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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ooon 님의 서재입니다.

곤봉 기자, 홍정의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soooon
작품등록일 :
2023.12.02 20:18
최근연재일 :
2024.01.09 19:05
연재수 :
46 회
조회수 :
2,529
추천수 :
53
글자수 :
243,767

작성
23.12.29 19:05
조회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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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12쪽

41. 호사다마와 기사회생

만년 편집부 기자가 사회부 기자가 되었다. 마침 투명인간이 될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을 전수받았다. 그리고 참교육을 위한 '곤봉'을 마련했다.




DUMMY

종종 가곤 하던 행주산성의 장어집에서 두 사람이 대좌했다. 김준성 부장은 이승철 국장이 사장이 된 뒤 회사가 술렁거리고 있다고 말했다.


“부장님은 국장 되는 거 아닐까요?”

“내가?”

“당연하지 않나요? 새 사장님하고 가장 가깝잖아요.”


김준성 부장의 한쪽 입꼬리가 슬쩍 올라갔다. 이실직고했다.


“응, 사실 사장님한테 전화받았어.”

“아, 그러셨군요. 축하드립니다. 국장님.”


홍정의가 진심을 담아 축하했다.


“아직 방(榜) 안 붙었어.”

“알겠습니다. 그때까지 입 꼭 다물고 있겠습니다.”


홍정의는 재판에 이겼지, 김준성 부장은 국장 승진을 약속 받았지, 두 사람은 오랜만에 맘껏 술을 마셨다.


꼬부라진 혀로 김준성 부장이 말했다.


“그런데 홍정의씨.”

“예.”

“당신 사회부장 생각 있어?”

“예?”


홍정의는 기겁했다.


“제 연조가 이제 겨우...”

“연조가 뭐가 중요해? 능력대로 인사해야지.”


술에 많이 취한 김준성 부장이 하는 말이라 실제로 사회부장을 시킬지는 조금 의심스러웠지만 어쨌든 기분 좋은 말이었다. 굳이 아직 때가 아니라고 겸손을 떨고 싶지 않았다.


두 사람은 자기 앞 술잔이 채워져 있는 걸 못 보는 스타일이었다. 밤 10시도 안 돼 이미 만취상태였다.


장어집 주인이 부른 대리기사들이 도착하자 두 사람은 비틀거리며 일어났다.


택시를 대리로 몰아보기는 처음이라는 대리기사는 30대 중반의 남자였다.


“좋은 일 있었나 봅니다.”

“아니, 어떻게 아셨습니까?”

“저도 대리 일을 좀 하다보니 손님들 얼굴 표정 보면 대충 압니다. 기분 좋게 술 마신 건지 아니면 안 좋은 일이 있어서 술을 마신 건지요.”

“아, 예. 잘 보셨습니다. 오랜만에 좋은 일이 있긴 있었습니다.”


홍정의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하고 드르렁 드르렁 코를 골기 시작했다. 룸미러로 홍정의를 살펴본 대리기사는 손님과의 대화를 단념하고 운전에 집중했다.


홍정의의 택시는 홍정의가 사는 동네의 입구에 들어선 뒤 다소 경사가 있는 골목길을 서서히 올라갔다. 멀리 왼쪽으로 홍정의가 말해준 주소지의 집이 보였다.


홍정의의 집에 거의 다다랐을 즈음 맞은편에서 덤프 트럭 하나가 내려왔다. 좁은 골목길이라 오른쪽으로 바짝 붙여 서행을 하는데 트럭의 진행방향이 조금 이상했다.


대리 기사가 클락손을 급하게 울렸지만 덤프트럭은 택시를 향해 돌진했다. 피할 새도 없이 홍정의의 택시는 덤프트럭에 정면을 들이받히고 말았다.


택시를 들이받은 트럭은 그러나 스톱을 하지 않았다. 잠시 머뭇거리는 것 같더니 악셀을 밟는 것 같았다. 부릉부릉하는 굉음과 함께 택시의 본닛을 타고 오르더니 내쳐 택시의 지붕까지 타고 올랐다.


잠에 곯아떨어져 있던 홍정의는 몸을 짓누르는 엄청난 힘에 놀라 눈을 떴다. 동시에 온몸에 엄청난 고통이 파고들었다.


홍정의는 자신이 지금 어떤 일을 당하고 있는지 알아채기도 전에 그대로 정신을 잃고 말았다.


트럭 운전기사는 20대 중반의 젊은 친구였다. 택시를 완전히 깔아뭉갠 뒤 트럭에서 내렸다. 납작하게 눌려버린 택시를 이모저모 살펴보더니 침착한 태도로 핸드폰을 꺼내 경찰에 신고했다. 그 나이에 놀라지도 당황하지도 않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사고 현장에서 두 젊은이의 생명이 사그러들고 있었지만 응급차는 쉽게 오지 않았다. 덤프기사는 도망가거나 하지 않고 119구조대와 경찰이 도착할 때까지 묵묵히 현장을 지켰다.


119구조대가 깡통처럼 구겨진 택시의 지붕과 문짝을 전기톱으로 잘라내고 두 사람을 겨우 밖으로 꺼냈다. 대리기사와 홍정의는 종합병원 응급실로 옮겨졌다.


응급실에 도착했을 때 택시기사는 이미 사망한 상태였다. 홍정의는 겨우 숨이 붙어 있었다. 상태가 너무 처참해 당직 의사는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당직 의사는 그래도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마음을 다잡았다. 선배 의사들을 다 불러내 긴급 수술에 들어갔다.


손상된 장기를 꿰매고 부러진 뼈들을 접합시키느라 7시간이나 걸린 긴 수술이 끝났으나 홍정의의 생사는 장담할 수 없었다.


집도를 한 외과과장은 홍정의의 회생 가능성을 아주 낮게 봤다. 의사로서 최선을 다했으니 나머지는 환자의 운에 맡길 뿐이었다.


홍정의는 중환자실에서 외롭게 사투를 벌였다.


중환자실 앞 복도에는 홍정의의 아버지가 안절부절 못하고 서성거리고 있었다. 수술이 끝날 무렵 홍정의의 아버지는 아들의 사고 소식을 어떻게 알았는지는 모르지만 허겁지겁 달려왔었다.


홍정의의 아버지는 뭔가를 기다리는 것 같았다. 홍정의의 아버지의 어수선한 발걸음이 멈추었다. 중환자실에 환자들 외에 의료진이 보이지 않았다. 홍정의의 아버지는 중환자실로 몰래 들어갔다.


홍정의의 아버지는 아들의 손을 덥석 잡았다. 아버지는 눈을 지그시 감고 정신을 집중했다. 아버지와 아들의 마주잡은 손이 서서히 벌겋게 달아올랐다.


그 장면을 누군가 봤다면 두 사람의 손이 불에 타는 줄 알았을 것이다. 몇십 초인지 몇 분인지 길지 않은 시간 동안 중환자실을 벌겋게 밝히던 부자의 손은 이윽고 붉은색이 옅어지며 가라앉았다.


홍정의의 아버지는 기진맥진해 잠시 휘청거리는 듯했다. 이마에 땀이 송글송글 맺혔다. 아버지는 간절한 눈빛으로 아들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홍정의의 호흡이 조금씩 안정을 찾기 시작했다. 바이탈 사인들도 정상을 찾았다. 홍정의의 아버지는 엷은 미소를 지었다. 눈에는 눈물이 글썽거렸다.


아버지는 조용히 중환자실을 빠져나와 복도의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초췌하고 부쩍 늙어버린 것 같기도 했다.


수련의들을 양떼처럼 끌고 다니는 주치의가 중환자실에 도착했다. 홍정의의 아버지가 주치의에게 다가갔다.


“홍정의의 아버지됩니다. 상태가 어떻습니까?”


의사는 사실대로 말했다.


“최선을 다했습니다만 결과는 장담하지 못하겠습니다. 부상이 워낙 심했습니다.”


중환자실로 들어간 의사와 수련의들은 눈을 믿을 수 없었다.


홍정의 환자의 바이탈 사인들이 정상을 가리키고 있었고 외상들이 눈에 띄게 차도를 보이고 있었다. 수술 부위도 놀랄만큼 아물어 있었다.


주치의는 급히 홍정의 환자를 검사실로 보내 엑스레이, MRI, MRA 등 모든 검사를 받도록 했다.


검사 결과를 컴퓨터로 전달받은 주치의는 눈을 깜빡거리며 마우스클릭만 반복하고 있었다. 본인의 의학지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으스러졌던 뼈들은 제자리에 돌아와 잘 붙어있었고 대충 꿰맸던 장기들은 정상 작동 중이었다. 다만 부상과 긴 수술에 지친 듯 환자는 아직 깨어나지 않고 있었다.


검사 결과가 사실이라면 환자는 더 이상 중환자실에 있을 이유가 없었다. 주치의는 홍정의의 아버지를 찾았다.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만...”


홍정의의 아버지는 의사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대충 알고 있지만 가만히 의사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설명이라기보다 그냥 현재 상태를 말씀드리겠습니다. 홍정의 환자, 지금 상태가 많이 좋아져 일반병실로 옮겨도 되겠습니다.”


홍정의의 아버지는 아무것도 모르는 것처럼 고개를 숙여 고마움을 표했다.


“아이고 고맙습니다. 의사 선생님 덕입니다. 치료를 잘 해주셔서 제 아들놈이 많이 좋아진 모양입니다. 고맙습니다.”


일반 병실로 옮긴 홍정의가 눈을 떴다. 주변을 살펴보니 병원이었다. 그러나 자신이 왜 병원에 누워있는지 알 수 없었다.


홍정의는 지난 밤 이후의 행적을 알아내려 애를 썼다. 대리기사와 몇 마디 대화를 나눈 것까지는 기억이 나는데 그 이후는 생각 나는 게 없었다.


홍정의는 다시 눈을 감고 잠에 빠져들었다. 얼마나 잤을까? 어디선가 자신을 부르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무거운 눈꺼풀을 들어올렸다.


이 세상의 유일한 혈육이자 보호자인 아버지가 자신을 내려다보며 웃고 있었다. 눈을 몇 차례 깜빡거리던 홍정의는 기쁜 마음에 벌떡 일어나려 했다. 그러나 아직 무리였다.


“아버지, 어떻게 된 거예요? 내가 왜 병원에 와 있죠?”

“네가 어젯밤 큰 교통사고를 당했어.”

“제가요?”

“집에 다 도착해서 맞은편에서 달려내려오는 덤프트럭에 깔렸어.”

“덤프트럭에요?”

“응.”

“그럼, 내가 대리기사 해서 가고 있었던 것 같은데 그 기사는 어떻게 되었어요?”

“안타깝게도 현장에서 바로 사망했다고 하더라.”


홍정의는 기사가 사망했다는 말에 다시 한번 벌떡 일어나려다 여기저기 통증이 밀려와 포기해야 했다.


자신 때문에 애먼 대리기사가 죽은 것 같아 마음이 무척 괴로웠다.


“저 때문에...”

“미안하게 되었다만 자책하지는 말아라. 너 퇴원하면 그 사람 가족들 만나서 위로하고 미안한 뜻을 전하면 될 것 같다.”


거의 1년만의 해후인만큼 아버지와 아들은 할 이야기가 많았다.


“내가 사고난 건 어떻게 아셨어요?”

“너는 아직 모르겠구나, 내가 설명을 안 해줬으니.”


홍정의가 무슨 이야기인지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너와 나는 서로 몸이나 마음에 큰 변고가 생기면 서로 감응을 하도록 연결이 되어있다.”

“감응이요?”

“사실 며칠 전부터 꿈이 뒤숭숭했더랬다. 걱정을 하고 있던 차에 네가 교통사고를 당하자 나에게 경고 파동이 전달됐다. 부리나케 달려왔다.”

“나는 그런 파동을 느껴본 적이 없는데...”

“그건 나의 심신에 아직 위급한 상황이 발생한 적이 없기 때문이지.”

“아아... 그런데 언제부터 아버지와 나는 그런 감응으로 연결이 된 거죠?”

“그야 네가 태어날 때부터 그렇게 되어 있었던 거지. 너는 기억 못하겠지만 네가 어렸을 때도 몇 차례 내가 학교로 달려가거나 병원으로 달려간 적이 있다.”

“아아, 그랬었군요.”

“그건 나중에 차차 이야기하기로 하자. 그런 거 생각 말고 일단 편히 쉬자. 그래야 퇴원 빨리 하지 않겠냐?”

“알았어요. 근데, 그동안 어디 계셨어요?”

“천만다행이도 네가 사고를 당한 그때 서울 가까이 있었다. 텔레파시 감응으로 사고 현장에 도착했는데 응급차가 너를 싣고 막 출발하고 있더라.”


홍정의는 대학병원 교수들의 놀라움 속에 하루하루 회복되어갔다. 김준성 부장은 거의 매일 병문안을 왔다. 일주일도 안 돼 퇴원해도 좋다는 허락이 떨어졌다.


아버지는 거의 1년만에 집에 돌아왔다. 밤이면 예전처럼 아버지 방에 불이 켜지는 게 홍정의는 좋았다. 아버지는 아들에게 정성들여 약을 달여먹이고 음식을 챙겨주는 것이 좋았다.


퇴원하고 사나흘 쯤 지난 날, 김준성 부장의 전화가 왔다. 행주산성 장어집에서 말을 꺼냈던 사회부장 건 때문이었다.


“홍정의씨, 언제부터 출근 가능할 것 같아?”

“뭐, 내일이라도 가능합니다만...”

“아니, 뭐 그렇게 서두를 건 없고 부장 자리가 계속 비어있으면 부원들 인사라든가 이런 게 차질이 좀 있을 수도 있어서 말이야.”

“예?”

“그래, 지난 번 내가 말했잖아? 사회부장 자리 맡아달라고.”

“그게 진담이었어요?”

“일단 인사발령은 냈어. 그러니 몸 추스르는대로 출근하도록 하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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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봉 기자, 홍정의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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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지검장을 혼내다 24.01.08 22 0 12쪽
44 특별한 능력울 추가하다 24.01.02 30 1 12쪽
43 검사와 재벌의 윈윈 24.01.01 24 1 12쪽
42 42. 일약 사회부장으로 23.12.30 26 1 12쪽
» 41. 호사다마와 기사회생 23.12.29 29 1 12쪽
40 40. 귀곡산장의 참교육 23.12.28 31 0 12쪽
39 39. 홍정의의 복직에 대한 각자의 셈법 23.12.28 28 0 12쪽
38 38. 진영싸움과 자리다툼이 불행의 본질 23.12.27 31 1 12쪽
37 37. 썩어빠진 방송국 23.12.27 30 0 12쪽
36 36. 연임을 위한 음모 23.12.26 32 1 12쪽
35 35. '배트맨 tv'를 론칭하다 23.12.26 37 0 12쪽
34 34. 사장의 흉계 23.12.25 37 1 12쪽
33 33. 개인택시 기사가 되다 23.12.25 35 0 12쪽
32 32. 검찰수사관들, 감전사고를 당하다 23.12.23 43 0 12쪽
31 31. 연임에 눈먼 사장의 배신 23.12.22 41 0 12쪽
30 30. 세상일은 예상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23.12.21 42 0 12쪽
29 29. 호떡집에 불난 검찰 23.12.21 44 0 12쪽
28 28. 재벌회장의 완벽한 뇌물 증거 23.12.20 42 0 12쪽
27 27. 나 죽이면 너희도 다 죽어! 23.12.20 45 0 12쪽
26 26. '홍기자의 현장출동' 론칭 23.12.19 46 0 12쪽
25 25. 영악한 피해자 23.12.19 44 0 12쪽
24 24. 곤봉의 등장 23.12.18 48 0 12쪽
23 23. '범인은 홍정의', 사실상 결론 23.12.18 51 1 12쪽
22 22. '귀신'은 홍정의이다! 23.12.16 55 2 12쪽
21 21. 귀신이 아니고서는... 23.12.15 56 2 12쪽
20 20. 여의도로 출근하고 싶다 23.12.14 60 1 12쪽
19 19. 아무래도 귀신인 것 같습니다 23.12.14 57 2 12쪽
18 18. 클로징멘트 정치 23.12.13 66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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