을 차지했고 여당은 2당으로 밀려났다.


일부에서는 여당의 충격적 참패라고 표현하기도 했지만 그동안의 여론조사를 살펴보면 이런 결과는 충분히 예견됐었다.


표심(票心)이 야당으로 기운 데에는 홍정의의 ‘배트맨tv’가 남기형 앵커와 여당 사무총장 간의 여론조사 조작 음모와 KMS 사장과 대통령실 비서관 간의 야당 대표에 대한 음모를 폭로한 것이 결정적이었다.


야당은 승리의 축배를 들었다.


여당과 대통령실은 대통령의 레임덕을 걱정해야 했다.


그러나 이번 선거판을 좌지우지한 홍정의의 상황은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여전히 KMS의 해고자였다. 그리고 개인택시 기사였다.


선거승리의 흥분이 가라앉자 덕을 톡톡히 본 야당에서는 홍정의 문제를 회의 테이블에 올렸다.


야당과 아무런 접촉이 없었지만 선거에 결정적인 도움을 준 해직기자에게 어떻게 고마움을 표시해야 할지 설왕설래가 있었다.


야당은 홍정의의 해고무효소송을 맡고 있는 이철근 변호사와 접촉해 자세한 내막을 파악했다.


듣고보니 문명사회에서 있을 수 없는 만행이 저질러진 걸 확인했다. 그 만행의 배경에 한국의 권력자들이 대거 연루되어 있다는 것도 이철근 변호사의 입을 통해 듣게 되었다.


야당대표가 홍정의의 취재에 지레 겁을 먹고 이정상 회장의 돈을 받은 바 있다고 실토한 적이 있는데 알고 보니 야당대표의 뇌물은 빙산의 일각이었음을 확인하기도 했다.


야당은 이정상 회장의 뇌물 리스트는 다가오는 대선에서 주도권을 잡을 수 있는 호재라고 판단했다.


따라서 뇌물 리스트를 확보하고 있는 홍정의를 제도권 언론이자 영향력이 막강한 KMS에 하루빨리 복귀시키는 것이 홍정의 본인은 물론 정권교체를 이뤄내야 할 야당에 유리하다고 판단했다.


홍정의가 KMS에 복귀해 이정상 회장 뇌물리스트를 본격적으로 보도하면 손 안 대고 코 푸는 격이라고 생각했다.


야당은 억울하게 KMS에서 해고당한 홍정의 기자의 신속한 재판진행을 촉구하는 대변인 성명을 발표했다.


다수당인 야당에서 뜬금없이 재판의 정상적인 진행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하자 홍정의의 재판을 맡고 있는 재판부는 화들짝 놀랐다.


힘있는 사람들의 의중을 살펴 특별한 이유 없이 재판을 질질 끌어왔던 죄가 있던 터라 거대 야당이 주도하는 국정감사, 국정조사, 탄핵 등이 무섭지 않을 수 없었다.


재판장은 윗사람들 챙겨주다 자기 목숨 날아가고 싶지 않았다. 선거도 끝났으니 재판을 정상적으로 진행하기로 했다.


재판부의 분위기 변화를 알게 된 이정상 회장 뇌물 리스트 주인공들은 긴급 대책회의를 열었다.


결론은 뜻밖에 쉽게 내려졌다. 홍정의의 재판을 신속히 진행시켜 복직을 빨리 시키기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것이었다.


총선 과정에서 보아하니 ‘배트맨tv’라는 유튜브 채널의 위력이 공중파인 KMS 못지 않았다.


홍정의가 ‘배트맨tv’를 통해 제멋대로 리스트를 터뜨리기 전에 KMS에 복직시켜 공식조직에 묶어두자는 계산이었다


누가 될지는 모르지만 KMS의 새 사장을 통해 홍정의를 컨트롤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그리고 가처분 소송 등을 통해 불법으로 수집한 영상을 틀지 못하도록 할 수 있다고도 생각했다.


여당과 야당이 서로 셈법은 달랐지만 홍정의를 KMS에 복귀시키는 게 자신들에게 유리하다고 계산한 것이었다.


홍정의를 무슨 이유에서든 KMS에 복귀시키려 한 사람들은 그래도 최소한의 양심은 있는 사람들이었다.


레임덕을 두려워한 대통령실은 생각이 달랐다. 2년후 퇴임하자마자 뇌물수수혐의로 검찰청을 들락거릴 수는 없었다. 호랑이 무서운 줄 모르는 하룻강아지를 제거하는 수밖에 없다고 결론지었다.


국정원 요원 A와 B가 급히 홍정의를 찾았다.


“이번 만남으로 우리는 홍기자님한테 진 빚을 다 갚은 것으로 하겠습니다.”

“그만큼 중요한 정보를 준비했다는 뜻으로 들립니다.”

“바로 그렇습니다.”


국정원 요원 A와 B는 홍정의에 대한 테러 계획이 진행중이라는 정보를 전해주고 사라졌다.


비록 ‘특별한 능력’이 있다고는 하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홍정의가 주도적으로 이용할 때 막강한 능력이 될 뿐 공격을 받을 때는 크게 도움이 되지 않을 수도 있는 ‘특별한 능력’이었다.


실제로 국정원 요원들이 홍정의의 핸드폰을 탈취하기 위해 퍽치기를 가장해 공격했을 때 속절없이 당하는 바람에 병원에 입원하기도 하지 않았는가?


국정원 요원들의 귀띔 이후 홍정의는 택시를 몰 때든 집에 혼자 있을 때든 늘 테러를 의식해야 했다.


KMS의 사장 공석 사태는 예상보다 길어졌다. 유력한 후보였던 남기형 앵커에 이어 연임을 노리던 현직 사장까지 불명예로 물러난 뒤 적임자 찾기가 쉽지 않았다.


이사회는 그럼에도 새 사장을 찾아 임명해야 했다. 사장 공모 공고를 내고 지원을 받기로 했다.


KMS 내부에서는 부사장이 물망에 올랐고 외부 인사로는 시민단체 대표 한 사람이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홍정의는 자신을 해고한 인사위원회 위원장이었던 부사장이 KMS의 사장이 되는 것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리고 시민단체 대표라는 사람도 방송에 대한 식견이 전혀 없는 사람이라 적임자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홍정의는 오랜만에 김준성 부장을 만났다.


“선거도 여소야대로 끝났으니 조만간 복직되겠지? 조금만 더 기다리면 되겠네.”

“회사에서 항소하지 않으면요. 또 모르죠, 해고가 정당했다고 판결이 날 수도 있는 거고요.”

“낙관적으로 생각하자고. 그나저나 뭐 따로 용건이 있는 건 아니고?”

“부장님은 새 사장 후보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해서요.”

“오호? 새 사장? 부사장이 가장 무난하지 않겠어? 회사를 누구보다도 잘 알 테니 말이야.”

“정말 그렇게 생각하시는 거예요?”

“그렇게 질문하니 조금 그렇긴 한데 비교하자면 그렇단 말이지. 새로운 인물이 있다면 모르지만...”


홍정의는 입에 머금고 있던 말을 결국은 내뱉고 말았다.


“이승철 국장님은 어떨까요?”

“이국장? 응? 나는 그런 생각은 안 해 봤는데 말이야... 아, 사람으로 보면 기중 나은 분이지. 그런데 당사자가 아직 사장 생각이 없는 것 아닌가?”

“부장님이 좀 권해보시지요?”

“내가?”


갑작스러운 이승철 국장 이야기에 김준성 부장은 적이 당황했다. 말을 듣고 보니 하기야 못할 것도 없다는 생각이 들기는 들었다.


김준성 부장은 다음날 퇴근 후 이승철 국장을 따로 만났다. 그리고 홍정의의 이야기를 전했다. 물론 본인도 홍정의의 의견에 동조한다는 이야기도 했다.


홍정의는 다음날 KMS 부사장의 뒤를 밟았다. 부사장 차는 정체가 심한 간선도로를 벗어나 서울 외곽의 좁은 길을 한참 달렸다. ‘서울에도 이런 곳이 다 있나?’ 할 정도로 시골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산동네로 접어들었다.


마침내 부사장 차가 손글씨로 삐뚤빼뚤 ‘닭백숙’이라고 쓴 입간판이 금방이라도 넘어질 듯이 서있는 허름한 식당의 마당으로 들어갔다.


홍정의는 골목 구석에 택시를 세우고 부사장의 움직임을 지켜봤다. 부사장이 식당 건물로 들어가고 나서 운전기사도 식당으로 들어가는 것이 보였다.


홍정의도 택시에서 내렸다. 투명모드로 바꾼 홍정의는 음식점 안으로 들어가기 전, 부사장 차로 접근했다.


부사장 차의 타이어 바람을 빼기 시작했다. 쉬잇! 하는 소리가 제법 컸지만 누구도 알아차리지 못했다.


바람이 빠지는 소리를 들으며 음식점 안으로 들어가니 구두와 운동화 예닐곱 켤레가 정리되어 있는 방이 유난히 왁자지껄했다.


종업원이 드나들 때 문틈으로 살짝 들여다보니 부사장이 상석에 앉아있는 것이 보였다. 맞은편을 보니 아니... 사퇴한 노조위원장이었다. 노조위원장만이 아니었다. 노조집행부의 익숙한 면면들이 보였다.


부사장이 노조를 상대로 사장 선거운동을 하는 자리였다.


노조위원장 놈은 관둔다고 한 다음에도 여전히 노조위원장 행세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노조집행부나 회사측에서도 묵인하면서 사실상 위원장 대접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홍정의는 노조위원장놈이 아직 정신을 못 차렸다고 생각했다. 지난번 홍정의에게 처맞고 입원해 있을 때 분명히 홍정의의 경고를 알아듣는 척 했는데 그때뿐이었던 것이다.


다른 놈들까지 다 혼내기는 번잡스러울 것 같았다. 노조위원장놈하고 부사장만 콕 찝어 혼을 내주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홍정의는 투명모드로 방으로 들어갔다.


“부사장님, 그런데 홍정의 재판이 본격적으로 진행될 모양이던데 만약 1심에서 홍정의가 승소하면 부사장님은 어떻게 하실 생각이세요?”

“음? 홍정의? 그거 법대로 해야지. 암, 법대로.”

“그러면 대법원 최종 판결 때까지 재판에 매달리게 한단 말씀인 거죠?”

“거럼, 거럼, 그런 놈은 가급적 KMS에 발을 못 붙이게 하는 게 상책이야. 복직시켜놓으면 또 무슨 평지풍파를 일으킬지 모르잖아?”


정치권에서 자신들의 이해 관계에 따라, 홍정의가 KMS에 복직하는 게 낫다, 아니다 하면서, 지들 맘대로 남의 운명을 정하려 하고 있는 와중에 부사장은 홍정의가 KMS에 다시 발붙이는 게 싫다는 속마음을 드러낸 것이었다.


귀신 같은(?) 홍정의의 힘을 익히 경험한 노조위원장과 노조집행부 역시 홍정의가 자신들의 행보에 걸림돌이 되는 걸 원치 않았다.


“그런데 지금 노조위원장 자리는 언제까지 공석으로 둘 건가?”


부사장이 집행부를 둘러보며 궁금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한 친구가 나서더니 결연한 표정으로 목소리를 높였다.


“원래의 임기가 끝날 때까지는 새 위원장을 뽑지 않는 게 우리 위원장에 대한 예의라고 우리 집행부가 결의를 했습니다. 우리는 그때까지 위원장으로 모실 생각입니다.”


무슨 북한 공산당도 아니고 마피아도 아닌데 참 희한한 친구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위원장으로 모신다니...


“자, 그러면 우리의 위원장을 위해 다함께 건배합시다. 건배!”


부사장이 건배를 제의하자 모두가 ‘건배!’를 외치며 술잔들을 부딪쳤다. 술잔들이 다 비자 집행부 한 녀석이 폭탄주를 말겠다며 나섰다. 10여개의 맥주잔이 일렬로 정렬했다.


소줏잔으로 적당량의 소주를 맥주잔에 채운 다음 맥주를 따를 차례가 되었다.


갑자기 맥주병 하나가 하늘로 솟아올라 춤을 추기 시작했다. 허공을 이리저리 날아다니던 맥주병이 거꾸로 뒤집혔다.


맥주병에서 콸꽐 쏟아져내리는 맥주가 소폭잔을 차례로 채워나갔다. 사람들은 충격을 받아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못했다.


누군가 먼저 집단 최면에서 깨어난 듯 말했다.


“어, 이거 왜 이러는 거야? 뭐야, 이거?”


일행이 아무런 움직임을 취하지 못하고 있는 사이 마침내 맥주잔마다 맥주가 채워져 소폭잔 10여개가 만들어졌다.


사람들은 홍정의를 떠올렸다. 지금 이 방에 홍정의가 분명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아무리 두리번거려도 보일 리는 없었다.


술자리의 달아올랐던 분위기는 급속히 식었다. 식은 정도가 아니라 공포분위기가 감돌았다.


“아니, 지금 내가 뭘 잘못 본 건가?”


부사장이 손을 발발 떨며 물잔을 들이키며 물었다.


“아마도 홍정의 놈이 또 온 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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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봉 기자, 홍정의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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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9. 홍정의의 복직에 대한 각자의 셈법 23.12.28 28 0 12쪽
38 38. 진영싸움과 자리다툼이 불행의 본질 23.12.27 31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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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35. '배트맨 tv'를 론칭하다 23.12.26 37 0 12쪽
34 34. 사장의 흉계 23.12.25 37 1 12쪽
33 33. 개인택시 기사가 되다 23.12.25 34 0 12쪽
32 32. 검찰수사관들, 감전사고를 당하다 23.12.23 42 0 12쪽
31 31. 연임에 눈먼 사장의 배신 23.12.22 40 0 12쪽
30 30. 세상일은 예상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23.12.21 41 0 12쪽
29 29. 호떡집에 불난 검찰 23.12.21 43 0 12쪽
28 28. 재벌회장의 완벽한 뇌물 증거 23.12.20 41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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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23. '범인은 홍정의', 사실상 결론 23.12.18 50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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