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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ooon 님의 서재입니다.

곤봉 기자, 홍정의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soooon
작품등록일 :
2023.12.02 20:18
최근연재일 :
2024.01.09 19:05
연재수 :
4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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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
글자수 :
243,767

작성
23.12.26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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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배트맨 tv'를 론칭하다

만년 편집부 기자가 사회부 기자가 되었다. 마침 투명인간이 될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을 전수받았다. 그리고 참교육을 위한 '곤봉'을 마련했다.




DUMMY

전임 보도국장, 경제부장도 동영상 유출 범인이 홍정의라고 생각하지만 고소할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고소를 하면 불가피하게 본인들의 이름과 얼굴이 또다시 노출될 것이고 그러면 오히려 손해라는 판단이었다.


두 사람 입장에서 보면 고소고 뭐고 할 것 없이 사람들의 관심이 식기를 기다리는 것이 최선은 최선이었다.


사장은 두 사람도 두 사람이지만 문제의 동영상 때문에 자기도 적지 않은 피해를 입게 되었다고 생각했다.


아무리 여권에서 걱정하지 말라고 하지만 사장 연임에 혹시 돌발 악재라도 생길 경우에 대비해 꾸준히 물밑 대화를 맡아줄 사람이 필요했었다.


보도국 복귀를 선물로 주고 대신 수족처럼 부리려던 두 사람이 유탄을 맞는 바람에 계획에 차질이 생긴 것이었다.


자르려고 작정했던 보도국장과 사회부장을 여전히 데리고 있자니 그 또한 여간 찜찜한 게 아니었다. 행여 자르려고 했던 걸 알기라도 하면 급할 때 말을 안 들을 수도 있었다.


이승철 보도국장은 사장이 자기를 내칠 계획이었던 걸 전혀 모르고 있었다. 홍정의가 손을 쓰지 않았더라면 속절없이 밀려날 운명이었던 것이다.


김준성 부장을 통해 홍정의의 역할을 알게 된 이승철 국장은 홍정의가 자기에겐 귀인인 게 분명하다면서 가슴을 쓸어내렸다.


사장은 전임 보도국장, 경제부장을 기용하지 못해 주총 전략에 차질이 조금 생기는 선에서 동영상 파문은 가라앉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지극히 자기 위주의 안이한 판단이었다. 워낙 그런 걸 많이 봐온 탓에 두 전직 보도국 간부의 행동이 별 거 아니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러나 KMS를 지켜보는 시청자들의 눈이 너무 많았던 데다 재벌의 개로 변신한 전직 보도국 간부들의 행태가 너무 황당했다.


시청자들의 분노를 확인한 시민단체들이 들고 일어났다. 연일 성명을 발표하고 기자회견을 하면서 재벌의 개가 되어버린 KMS의 전임 보도국장 사태를 키워나갔다.


사태가 쉽게 가라앉지 않자 사장은 노조위원장을 시민단체 등과 접촉토록 해 전임 보도국장을 심의실로 좌천시켜 사실상의 징계를 했다고 설명해도 분위기는 바뀌지 않았다.


재벌의 개가 된 KMS의 보도책임자를 생생하게 지켜본 시민들의 충격과 분노가 생각 이상으로 큰 것을 뒤늦게 깨달은 사장은 떠밀리듯 해결책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상황을 방치하다간 코 앞으로 다가온 주총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위기의식도 작용했다.


사장은 결국 방송사 출입기자들 앞에 서서 대국민 사과에 나섰다.


“저희 KMS는 시청자들의 신뢰를 자양분으로 생존하는 언론사임에도 일부 간부들이 도저히 있어서는 안 될 행태를 보인 데 대해 저는 심한 자괴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사장은 굴욕적인 사과회견문을 읽게 만든 놈이 눈앞에 있다면 갈기갈기 찢어죽이고 싶은 심정이었다. 사과회견문을 읽게 만든 놈은 홍정의였다. 참으로 이상한 사고방식이었다.


잘못을 한 사람보다 잘못을 폭로한 사람을 더 증오하는 게 사장의 한계였다. 그리고 그로 인해 본인의 운명도 결정적 타격을 입게 될 예정이었다.


심호흡을 하면서 눈앞의 기자들을 둘러보며 겨우 마음을 진정시킨 사장은 준비한 사과문을 다시 읽어내려갔다.


“사건을 인지하고 팩트를 확인한 후 즉각 인사조치에 돌입한 바 있습니다. 지금 시중에 유포된 동영상에 등장하는 KMS 보도국 전(前) 간부들은 현재 심의실에 발령받아 근무하고 있습니다. 보도를 책임지는 야전사령관을 심의실로 보낸 것은 방송계의 관행으로 미루어 상당한 중징계로 인식됩니다. 그럼에도 시청자들의 분노가 이처럼 크기에 저는 이들에 대한 추가 징계를 위해 인사위원회를 개최하도록 이미 지시해 놓았습니다.”


기자들의 질문을 받지 않고 쫓기듯 회견장을 빠져나온 사장은 체면을 벗어던지고 사과 회견을 했으니 이제 사건이 대충 마무리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나중에 돌이켜보면 이때부터 사장의 앞길이 본격적으로 덜컹거리기 시작했던 것이었다.


사과 회견으로 사장의 얼굴은 불미스러운 사건과 연관지어 어느정도 국민들 뇌리에 박히게 되었다. 정치권에도 사장의 얼굴이 다시 한번 새겨지게 되었다.


일단 김준성 부장과 이승철 국장을 살려놓은 홍정의는 해고무효소송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이철근 변호사에게 전화를 해봤다.


“아니, 해고무효소송은 피해자의 권리보호를 위해서도 신속히 진행되어야 하는 것 아닙니까? 왜 심리를 질질 끌고 있는 거죠?”


이철근 변호사는 껄껄 웃었다.


“아니, 마치 아무것도 모르는 유치원생처럼 말씀하시니 제가 웃지 않을 도리가 없습니다. 하하하하”

“괜히 짜증이 나서 그렇게 말해봤습니다. 어쨌든 재판부에 신속히 진행해 달라고 이야기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네, 잘 알겠습니다. 여유를 가지고 기다리시다 보면 좋을 결과가 있을 겁니다. 저는 확신합니다.”


하나마나한 통화였나 싶지만 전화라도 안 하면 답답해 미쳐버릴 것 같아 해 본 전화였다.


전화를 하고 나니 그래도 홍정의의 사건이 아예 사라져버린 것이 아니라 진행이 조금 늦어지고 있을 뿐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는 의미는 최소한 찾을 수 있었다.


사회의 압력에 밀려, 더욱 직접적으로는 자신의 사장 연임을 위해 결국 사장은 아끼는 수족인 전임 보도국장과 경제부장을 해고했다.


물론 이들도 홍정의와 마찬가지로 해고무효소송을 제기할 것이다.


총선은 하루하루 다가오고 있었다. 여당은 비록 비관적인 전망이 우세했지만 길고 짧은 건 대봐야 한다는 심정으로 마지막까지 사력을 다하고 있었다.


남기형 앵커라는 아까운 재목을 기용할 수 없어 아쉬웠지만 대타로 현 사장이라도 재기용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방침을 최종 확정했다.


여권 핵심부는 주총이 열리기에 앞서 사장 선임권을 갖고 있는 이사회 이사들에게 여권의 방침을 전달했다.


이제 여권 추천 이사가 절대 다수를 점하고 있는 이사회에서 현 사장을 새 사장으로 결정하고 주총에서 결의하는 절차만 남아 있었다.


홍정의는 빈 택시를 몰면서 손님을 찾아다니기도 했지만 택시 정류장에 세워놓고 기다리기도 했다. 손님을 좇아 계속 운전을 하다보면 피로가 더 쌓이고 몸 컨디션에도 악영향을 주기 때문이었다.


앞차가 손님을 태우면 한 칸씩 앞으로 이동하면서 손님을 기다리는 사이 마땅히 할 일이 없는 기사들은 유튜브를 많이 봤다.


홍정의도 마찬가지였다. 유튜브를 많이 보다보니 알고리즘이 홍정의의 성향을 파악해서인지 시사 아이템이 많이 떴다.


홍정의는 보이스피싱 범인 체포 과정을 비롯해 소소한 사건사고들을 블랙박스와 핸드폰으로 촬영해 KMS에 몇 차례 제보를 했는데 뉴스 거리가 없는 날 KMS 사회부는 그 제보들을 알뜰하게 써먹은 모양이었다.


홍정의가 보는 유튜브에는 요즘들어 홍정의 자신이 제보한 KMS 뉴스 아이템들이 눈에 부쩍 많이 띄었다. 자기가 제보한 거긴 하지만 정작 유튜브를 통해 보니 또다른 재미가 있었다.


홍정의는 다른 생각이 슬슬 들기 시작했다. 영상들을 방송국에 제보할 게 아니라 스스로 편집해서 업로드하는 채널을 하나 만들면 어떨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홍정의는 그러나 자기 얼굴을 드러내놓고 유튜브를 하기는 좀 꺼려졌다.


얼마 전까지 KMS 기자를 하던 사람이 유튜브 방송을 한다고 하면 왜 해고를 당했는가? 같은 불필요한 말들이 나올 것이 뻔해 익명으로 방송을 하기로 결정했다.


생각해 낸 아이디어가 가면을 쓰고 방송을 하자는 것이었다. 만화 캐릭터 가면 중 배트맨 가면을 하나 구입했다.


정의를 위해서 방송한다는 컨셉에 어울리는 것 같았다. 그리고 채널 이름은 ‘배트맨tv’로 지었다.


택시를 하면서 블랙박스와 ‘투명모드’를 활용해 핸드폰으로 촬영한 영상들을 업로드하기로 했다.


지금까지 방송국에 제보했던 영상들도 다시 재밌는 부분을 충분히 살려 편집해 올리고 새로 확보한 동영상도 그날그날 부지런히 올렸다.


그러나 아직 론칭 초반이라 구독자는 천 명도 채 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것 또한 생계를 위해 하는 것도 아니고 뉴미디어에 대한 공부 겸 해서 한다는 기분으로 하다보니 재미가 쏠쏠했다.


막상 1인 방송사 격인 ‘배트맨 tv’를 운영하다 보니 얼마 되지 않은 구독자이지만 이들에게 새로운 아이템을 보여주고 싶은 열의가 생겼다. 괜찮은 아이템으로 구독자 수를 늘리고 싶은 욕심도 자연스럽게 생겨났다.


그러나 하루종일 택시를 몰고 다녀도 아무것도 건지지 못하는 날이 더 많았다. 좋은 아이템이라는 게 우연히 얻어걸리기는 쉬워도 정작 작정하고 찾아다니면 눈에 안 띄는 것 같았다.


결국 마음을 비우는 게 최선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마음을 비우고 택시정류장에서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오후 3시쯤이었다.


30대 후반으로 보이는 남자와 그보다 서너살 어려보이는 여자가 급하게 택시에 올랐다. 남자는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코로나 여파로 요즘도 마스크를 쓰는 사람들이 많으니 이상할 건 없었다.


“아저씨, 인천 계양동 갑시다.”


익숙치 않은 동네였지만 네비를 켜고 출발했다. 그런데 가면서 보니 두 사람의 분위기가 묘했다.


룸미러로 뒤를 자꾸 쳐다보게 되었다. 보다보니 여자가 뭔가 간절히 하고 싶은 말이 있는 듯한 눈빛으로 홍정의와 눈을 맞추는 느낌이 들었다.


순환도로에서 계양으로 빠져나가다 보니 여기저기 아파트를 짓느라 생긴 공터들이 보였다.


홍정의는 아무래도 여자가 남자에게 납치되어 가는 것 같았다. 남자를 분리하지 못하면 여자에게 화가 미칠 것 같았다.


홍정의는 택시를 빈 공사장 근처에 세웠다. 그리고 시동을 껐다.


“아저씨, 지금 뭐하는 겁니까?”


남자가 말을 하자 마스크를 통해 조금씩 풍겨오던 술냄새가 더 진해졌다.


“뭐 하나 물어볼 게 생겨서요.”

“물어볼 게 있어요? 뭐가 궁금해요? 이 아저씨, 이상한 사람이네?”


남자는 바짝 긴장한 거 같았다. 여자와의 간격을 더욱 좁혀 앉는 것이 보였다.


“나는 두 사람이 조금 이상한 것 같아요. 혹시 여자분을 지금 납치해 가는 건 아닙니까?”


남자는 허걱! 하는 표정이었다. 그러나 말은 달리 나왔다.


“여보, 이 사람 뭐래는 거야? 내가 지금 당신을 납치해 가고 있다는데?”

“아니에요, 아저씨, 우리 아무 문제 없어요.”


여자의 목소리가 떨려나왔다.


“아니, 아주머니, 목소리가 왜 그러십니까? 지금 떨고 있는 거, 맞죠?”


자극을 받은 남자는 안 되겠다 싶은 모양이었다.


“아이, 씨X, 왜 제3자가 끼어들고 난리야? 내가 내 마누라 데리고 처갓집 가는데 뭐가 문제라는 거야? 당신, 이러면 좋지 않아?”


남자가 품에서 짧은 칼을 꺼내는 것이 보였다. 홍정의는 재빨리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홍정의가 택시에서 내리자 남자도 뒤따라 내렸다. 여자는 여전히 택시 안에 앉아 있었다.


홍정의의 정체를 알 리 없는 남자는 홍정의가 갑자기 보이지 않자 여기저기를 두리번거렸다. 홍정의는 택시 안으로 다시 들어갔다. 여자에게 물었다.


“아주머니, 지금 저 사람 정상 아니죠?”

“네, 저를 납치해 가고 있는 거 맞아요. 저 좀 살려주세요.”

“알았습니다. 조금만 계셔보세요.”


홍정의는 투명모드로 다시 택시에서 내렸다. 여전히 홍정의의 행방을 찾아 두리번거리고 있는 남자에게 다가갔다.


“야, 칼 버려.”


어디서 들려오는지 모르는 목소리에 겁을 먹었지만 그렇다고 칼을 버릴 수는 없었다. 칼을 허공에 휘두르며 알 수 없는 정체와 맞서겠다는 자세를 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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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40. 귀곡산장의 참교육 23.12.28 31 0 12쪽
39 39. 홍정의의 복직에 대한 각자의 셈법 23.12.28 28 0 12쪽
38 38. 진영싸움과 자리다툼이 불행의 본질 23.12.27 31 1 12쪽
37 37. 썩어빠진 방송국 23.12.27 30 0 12쪽
36 36. 연임을 위한 음모 23.12.26 32 1 12쪽
» 35. '배트맨 tv'를 론칭하다 23.12.26 38 0 12쪽
34 34. 사장의 흉계 23.12.25 37 1 12쪽
33 33. 개인택시 기사가 되다 23.12.25 35 0 12쪽
32 32. 검찰수사관들, 감전사고를 당하다 23.12.23 43 0 12쪽
31 31. 연임에 눈먼 사장의 배신 23.12.22 41 0 12쪽
30 30. 세상일은 예상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23.12.21 42 0 12쪽
29 29. 호떡집에 불난 검찰 23.12.21 44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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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23. '범인은 홍정의', 사실상 결론 23.12.18 51 1 12쪽
22 22. '귀신'은 홍정의이다! 23.12.16 55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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