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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ooon 님의 서재입니다.

곤봉 기자, 홍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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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ooon
작품등록일 :
2023.12.02 20:18
최근연재일 :
2024.01.09 19:05
연재수 :
4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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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
글자수 :
243,7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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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2.25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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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33. 개인택시 기사가 되다

만년 편집부 기자가 사회부 기자가 되었다. 마침 투명인간이 될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을 전수받았다. 그리고 참교육을 위한 '곤봉'을 마련했다.




DUMMY

홍정의가 수사관 둘이 죽었다고 하자 책임자인 정준일 검사는 놀라 자빠졌다.


“뭐라고요? 저 사람들 죽었어요?”

“보세요. 내가 보기엔 죽은 것 같은데? 산 것 같아요?”


구급대가 도착해 두 사람을 들것에 실어 나갔다. 정준일은 당황해 어쩔 줄을 몰랐다.


“이번에는 이 정도야. 다음에 또 우리집에 들어와 헤집고 다니면 그땐 정말 사람들이 죽어나갈지도 몰라. 너도 죽을지 모르고.”


홍정의가 정준일의 귀에 대고 겁을 주자 정준일은 순간 자신이 대한민국의 고귀한 검사라는 것도 잊고 잔뜩 겁을 먹은 표정으로 속삭여 물었다.


“지금 뭐라고 했어요?”

“예?”

“그럼 일단 우리 수사관들은 안 죽은 건가요?”

“글쎄요, 강력한 우리집의 지기(地氣)에 감전이 돼 기절한 것 같던데... 혹시 너무 세게 감전이 되었다면 죽었을 수도 있겠구요.”


수사관들이 살아있다는 희망을 찾자 정준일은 인사도 하지 않고 바로 집밖으로 뛰어나가 병원으로 향했다.


홍정의는 정준일 일행이 모두 물러나자 ‘벼락맞은 은행나무’ 아래 비밀의 공간으로 통하는 입구에 섰다. 아까 수사관들이 쇠꼬챙이를 찔러대던 곳이다.


홍정의가 눈을 감고 몸에서 오로라를 발생시키자 홍정의의 몸은 수직으로 부드럽게 지하로 사라졌다.


비밀의 공간은 20평 남짓한 대형 금고 비슷한 모양이었다. 아버지가 유사시에 쓰라고 쌓아둔 현금 다발, 귀금속 등이 벽을 따라 설치된 선반들에 깔끔하게 쌓여있었다.


홍정의는 방 한가운데 놓인 책상으로 다가가 서랍을 열고 핸드폰을 꺼냈다. 핸드폰을 열고 김준성 부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부장님, 덕분에 놈들을 빈손으로 돌려보냈습니다.”


김준성 부장에게 보고를 마치고 동영상을 확인했다. 정준일 검사가 이정상 회장에게 뇌물리스트를 찢어 없애라고 강요하는 장면과 홍정의가 중앙지검 조사실에서 정준일과 나눈 대화가 생생히 잘 살아있었다.


해고무효소송은 이철근 변호사가 심혈을 기울인 준비서면을 제출해 놓았지만 언제 결론이 날지 기약할 수 없었다.


짐작컨대 총선이 끝날 때까진 제대로 재판기일이 잡히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


정준일 검사는 압수수색을 하려다 애먼 수사관들만 죽일 뻔하고 물러난 이후 수사의 방향을 잡지 못하고 방황하고 있었다.


정준일은 정준일 대로 홍정의는 홍정의 대로, 서로 일의 진척을 보지 못하고 소강상태가 지속되었다.


해고까지 되어 마땅히 할 일이 없어진 홍정의에게 시간은 너무 더디게 흘렀다. 너무 게으름을 피우다간 폐인이 될 것 같아 규칙적으로 생활하려고 최선을 다할 뿐이었다.


집밖의 세상은 연말분위기에 취해 흥청망청 돌아가고 있었다. 모두 불경기라고 아우성을 치지만 사람들 씀씀이를 보면 꼭 그런 것 같지도 않았다.


홍정의는 칩거를 끝내고 오랜만에 세상구경을 나가기로 했다.


동네 어귀에서 택시를 잡았다. 강남사거리로 가달라고 말하고 무심코 기사의 뒷모습을 바라봤다. 어디선가 본 사람이란 생각이 들었다.


이정상 회장을 만나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탔던 택시 기사였다.


“아이고, 혹시 기억할지 모르겠지만 선생님 택시 두 번째 타는 것 같습니다.”

“아, 그래요? 나는 하루에도 수십명씩 손님을 태우니까 기억이 없네요. 미안합니다.”

“아닙니다. 두 달 정도 되었나요? 한남동 부자동네에서 여기 우리집까지 타고 왔었는데, 그때 제가 생뚱맞게 한달 수입이 어떻게 되느냐고 물은 기억도 납니다.”


택시 기사가 잠시 생각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아, 생각납니다. 그때 많이 피곤했는지 잠이 든 걸 내가 운전을 잘못해 깨웠던 그 손님, 맞죠?”

“아, 네, 맞습니다.”


홍정의는 반백발인 개인택시 기사와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다. 아저씨의 이야기를 듣다보니 집에서 무료하게 노느니 사람들도 만날 수 있고 시내 구경도 할 수 있는 택시에 급관심이 생겼다.


충동적으로 택시를 몰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사 아저씨에게 이야기를 하니 아저씨도 급관심을 보였다.


“그런데 개인택시 면허 살 돈은 있어요? 서울은 1억 조금 안 되는 것 같던데...”

“회사에서 쫓겨나면서 받은 퇴직금도 있고... 그 정도는 마련할 수 있습니다.”

“택시 안 하게 되면 번호판은 팔면 되니까 실제로 드는 돈은 택시 구입비 뿐이라고. 택시는 새로 구입할 생각인가?”


택시 손님에서 거래 상대방이 되자 나이에 맞는 호칭으로 바꿨다.


“아니, 뭐 꼭 새로 구입해야 하나요?”

“아니, 그러면 내 차 인수하는 건 어때? 싸게 해 줄게. 그리고 번호판도 사가고.”

“예? 아저씨 차를요?”

“그렇지 않아도 몸 컨디션이 좋지 않아서 그만할까 망설이고 있었는데 젊은이가 관심이 있다고 하니 우리 여기서 거래하는 걸로 하지 뭐. 어때?”

“그, 그럴까요?”


개인택시를 몰기 위해서는 몇가지 준비가 필요했다. 택시운전기사 자격증 시험도 봐야하고 그 전에 적성검사도 받아야 하고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개인택시 양수교육이라는 과정이었다.


지방에 위치한 교육장에 가서 일주일 교육을 받고 수료시험도 통과해야 한다고 했다.


홍정의는 마땅히 할 일도 없는데 잘 됐다 싶어 하나하나 절차를 밟아나갔다.


양수교육은 대기자가 많아 몇 달을 기다려야 했지만 중간에 교육을 포기한 사람의 자리를 재빠르게 낚아채 겨우 교육을 받을 수 있었다.


택시중개업체에 행정처리를 맡기고 기다리고 있었더니 구청으로부터 허가가 났다는 연락을 해주었다.


한마디로 얼떨결에 개인택시 기사가 된 것이었다. 아저씨를 안 만났더라면 아마도 그렇게 되지 않았을 것이다. 이것도 다 운명이라면 운명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엊그제까지만 해도 KMS의 기자였던 사람이 하루아침에 개인택시 기사가 된 것이었다.


홍정의는 입사 무렵 중고로 구입했던 출퇴근용 똥차도 이 기회에 처분해 버렸다. 개인적으로도 얼마든지 사용할 수 있는 개인택시가 있는데 굳이 똥차를 유지할 필요가 없었다.


새해 1월, 홍정의는 개인택시 운전기사로서 새 삶을 시작했다. 네비가 있어 천만다행이었다. 익숙하지 않은 행선지라도 네비를 찍어서 가면 그다지 실수할 일이 없었다.


손님들은 천차만별이었다. 홍정의가 나이 어린 걸 보고 대뜸 반말하는 손님이 있는가 하면 끝까지 예의를 지켜주는 점잖은 노신사도 있었다.


술을 마시고 행패를 부리는 직장인도 있었고 실연을 당해 눈물바람을 하는 아가씨도 있었다.


간혹 급히 경찰서로 가달라는 손님도 있고 애가 곧 나올 것 같다며 병원으로 가달라고 해 홍정의를 당황시킨 젊은 아주머니도 있었다.


여러 손님들을 겪다보니 희로애락을 겪는 인간군상의 모습이 새삼스럽게 다가오는 걸 느꼈다.


그동안 언론사에 근무하면서 상층부 사회만 상대하고 바라보면서 세상이란 상층부를 뜻한다고 부지불식간에 인식하게 된 것 같았다.


상층부의 소수의 사람들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이 더 클 수도 있겠지만 세상의 주인은 다수의 서민들 아닐까?


소수의 상층부는 다수의 서민들을 위해 봉사해야 하는 것 아닐까? 이런저런 생각들을 가다듬으며 택시를 몰다 나이 지긋한 손님을 태웠다.


70대 초반의 남자 손님은 급히 은행으로 가달라고 했다. 첫눈에 허둥대는 게 심상치 않아보였다.


“손님, 무슨 일 있습니까?”

“예? 아니요. 아무일 없어요.”

“그런데 왜 그렇게 허둥대세요?”

“허둥대요? 내가요? 아니요, 그런 일 없어요. 은행, 저기 저기 보이네요. 내려주세요.”


직접 취재하거나 경험해 본 적은 없어 장담할 순 없지만 보이스피싱을 당하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택시를 은행 앞에 그대로 세워두고 은행안으로 들어가니 그 손님은 창구에서 현찰로 돈을 찾고 있었다.


홍정의는 얼른 택시로 돌아와 그 손님이 다시 타기를 기다렸다. 몇천만 원이 든 것 같은 은행 돈봉투를 품에 꼭 안고 있었다.


“아, 아까 그 양반이구먼. 그러면 이번에는 어디로 가느냐 하면...”


손님이 메모를 보면서 행선지를 말했다.


“시장통 앞에 큰 다방이 있다고... 맞어, 스타벅스야. 그리 갑시다. 여기서 쭉 가면 된다고.”

“자녀분이 돈 보내라고 했어요?”

“잉? 기사 양반이 그걸 어떻게 알아?”

“보이스피싱 같아서요.”

“보이스피싱? 으응, 아니야. 우리 아들이 지금 바로 수술을 받아야 된대. 교통사고가 크게 났다고... 아들놈이랑 통화도 했어.”


홍정의는 이 노인네를 상대로 더 이야기해봐야 결론이 쉽게 날 것 같지 않았다. 입을 다물고 행선지까지 갔다. 손님을 내려주고 자신도 내렸다.


한참을 기다리자 20대 초반의 젊은 남자가 나타나 노인에게 접근했다. 젊은이는 노인이 품에서 꺼내주는 돈봉투를 받자마자 자리를 떠나려했다.


젊은이가 막 발걸음을 내딛는 순간 머리에 강력한 충격을 받고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싸는 바람에 노인에게서 건네받은 돈봉투를 떨어뜨렸다.


돈봉투가 허공으로 떠오르더니 다시 노인의 품안에 안겨졌다.


몇 차례 더 퍽, 퍽 소리가 나는가 싶더니 젊은이는 길에 대자로 뻗어버렸다. 행인들이 모여들었다. 누군가는 경찰에, 누군가는 119에 신고했다.


택시의 블랙박스는 현장 상황을 하나도 놓치지 않고 녹화하고 있었다.


지구대 경찰이 제일 먼저 현장에 도착했다. 홍정의는 투명모드를 풀고 경찰에게 다가갔다.


“여기 할아버지가 이 사람한테 보이스피싱을 당했어요.”

“누구세요?”

“아, 나는 이 할아버지를 태운 운전기사예요. 딱 보니까 보이싱피싱 같은데 이 할아버지는 끝까지 아니라고 하더라고요.”


신음을 하고 있던 젊은이가 아직도 피가 흐르는 머리를 감싸안고 억지로 일어나려했다.


“그런데 이 사람이 왜 이러는 거죠? 머리에 피는 뭐고?”

“글쎄요. 그건 잘 모르겠습니다. 나는 그냥 저기서 지켜보고 있었는데 갑자기 이 사람이 바닥으로 쓰러지더라고요. 그래서 급히 달려왔더니 돈은 다시 할아버지가 갖고 있고 이 사람은 이러고 있었어요. 참 이상한 일도 다 있죠?”


때마침 앰뷸런스가 도착했다. 앰뷸런스가 앞장서고 경찰차는 노인을 태우고 앰뷸런스를 뒤따라갔다.


홍정의는 ‘소소한’ 사건이지만 사건을 해결하는 데 일조한 데 대해 어깨가 으쓱해지는 기분이었다.


배운 게 도둑질이라고 이 사건을 여러 사람이 알아줬으면 하는 마음도 생겼다.


익명으로 KMS 사회부로 제보를 했다. 사건의 개요를 상세히 메모하고 택시 내외부 블랙박스 영상을 첨부해 전송했다.


비록 왕년의 홍정의 기자가 취재한 대형 사건은 아니지만 사소한 사건 기사라도 서민들의 경각심을 일깨울 수 있다면 충분히 의미있다고 생각했다.


돈을 많이 벌 생각이 없으니 보통의 기사들이 겪는다는 식사 시간, 화장실 이용 문제는 별로 없었다.


식사는 웬만하면 기사식당을 이용하려 노력했지만 기사식당이 근처에 없을 경우 비싼 식당을 찾기도 했다.


혼밥도 매일 하다보니 어색하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느긋하게 여유를 부리며 식사하고 차를 한 잔 하는 재미도 쏠쏠했다.


손님이 가자는 대로 가다보면 정말로 피하고 싶은 동네로 가야하는 경우도 생겼다. 저녁 해가 뉘엿뉘엿하는데 젊은 사람 하나가 백팩을 메고 거칠게 택시문을 열었다.


“아저씨, KMS로 가주세요. 시간이 좀 급해서 그런데 좀 빨리 가줄 수 없을까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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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봉 기자, 홍정의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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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검사와 재벌의 윈윈 24.01.01 24 1 12쪽
42 42. 일약 사회부장으로 23.12.30 26 1 12쪽
41 41. 호사다마와 기사회생 23.12.29 28 1 12쪽
40 40. 귀곡산장의 참교육 23.12.28 30 0 12쪽
39 39. 홍정의의 복직에 대한 각자의 셈법 23.12.28 28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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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35. '배트맨 tv'를 론칭하다 23.12.26 37 0 12쪽
34 34. 사장의 흉계 23.12.25 37 1 12쪽
» 33. 개인택시 기사가 되다 23.12.25 35 0 12쪽
32 32. 검찰수사관들, 감전사고를 당하다 23.12.23 43 0 12쪽
31 31. 연임에 눈먼 사장의 배신 23.12.22 40 0 12쪽
30 30. 세상일은 예상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23.12.21 41 0 12쪽
29 29. 호떡집에 불난 검찰 23.12.21 44 0 12쪽
28 28. 재벌회장의 완벽한 뇌물 증거 23.12.20 41 0 12쪽
27 27. 나 죽이면 너희도 다 죽어! 23.12.20 45 0 12쪽
26 26. '홍기자의 현장출동' 론칭 23.12.19 46 0 12쪽
25 25. 영악한 피해자 23.12.19 44 0 12쪽
24 24. 곤봉의 등장 23.12.18 48 0 12쪽
23 23. '범인은 홍정의', 사실상 결론 23.12.18 51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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