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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ooon 님의 서재입니다.

곤봉 기자, 홍정의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soooon
작품등록일 :
2023.12.02 20:18
최근연재일 :
2024.01.09 19:05
연재수 :
4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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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
글자수 :
243,767

작성
23.12.13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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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8. 클로징멘트 정치

만년 편집부 기자가 사회부 기자가 되었다. 마침 투명인간이 될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을 전수받았다. 그리고 참교육을 위한 '곤봉'을 마련했다.




DUMMY

남기형 앵커의 청아하고 확신에 찬 목소리가 회의실에 울려퍼졌다.


“오, 나는 관심이 참 가는데요... 지금까지 정부 행정이라는 게 공무원들 위주로만 이뤄져 왔는데 앞으로는 국민들이 원하는 걸 찾아서 하겠다는 거 아닙니까? 일단 오늘 리포트를 하나 해놔야 나중에 그 결과가 어떻게 되었는지도 보도할 거 아닙니까?”


KMS의 간판 앵커께서 모처럼만에 의견을 냈는데 어떻게 무시하겠는가? 한 꼭지 제작하기로 결정이 날 수밖에.


편집회의가 끝나고 남기형 앵커는 잠시 오수를 즐겼다. 칸막이가 되어 있지만 코고는 소리를 막을 수는 없었다.


코고는 소리가 안 들린다 싶어 앵커석을 바라보니 데스크탑 자판을 두드리고 있었다. ‘정부부처 국민여론조사 실시’ 꼭지의 앵커멘트를 작성하고 있으리라.


그날 밤 홍정의는 남앵커가 앵커멘트 하는 것을 TV로 지켜봤다.


[ 오랜만에 신선한 소식입니다. 그동안 정부여당이 국민들의 마음을 잘 읽지 못하는 거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적지 않았는데 대통령실에서 큰 결심을 했습니다.


정부의 전부처 그리고 정부투자기관을 대상으로 소비자 만족도 조사를 실시하기로 했습니다.


국민들은 뭘 가장 바라는지 치밀한 여론조사를 실시해 정책에 백프로 반영하겠다는 것입니다. 좋은 결과로 이어지길 기대합니다. 정치부 권승표기자가 보도합니다.]


자기가 여당 사무총장에게 제안해놓고 자기가 뉴스를 통해 선전하는 것이다.


내막을 알고 있으니 입맛이 매우 썼다. 날씨 예보가 끝나고 뉴스가 그대로 끝나나 싶었는데 아직 뭐가 더 남아 있었다.


뉴스 말미에 앵커가 특별히 시간을 더 내어서 하는 클로징멘트가 이어졌다.


[ 역대 정부가 여론조사를 기반으로 행정을 펼친 적은 없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그런데 현 정부가 행정의 중심에 국민을 두겠다는 과감한 결정을 내렸습니다.


그런데 시청자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조사가 부족해서 국민들의 불만이 컸겠습니까?


문제는 실천입니다.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더라도 이 핑계 저 핑계로 실천으로 옮기지 않으면 국민 혈세만 다시 한번 낭비하는 꼴이 될 것입니다.


용두사미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대통령과 정부여당의 단호한 의지가 필요해 보입니다.


그리고 여론조사에 응하는 시청자 여러분의 적극적인 참여의식이 필요해 보입니다.


모처럼만에 나온 정부여당의 결단이 좋은 성과로 이어지길 기대해 봅니다.


오늘 뉴스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


홍정의의 귀에는 정부여당이 모처럼만에 훌륭한 일을 했으니 국민들이 호응하라는 소리로 들렸다.


시청자들 중에 정부의 여론조사 실시 방침 이면에 여론조작을 위한 음모가 도사리고있다는 걸 아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다음날 남앵커는 점심 약속이 없는 모양이었다. 보도국 사무실을 둘러보더니 홍정의가 앉아있는 걸 보고 불렀다.


홍정의가 편집부에서 근무하던 시절 앵커 수발을 들어준 인연으로 남기형 앵커는 홍정의를 나름 친근하게 대했다.


“홍정의씨, 약속 있어?”

“아, 예. 없는데요. 점심 모실까요?”

“같이 가지. 정치부 김영승이도 같이 가기로 했어.”

“아, 예.”


남기형 앵커는 회사가 제공한 기사 딸린 승용차에 김영승 기자와 홍정의를 태우고 단골로 다니는 삼겹살집으로 갔다.


삼겹살을 안주삼아 포도주를 마시는 게 남앵커의 낙 중 하나였다. 다른 손님들이 힐끔힐끔 자신을 쳐다보는 것도 적당히 즐기는 것 같았다.


잔들에 포도주가 채워지자 남앵커가 잔을 들었다.


“자, 잔들 듭시다.”


포도주를 한 모금 하고 지글지글 익고 있는 삼겹살을 한 점 입에 넣으니 딴은 별미였다.


“요즘 여당은 분위기가 어때?”


정치부에서 여당을 출입하는 김영승은 잠시 생각하는 듯 했다.


“아무래도 분위기가 안 좋죠. 지지율이 바닥을 기고 있으니까요.”

“그렇지? 정치는 여론이니까. 그런데 조금 올라가지 않을까?”

“뭐, 대통령이 잘 해야겠죠. 여당이야 대통령 지지율 따라가는 것 아닙니까?”


홍정의가 슬며시 남앵커의 음흉한 속마음을 찔러봤다.


“여론조사 그것 믿을 수 있나요?”

“무슨 말이지, 홍정의씨?”

“여론조사 그거 마사지 좀 하면 얼마든지 여당에 유리하게 나올 수 있을 텐데요?”


홍정의는 남앵커의 표정을 분명히 봤다. 비밀이 탄로난 어린애처럼 표정을 잘 간수하지 못했다.


남기형 앵커가 당황한 걸 애써 수습하고 물었다.


“응? 그거 흥미있는 말이네. 어떻게 마사지하는데? 혹시 좀 아는 게 있어?”

“그냥 제 짐작입니다. 여론조사 회사들 재정적으로 취약하잖아요? 푼돈 좀 벌어보겠다고 너도나도 여론조사 시장에 뛰어들거든요. 사실 정치여론조사는 돈도 별로 안 되는데 말이죠. 기업들의 시장 조사가 큰 시장이거든요.”


남기형 앵커가 집중했다. 이놈이 이런 걸 어떻게 알지? 하는 표정이었다.


“아니, 그래서 어떻게 마사지를 하는데?”

“아, 여론조사 회사 몇 군데 골라서 큰 프로젝트 연결해주고 우리한테 유리하게 여론조사 좀 해주라, 부탁하면 안 들어줄 회사 별로 없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오호... 그래?”


김영승이 물정도 모르면서 홍정의를 반박하고 나섰다.


“홍정의씨, 아무리 그래도 대명천지에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겠어? 여론조사는 과학이야. 몰라? 다소간의 차이는 있을 수 있겠지만 여론조사 결과는 믿어야지. 마사지라니...?”

“김선배, 참 순진하십니다. 보세요. 마사지 조금 한다고 해서 눈에 띌 것 같습니까? 여론조사 회사마다 결과 나오는 거 보십시오. 비슷하게 나오는 회사들도 있습니다만 어떤 때는 여야의 결과가 완전히 뒤집어져서 나오는 경우도 비일비재하잖습니까?”


홍정의가 팩트를 들이밀어도 정치부 기자라고 지기 싫은 모양이었다.


“아니, 아무리 그래도 돈 받고 여론조사를 조작한다고는 생각 못하겠는데? 그러다 문제 생기면 뒷감당을 어떻게 하려고?”

“여론조사가 들쭉날쭉할 땐 그럴 만한 이유가 있는 겁니다. 김선배랑 증거도 없이 왈가왈부할 문제는 아니지만 나는 그럴 개연성이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홍정의와 김영승의 입씨름을 말없이 지켜보는 남앵커의 머릿속은 복잡하게 돌아갔다. 홍정의가 결정타를 날렸다.


“이럴 때 대통령이 깜짝 행보를 보이면 여론조작하는 게 더욱 쉬워질 수도 있죠.”


남앵커는 놀라 자빠졌다. 목소리가 떨려나왔다.


“무슨 깜짝 행보?”

“아, 예를 들어 그동안 무시하던 야당 대표를 찾아간다든지... 측근들을 전격적으로 갈아치운다든지, 쇄신을 핑계로요... 그런 게 있을 수 있죠. 그 직후에 여론조사를 해서 그 때문에 지지율이 올랐다... 이렇게 합리화하기 쉽지 않겠습니까?”


남앵커는 귀신이 곡할 노릇이라고 생각했다. 자기가 김형식 총장에게 제안한 여론 제고 방안을 어떻게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반복한단 말인가?


그날 이후 남앵커는 홍정의를 조금 경계하기 시작했다. 홍정의가 자신과 김형식 총장과의 만남에서 나온 이야기를 엿들었을 리는 없지만 너무 귀신처럼 알아맞히는 게 께름칙했다.


실제로 이 무렵부터 매주 나오는 여론조사 결과가 미묘하게 변하기 시작했다. 여당에 대한 지지율이 조금씩 오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정치부에서 유난히 여론조사에 대한 발제를 자주 하기 시작했다.


홍정의는 눈에 안 보이는 회사 내 거대한 여당지지 세력이 느껴졌다. 남기형 앵커가 여당에 제안하고 여당이 추진하면 그걸 다시 받아서 KMS 정치부와 남기형 앵커가 증폭시키고...


사장은 이런 구도를 알고 있는 것인가? 아니면 보도부문 차원에서 은밀히 작동하고 있는 카르텔인가?


그리고 이 무렵부터 뉴스 말미에 남기형 앵커가 사실상 개인의 정치적 견해를 피력하는 ‘클로징멘트 정치’가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간헐적으로 하던 클로징멘트를 매일 고정적으로 하기 시작했다.


여당을 비판하는 것 같으면서도 알고보면 야당을 조지거나 여당이 분명 잘못한 사안인데도 여당이나 야당이나 똑같다는 식으로 물타기를 했다.


혹여 야당이 잘못하는 것이 나오면 그건 그야말로 준엄하게 조졌다.


어처구니 없는 클로징멘트가 반복되면서 보도국의 분위기가 조금씩 뒤숭숭해졌다. 그리고 시청자들도 조금씩 불만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


어느날 대기발령을 받은 전임 보도국장을 비롯한 3인방이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는 소식이 홍정의의 귀에 들려왔다.


경찰은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기려 했지만 검찰에서 아예 혐의가 없다며 기소를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는 것이었다.


홍정의는 즉각 경찰서장에게 전화했다.


“서장님, 애써 수사했는데 결과가 용두사미가 된 것 같습니다.”

“기소권을 독점하고 있는 검찰에서 그렇게 나오니 참 난감하네요.”

“혹시 들리는 이야기는 없습니까? 왜 그렇게 되었는지요?”

“우리 쪽에서 은밀히 좀 알아보긴 했는데 정확한 얘기는 아니라서...”

“괜찮습니다. 참고만 좀 하죠.”

“음... 삼현그룹 법무실 이야기가 있어요. 뚱딴지처럼 갑자기 재벌그룹 법무실이 등장해 이해는 안 됩니다만 그런 소문이 있는 건 사실입니다.”


홍정의는 고개가 끄덕여졌다.


“뚱딴지 아닙니다. 그 사람들이 삼현그룹과 가까운 건 사실입니다. 서장님도 아시잖습니까? 삼현그룹 이상민 회장 금고 도난 사건 때 KMS 3인방이 그 기사 막느라고 애를 많이 썼거든요.”

“아, 그게 그렇게 연결이 되는군요. 그렇다면 조금 이해가 됩니다.”


3인방은 무혐의가 났으니 대기발령을 취소하고 새로이 인사발령을 내달라고 회사측에 요구했다.


그리고 자신들이 아무런 잘못이 없는데도 주가조작에 연루된 것처럼 출입기자들에게 알리고 대기발령을 내는 바람에 명예가 훼손되었다며 회사에서 응분의 책임을 질 것을 요구했다.


그야말로 적반하장이었다. 감사는 화가 났다. 감사는 3인방을 자기 방으로 불러들였다.


“세 분이 대기발령을 받은 것은 주가조작 연루의혹 때문만은 아니었습니다. 우리는 세 분이 삼현 이상민 회장의 세컨드 집의 금고 도난 사건의 보도를 안 나가게 해준 댓가로 푸드코트를 분양받고 또 문제가 되니까 분양을 없던 일로 했다는 증거도 가지고 있습니다.”


전임 보도국장이 발끈했다.


“감사님 협박하시는 겁니까? 삼현 최철호 비서실장이나 박민준 차장이 유도심문에 넘어가 그런 증언을 했다고 지난번 조사 때 누누이 설명드리지 않았습니까? 설사 그런 얘기가 오갔다 하더라도 분명한 건 분양을 받지 않았다는 거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어떻게 해드릴까요?”

“명예회복을 해달라는 것이죠.”

“어떻게요?”

“원직 복귀를 해주셔야죠. 억울하게 누명을 쓰고 쫓겨나지 않았습니까?”


감사는 3인방의 대표인 전임 보도국장의 뻔뻔함에 화가 치밀었다.


“자, 그럼 이걸 한번 봅시다. 이걸 보고도 그런 말을 할 수 있는지 궁금합니다.”


감사는 삼현의 최철호 비서실장과 박민준 차장의 녹음이 아닌, 홍정의가 제출했던 동영상 중 하나를 골랐다. 클럽하우스 식당에서 최철호 비서실장이 푸드코트를 분양받을 수 있게 해주겠다고 하자 전임 보도국장과 경제부장이 굽신거리며 충성맹세를 하는 부분이었다.


전임 보도국장과 경제부장은 대경실색했다.


“아니, 저게 뭡니까?”

“왜요? 두 분이 삼현의 비서실장 앞에서 머리를 조아리고 있는 모습 아닙니까? 이게 방송사의 보도국장과 경제부장의 처신으로 올바르다고 보십니까? 소리도 좀 키워드릴까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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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32. 검찰수사관들, 감전사고를 당하다 23.12.23 42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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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25. 영악한 피해자 23.12.19 44 0 12쪽
24 24. 곤봉의 등장 23.12.18 47 0 12쪽
23 23. '범인은 홍정의', 사실상 결론 23.12.18 51 1 12쪽
22 22. '귀신'은 홍정의이다! 23.12.16 54 2 12쪽
21 21. 귀신이 아니고서는... 23.12.15 55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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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19. 아무래도 귀신인 것 같습니다 23.12.14 57 2 12쪽
» 18. 클로징멘트 정치 23.12.13 66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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