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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ooon 님의 서재입니다.

곤봉 기자, 홍정의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soooon
작품등록일 :
2023.12.02 20:18
최근연재일 :
2024.01.09 19:05
연재수 :
46 회
조회수 :
2,530
추천수 :
53
글자수 :
243,767

작성
23.12.14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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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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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12쪽

19. 아무래도 귀신인 것 같습니다

만년 편집부 기자가 사회부 기자가 되었다. 마침 투명인간이 될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을 전수받았다. 그리고 참교육을 위한 '곤봉'을 마련했다.




DUMMY

감사는 두 사람의 체면을 생각해 오디오는 볼륨을 줄여놓고 있었다.


“아니, 그런데 저 그림은 도대체 어디서 나온 겁니까?”


볼륨을 키운다고 하자 이제 출처를 물고 늘어졌다. 감사는 대답 대신 세 사람에게 경고를 날렸다.


“지금 그게 궁금합니까? 세 분이 회사를 상대로 계속 시끄럽게 굴 경우 이 영상을 공개할 용의도 있다는 점, 유념해 주시길 바랍니다.”


3인방은 아무 소리 못하고 감사실을 물러났다. 그리고 해가 지기 전인데도 바로 술집으로 향했다.


“아니, 도대체 그 그림은 어떻게 나온 거야? 누가 찍었냐고? 그 방에 cctv 있었던 거야?”

“설마요. 자기네 그룹 고위 임원이 이용하는 방에 어떻게 cctv를 설치할 수 있겠어요? 그리고 앵글이 cctv 화면이 아니잖아요? 대놓고 촬영한 것 같은 느낌이던데요...”

“그렇지? 귀신 곡할 노릇이네?”


선배들 이야기에 좀처럼 말을 섞지 않던 김성철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한마디했다.


“국장님, 부장님, 뭐가 좀 이상하지 않습니까?”

“뭐가?”

“홍정의요. 제가 듣기로는 홍정의 잡으러 간 최철호 실장하고 조폭들이 작살이 났답니다. 최철호 실장은 그 때문에 한달이나 병가를 내고... 이빨도 다 부러졌답니다.”

“뭐? 이빨이 다 부러져? 그게 무슨 소리야? 좀 자세히 이야기해 봐.”


선배 두 사람이 김성철의 이야기에 급관심을 보였다.


“아니, 홍정의한테 맞아서 몸은 만신창이가 되고 이빨까지 다 털리고 난리도 그런 난리가 없었답니다.”

“홍정의한테 맞아서? 그거 확실해?”

“하여튼 소문이 그렇습니다. 박민준 차장한테 들은 겁니다.”

“홍정의가 한 무술 하는 모양이지? 그런데 설사 그렇다고 하더라도 그게 우리 일하고 무슨 관계가 있다는 거지?”

“이상하잖습니까? 두 분이 클럽하우스에서 했던 일거수일투족을 도대체 누가 그렇게 촬영할 수 있다는 말입니까? 삼현에서 따로 촬영한 사람 없었죠?”


전임 경제부장이 끼어들었다.


“그러면 그걸 홍정의가 했다는 말이야? 귀신이라도 되어가지고 몰래 찍었다?”

“네, 저는 아무래도 그런 의심이 듭니다.”

“그럼 최철호 실장도 귀신으로 변한 홍정의한테 맞았다? 김성철씨, 너무 신경과민인 것 같네. 너무 외골수로 생각하지 마. 그러다 탈 나겠다.”

“두 분 선배, 내가 괜히 이러는 게 아닙니다. 삼현 박민준 차장도 저처럼 생각하고 있습니다. 최철호 실장이랑 주먹들이 봉변을 당할 때 말이죠...”


삼현 박민준을 들고 나오자 전임 보도국장과 경제부장도 김성철의 주장을 마냥 무시하기 애매해졌다.

 

“응? 그때도 좀 이상한 점이 있었다 이런 말인가?”

“바로 그렇습니다. 박민준 차장 이야기를 들어보면... 물론 자기는 홍정의네 집밖에서 기다리느라 폭행은 다행히 당하지 않았는데 집안에 들어갔던 최철호 실장하고 어깨들이 뭇매를 맞을 때 말이죠...”


전임 국장과 부장이 이야기에 쏙 빠져들었다.


“야구 방망이가 하늘로 날아다니다 갑자기 공격을 하더랍니다. 그게 분명히 사람이 휘두르는 느낌이었는데 방망이를 잡은 사람, 아니 귀신은 볼 수 없었답니다. 얼마나 놀랐는지 최실장은 그 이야기만 나오면 아직도 진저리를 치며 경기를 할 정도랍니다.”

“듣고 보니 마냥 무시하기는 좀 그렇네? 어떻게 생각해?”


전임 보도국장이 경제부장에게 동의를 구하자 경제부장도 고개를 끄덕인다.


“그렇네요. 하기야 아무리 홍정의가 무술에 능해도 프로 깡패 네 명을 작살을 내놨다는 건 아무래도 믿기 어렵긴 하죠. 특별한 능력이 있기 전에는 말이죠.”


김성철이 이야기를 마무리했다.


“그렇습니다. 그래서 나는 아무래도 홍정의가 무슨 귀신이 아닌가, 아니면 최소한 무슨 이상한 능력을 갖고 있는 건 아닌가 그런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김성철이 나름대로 설득력 있는 이야기를 했지만 그렇다고 백 프로 믿기도 어려웠다. 이런 비과학적인 이야기를 믿기에는 전임 보도국장과 경제부장으로서 너무 미신에 혹한다는 자기검열이 작동했다.


행여 자기들이 그런 이야기를 믿는다는 걸 남들이 알기라도 하면 너무 힘든 일을 겪다가 정신까지 이상해졌다고 손가락질할 것이 분명해 보이기도 했다.


전임 보도국장은 3인방의 리더로서 홍정의가 귀신이라는 이상한 상상에 같이 휩쓸려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논리적이고 과학적으로 생각하려 정신을 집중했다. 뜻밖에 쉽게 해답을 찾았다. 무릎을 탁! 쳤다.


“아, 이렇게 된 거야.”


전임 경제부장과 김성철이 보도국장의 입에서 무슨 말이 나올지 기대하는 표정이었다.


“과학적으로 생각하자고. 요즘 세상에 무슨 귀신, 내 생각에는 이놈이 정보기관의 앞잡이이거나 아니면 최악의 경우 북한에서 내려보낸 간첩일 수도 있지.”


전임 보도국장의 확신에 찬 이야기를 들은 두 사람은 휴우~ 한숨을 쉬었다. 실망의 한숨소리였다.


“귀신 이야기나 국정원 끄나풀이나 간첩이나 허황되기는 다 마찬가지 같습니다. 정보기관이나 북한에서 홍정의를 보호하느라 최철호 실장과 조폭들을 개패듯이 팼다는 이야기가 되는데요? 그 이상한 야구방망이로 말이죠?”


전임 경제부장이 디스를 하자 전임 보도국장도 딱히 반론을 펴진 못했다.


21세기 서울 한복판 방송가의 술집에서 나올 법한 이야기는 분명 아닌데 현직 기자라는 사람들이 이런 이야기를 진지하게 하고 있는 것도 또한 엄연한 사실이었다.


김성철이 다시 나섰다.


“이렇게 하시죠. 우선 감사가 오늘 보여준 그 동영상이 어떻게 감사실로 들어갔는지부터 확인해 보죠. 전달자가 있을 것 아닙니까? 전달자를 상대로 어떻게 그 동영상을 입수했는지 또 확인을 해 보고요... 그러다 보면...”

“만약 그 전달자가 홍정의라면? 홍정의가 말해 주겠어? 내가 찍었습니다... 내가 귀신이거든요... 그렇게? ”

“아니, 자꾸 그렇게 안 되는 쪽으로만 생각하면 할 게 아무것도 없습니다. 우선 전달자부터 확인해 보죠.”


김성철이 다소 짜증섞인 목소리로 전 경제부장에게 이야기하자 보도국장이 정리했다.


“오케이, 뭐 당장 할 수 있는 건 전달자를 찾아 동영상이 어떻게 생산되었는지를 추적하는 것밖에 없네 뭐. 김성철씨가 좀 전달자를 찾아보지.”


방송사는 정보 관리를 철저히 하는 조직이 아니었다. 며칠 되지 않아 김성철이 전달자를 특정하는 데 성공했다.


감사실에 근무하는 입사동기에게 술을 사주고 얻어낸 정보였다.


다시 3인방이 모인 자리.


“홍정의가 감사한테 갖다 바쳤다는데요?”

“짐작대로네?”

“그렇죠. 그러면 홍정의를 상대로 그 동영상이 어디서 났느냐를 물어봐야 하는데요...”

“그 새끼가 말해줄 리가 없겠지.”


전 보도국장이 요점을 정리한다고 나섰다.


“본인이 찍었느냐 아니면 누구한테 전달받았느냐, 그것이 문제네?”

“그렇죠. 그런데 클럽하우스의 그 방에 홍정의가 들어간 걸 본 사람은 아무도 없죠. 현실적으로 가능한 추론은 ‘그날 서빙했던 직원들이 몰카를 설치해서 촬영한 다음 홍정의한테 전달했다’는 것이죠.”

“그런 스토리라도 되었으면 좋겠다.”


전임 보도국장이 그렇게 이야기하자 김성철이 나섰다.


“그렇지 않아도 내가 삼현 박민준 차장한테 좀 알아봤어요. 그 직원들이 홍정의의 부탁으로 혹시라도 그런 몰래 카메라를 했을 가능성이 얼마나 되겠냐고 물어봤습니다.”

“그랬더니?”

“박민준 차장이 코웃음을 치더라고요. 삼현에서 그런 일이 있어날 수 있겠냐고요.”


전임 경제부장이 그래도 반론을 펼쳤다.


“혹시 알아? 홍정의가 억대 돈으로 매수했는지?”


전임 경제부장은 그렇게 말을 하면서도 말이 안 되는 이야기라고 스스로 생각했다.


“국장님, 부장님, 가장 단순한 추리는 말이죠, 그냥 홍정의가 귀신으로 변해서 클럽하우스 식당을 찍었고 최철호 실장 일행도 야구방망이로 팼다는 설정입니다. 나머지 추리는 다 억지스러워요.”


두 선배는 김성철의 추리에 반박은 못하면서도 수긍은 안 한다는 식으로 쳐다봤다.


“아니, 나를 자꾸 그런 식으로 바라보지 마시고 영화 같은 데서도 그런 게 늘 소재가 되잖아요? 우리나라에서만 그런 일이 안 벌어질 거라고 단정할 순 없는 거 아닐까요?”

“오케이, 그건 그렇다고 치고, 홍정의가 그걸 누구로부터 입수했는지 감사실에 말했을 수도 있을 것 같은데 그건 없어?”

“홍정의가 그냥 어렵게 확보한 증거물이라고만 했답니다.”


세 사람이 방송국 근처 단골 술집에 모여 명예회복의 기회를 한방에 날려버린 클럽하우스의 동영상을 가지고 몇 시간째 두서 없는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기다리던 사람이 드디어 나타났다.


세 사람은 동시에 기립했다. 뉴스를 마치고 온 남기형 앵커였다. 남 앵커 뒤에 홍정의도 서 있는 건 그들 눈에 보이지 않았다.


“자, 앉읍시다.”


전임 경제부장이 솜씨를 발휘해 폭탄주를 말아 남앵커에게 바쳤다.


“뉴스 진행하느라 목 마르실 텐데 한잔 쭈욱 드시죠.”


남앵커가 폭탄주 잔을 들며 건배를 제의했다.


남자 4명이 일제히 목젖을 드러내놓고 꿀꺽꿀꺽 잔을 비웠다.


“세 사람 인사는 어떻게 됐어요?”


보도국장이 불만 가득한 얼굴로 대답했다.


“아, 이놈들이 우리 셋 모두 심의실로 보내겠답니다.”

“뭐? 논설위원실 아니고?”

“우리가 가서 좀 따졌다고 괘씸죄가 더해진 것 같습니다.”

“사장 생각이야?”


투명모드의 홍정의는 사장 이야기가 나오자 핸드폰을 꺼내 녹화를 시작했다.


“보도본부장 생각인지 사장 생각인지는 아직 확인 못했습니다. 그런데 요즘 사장 행보가 이상해도 이만저만 이상한 게 아닙니다.”

“야당이 집권 가능성 있다 이거지?”

“그러게 말입니다. 누구 덕에 사장 자리에 올랐는데 은공도 모르고 야당 쪽에 찰싹 들러붙다니, 이게 말이나 되는 겁니까?”

“조만간 후회하게 될 거요.”


남앵커가 몸을 뒤로 젖히며 느긋하게 사장이 후회하게 될 거라고 말하니 전임 경제부장이 궁금증을 못 참고 나섰다.


“무슨 좋은 소식이라도 들은 게 있습니까, 이사님?”

“지금 지지율 높다고 총선 이기고 대선 이길까? 길고 짧은 건 대봐야 안단 말이지.”


하나마나한 소리에 3인방은 실망감을 애써 감췄다.


“왜들 그래? 내 말이 그냥 하는 소리로 들려?”

“아니, 뭐... 여당이 이기길 바라는 이사님 마음이야 이해하지만... 지금 상태로는...”


전임 보도국장이 남앵커의 이야기를 평가절하하자 남앵커가 반박했다.


“어이, 내가 요즘 얼마나 열심히 하고 있는지 안 보여? 앵커멘트 고치랴 클로징멘트 쓰랴... 내 팬들 많이 떨어져나가는 걸 감수하고 내 나름대로 승부수를 띄운 거라고... 여당에서는 알고 있더만...”

“그야, 그렇지요. 요즘 이사님 때문에 우리편인 노조애들도 대략난감한 눈치이던데요?”

“노조가 헷갈리는 데 비례해서 여당 지지율이 올라갈 거야. 여러분도 확신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나서야 된다고.”


3인방은 이사의 말에 여전히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보도국에서 떨려나면 손발 다 짤리는 셈인데 도울래야 도울 방법이 있어야죠.”

“하, 이 사람들, 그럼 나를 개인적으로라도 도우라고. 뉴스에 어떻게 하면 여당을 부각시키고 야당을 조질 수 있는지 수시로 아이디어를 달라고. 그리고 앵커멘트도 좀 써서 보내고 클로징멘트도 써서 보내라고. 나 혼자 하기 벅차.”


눈치 빠른 경제부장이 얼른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이사님. 클로징멘트 열심히 써보겠습니다.”

“고마워. 그리고 말이야...”


남앵커가 하고 싶은 말이 있는 듯했다. 세 사람은 무슨 말이 나올지 궁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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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33. 개인택시 기사가 되다 23.12.25 35 0 12쪽
32 32. 검찰수사관들, 감전사고를 당하다 23.12.23 43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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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27. 나 죽이면 너희도 다 죽어! 23.12.20 45 0 12쪽
26 26. '홍기자의 현장출동' 론칭 23.12.19 46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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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23. '범인은 홍정의', 사실상 결론 23.12.18 51 1 12쪽
22 22. '귀신'은 홍정의이다! 23.12.16 55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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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20. 여의도로 출근하고 싶다 23.12.14 60 1 12쪽
» 19. 아무래도 귀신인 것 같습니다 23.12.14 58 2 12쪽
18 18. 클로징멘트 정치 23.12.13 66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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