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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ooon 님의 서재입니다.

곤봉 기자, 홍정의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soooon
작품등록일 :
2023.12.02 20:18
최근연재일 :
2024.01.09 19:05
연재수 :
4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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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15
추천수 :
53
글자수 :
243,767

작성
24.01.08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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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지검장을 혼내다

만년 편집부 기자가 사회부 기자가 되었다. 마침 투명인간이 될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을 전수받았다. 그리고 참교육을 위한 '곤봉'을 마련했다.




DUMMY




박은성 검사는 아직 출근할 상태는 아니었다. 많이 회복되었다고는 하지만 오른발과 왼팔에 깁스를 하고 있어 몸놀림이 자유롭지 않은데다 무엇보다도 남들이 어떻게 볼지 걱정이 되었다.


그러나 최근 당한 일들이 예사롭지 않아 집에서 엉뚱한 상상을 하며 불안해 하느니 일단 사무실에 나가 사건을 살펴보면서 불안과 맞닥뜨리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다.


주차장에서부터 직원의 부축을 받으며 겨우 사무실에 도착한 박은성 검사는 걱정스레 자신을 바라보는 직원들을 물리치고 자기 방에 혼자 앉아 병원 입원 중 벌어진 일을 곰곰 생각했다.


저승사자라고 했지만 꼭 그대로 믿진 않았다.


KMS 사회부장의 사진을 구해보고 동영상도 보고나니 그 저승사자가 홍정의와 동일인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박은성 검사는 홍정의를 만나보기로 용기를 냈다. 홍정의는 박은성이 만나뵙기를 청하는데 안 만날 이유는 없었다.


서로 일을 끝내고 시내 음식점에서 마주 앉았다.


“제가 입원 중에 믿지 못할 일을 경험했습니다.”

“오오, 어떤 경험이었는지 궁금합니다.”

“홍부장님이 저승사자로 변해서 저를 찾아오셨습니다.”

“예?”

“사실입니다. 조금 더 들어보십시오.”


박은성은 자기가 겪은 불가사의한 일을 자세히 설명했다.


“그래서요?”

“혹시 부장님이 그 저승사자 아니신가 해서 확인차 만나뵙자고 청을 드렸습니다.”

“만약 그렇다고 하면 어떡할 작정인가요?”

“법대로 제대로 일을 처리해야겠죠.”

“만약 그렇지 않다면요?”

“... 그래도 법대로 처리해야겠죠.”


박은성은 홍정의의 입에서 무슨 말이 나올지 기다렸다. 진실을 알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세상은 네가 아는 게 전부는 아니야. 네 앞에 있는 사람이 저승사자일 수도 있고 귀신일 수도 있는 거야.”


자기와 비슷한 나이의 홍정의가 갑자기 반말로 하대를 하자 박은성은 기분이 순간 묘했으나 뭔지 모를 권위에 주눅이 들고 말았다.


반말은 약과였다. 이어지는 홍정의의 이상한 능력을 확인하고는 무릎이라도 꿇어야할 것 같았다.


“네 앞의 젓가락을 보아라.”


홍정의는 염력으로 젓가락을 띄워 빙글빙글 돌렸다.


“젓가락 정도로는 믿음이 안 가지?”


홍정의는 이어서 박은성의 몸을 의자에서 조금 띄웠다. 한쪽에서는 젓가락들이 빙글빙글 돌고 있고 한쪽에서는 박은성의 몸이 허공에 기우뚱 떠올랐다.


“허공에 뜨는 이 기분, 익숙하지?”


박은성은 너무 놀라 입을 다물지 못했다. 병원에서 느꼈던 바로 그 느낌 그대로였다.


“원하면 병실에서처럼 더 띄워서 빙글빙글 돌리다가 패대기쳐 줘?”

“아닙니다. 무섭습니다.”

“자, 술이나 한 잔 받아라.”


홍정의는 박은성을 자리에 다시 앉히고 소주를 한잔 따라줬다. 박은성은 성한 오른손으로 소주잔을 받아들고 몸을 비틀어 예의를 차려 마셨다.


무서운 걸 확인하자 절로 태도가 공손해진 것 같았다.


홍정의는 빈잔에 다시 술을 따랐다. 이번에도 박은성은 바로 술을 마셔버렸다. 빈 속에 거푸 소주 두 잔이 들어가자 불안한 마음이 조금 진정되는 것 같기도 했다.


홍정의가 무서운 얼굴을 풀지 않고 다시 입을 열었다.


“이건 마지막 경고다. 네가 만약 사건을 제대로 처리하지 않으면 내가 가만 있지 않을 거야. 너를 죽일 수도 있고 정신병자로 만들 수도 있고 불구로 만들 수도 있다. 누가 그랬는지 쥐도 새도 모르게 말이다.”


박은성은 무서운 선생님에게 훈계를 듣는 어린아이처럼 두 주먹을 무릎에 올리고 홍정의의 말을 경청했다.


“그러니 부디 사건을 법대로 처리해라. 내 사건만이 아니라 앞으로 너에게 오는 모든 사건을 법대로 처리해야겠지. 자, 그럼 오늘은 이만하자. 앞으로 다시 만날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박은성은 고개를 숙이고 공손하게 대답했다.


“잘 알겠습니다. 부장님, 지시대로 잘 하겠습니다.”


자리에서 일어나려던 홍정의가 마지막 질문을 던졌다.


“그 놈 계좌는 추적해 봤느냐?”

“그놈이요? 트럭 기사요?”

“맞다. 나는 그놈이 맨입으로 나를 죽이려들지는 않았을 거라고 생각한다.”

“알겠습니다. 추적해보겠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한마디 한다면... 혹시 도움이 필요할 경우 나에게 연락해라. 내가 뜻밖에 너를 도울 힘이 있을지도 모르지 않니?”


홍정의가 나간 다음 한동안 자작을 하던 박은성은 결론을 내렸다. 제 명에 죽으려면 법대로 사건을 처리해야 한다고.


그리고 돈 때문에 결혼하려던 영진이라는 아가씨와의 관계도 다시 생각했다.


아무리 귀신 같은 존재가 가라고 했다곤 하지만 피투성이가 되어가고 있는 자신을 버리고 떠난 사람과 평생을 같이 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했다.


박은성은 영진 양과의 결혼 약속을 깨겠다고 양가 부모에게 통보했다.


윈윈의 결합을 당사자들 못지 않게 기대하던 양가 부모는 청천벽력을 맞은 기분이었다. 영진 양의 부모는 심한 모욕을 당한 기분이었다. 그러나 한번 떠난 버스에 손을 들어봐야 소용없다는 걸 알았다.


마음을 잡은 박은성은 덤프트럭 기사를 다시 불렀다.


길어야 1, 2년 감옥살이를 하고 나가면 대망의 10억원이 기다리고 있다며 즐겁게 구치소 생활을 하던 덤프기사는 기류의 변화를 읽고 당황했다.


당황한 사람은 또 있었다. 말을 잘 들을 것 같던 박은성이 이유는 알 수 없으나 태도를 180도 바꾼 걸 알게 된 지검장과 부장이었다.


부장은 박은성을 압박했다.


“너, 도대체 왜 이러니? 말 듣기로 했잖아?”

“부장님, 법대로 하는 게 최선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뭐? 너 갑자기 미쳤니? 왜 이러는데?”

“내가 이 사건을 잘못 처리하면 제 명대로 살기 어려울 것 같아서요. 제 몸 보십시오. 이건 경고에 불과합니다.”


박은성은 그간 당한 일들을 소상히 설명했다. 부장은 박은성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야했다. 그러나 박은성의 호소보다는 지검장의 지시가 더 무서웠다.


“이 자식아, 정신 차려. 네가 내 말대로 처리 안 하면 명대로 살 수 없는 거야. 반대라고!”

“아닙니다. 부장님 생각이 틀렸습니다.”

“뭐야? 이 새끼가?”


부장검사는 박은성의 뺨을 갈겼다. 얼마나 세게 휘둘렀는지 박은성의 볼이 벌겋게 부어올랐다.


“부장님, 저 때리셨습니까?”

“그래, 때렸다. 어떡할 건데?”

“제 맘이 오히려 편해졌습니다. 제가 제 맘대로 사건을 처리해도 미안하지 않게 만들어주셨으니까요.”


나가라는 말도 하지 않았는데 팔과 다리에 깁스를 한 불편한 몸을 이끌고 느릿느릿 방을 나가는 박은성을 보고 부장검사는 돌아버릴 지경이었다.


어린 검사 놈 하나 다스리지 못한다면 지검장이 자기를 어떻게 볼 것인가?


그러나 사건을 담당하는 검사가 법대로 하겠다고 꾸역꾸역 우기는 걸 제지할 마땅한 방법은 없었다. 아니, 있긴 있었다.


부장검사는 긴급하게 지검장실을 노크했다.


“검사장님, 큰일 났습니다.”


지검장은 좀체 그런 적 없던 부장이 허옇게 질린 얼굴로 큰일이 났다고 보고하니 가슴이 덜컹 내려앉았다.


“무슨 일인데 이러는 거야?”

“박은성이 놈 인사 조치해야겠습니다.”


부장의 보고를 묵묵히 듣고 있던 지검장도 사안의 심각성을 알아차렸다.


“신속히 조치하지 않으면 큰일 나겠는데? 알았어. 바로 인사조치하자.”


부장은 지검장의 허락을 받고 내려와 박은성의 방으로 갔다.


“박은성 검사님.”


갑자기 검사님이라고 깍듯이 ‘님’자를 붙이니 박은성도 뭔가 심각한 말을 하려고 그러는 걸 눈치챘다.


“네, 부장님.”

“그동안 고생했어.”

“네?”

“검사장님과 상의했어. 상관의 지시를 따르지 않는 부하검사를 데리고 있기 힘들다고 보고했더니 그럼 박검사를 다른 곳으로 배치하겠다고 하더라. 미안하게 됐다.”


박은성은 막연히 짐작은 했지만 보복이 이렇게 즉각적으로 들어올지는 상상을 못했었다.


“부장님, 이건 너무 심한 것 아닙니까?”

“네가 나한테 빠닥빠닥 덤벼든 건 심한 거 아니고?”


가소롭다는 눈빛으로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는 부장의 눈초리를 확인하고 박은성은 더 이상의 대화는 무의미하다고 생각했다.


“알겠습니다. 그럼.”


부장이 10년 묵은 체증이 내려간 얼굴로 방을 나가자 박은성은 온몸의 힘이 쭉 빠졌다. 뭘 어떻게 해야할지 아무 생각이 나지 않았다.


박은성은 검사실 직원들을 자기방으로 들어오도록 한 다음 방금 부장으로부터 들은 이야기를 전하며 짐을 좀 챙겨달라고 부탁했다.


직원들이 나가고 난 뒤 허공을 바라보고 있던 박은성은 문득 홍정의가 한 말이 생각났다.


[ 그리고 마지막으로 한마디 한다면... 혹시 도움이 필요할 경우 나에게 연락해라. 내 가 뜻밖에 너를 도울 힘이 있을지도 모르지 않니? ]


밑져 봐야 본전이라는 생각으로 홍정의에게 전화를 했다. 박은성의 설명을 다 들은 홍정의는 간단하게 답했다.


“알았으니 조금만 기다려 봐라.”


홍정의는 의자를 창쪽으로 돌리고 생각에 잠겼다. 아래로부터 거슬러올라갈 필요가 없었다. 바로 지검장 놈을 아작을 내놓는 게 지름길이었다.


바로 회사를 나와 택시를 잡고 지검장놈을 찾아나섰다.


지검장실 출입문을 밀치고 들어갔다. 데스크탑에 카톡을 열어놓고 친구들과 수다를 떠느라 정신이 없던 여비서는 문이 열렸다 닫히는 걸 제대로 보지 못했다.


출입문이 열리는 소리를 얼핏 들은 것 같기도 해서 잠시 고개를 들었다가 다시 고개를 숙이고 컴퓨터 자판에 손을 올렸다.


그런데 이번에는 지검장 방문이 열렸다. 비서가 눈을 들어 문을 바라봤다. 열려있던 문이 다시 닫히는 것이 보였다.


여비서는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뭔가 이상했다. 누군가 지검장실 출입문을 연 데 이어 자기를 거치지 않고 바로 지검장 사무실로 들어갔다는 느낌이 들었다.


여비서는 일어나 지검장 사무실 문으로 다가갔다. 문짝에 귀를 바짝 붙이고 사무실에 무슨 일이 있는지 들었다. 그러나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고개를 갸웃거리며 자기 자리로 돌아와 친구와의 카톡을 다시 시작했다.


카톡에 정신을 팔고 있는데 갑자기 지검장 사무실에서 우당탕탕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비서는 급히 뛰어가 문손잡이를 당겼다. 그러나 문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비서는 변고가 생긴 걸 직감했다. 그러나 사무실 문을 주먹으로 두드리는 것 말고 적절한 조치가 무엇일지 생각이 미치지 않았다.


검사장님! 검사장님! 하면서 한참을 문을 두들기고 있자니 지검장이 뭐라고 하는 것 같았다.


“검사장님, 별일 없으세요?”

“응... 나, 아무일 없어. 책을 꺼내다가 의자가 넘어지는 바람에...”


여비서는 지검장의 말을 믿었다.


“그런데 문은 왜 잠그셨어요?”

“응... 뭐 좀 보고 있으니까 아무도 들이지 마라고. 그럼 일 봐.”

“네, 검사장님.”


세상에서 가장 높은 양반이 지검장이라고 생각하는 여비서는 방문을 사이에 두고 지검장이 누군가에게 무릎을 꿇고 있는 걸 꿈에도 짐작하지 못했다.


지검장의 머리에서 흘러내린 핏줄기는 이마를 적시고 입 가장자리를 타고 바닥에 한방울 한방울 떨어지고 있었다.


지검장은 환장할 노릇이었다. 목소리는 들리는데 모습을 볼 수 없는 이상한 놈이 박은성 검사의 인사조치에 대해 시비를 걸고 있었다.


지검장의 가오가 있어 한마디했더니 가차없이 곤봉이 날아들었다. 고통이 이루 말할 수 없었다. 평생 남에게 맞아본 적 없는 지검장이라 아픔이 더 컸을 수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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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봉 기자, 홍정의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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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검장을 혼내다 24.01.08 22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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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검사와 재벌의 윈윈 24.01.01 24 1 12쪽
42 42. 일약 사회부장으로 23.12.30 25 1 12쪽
41 41. 호사다마와 기사회생 23.12.29 28 1 12쪽
40 40. 귀곡산장의 참교육 23.12.28 30 0 12쪽
39 39. 홍정의의 복직에 대한 각자의 셈법 23.12.28 28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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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37. 썩어빠진 방송국 23.12.27 30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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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33. 개인택시 기사가 되다 23.12.25 34 0 12쪽
32 32. 검찰수사관들, 감전사고를 당하다 23.12.23 42 0 12쪽
31 31. 연임에 눈먼 사장의 배신 23.12.22 40 0 12쪽
30 30. 세상일은 예상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23.12.21 41 0 12쪽
29 29. 호떡집에 불난 검찰 23.12.21 43 0 12쪽
28 28. 재벌회장의 완벽한 뇌물 증거 23.12.20 41 0 12쪽
27 27. 나 죽이면 너희도 다 죽어! 23.12.20 45 0 12쪽
26 26. '홍기자의 현장출동' 론칭 23.12.19 46 0 12쪽
25 25. 영악한 피해자 23.12.19 44 0 12쪽
24 24. 곤봉의 등장 23.12.18 47 0 12쪽
23 23. '범인은 홍정의', 사실상 결론 23.12.18 51 1 12쪽
22 22. '귀신'은 홍정의이다! 23.12.16 54 2 12쪽
21 21. 귀신이 아니고서는... 23.12.15 55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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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19. 아무래도 귀신인 것 같습니다 23.12.14 57 2 12쪽
18 18. 클로징멘트 정치 23.12.13 65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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