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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ooon 님의 서재입니다.

곤봉 기자, 홍정의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soooon
작품등록일 :
2023.12.02 20:18
최근연재일 :
2024.01.09 19:05
연재수 :
4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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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
글자수 :
243,767

작성
23.12.18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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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범인은 홍정의', 사실상 결론

만년 편집부 기자가 사회부 기자가 되었다. 마침 투명인간이 될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을 전수받았다. 그리고 참교육을 위한 '곤봉'을 마련했다.




DUMMY

남기형 앵커는 김형식 사무총장 입에서 무슨 말이 나올지 너무 궁금했다.


“참 귀신이 곡할 사건입니다. 우리 국정원에서도 도대체 어떻게 그런 영상이 촬영될 수 있었는지 파악하지 못했답니다.”

“파악하지 못해요?”

“네. 그런데 더 이상한 것은 그 영상들이 홍정의의 핸드폰과 데스크탑에서도 발견되었다는 거 아닙니까?”

“그럼 홍정의가 촬영하고 편집했다는 뜻 아닙니까?”


남앵커는 그런데도 왜 국정원에서 사건을 파악하지 못했다고 하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그런데 살인사건이 나면 ‘현장검증’이라고 해서 동선을 확인해서 실제 그런 살인사건이 일어날 수 있었는지 현장에서 파악해보는 과정이 있지 않습니까?”

“그런데요?”

“국정원에서 아무리 현장을 재구성해 봐도 홍정의가 촬영을 했다는 증거를 찾지 못했습니다. 식당 cctv에도 홍정의가 출입한 흔적이 없고 직원들도 그 방에 다른 사람이 들락거리는 걸 보지 못했으니까요.”


하기야 남기형 앵커나 김형식 총장이나 서빙직원 외 다른 사람이 드나드는 걸 보지 못했으니 할 말이 없었다.


“홍정의는 뭐라고 한답니까?”

“미국이나 북한에서 초미니 드론을 띄워서 촬영할 수도 있지 않느냐? 그러고 나서 홍정의의 핸드폰에 그 영상을 심어놓고 편집도 홍정의의 집 데스크탑을 해킹해서 원격으로 한 것 아니겠느냐? 이렇게 주장을 하고 있답니다.”


남기형 앵커는 이거는 아니다 싶었다. 강력히 반론을 제기했다.


“아니, 설사 미국이나 북한에서 그런 촬영을 했다고 칩시다. 그러면 자기네들 정보로 그냥 가지고 있으면서 활용할 것이지 왜 내 책상에 USB를 던져놓고 협박을 했을까요?”


남기형 앵커는 국정원에서 시원하게 사건의 실체를 파악하지 못했다고 하지만 사실상 홍정의를 범인으로 특정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자신들이 나눈 여론조사 조작 대화를 홍정의가 토씨 하나 틀리지 않게 자신에게 들려준 걸 보면 홍정의가 그 동영상을 촬영하거나 최소한 그 동영상을 본 것은 사실 아니겠는가?


국정원에서 홍정의에게 불법 촬영과 유포에 대해 처벌받을 수 있다고 단단히 겁을 줬다고 하니 일단은 조금 안심이 되었지만 마음이 개운치는 않았다.


홍정의는 사실 병원까지 찾아온 국정원 요원을 보고 식겁했었다.


투명모드의 비밀은 모를 것이라는 믿음 하나로 국정원 요원의 점잖지만 날카로운 심문에 끝까지 버틸 수 있었지만 심문 내내 긴장의 고삐를 늦출 수 없었다.


이렇게 되면 싸움은 비긴 거나 다름 없었다.


홍정의는 불법촬영한 화면을 유포하기 어려워졌고 김형식 사무총장이나 남앵커는 그런 대화를 나눴다는 걸 누군가는 알고 있다는 사실이 못내 개운치 않았다.


홍정의는 게다가 국정원이라는 정보기관에서 자기에 대해 주목할 수도 있겠다는 점이 사실 걱정되었다.


국정원이 입증을 못해서 그렇지 사실상 범인은 홍정의라고 결론을 내렸을 게 뻔했다.


핸드폰과 데스크탑에 증거 영상들이 다 들어있는 걸 보고도 홍정의가 아닌 제3의 범인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건 지나친 상상력의 발로일 것이기 때문이었다.


홍정의는 아버지가 집을 떠나면서 이제는 써도 좋다고 허락한 ‘특별한 능력’을 써본지 불과 반년도 안 돼 이렇게 국가기관에서까지 냄새를 맡게 한 것은 큰 실수라고 생각했다.


앞으로 어떤 식으로 ‘특별한 능력’을 활용할지 아니면 아예 쓰지 말지를 결정해야 했다.


국정원 요원으로부터 퍽치기를 당하면서 얼마나 세게 얻어맞았는지 아직 몸 상태가 정상은 아니었지만 병원에서 퇴원해도 좋다고 해 홍정의는 무거운 몸을 이끌고 북한산 자락의 집으로 돌아갔다.


집으로 돌아가니 국정원에서 가져갔다던 데스크탑은 원위치에 돌아와 있었다. 핸드폰과 데스크탑을 선선히 돌려준 걸 보니 오히려 의심이 생겼다.


스파이 프로그램을 심어놓고 홍정의의 일거수일투족을 실시간으로 관찰할 가능성이 높았다.


홍정의는 과감하게 핸드폰과 데스크탑을 하나씩 새로 구입했다. 새 전자제품을 만지면서 앞으로는 실수가 없도록 해야할 것이라고 스스로에게 다짐했다.


국정원의 개입으로 숨을 돌린 남기형 앵커와 3인방은 추진하던 프로젝트를 다시 가동했다.


남기형 앵커의 ‘클로징멘트 정치’는 더 가관으로 치달았고 3인방은 교대로 클로징멘트와 앵커멘트를 작성해 보냈다.


세월은 연말을 향해 달려갔고 그만큼 국회의원 총선거는 바짝 다가왔다. 언론의 보도는 각당의 공천에 초점이 맞추어졌다.


김형식 여당 총장이 남기형 앵커에게 전화를 해 한번 보자고 했다. 두 사람의 대화가 촬영 당했던 그때 그 자리였다. 사전에 도청 점검을 했다고 말했다.


아무것도 발견되지 않았으니 안심하고 밥을 먹자고 했다. 찝찝함이 전혀 없지는 않았지만 도청 점검까지 했다는데 계속 의심을 하기도 뭐했다.


“알겠습니다. 설마 그런 일이 또 생기겠습니까?”

“그렇습니다. 오늘은 마음 푹 놓고 식사 맛있게 하시죠.”


두 사람은 전채에 젓가락질을 하기 시작했다. 대뜸 김형식 총장이 한마디했다.


“VIP께서 고생 많으시다고 전해달라고 했습니다.”


남기형 앵커는 젓가락질을 멈추고 김형식 총장을 바라봤다.


“요즘 VIP께서 KMS 뉴스만 보신답니다. 남앵커님 클로징멘트만 보면 하루 종일 받았던 스트레스가 싹 날아간다고 하신답니다.”


남기형 앵커는 고생한 보람이 나타나고 있다고 내심 쾌재를 불렀다.


“아이고, 이거 어깨가 더 무거워지는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열심히 하겠습니다.”


남기형 앵커는 이런 칭찬이 있었으니 뭔가 큰 선물이 있을 거라고 기대했다. 그러나 그의 기대는 금방 실망으로 바뀌었다.


“그런데 말씀입니다.”


김형식 총장의 낯빛이 좋지 않았다.


“예. 무슨 안 좋은 일입니까?”

“아무래도 지난번 그 동영상 때문에 말이죠.”


남기형 앵커는 가슴이 철렁했다. 그러나 애써 평정심을 유지했다.


“우리 당에서 검토해 본 결과 혹시라도 총선 과정에서 그 동영상이 유출될 경우 총선을 망칠 수 있는 악재가 될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


어렵게 통보한다는 의미를 담기 위해 김총장이 뜸을 들였다.


“지역구든 비례대표든 이번은 일단 쉬시고 상황이 달라지면 다음 지방선거나 뭐 아니면 다음번 총선을 기약하는 게 어떻겠습니까?”


남기형 앵커는 할말이 없었다. 만약 그 동영상이 유포되면 여당은 결정적 타격을 입을 게 자신이 봐도 분명했다.


“그때 말씀드린대로 여론조사 회사들은 잘 돌아가고 있죠?”

“예, 그 아이디어는 우리가 잘 활용하고 있습니다. 덕분에 지지율에 많은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그런 혁혁한 공을 세웠는데도 우리가 못 모시게 되어서 유감입니다.”


상대가 이렇게 점잖게 예의를 지켜서 나오면 할 말이 없어진다.


“아닙니다. 제가 꼭 제 개인의 영달만을 위해서 그런 말씀을 드렸겠습니까? 어쨌든 선거에 도움이 되었다면 저로서는 만족입니다. 저 개인 진로 문제는 신경쓰지 마십시오.”


김형식 총장은 남앵커가 점잖게 나오자 마음에 빚을 진 기분이었다.


“이번 총선은 그렇게 되었지만 혹시 우리가 도울 일 있으면 말씀해 주시죠. 우리가 최대한 방법을 찾아볼 테니까요.”


남앵커는 이런 말이 나올 때 바로 플랜B를 꺼내는 게 나을 것 같다고 판단했다. 괜히 망설이다 나중에 다시 약속을 잡아 부탁하면 그때는 을로서 부탁하는 꼴이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지금처럼 대등한 관계일 때 ‘정 당신이 미안하면 이 정도 들어주고 미안한 마음을 거두라’는 식으로 플랜B를 꺼내는 것이 현명하다고 판단했다.


“조금 좀 그렇습니다만...”


남앵커가 말을 할 듯 말 듯 하자 김형식 총장이 재촉했다.


“어서 말씀하시죠. 우리 사이에 망설일 일이 뭐가 있겠습니까?”

“아시겠지만 우리 회사 사장 임기가 내년 봄입니다. 총선 직전입니다. 가능하다면 일단 KMS 사장으로 갈 생각이 있습니다.”


남앵커가 어렵사리 이야기를 꺼냈다는 표정으로 김형식 총장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아, 그렇습니까? 잘 됐군요. 그 정도야 저희들이 못 들어드리겠습니까? 제가 당대표님한테 말씀드리고 당대표님은 대통령실에 전달하는 식으로 일을 처리하겠습니다. 염려 놓으시고 총선 때까지 우리당을 위해 최선을 다해주십사 부탁 드리겠습니다.”


남앵커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상체를 깊숙이 숙여 김총장에게 예를 표했다.


김총장도 엉거주춤 일어나면서 남앵커의 팔을 잡아 자리에 앉도록 했다.


두 사람은 서로의 숙제를 해결한 기분에 젖어 부어라 마셔라 대취할 때까지 자리에서 일어날 줄 몰랐다.


홍정의는 병가를 마치고 사회부에 다시 출근을 하고 보니 자신을 바라보는 주위의 시선들이 조금 차가와진 것을 느꼈다.


김준성 부장이 우선 그랬다. 오랜만에 출근하는 홍정의를 바라보고 웃는 얼굴을 했지만 웃느라 애쓰는 게 느껴졌다.


“몸은 괜찮아? 큰일날 뻔 했네. 이제 조심조심 하자고.”

“네, 고맙습니다.”


홍정의는 뭘 조심조심 하자는지 조금 부정적인 뉘앙스가 느껴졌다. 그러나 묻지는 않았다. 출근하자마자 상사에게 뭘 따지는 걸로 비칠 수도 있지 않겠는가?


홍정의가 만약 남기형 앵커가 김준성 부장과 점심을 먹으면서 국정원의 ‘불법수사’ 결과를 일일이 이야기준 걸 알았다면, 그리고 그 영향을 받아 김준성 부장의 뉘앙스가 조금 미묘해졌다면 기분이 매우 상했을 것이다.


그러나 세상일 모든 걸 다 알면 그만큼 골치만 더 아파질 뿐이다. 홍정의는 김준성 부장의 분위기가 조금 미묘해진 이유를 굳이 알려고 하지 않았다.


사실 홍정의는 회사에 다시 출근하기에 앞서 이제부터는 자신의 행동에 국정원 같은 정부 기관이나 회사에서 이상하게 생각할 만한 여지를 남기지 않기로 다짐을 했었다.


다른 기자들과 똑같이 일을 하면서 상황을 지켜보기로 했다.


사회부로 들어오는 제보를 모아놓은 뉴스시스템의 ‘제보함’을 열어 뉴스로 만들 만한 것들이 있는지 살폈다.


그러고 보니 사회부로 발령난 지 6개월이 다 되어가는데 아직 자신의 얼굴을 내놓고 리포트를 한 적이 없었다.


삼현그룹 이상민 회장의 금고도난사건은 단신으로 쪼그라들어 버렸고 천명포장의 주가조작 사건도 회사 내부 일로 비화하면서 정식 뉴스로 다루지도 못하고 흐지부지 되어버렸다.


영화배우 이연화의 마약사건 때 경험이 없다는 이유로 리포트 제작에서 배제된 걸 생각하면 지금도 울화가 치밀어올랐다.


맘에 안들긴 하지만 남기형 앵커가 ‘사회부 홍정의 기자가 보도해드립니다.’라는 앵커멘트를 하는 ‘소소한’ 리포트를 이번 기회에 만들기로 했다.


보이스피싱을 당했는데 경찰수사가 미진하다는 제보, 데이트폭력을 당했는데 증거가 없다며 경찰이 수사를 안 해준다는 제보, 전세사기를 당했다며 억울함을 호소하는 제보, 학교폭력에 시달린다는 학생의 제보, 학부모의 협박 때문에 너무 힘들다는 선생님 사연 등 기사화할 만한 내용이 넘쳤다.


홍정의는 학교폭력에 시달리는 학생을 만나보기로 했다. 비교적 간단한 내용이어서였다. 복잡한 내용에 접근하면 시간도 많이 걸리고 피해자와 가해자 구분도 선명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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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37. 썩어빠진 방송국 23.12.27 30 0 12쪽
36 36. 연임을 위한 음모 23.12.26 32 1 12쪽
35 35. '배트맨 tv'를 론칭하다 23.12.26 37 0 12쪽
34 34. 사장의 흉계 23.12.25 37 1 12쪽
33 33. 개인택시 기사가 되다 23.12.25 34 0 12쪽
32 32. 검찰수사관들, 감전사고를 당하다 23.12.23 42 0 12쪽
31 31. 연임에 눈먼 사장의 배신 23.12.22 40 0 12쪽
30 30. 세상일은 예상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23.12.21 41 0 12쪽
29 29. 호떡집에 불난 검찰 23.12.21 43 0 12쪽
28 28. 재벌회장의 완벽한 뇌물 증거 23.12.20 41 0 12쪽
27 27. 나 죽이면 너희도 다 죽어! 23.12.20 45 0 12쪽
26 26. '홍기자의 현장출동' 론칭 23.12.19 46 0 12쪽
25 25. 영악한 피해자 23.12.19 44 0 12쪽
24 24. 곤봉의 등장 23.12.18 47 0 12쪽
» 23. '범인은 홍정의', 사실상 결론 23.12.18 51 1 12쪽
22 22. '귀신'은 홍정의이다! 23.12.16 54 2 12쪽
21 21. 귀신이 아니고서는... 23.12.15 55 2 12쪽
20 20. 여의도로 출근하고 싶다 23.12.14 60 1 12쪽
19 19. 아무래도 귀신인 것 같습니다 23.12.14 57 2 12쪽
18 18. 클로징멘트 정치 23.12.13 65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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