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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ooon 님의 서재입니다.

곤봉 기자, 홍정의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soooon
작품등록일 :
2023.12.02 20:18
최근연재일 :
2024.01.09 19:05
연재수 :
4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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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16
추천수 :
53
글자수 :
243,767

작성
23.12.21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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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29. 호떡집에 불난 검찰

만년 편집부 기자가 사회부 기자가 되었다. 마침 투명인간이 될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을 전수받았다. 그리고 참교육을 위한 '곤봉'을 마련했다.




DUMMY

혼신의 힘을 쏟아 사기꾼이 아님을 증명하는 데 성공한 이 회장은 너무 지쳐 의자에 앉은 채 그대로 잠이 들었다.


골목길을 걸어내려가는 홍정의는 조금 전까지 이 회장과 나눴던 대화가 꿈인가 싶었다.


이 회장이 나이가 들어 치매에 걸렸는가? 어떻게 그렇게 홍정의가 원하는 답을 술술 해줄 수가 있었을까?


쉽지 않을 거라고 예상했던 이 회장 상대 취재가 너무 쉽게 풀리고 나자 홍정의는 오히려 헛헛했다.


긴장이 풀리자 피로가 한꺼번에 밀려왔다.


부자 동네 골목길을 다 내려온 홍정의는 택시를 잡아탔다. 차창밖으로 대로변의 휘황한 조명들을 멍하니 바라보다 깜빡 잠이 들었다.


정지신호를 받고 택시가 꿀렁거리는 바람에 짧은 잠에서 깨어났다.


“아이고, 미안합니다. 브레이크를 너무 세게 밟았나 보네요.”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많이 피곤한 모양이네요? 쉬어가면서 일하세요.”

“아, 예...”


룸미러를 통해 기사 아저씨를 자세히 보니 깔끔한 용모가 원래 택시기사를 하던 사람은 아닌 것 같았다.


“죄송하지만 아저씨는 하루에 얼마 정도 버세요?”


질문을 해놓고도 내가 왜 이런 질문을 했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왜 그러시오? 젊은이도 택시 해보게?”

“아니요. 그런 건 아니지만 그냥 궁금해지네요.”

“대중 없어요. 열심히 하면 한달에 3백도 벌다가 피곤하면 2백 정도 버는 것으로 만족하고...”


하루에 십만원 벌이도 안 되는 사람도 이렇게 밝게 사는데 어떤 이는 수천억, 수조원의 재산을 쌓아놓고도 교도소 담장 위를 걷고 있는 것이 아이러니하다는 생각이 얼핏 스쳤다.


다음날 출근해서 김준성 부장에게 취재 경과를 보고했다.


김준성 부장은 홍정의의 취재가 사실이 아니면 더 좋지 않을까 생각해 본 것도 사실이었다.


그러나 홍정의가 이정상을 만나 사실을 확인함으로써 빼도 박도 못하는 상황이 된 걸 확인하고 마음을 고쳐 먹었다.


보도는 어쩔 수 없이 해야 하고 이왕 보도하는 거 만반의 준비를 하고 전투에 임하는 게 낫겠다고 현실에 맞게 생각을 조정했다.


홍정의는 마지막 퍼즐 조각이자 이 사건의 핵심인물인 담당 검사에게 전화를 걸었다.


“KMS 홍정의 기잡니다. 이정상 회장이 대통령과 검찰총장을 끌어안고 벼랑끝에서 뛰어내리겠다고 시위를 벌이다 무혐의 처리된 것과 관련해 확인해 볼 것이 있는데 시간을 좀 내주시겠습니까?”


상대는 아무말이 없었다. 홍정의도 생각할 시간을 주느라 가만히 있었다.


이윽고 상대가 다시 나왔다.


“그러시죠. 우리 사무실로 오실 수 있으면 오시죠.”

“알겠습니다.”


홍정의가 검찰청으로 택시를 타고 달려가는 사이 젊은 검사는 부장검사에게 득달같이 달려가 보고했다.


부장검사는 차장검사에게 차장검사는 지검장에게 지검장은 대검찰청 차장에게 차장은 검찰총장에게 총장은 법무장관에게 장관은 대통령 비서실장에게 쭉쭉 보고가 이어졌다.


홍정의가 검찰청의 조사실에 앉았을 때는 지검장 이하 간부들이, 안에서는 밖이 안 보이는 유리창을 사이에 두고 홍정의의 숨소리마저 놓치지 않고 경청할 준비를 마쳤다.


젊은 검사는 명함을 건넸다. 정준일이라는 이름이었다. 홍정의도 명함을 건넸다. 홍정의가 먼저 입을 열었다.


“유감입니다. 나는 당신 사무실에서 차나 한 잔 얻어먹으면서 간단히 몇 가지 확인하려고 했는데 이렇게 조사실에 갖다놓으니 내가 영 기분이 좋지 않네요.”

“설명드리겠습니다. 워낙 중차대한 사안을 말씀해서 모든 걸 증거로 남겨두기 위해 불가피하게 녹화가 되는 이 조사실로 모셨습니다.”

“아, 그래요? 그러면 내가 하는 한마디 한마디는 법적 책임을 질 수도 있겠네요? 내가 피의자나 참고인인가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기자시죠. 저는 기자의 취재에 응하는 취재원이고요.”

“그렇더라도 우리가 나눈 대화는 확실히 증거로 남겨놓자? 이 말입니까?”

“기자시니까 이해가 빠르시군요. 혹시 나중에 기사화가 된다든지 할 때 우리가 서로 다른 주장을 할지도 모르잖습니까? 그럴 때에 대비한다는 의미도 있죠.”

“자, 그럼 대등한 방어권을 위해서 나도 녹화를 좀 할 수 있을까요?”

“예?”


홍정의는 가방에서 휴대용 트라이포드를 꺼내 탁자 옆에 세우고 그 위에 핸드폰을 설치했다. 정준일 검사는 어리둥절하면서 홍정의가 하는 모양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이윽고 설치를 마친 홍정의는 정준일 검사를 쳐다봤다.


“자, 그럼 대화의 준비가 다 된 것 같습니다. 나부터 질문을 좀 드릴까요?”


홍정의에게 기습반격을 당한 정준일은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그러나 취재기자와의 대화를 녹화하겠다고 먼저 말한 이상 상대방도 녹화를 하는 것을 막을 수는 없었다.


밖에서 지켜보던 지검장 이하 간부들은 정준일이 홍정의와의 수싸움에서 밀리는 걸 보고 혀를 끌끌 찼다.


“물어보시죠.”


홍정의는 A4 용지 한 장을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 정준일은 금방 종이의 정체를 알아차렸다.


“이게 뭔지 아시죠?”

“글쎄요. 잘 모르겠습니다.”

“아하, 왜 이러십니까? 이정상 회장의 뇌물 리스트 요약본, 이거 이 조사실에서 이정상 회장이 쫙쫙 찢어버리지 않았습니까?”


너무 태연하게, 너도 알고 나도 아는 이야기라는 식으로 이야기하자 순간적으로 정준일 검사는 방어벽이 무너졌다.


“그걸 당신이 어떻게 알아?”

“어허, 젊은 양반이 취재 기자한테 이렇게 매너 없이 반말지거리하면 되겠어요? 밖에서 지켜보는 상사들이 당신을 얼마나 미숙하게 보겠어요? 대한민국 검사라면 말이오...”


정준일은 홍정의의 말빨에 제대로 말려들었다. 밖에서 지켜보고 있는 상사들이 더 의식되었다. 태도를 검사답게 더 고압적으로 바꿨다.


“아, 잘난 척 그만하고... 뭐가 궁금한데?”

“이 종이가 뭔지 아냐고 내가 묻지 않았습니까?”

“내가 모른다고 말하지 않았나?”

“그런데 이정상 회장이 여기서 이걸 쫙쫙 찢어버렸다고 하니까 그걸 어떻게 아느냐고 평정심을 급격히 잃은 이유는 뭡니까?”


밖에서 지켜보던 고위 검사들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지검장이 한숨을 푹 쉬었다.


“누가 검사고 누가 기자야? 저 자식 연수원 몇 기야?”


그러나 대답하는 간부는 없었다. 지검장이 실망해서 그냥 물어본 것일뿐이라는 걸 알기 때문이었다.


“질문을 바꿔서 하죠. 이정상 회장이 무혐의로 풀려난 이유는 무엇입니까?”


핸드폰이 켜져있는 상태에서 대놓고 물어보니 대답하기가 참 옹색했다. 자칫 거짓말로 대답했다가 나중에 거짓말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 더 곤경에 처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저 얼버무릴 수밖에 없었다. 말투도 공손해졌다.


“무혐의로 풀어줬을 때는 우리가 다 법적인 검토를 세밀히 한 끝에 결정한 것 아니겠어요?”

“아, 그러셨군요. 그럼 왜 이 뇌물 리스트는 이 방에서 찢어버리라고 한 거죠?”

“내가요? 내가 찢으라고 했다고요?”

“네.”

“증거 있어요?”

“증거 보여드릴까요?”

“있다면...”


홍정의는 녹화중인 핸드폰을 잠시 거치대에서 벗겨서 지난번 이 방에서 투명모드로 있으면서 촬영한 화면을 정준일 검사 눈앞에 플레이시켰다.


밖에서는 고위검사들이 무슨 화면인지 궁금해 하는 사이 정준일 검사는 숨이 넘어가고 있었다. 검사로서는 절대 있을 수 없는 거래를 하는 장면이 그대로 재생되고 있었다.


[ 여기서 이 종이 찢어버리면 우리가 무혐의 처리해드리겠습니다. ]


잡범들도 아니고 이런 명백한 증거를 보고도 내가 그런 말 한 적 없다고 할 수는 없었다.


“아니, 이걸 어떻게 촬영한 거요?”


홍정의는 다시 핸드폰을 거치대에 설치했다.


“아니, 젊은 양반이 진실이 무엇인지 대답할 생각은 않고 그게 어디서 났는지부터 묻는 건 아무래도...”

“...”

“이정상 회장을 만났습니다.”


조사실 안과 밖의 검사들은 홍정의가 이정상을 만났다는 말에 폭탄이라도 떨어진 듯 혼비백산했다.


“이정상 회장이 다 실토했습니다. 자신의 뇌물리스트와 무혐의를 맞바꿨다고요.”


조사실 밖의 지검장 이하 고위 검사들은 이 상황을 바라만 보고 있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긴급대책회의를 하기 위해 자리를 옮겼다.


홍정의는 정준일 검사를 상대로 예리한 질문을 계속해서 날렸다.


“조금 전 증거영상으로 미뤄보거나 이정상 회장이 나에게 한 실토로 미뤄보거나 팩트는 수도권공장총량제 무혐의와 정관계 뇌물 증거인멸을 맞바꾼 거죠?”

“...”


정준일 검사는 아무런 말을 할 수 없었다. 너무나 명백한 증거를 갖고 치고 들어오는데 아니라고 부인하는 게 부질없어 보였다.


중앙지검 고위층은 긴급대책회의 끝에 홍정의에 대한 긴급 체포영장과 압수색영장을 신청하기로 했다. 혐의는 통신비밀보호법 위반과 불법촬영물 소지 혐의였다.


서둘러 혐의를 정리해 법원에 영장을 청구했다. 혹시라도 기각될 수도 있어 지검장은 연수원 동기인 법원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사정이 있으니 영장이 꼭 발부되어야 한다고 은밀히 부탁했다.


정준일 검사가 더 이상 대화할 의지를 보이지 않자 홍정의는 일어설 준비를 했다.


“더 이상 사실 여부에 대해 말씀을 안 해주시니 그럼 나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취재에 협조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홍정의가 일어나서 핸드폰과 거치대를 정리하고 있는데 누군가 들어와서 정준일 검사를 데리고 나갔다.


홍정의는 정준일이 다시 들어올 때까지 잠시 기다렸다. 그러나 정준일 검사는 돌아올 줄 몰랐다.


언제까지 기다릴 수는 없었다. 홍정의는 돌아가기로 작정하고 조사실 출입문을 밀었다. 그러나 조사실 문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부장검사는 정준일 검사에게 긴급대책회의 결과를 알려주고 일단 영장이 발부될 때까지 홍정의를 조사실에 붙들어 두었다가 영장이 발부되면 정식으로 체포해 신분을 피의자로 바꿔 정식으로 조사하라고 지시했다.


부장검사는 정준일 검사에게 이정상 회장에게 전화해보라고 했다. 홍정의를 정말로 만났는지 그리고 무혐의와 증거인멸을 맞바꿨다고 이야기했는지 확인해 보라는 말이었다.


“회장님, 혹시 홍정의라고... KMS 기자 만난 적 있습니까?”

“아, 우리 젊은 검사 양반이구마. 뭐라고 했제?”

“홍정의라고... 기자 만났냐고요?”

“어, 어젯밤 우리집에 와서 이것저것 물어봐서 내가 혼을 내서 돌려보냈제.”

“뭘 물어보던가요?”

“내가 뇌물을 주지도 않았으면서 준 것처럼 거짓말을 했다고 하길래 내가 혼을 내줬구마. 다 사실이라고, 내가 증거 서류까지 다 보여주고 녹음도 들려주고 했더이만 아뭇소리 몬하고 물러갔대이. 너무 걱정 말그라.”


정준일은 세상이 무너지는 소리를 들은 것 같았다. 통화내용을 부장검사한테 보고하니 부장검사는 바로 차장검사에게 뛰어갔다.


조사실에 갇혀있는 홍정의는 사태가 심상치 않게 돌아가고 있음을 감지했다. 보나마나 기습을 당한 검찰이 자신을 그대로 내보내지 않을 궁리를 하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홍정의는 조사실 내부를 둘러봤다. cctv가 사방에 설치되어 있었다. 책상을 구석으로 밀고 의자를 올려 놓고 그 위에 올라서서 cctv들을 차례로 잡아뜯었다.


어렵지 않게 cctv들을 망가뜨리고 조용히 투명모드로 변신했다. 그리고 참을성 있게 조사실에서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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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봉 기자, 홍정의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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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42. 일약 사회부장으로 23.12.30 25 1 12쪽
41 41. 호사다마와 기사회생 23.12.29 28 1 12쪽
40 40. 귀곡산장의 참교육 23.12.28 30 0 12쪽
39 39. 홍정의의 복직에 대한 각자의 셈법 23.12.28 28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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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33. 개인택시 기사가 되다 23.12.25 34 0 12쪽
32 32. 검찰수사관들, 감전사고를 당하다 23.12.23 42 0 12쪽
31 31. 연임에 눈먼 사장의 배신 23.12.22 40 0 12쪽
30 30. 세상일은 예상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23.12.21 41 0 12쪽
» 29. 호떡집에 불난 검찰 23.12.21 44 0 12쪽
28 28. 재벌회장의 완벽한 뇌물 증거 23.12.20 41 0 12쪽
27 27. 나 죽이면 너희도 다 죽어! 23.12.20 45 0 12쪽
26 26. '홍기자의 현장출동' 론칭 23.12.19 46 0 12쪽
25 25. 영악한 피해자 23.12.19 44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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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23. '범인은 홍정의', 사실상 결론 23.12.18 51 1 12쪽
22 22. '귀신'은 홍정의이다! 23.12.16 54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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