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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ooon 님의 서재입니다.

곤봉 기자, 홍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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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ooon
작품등록일 :
2023.12.02 20:18
최근연재일 :
2024.01.09 19:05
연재수 :
4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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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
글자수 :
243,7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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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2.23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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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검찰수사관들, 감전사고를 당하다

만년 편집부 기자가 사회부 기자가 되었다. 마침 투명인간이 될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을 전수받았다. 그리고 참교육을 위한 '곤봉'을 마련했다.




DUMMY

검찰의 체포영장과 압수수색 영장은 정해진 시일이 지나자 무효가 되었다.


그에 앞서 검찰은 홍정의의 주거에 대해 비밀리에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집주인의 동의 없이 압수수색이 실시될 수 없었지만 검찰은 불법을 강행했다.


물론 검찰이 유의미한 자료를 확보해 갈 순 없었다. 국정원이 일차 훔쳐갔다가 되돌려준 데스크탑과 퍽치기로 빼앗아갔다 역시 돌려준 핸드폰은 안전한 곳에 숨겨두었기 때문이다.


검찰은 홍정의의 은행 계좌도 샅샅이 뒤졌다. 그러나 직장 생활 얼마 안 한 월급쟁이의 계좌에서 특이점을 발견할 순 없었다.


참으로 단순한 금융거래밖에 없었다. 매달 정해진 날짜에 입금되는 월급과 매월 거의 일정한 신용카드 사용액, 점심값과 커피값, 자동차 기름값, 간혹 사입는 옷값 등등... 대출금은 하나도 없었다.


해고가 되고 나서 첫 아침이 밝았다.


생각보다 늦잠이 자지지 않았다. 새소리에 눈을 뜨는 평소의 습관대로 아침 일찍 눈이 떠졌다. 가만히 침대에 누워있으려니 잡생각만 가득했다. 북한산 자락으로 아침 산책을 갔다.


아침운동을 마치고 대문을 들어섰다. 느낌이 이상했다. ‘벼락 맞은 은행나무’가 아침인데도 빛을 발하고 있었다. 홍정의는 바로 집안으로 뛰어들어갔다.


아버지가 돌아왔다!

아버지는 평상시처럼 자신의 방에 가부좌를 하고 앉아 있었다.


“아버지!”


홍정의가 방으로 뛰어들며 엎드려 큰절을 올렸다. 아버지는 인자하게 웃으며 손을 뻗었다.


무릎걸음으로 아버지에게 다가간 홍정의는 아버지의 손을 맞잡아드렸다. 손이 막 닿는 순간 그러나 이건 현실이 아니라는 자각이 엄습했다.


꿈이었다. 홍정의는 놀라 벌떡 일어났다.


일어나 이게 무슨 뜻인지를 한동안 생각했다.


아들이 큰일을 당하자 아버지가 나타나 위로하는 것일까? 조만간 한번 아들을 격려하러 오신다는 뜻일까?


홍정의는 일어난 김에 꿈에서처럼 북한산 자락으로 아침산책을 나섰다. 출근할 필요가 없으니 서둘러 집으로 돌아갈 필요도 없었다.


내친김에 대성문까지 오르기로 했다. 숨이 조금 차기 시작했다. 중간중간 서울의 모습이 보였다 사라졌다 했다. 저 속에서 전쟁처럼 살았다는 생각이 문득 들기도 했다.


생각을 안 하려 해도 결국 다시 이정상 회장의 뇌물 수수 사건으로 생각이 돌아가곤했다. 아프리카의 후진국 이야기도 아니고 민주주의 대한민국에서 이런 일이 일어났다는 게 믿어지지 않았다.


홍정의는 그러나 서두르지 않기로 했다. 시간이 지나면 결국 밝혀질 일이고 자신이 취재한 기사도 빛을 볼 때가 있으리라 믿었다.


그러나 가만히 있을 생각 또한 없었다. 누군가 숟가락을 떠먹여줄 때까지 기다릴 일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기다리되 필요한 최소한의 법적 조치는 해나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홍정의는 집에 돌아와 옷을 깨끗하게 갈아입었다. 인터넷에서 검색한 이철근 변호사를 만나러 집을 나섰다.


이철근 변호사는 홍정의의 설명을 듣더니 적지않게 놀라는 눈치였다.


“굉장히 흥미로운 사건입니다.”

“무슨 뜻인가요?”

“대명천지에 이런 일이 버젓이 벌어지고 있다는 게 일단 믿기지 않습니다. 잘 찾아오셨습니다. 제가 최선을 다해 바로잡겠습니다.”


일단 믿음직했다. 대통령과 여당, 야당 인사들, 그리고 고위검사, 법관들이 연루된 사건이라 만약 주저하면 어떡하나 걱정했는데 이렇게 투쟁의지를 보여주니 적지 않게 안심되었다.


“앞으로 어떻게 하면 되겠습니까?”

“어떻게 하고 말고가 어디 있겠습니까? 먼저 해고무효소송 제기해야죠. 백프로 이기게 되어 있으니까 너무 염려하지 않아도 되겠습니다.”


변호사가 너무 큰소리를 치니 홍정의는 조금 불안했다.


‘이 사람이 지금 대통령과 맞짱을 뜬다는 걸 알고 이러는 걸까?’


“변호사님, 변호사님의 파이팅을 내가 걱정할 필요는 없겠습니다만...”

“네?”

“혹시 이 사건이 단순히 KMS 대표이사 사장을 상대로 하는 게 아니라는 건 알고 계시죠?”

“예? 무슨 말씀입니까? 그럼 피고가 다른 사람도 있단 말입니까?”

“아니, 그런 뜻이 아니라...”


홍정의는 이 사건의 배경과 맥락을 간단히 설명했다. 설명을 듣고 난 이철근 변호사의 태도가 확실히 변한 걸 느낄 수 있었다.


“왜 그러십니까? 조금 어려우시겠죠?”


홍정의가 중간에 포기할 양이면 이 단계에서 수임을 안 하는 것이 서로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뭐 사건을 안 맡는다고 해도 저는 서운하게 생각하지 않을 겁니다. 상대방들이 워낙 힘센 사람들이어서 저는 충분히 이해합니다.”


이철근 변호사는 그러나 홍정의가 걱정하는 그런 변호사는 아니었다. 혼자서 싱긋이 웃었다.


“홍기자님, 저를 그렇게 겁쟁이로 보지 말아주시죠. 저도 쭈욱 설명을 듣고 보니 결코 간단한 사건이 아니라는 걸 충분히 알겠습니다. 골리앗과 다윗의 싸움이잖습니까? 제가 솔직히 말씀드릴까요?”


홍정의는 무엇을 솔직히 말하겠다는 것인지 궁금했다.

“네, 말씀해 보시죠.”

“사실 이 사건은 저에게도 큰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대통령실과 권력자들에 맞서 만약 홍정의 기자님이 승리를 쟁취할 수 있다면 옆에서 조력한 변호사 역시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수 있지 않겠습니까?”


홍정의는 이철근 변호사의 솔직함에 고개를 끄덕였다.


“혹시 변호사님은 정치에 뜻을 두고 있습니까?”

“네, 그렇습니다. 그런데 지금까지는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돈 버는 일에만 전념하다 보니 저의 꿈을 잊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홍기자님 사건에 대한 설명을 들으면서 이사건은 나의 꿈을 이루라는 하나님의 뜻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번에는 홍정의가 빙긋이 웃었다. 이철근 변호사는 선임료를 말 그대로 상징적인 액수만을 받았다.


고마운 마음에 홍정의는 이 변호사를 이른 저녁에 초대했다. 밥과 술을 하면서 자연스레 사건의 구석구석을 전부 설명해주게 되었다.


“정말 나쁜 놈들이네요.”

“모든 것을 잃게 되었으니 그리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마음도 넓으십니다. 그런데 궁금한 걸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얼마든지요.”

“도대체 그런 취재는 어떻게 할 수 있었습니까?”


홍정의의 이야기를 듣는 사람마다 모두 그 ‘어떻게’에 생각이 미치는 것 같았다.


“내가 아까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검찰청 쓰레기장 뒤지는 건 고전입니다. 요즘 기자들은 잘 안 뒤지는 것 같긴 합니다만...”

“아니, 그것도 그렇지만 이정상 회장이 왜 그렇게 실토를 했는지... 조금 이해가 안 되어서 말이죠. 그리고 이정상 회장에게 정준일 검사가 계속 그 증거자료를 찢어버리면 무혐의로 해주겠다고 설득하는 장면을 찍은 동영상이 있다고 했는데...”

“그걸 누가 어떻게 촬영했고 어떻게 확보하게 되었는지 그게 궁금하다 이거죠?”

“개인적으로 궁금하다는 말입니다.”

“재판을 가면 그 부분은 어떻게 될까요?”

“아니, 방송한 것도 아니고 그 화면을 검찰이 확보하고 있는 것도 아니니 그 화면은 쟁점이 될 것 같지 않습니다.”

“누가 어떻게 찍었고 그걸 내가 어떻게 확보했는지는 나중에 기회가 되면 말씀드리겠습니다. 현재는 그런 동영상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 걸로 해놓겠습니다.”


소 제기를 해놨지만 우리나라 사법부가 신속히 움직이는 조직은 결코 아니지 않은가? 특히 정치적인 이해관계가 걸려있는 사건은 좀처럼 재판을 신속하게 진행할 의사가 없는 걸로 유명하지 않은가? 부지하세월, 인내의 시간이 시작되었다.


정치권에서는 남기형 앵커와 김형식 사무총장간의 은밀한 대화가 폭로된 이후 선거 결과는 보나마나라는 분위기였다. 단지 누가 무슨 의도로 그 장명을 촬영했는지, 아니 그보다는 어떻게 촬영이 가능했는지가 관심사로 떠올랐다.


정준일 검사는 지난번 홍정의가 자신에게 보여준 이정상 회장에게 뇌물리스트를 찢어 없애라는 화면과 남기형, 김형식 간 은밀한 대화가 겹쳐졌다.


정준일은 혼자 무릎을 쳤다.


‘바로 이것이다.’


두 화면의 촬영자가 동일인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그리고 그 동일인은 홍정의가 분명하다고 생각했다. 물론 아무런 근거는 없었다. 그러나 자꾸만 그렇게 생각이 되는 걸 어쩔 수 없었다.


정준일은 다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았다. 대통령실에서 각별한 관심을 갖고 있는 사건의 범인을 잡는다는 데 법원이 제동을 걸 수는 없었다.


정준일 검사는 수사관들을 이끌고 종로구 홍정의의 집으로 쳐들어갔다. 트레이닝복 차림으로 정검사 일행을 맞이한 홍정의는 전혀 당황하지 않았다.


“아니, 지난번에 한번 오셨으면 됐지, 뭘 더 찾겠다고 오셨습니까?”


지난번에 불법으로 홍정의의 집을 수색한 데 대한 지적을 했으나 정준일은 뻔뻔해지기로 작정한 듯 했다.


“지난번에 확보하지 못한 게 좀 있어서 말입니다. 우선 홍정의씨 핸드폰과 데스크탑을 압수하겠습니다.”


정준일이 압수수색 목록을 눈앞에 들이밀었다.


“아, 그런데 이를 어쩌나요? 최근에 핸드폰을 퍽치기 당해 누군가에게 빼앗겼고 데스크탑은 누군가 우리집에 침입해 훔쳐가버렸는데요.”


정준일은 웃기는 소리 말라는 표정이었다.


“아, 그거는 국정원에서 그런 거고 내가 오늘 압수하러 온 건 그 이후에 홍정의씨가 새로 마련해 쓰고 있는 데스크탑하고 핸드폰이란 말입니다.”


홍정의가 자발적으로 제출할 의사가 없는 것으로 보이자 정준일의 눈짓으로 수사관 둘이서 홍정의에게 다가가 이곳저곳을 더듬었다. 그러나 핸드폰은 찾을 수 없었다.


검찰에서 나온 사람들은 곧바로 집안으로 들어갔다. 정준일은 수사관들을 지휘해 집안 곳곳을 이 잡듯이 훑었다. 데스크탑도 찾을 수 없었다.


김준성 부장이 법조출입기자가 홍정의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이 발부됐다는 보고를 해오자마자 홍정의에게 알려주지 않았다면 결과는 달랐을지도 몰랐다.


수사관들은 집안에서 아무런 압수물을 발견하지 못하자 이번에는 집밖으로 나갔다. 마당 이곳저곳을 쇠꼬챙이로 찌르고 삽으로 파기 시작했다.


“검사 양반, 애꿎은 마당은 왜 찌르고 파고 그러세요? 혹시 뭐라도 파묻어 놨을까봐서요? 하하하하”


홍정의가 비웃듯 마음껏 웃어젖혀도 정검사는 아무런 대꾸를 않고 수색을 지휘했다.


마당 여기저기를 찔러보던 수사관들은 ‘벼락 맞은 은행나무’에까지 접근했다. 수사관들은 숯덩이인지 고사목인지 모를, 기묘한 분위기에 우선 기분이 많이 찜찜했다. 뭔지 모를 위압감에 위축이 되는 것도 같았다.


홍정의는 수사관들이 하는 짓을 엄중한 눈으로 멀리서 지켜보고 있었다.


정검사의 재촉에 수사관들은 은행나무 주변을 쇠꼬챙이로 찌르기 시작했다. 한 수사관이 은행나무의 뿌리 쯤을 겨냥해 쇠꼬챙이를 땅에 박아넣는 순간 사고가 터지고 말았다.


젊은 수사관이 감전된 듯 온몸을 덜덜덜 뒤틀어대더니 이내 땅바닥에 고꾸라져버렸다.


쇠꼬챙이를 거의 동시에 땅에 찔러넣었던 다른 수사관도 똑같은 몸동작을 하며 고꾸라졌다.


정준일 검사가 급히 두 사람 곁으로 다가갔다. 다른 수사관이 소리쳤다.


“검사님, 접근하지 마세요. 저 사람들 감전된 것 같습니다.”


사람들이 우왕좌왕하고 있는 순간 이 광경을 지켜보던 홍정의의 투명막에서 엷은 오로라가 펄럭이다 사라지는 걸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홍정의는 은행나무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정검사, 왜 그래요?”

“아니, 우리 수사관들이...”

“어머, 저 사람들 감전사했네. 이 일을 어쩜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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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검사와 재벌의 윈윈 24.01.01 24 1 12쪽
42 42. 일약 사회부장으로 23.12.30 26 1 12쪽
41 41. 호사다마와 기사회생 23.12.29 28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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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27. 나 죽이면 너희도 다 죽어! 23.12.20 45 0 12쪽
26 26. '홍기자의 현장출동' 론칭 23.12.19 46 0 12쪽
25 25. 영악한 피해자 23.12.19 44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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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23. '범인은 홍정의', 사실상 결론 23.12.18 51 1 12쪽
22 22. '귀신'은 홍정의이다! 23.12.16 54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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