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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ooon 님의 서재입니다.

곤봉 기자, 홍정의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soooon
작품등록일 :
2023.12.02 20:18
최근연재일 :
2024.01.09 19:05
연재수 :
4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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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
글자수 :
243,7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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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2.28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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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40. 귀곡산장의 참교육

만년 편집부 기자가 사회부 기자가 되었다. 마침 투명인간이 될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을 전수받았다. 그리고 참교육을 위한 '곤봉'을 마련했다.




DUMMY

노조위원장 놈이 경험에서 나온 정답을 말했다.


“홍정의? 그럼 홍정의가 술을 따랐다고?”

“예, 이 방 어딘가에 지금 홍정의가 우리를 지켜보고 있을 겁니다. 부사장님, 오늘은 일단 일어나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응? 그래? 그럼 그러자고. 참 이상한 일도 있구먼...”


사람들이 앞다투어 일어나 방문으로 향했다. 홍정의는 도망가는 사람들 들으라는 듯 폭탄주 잔 하나를 집어들었다가 탁자에 탁! 소리를 내며 내려놓았다.


극도로 예민해진 사람들이 일제히 뒤를 돌아봤다. 홍정의는 사람들 보란 듯 폭탄주 잔을 들어올려 꿀꺽꿀꺽 들이켰다.


허공에서 꿀꺽거리는 소리에 맞춰 양이 줄어들어가는 폭탄주 잔을 바라보는 사람들은 무의식 중에 뒷걸음질을 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도 폭탄주 잔을 향한 눈길은 거두지 못했다. 홍정의가 있는 곳으로 추정되는 장소에서 다시 폭탄주 잔 하나가 허공으로 솟아올랐다.


또다시 꿀꺽거리는 목울대 소리와 함께 술의 양이 줄어드는 것을 본 사람들은 뒷걸음질의 속도를 높였다. 그러다 누구 하나가 발이 걸려 넘어지자 뒷걸음질치던 무리가 도미노처럼 무너져 내렸다.


넘어지는 서슬에 또한번 놀란 무리에 공포가 덮쳤다.


서로 먼저 탈출하려고 손에 잡히는대로 옆사람을 끌어당기고 짓밟고 먼저 일어나려 했다. 10여명이 한 데 엉켜 허우적댔다.


자기들끼리 엉켜 허우적대는 모습은 영상을 느린 속도로 재생한 것 같은 기이한 모습을 연출했다.


사람들이 극도의 공포에 사로잡히면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 행동을 보일 수도 있음을 홍정의는 알게 되었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서로 엉킨 걸 간신히 풀고 한 사람씩 방을 빠져나오는 KMS 사람들을 음식점 직원들은 이상한 시선으로 바라봤다.


남의 시선에 신경 쓸 여유가 없는 KMS 사람들은 서둘러 음식점 바깥으로 나와 작별 인사를 나눴다.


금방이라도 홍정의가 뒤쫓아 나와 해코지를 할 것 같았다.


다른 방에서 식사를 마치고 핸드폰 삼매경에 빠져있던 부사장 운전기사는 예상보다 자리가 일찍 끝난 걸 뒤늦게 알고 허겁지겁 마당으로 뛰어나갔다.


평소에 하던대로 차문을 열어놓고 차 주인이 타기를 기다렸다.


작별인사를 마치고 부사장이 허둥지둥 차에 오르자 노조사람들은 ‘차기 사장’에게 일제히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


부사장의 제네시스는 몇 바퀴 굴러가다 멈추고 말았다. 운전기사가 차에서 내렸다. 차를 한 바퀴 돈 운전기사는 네 바퀴의 바람이 모두 빠진 것을 확인하고 부사장에게 보고했다.


부사장도 차에서 내렸다. 노조사람들도 우르르 차 주위로 몰려들었다. 그리고 음식점 주인도 다가왔다.


“이거 홍정의 귀신 짓입니다. 분명히 여기 어디선가 우리를 지켜보고 있을 겁니다.”


노조위원장이 확신을 갖고 부사장 귀에 대고 소곤거리자 부사장도 이제 홍정의는 귀신이라고 백프로 믿게 되었다.


“아니, 홍정의는 왜 이런 장난을 치는 걸까? 할 말이 있으면 남자 답게 모습을 드러내고 하면 될 걸...”


두려움에 떨면서도 애써 그러지 않는 것처럼 가장하면서 부사장이 하나마나한 이야기를 했다.


음식점 주인은 그사이 cctv를 확인하러 들어갔다. 마당을 비추는 cctv에는 가만히 서 있는 차의 바퀴가 서서히 내려앉는 모습이 녹화되어 있었다.


부사장과 노조사람들을 불러들여 cctv를 보여주었다. 음식점 사장은 이게 도대체 어찌된 일이냐는 표정으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홍정의의 장난임을 짐작하고 있는 부사장과 노조사람들은 그러나 그 말을 할 수 없었다. 그 말을 듣고 비웃지 않을 사람이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일기예보대로 밖에서는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가늘게 시작한 빗줄기는 이내 굵어졌다.


KMS 사람들이 이리 휩쓸리고 저리 휩쓸리는 사이에 식사를 하던 다른 손님들은 모두 돌아가고 없었다.


밤은 조금씩 깊어졌다. 빗줄기는 점점 굵어졌다.


워낙 외진 산속 음식점이라 선뜻 달려오는 대리기사가 없었다. 얼마나 기다렸을까... 대리기사 한 사람이 도착했다고 음식점 사장이 알렸다.


홍정의의 불의의 공격을 내심 걱정하던 부사장은 드디어 ‘귀곡산장’ 같은 이곳을 탈출할 수 있게 되었다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견인차를 기다리는 자신의 운전기사를 내버려두고 부사장은 노조위원장의 승용차에 함께 탔다.


두 사람이 차에 타는 걸 확인한 홍정의는 택시 시동을 걸었다. 노조위원장의 차 앞에서 천천히 달렸다.


노조위원장 차의 대리기사는 억수로 퍼붓는 빗줄기에 속도를 올리지 못하고 홍정의의 택시를 졸졸 따라갔다.


홍정의는 편도 1차선의 완만한 내리막길을 내려가다 오른쪽으로 급히 꺾어지는 커브길을 돌자마자 택시를 세웠다.


홍정의의 택시가 2개 차선을 가로로 막고 서있는 걸 발견한 노조위원장 승용차의 대리기사는 급브레이크를 잡았다.


부사장과 노조위원장은 불길한 예감에 온몸이 오싹해지는 걸 느꼈다. 빗줄기 사이로 보니 택시의 운전석 문이 저절로 열렸다가 닫히는 것이 보였다.


대리 기사도 사람은 안 보이는데 차문이 절로 열렸다 닫히는 걸 보고 대경실색했다.


대리 기사는 뒷자리 손님들을 향해 몸을 틀었다. 손님들도 놀란 나머지 사시나무 떨 듯 온몸을 덜덜 떨고 있는 걸 보고 자신도 몸을 덜덜 떨기 시작했다.


“어, 어떻게 하, 할까요?”

“도, 도망가요, 어, 어서요.”


두 손님이 비명에 가까운 목소리로 어서 도망가자고 소리치자 대리기사는 가까스로 정신을 수습하고 운전대에 손을 올렸다.


오던 길로 되돌아가기 위해 핸들을 정신없이 돌리고 있는 사이 턱! 소리와 함께 뒷문이 열렸다.


알 수 없는 힘이 부사장을 거칠게 밖으로 끌어냈다. 이어 노조위원장의 멱살을 잡아챘다.


홍정의는 대리기사에게 속삭였다.


“당신은 아무 죄가 없으니 이 차를 몰고 어서 도망가라고, 살고 싶으면.”


대리기사는 가까스로 유턴을 한 뒤 뒤도 돌아보지 않고 정신없이 가속 페달을 밟았다.


밖으로 끌어내려진 부사장과 노조위원장은 극도의 공포에 휩싸여 아무 소리도 못한 채 쏟아지는 빗줄기를 그대로 맞으며 오돌오돌 떨고 있었다. 부사장의 고급 정장이 빗물에 속절없이 망가졌다.


홍정의는 인간 같지 않은 두 놈과 말을 섞고 싶지 않았다.


홍정의는 두 놈에게 다가갔다. 허리춤에서 곤봉을 꺼내 휙휙 소리를 내며 몇 차례 허공을 갈랐다.


두 놈은 거센 빗줄기 속에서도 곤봉이 일으킨 공기의 파동이 얼굴에 느껴지자 서로 손을 잡고 몸을 밀착시켰다.


비 오는데 먼지 나게 맞는다는 말이 이 장면에 딱 어울리는 표현이었다. 홍정의는 번갈아가며 두 놈에게 몽둥이 세례를 퍼부었다.


아무런 저항도 못하고 두 놈은 홍정의의 곤봉 타작을 고스란히 받아냈다. 이윽고 두 놈은 도로 한 가운데에 큰대 자로 뻗고 말았다.


놈들의 피와 섞인 빗물이 아스팔트 위를 기름 띠처럼 흐르는 것이 가로등에 비쳐보였다.


놈들은 숨은 붙어 있었다. 신음소리를 내는 게 그 증거였다.


“내가 왜 이러는지 아는 사람?”


노조위원장이 목소리를 쥐어짰다.


“홍정의, 잘못했어. 살려줘...”

“부사장 너는 어떻게 생각해?”


부사장은 조직 서열상 한참 아랫놈인 홍정의가 반말을 하자 처음엔 조금 거슬렸지만 그런 걸 신경 쓸 때가 아니라는 걸 알아야 했다.


“좋아, 내 사장 도전 안 한다. 그러면 되나?”

“감이 없지는 않아. 그렇게 믿고 가지. 그리고 너, 전임 노조위원장 놈아!”

“...”

“잘못했다고 했는데 뭘 잘못한 거야?”

“...”

“지난번 나한테 맞고 나서 병원에서 잘못을 반성하는 것 같았는데 다시 또 준동을 시작한 잘못이야. 죽은 듯이 살아, 앞으로.”


노조위원장은 장대비가 쏟아지는 아스팔트 위에 놓인 큰 머리통을 끄덕였다.


두 놈에 대한 레슨이 끝나갈 무렵 멀리서 헤드라이트 불빛이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아마도 노조집행부놈들의 차일 것이다.


홍정의는 택시에 올라 현장을 서서히 떠났다.


노조집행부 놈들은 두 사람이 처참한 몰골로 길바닥에 쓰러져 있는 걸 발견하고 급브레이크를 밟았다.


병원에 옮겨지고 나서도 두 사람은 공포에서 벗어나지 못한 듯 한동안 말을 하지 못했다.


얼마 후 KMS 사내에는 부사장이 사장 도전을 포기하기로 했다는 소문이 돌았다.


그리고 이승철 국장이 다크호스로 떠오르고 있다는 소문도 돌기 시작했다.


부사장은 워낙에 배포가 큰 사람이 아니었다. 야심가도 아니었다.


홍정의에 대한 인사위원회의 위원장으로 홍정의를 억울하게 해고한 데 대해 죄의식이 없지 않던 차에 홍정의로부터 우중 테러를 당하고 나니 만사가 싫어졌다.


명대로 살려면 홍정의에게 약속한 대로 사장 도전을 포기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했다.


KMS 이사회는 이승철 국장과 시민단체 대표 중 이승철 국장을 사장 내정자로 확정하고 주총에 올렸다.


이사회의 뜻이 곧 주총의 뜻인 KMS 주주 구성상 이승철 국장은 KMS의 사장에 올랐다.


자신이 KMS 사장이 되리라고는 전혀 생각지 않고 살았던 이승철 신임 사장은 다소 어안이 벙벙했다.


이것도 홍정의 덕이라고 생각했다. 서울 외곽 닭백숙 집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들은 바도 있었다.


생각해 보면 최근에 자신에게 터진 대박은 모두 홍정의가 만들어준 것이었다.


홍정의가 해고무효소송에서 이겨 복직하면 무슨 선물을 해야 할지 곰곰 생각했다.


홍정의의 해고무효소송은 신속하게 진행되었다. 이렇게 신속하게 진행할 수 있는 재판을 그동안 재판부는 왜 그리 질질 끌었는지 생각해 보면 분통이 터질 일이었다.


피고 KMS는 홍정의의 재판에 태도를 180도 바꿨다. 홍정의를 해고한 것은 명백한 잘못이라고 인정하고 하루라도 빨리 피해 회복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홍정의에게 각별한 고마움을 느끼고 있는 이승철 사장이 취임했으니 KMS의 태세전환은 당연한 일이었다.


홍정의 재판의 선고일. 홍정의는 집에서 재판결과를 기다렸다.


재판이 그동안 어떻게 돌아갔는지 잘 알고 있었지만 홍정의는 그래도 혹시나 엉뚱한 결과가 나오지나 않을까 슬며시 걱정이 되기도 했다.


핸드폰이 울렸다. 이철근 변호사였다. 홍정의보다 더 흥분한 이철근 변호사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 축하합니다. 승소했습니다.”

“아, 예...”


홍정의의 머리에 그동안 있었던 일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홍기자님?”

“아, 예. 듣고 있습니다. 고맙습니다, 변호사님”

“제가 뭐 한 게 있습니까? KMS에서 잘못을 인정하는 바람에 쉽게 끝난 겁니다.”

“다행이네요.”

“아, 그리고 해고 기간 중에 못 받았던 월급도 이자까지 가산해서 받게 되었습니다.”


통화를 마치고 홍정의는 거실에 앉아 멍한 눈길로 창밖을 한동안 바라보았다. 이승철 국장이 사장이 되고 자신도 복직하게 되었으니 그동안의 짧지 않은 여정이 일단락 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KMS 해직기자에서 다시 현직기자로 복귀하게 되었지만 그다지 실감은 나지 않는 것 같기도 했다. 김준성 부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부장님,”

“어, 축하해. 이겼다면서?”

“예? 어떻게 그렇게 빨리...”

“어, 우리 법조 출입기자들 많잖아?”

“아, 예...”

“언제부터 출근할 수 있을까?”

“인사부에서 알려주겠죠, 뭐.”

“응, 그럼 승소 기념 술이나 한 잔 하게 나오지?”

“그럴까요?”


홍정의는 오랜만에 가벼운 마음으로 좋아하는 김부장을 만나러 집을 나섰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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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봉 기자, 홍정의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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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42. 일약 사회부장으로 23.12.30 26 1 12쪽
41 41. 호사다마와 기사회생 23.12.29 28 1 12쪽
» 40. 귀곡산장의 참교육 23.12.28 31 0 12쪽
39 39. 홍정의의 복직에 대한 각자의 셈법 23.12.28 28 0 12쪽
38 38. 진영싸움과 자리다툼이 불행의 본질 23.12.27 31 1 12쪽
37 37. 썩어빠진 방송국 23.12.27 30 0 12쪽
36 36. 연임을 위한 음모 23.12.26 32 1 12쪽
35 35. '배트맨 tv'를 론칭하다 23.12.26 37 0 12쪽
34 34. 사장의 흉계 23.12.25 37 1 12쪽
33 33. 개인택시 기사가 되다 23.12.25 35 0 12쪽
32 32. 검찰수사관들, 감전사고를 당하다 23.12.23 43 0 12쪽
31 31. 연임에 눈먼 사장의 배신 23.12.22 40 0 12쪽
30 30. 세상일은 예상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23.12.21 41 0 12쪽
29 29. 호떡집에 불난 검찰 23.12.21 44 0 12쪽
28 28. 재벌회장의 완벽한 뇌물 증거 23.12.20 42 0 12쪽
27 27. 나 죽이면 너희도 다 죽어! 23.12.20 45 0 12쪽
26 26. '홍기자의 현장출동' 론칭 23.12.19 46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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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23. '범인은 홍정의', 사실상 결론 23.12.18 51 1 12쪽
22 22. '귀신'은 홍정의이다! 23.12.16 55 2 12쪽
21 21. 귀신이 아니고서는... 23.12.15 55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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