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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ooon 님의 서재입니다.

곤봉 기자, 홍정의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soooon
작품등록일 :
2023.12.02 20:18
최근연재일 :
2024.01.09 19:05
연재수 :
4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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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43,7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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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2.18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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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24. 곤봉의 등장

만년 편집부 기자가 사회부 기자가 되었다. 마침 투명인간이 될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을 전수받았다. 그리고 참교육을 위한 '곤봉'을 마련했다.




DUMMY

서울의 한 공업고등학교에 다니는 김철수라는 학생은 첫인상이 소심해 보이고 자꾸 움츠리는 스타일이었다.


“겁났을 것 같은데 방송국에 제보할 생각은 어떻게 했어?”

“혹시나 하고요. 대신 내가 제보했다는 사실은 비밀로 해야 돼요.”

“알았어. 그런데 학교나 경찰에는 신고 안 했어?”

“신고해 봤자예요. 증거가 없다고 못 들은 척했어요.”


홍정의는 김철수에게 취재 계획을 설명해줬다. 평상시처럼 하교길에 일진들이 괴롭히는 그 장소로 지나가라고 했다.


그러면 자기가 알아서 몰래 촬영하겠다고 했다. 촬영한 다음 뉴스에 내보내 학교와 경찰이 나서도록 하자고 설명했다.


그리고 ‘이게 마지막이다.’하고 놈들이 패면 맞을 수도 있겠냐고 물었다.


“맨날 안 맞으려고 돈 바치는 것도 이제 지쳤어요. 그 새끼들한테서 풀려날 수 있다면 한 번이 아니라 열 번도 맞을 생각이 있어요.”


김철수와 D-day로 잡은 날, 홍정의는 새로 마련한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며 약속된 장소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영화에서 흔히 보듯 한눈에 봐도 불량학생으로 보이는 학생 예닐곱이 으슥한 동네 공원에서 자기들끼리 투닥거리며 ‘손님’들을 기다리는 것 같았다.


김철수는 약속 시간에 맞춰 홍정의의 앞에 나타났다. 홍정의는 김철수의 옷깃에 마이크를 달아주고 등을 두드려줬다.


“오늘이 저놈들 마지막 날일 거야. 힘내자.”


김철수는 놈들이 놀고 있는 곳을 의식하며 골목길을 뚜벅뚜벅 걸어갔다. 아니나다를까 놈들이 휘파람을 휙~ 부는 소리가 들렸다.


홍정의는 나무 뒤에 몸을 숨기고 촬영을 시작했다. 김철수의 옷깃에 단 마이크를 통해 놈들의 목소리도 생생히 녹음되고 있었다.


놈들은 김철수에게 ‘일당’을 요구했다. 일당이라 함은 아마도 매일 갖다 바쳐야 하는 정해진 액수인 것 같았다.


“이제 일당 바치지 않기로 했어. 날 죽이든지 말든지 알아서 해.”


떨리는 목소리이지만 김철수는 또박또박 준비한 말을 했다.


놈들은 맨날 겁에 질려 순순히 일당을 갖다 바치던 김철수가 이렇게 나오자 처음엔 당황했다.


그러나 놈들은 김철수가 이렇게 나오는 이유를 세심히 살필만큼 생각이 깊지 않았다.


왜 그러는지 묻거나 달래서 사정을 알아본 뒤 폭행을 가해도 충분하련만 기분이 상하자 바로 손발을 들어올려 패기 시작했다.


“이런 쫄보 쥐새끼가 갑자기 쥐약을 먹었나? 고양이한테 덤벼드네? 이래도 안 내놓을래?”


한 놈이 그러면서 김철수를 발을 걸어 넘어뜨렸다. 그러자 나머지 놈들이 동시에 달려들어 김철수를 짓밟기 시작했다.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김철수가 도와달라고 외쳤으나 그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사람은 없었다.


건장한 남자 하나가 김철수가 맞고 있는 현장을 10여미터 간격을 두고 지나쳤으나 끝내 외면하고 말았다.


핸드폰이라 줌을 하면 조금 흔들리기는 했으나 김철수가 만신창이가 되어가고 있는 현장이 리얼하게 녹화되었다.


홍정의는 더 이상 방치하면 상처가 커질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홍정의는 행인을 가장하고 놈들이 김철수를 타작하고 있는 방향으로 걸어갔다. 손에는 여전히 녹화모드로 돌아가는 핸드폰을 쥐고 있었다.


“야, 이 자식들. 지금 뭐 하는 거야?”


호기롭게 소리를 질렀다. 놈들은 무슨 개가 짖나? 하는 표정으로 홍정의를 바라봤다.


“야, 나이 좀 많으면 반말해도 되는 거야? 너도 이꼴 당하고 싶지 않으면 가던 길 그냥 가지?”

“이 새끼들, 얻다 대고 협박이야? 좀 맞아야지 정신 차릴래?”


홍정의는 애써 목소리를 올려 혼을 낸다고 냈으나 놈들에게 약발이 먹힐 리 없었다. 홍정의는 놈들의 반응을 이끌어내기 위해 계속 약을 올렸다.


“야, 새끼들아, 이 핸드폰 보이지? 내가 아까부터 니들이 저 학생 패는 거 다 촬영했다. 나이로 봐서 촉법소년은 지난 것 같으니까 이걸로 신고하면 너희들 콩밥 좀 먹을 수 있겠다.”


핸드폰 촬영이라는 말에 자극받았는지 놈들은 금세 반응을 보였다.


“야, 저 새끼 잡아. 핸드폰 뺏으라고.”


우두머리 학생이 명령을 내리자 나머지 놈들이 우르르 홍정의를 향해 달려들었다. 홍정의는 대적하는 척하다 이내 몸을 돌려 도망치기 시작했다.


놈들이 우르르 홍정의의 뒤를 쫓았다. 홍정의는 도망을 치면서도 최대한 핸드폰 촬영을 계속했다.


핸드폰에는 흔들리는 영상과 거친 숨소리, 욕설들이 리얼하게 녹화되었다. 숨이 턱에 닿기 직전 홍정의는 옆 골목길로 급히 꺾었다.


그리고 바로 투명모드로 전환했다.


놈들은 골목길을 꺾자마자 사라진 홍정의를 찾느라 동네를 이 잡듯이 뒤지고 돌아다녔다.


홍정의는 그 사이 김철수가 당하고 있는 장소로 돌아왔다. 우두머리 녀석이 쓰러진 김철수를 여전히 발로 톡톡 차고 있었다.


아프리카 초원에서 최상위 포식자가 힘 약한 초식동물을 잡아놓고 툭툭 치며 장난치는 게 연상되었다.


홍정의는 경찰 진압봉 보다 조금 작은 곤봉을 허리춤에서 뺐다. 야구 방망이는 휴대도 불편할뿐더러 곤봉에 비해 효과적이지 않다고 생각해서 이 사건을 위해 새로 마련한 장비였다.


홍정의는 투명모드를 유지한 채 우두머리 녀석에게 다가갔다. 귀에 대고 조용히 말했다.


“김철수 일으켜”


우두머리 녀석이 뒤를 돌아봤다. 그러나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환청을 들었나? 하는 표정이었다.


목소리를 더 단호하게, 크게 했다.


“김철수 일으키래도!”

“뭐, 뭐야? 너 누구야? 어디 있는 거야?”


둘러봐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우두머리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김철수 일으켜 세우고 사과해. 그렇지 않으면 나한테 맞는다.”


영문을 모르니 선뜻 김철수를 일으킬 수도 사과를 할 수도 없어 우두망찰 서 있을 뿐이었다.


홍정의가 곤봉으로 놈의 머리통을 냅다 내리쳤다. 곤봉이 텅텅 빈 우두머리의 두개골에 부딪혀 나는 소리가 허공에 메아리쳤다. 아직 곤봉 사용이 익숙치 않아 조금 강도가 세었던 것 같았다.


예기치 않은 공격에 놈은 아파할 새도 없었다. 다시 곤봉의 공격이 몸 여기저기로 날아들었다.


작정하고 휘두르는 곤봉의 파괴력은 상상 이상이었다. 홍정의는 실전을 통해 곤봉 사용법을 익힐 겸 원없이 휘둘렀다.


홍정의를 잡으러 갔던 똘마니들이 목적을 이루지 못하고 돌아왔을 땐 김철수는 멀쩡히 서 있었고 그들의 보스는 피를 흘리며 땅바닥에 널부러져 있었다.


“사과할 거지?”

“네. 알겠습니다. 그러겠습니다. 용서해 주십시오.”


김철수도 사실 영문을 몰랐다. 왜 갑자기 우두머리 놈이 비명을 지르며 땅바닥을 데굴데굴 구르는지 이유를 알 수 없었다.


그리고 허공에서 들리는 이상한 목소리는 또 무엇인지 도무지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그러나 우두머리 놈이 땅바닥을 구르는 건 뭘 잘못 먹은 짐승이 죽겠다고 땅을 구르는 모습이 연상되어 시원하기 짝이 없었다. 입에서 절로 웃음이 번져나왔다.


똘마니들은 우두머리에게 다가가 일으켜 세우려고 했다. 가까스로 일어난 우두머리놈은 똘마니들을 뿌리쳤다.


그리고 김철수에게 허리를 숙였다.


“철수야, 그동안 미안했다. 잘못했다. 앞으로는 안 그럴게”


우두머리 녀석이 거의 우는 목소리로 빌었다. 똘마니들은 이상한 상황전개에 대응 방법을 몰랐다.


승기를 잡은 김철수가 당당하게 말했다.


“내가 너한테 지금까지 갖다바친 돈이 총 얼마인지 알아?”

“얼만데?”

“총 270만원이야. 내일까지 갚지 않으면 오늘처럼 또 혼날 거야. 나 이만 간다.”


김철수가 멀어져가는 걸 우두머리와 똘마니들이 넋을 잃고 멍하니 바라만 봤다.


똘마니들이 보스에게 시선을 돌린다.


“이게 무슨 일이야? 저 새끼 그냥 보내? 왜, 무슨 일 있었는데? 왜 이렇게 됐냐고?”


똘마니들이 온통 상처투성이인 보스의 얼굴과 팔다리를 아플까봐 차마 만져보지도 못하고 안타깝게 바라봤다.


“보스, 그러고만 있지 말고 이야기를 좀 해봐. 무슨 일 있었는데?”


우두머리는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그리고 다리에 힘이 풀린 듯 옆에 있는 벤치에 풀썩 주저앉았다.


“야, 담배 한 대.”


똘마니 하나가 담배를 꺼내 입에 물려주고 불까지 붙여준다. 한 모금을 깊게 들이마신 뒤 길게 내뿜는다.


“저 새끼, 귀신이야.”

“뭐?”

“귀신이라고. 저 새끼 앞으로 건드리지 말자. 너희들이 그 새끼 잡으러 간 사이 누군지도 모를 어떤 존재가 나를 공격했다고.”

“저 새끼가 아니고 누군지 모르는 사람이?”

“사람인지 귀신인지 모르지. 눈에 보이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으니까.”


이러고 있는데 그들 사이에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앞으로 너희들 또 이런 짓거리 하면 오늘의 2배로 갚아준다. 나를 시험하다가 다리 병신, 팔 병신 된 놈들 한두 놈 아니다. 어떤 놈은 아킬레스건도 잘렸지.”


아킬레스건이라는 말에 놈들이 진저리를 친다. 놈들은 마땅히 시선 둘 데를 찾지 못했지만 어쨌든 경청했다.


“그리고 270만 원은 내일까지 갚아라. 내 명령을 하나라도 어길 시는 너희들 다 나의 분노를 피하지 못할 것이다.”


놈들은 어리둥절, 계속 두리번거리며 목소리의 주인을 찾아봤지만 보일 리가 없었다.


홍정의는 다음날 회사로 출근해 촬영해 온 ‘학폭 현장’을 실감나게 편집했다. 소원이던 자신의 얼굴도 충분히 내밀고 생애 첫 ‘리포트’를 완성했다.


김준성 부장에게 시사를 요청했다.


[ 서울의 한 고등학교에서 멀지 않은 마을 공원입니다. 멀리서 이 고등학교 학생들 7명이 서성이고 있습니다. 잠시 후 그들이 기다리던 먹잇감이 다가옵니다. 학생들이 불러세웁니다. (중략)

저 역시 이 친구들의 공격을 막아낼 자신이 없었습니다. 부끄럽지만 그냥 도망치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헉헉 대는 기자 숨소리, 학생들의 욕설 effect) KMS 뉴스 홍정의입니다. ]


짧은 리포트이지만 워낙 작정하고 찍은 화면이라 학생들의 거친 언사와 폭행 장면이 정말 리얼하게 잡혔다. 김준성 부장의 입이 빙그레 웃고 있었다.


“어떻습니까?”

“실감나네. 한편의 단편 영화야. 음...좋아. 시청률 좀 오르겠다. 사회부 기사 답네.”


홍정의의 리포트는 상당한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다. 우선 학생들의 폭행 현장이 생각 이상으로 잔인했고 학교가 이렇게 될 때까지 학교나 경찰은 도대체 뭘 하고 있느냐는 비판이 거셌기 때문이었다.


잘 차려진 밥상에 숟가락 하나 더 올리는 정치권의 순발력도 파장을 더 크게 만들었다.


여야 가릴 것 없이 최고위원회의와 대변인 성명을 통해 학교 폭력 현장을 성토하고 당국은 학교폭력을 발본색원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불량 학생들에게 직접 달려들었다가 도망을 치면서까지도 핸드폰에 생생한 현장을 담아 사회에 경종을 울린 홍정의 기자의 용기와 노력이 가상하다는 호평도 이어졌다.


뉴스가 나간 다음날부터 SNS상에는 ‘1진에게 쫓기는 기자’, ‘정의로운 홍정의 기자’, ‘기자도 1진은 무섭다’ 등등의 제목이 붙은 짤들이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어떤 짤들은 홍정의 기자의 거친 언사도 화제로 삼았다. 그러면 하나같이 그런 놈들에겐 그 정도 욕도 아깝다는 반응 일색이었다.


회사에서는 사실 그 아이템이 홍정의가 입사 6년째에 겨우 방송한 ‘입뽕작’(첫 작품이라는 방송계의 은어)이라는 사실을 누구도 눈치 채지 못했다.


홍정의는 사람들이 몰라줘서 오히려 고마웠다. 나이 60에 능참봉도 아니고 후배들도 이미 까마득한 과거로 기억할 입봉의 추억을 이제야 만들었다는 게 여간 창피한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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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봉 기자, 홍정의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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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검사와 재벌의 윈윈 24.01.01 24 1 12쪽
42 42. 일약 사회부장으로 23.12.30 25 1 12쪽
41 41. 호사다마와 기사회생 23.12.29 28 1 12쪽
40 40. 귀곡산장의 참교육 23.12.28 30 0 12쪽
39 39. 홍정의의 복직에 대한 각자의 셈법 23.12.28 28 0 12쪽
38 38. 진영싸움과 자리다툼이 불행의 본질 23.12.27 31 1 12쪽
37 37. 썩어빠진 방송국 23.12.27 30 0 12쪽
36 36. 연임을 위한 음모 23.12.26 32 1 12쪽
35 35. '배트맨 tv'를 론칭하다 23.12.26 37 0 12쪽
34 34. 사장의 흉계 23.12.25 37 1 12쪽
33 33. 개인택시 기사가 되다 23.12.25 34 0 12쪽
32 32. 검찰수사관들, 감전사고를 당하다 23.12.23 42 0 12쪽
31 31. 연임에 눈먼 사장의 배신 23.12.22 40 0 12쪽
30 30. 세상일은 예상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23.12.21 41 0 12쪽
29 29. 호떡집에 불난 검찰 23.12.21 44 0 12쪽
28 28. 재벌회장의 완벽한 뇌물 증거 23.12.20 41 0 12쪽
27 27. 나 죽이면 너희도 다 죽어! 23.12.20 45 0 12쪽
26 26. '홍기자의 현장출동' 론칭 23.12.19 46 0 12쪽
25 25. 영악한 피해자 23.12.19 44 0 12쪽
» 24. 곤봉의 등장 23.12.18 48 0 12쪽
23 23. '범인은 홍정의', 사실상 결론 23.12.18 51 1 12쪽
22 22. '귀신'은 홍정의이다! 23.12.16 54 2 12쪽
21 21. 귀신이 아니고서는... 23.12.15 55 2 12쪽
20 20. 여의도로 출근하고 싶다 23.12.14 60 1 12쪽
19 19. 아무래도 귀신인 것 같습니다 23.12.14 57 2 12쪽
18 18. 클로징멘트 정치 23.12.13 66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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