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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ooon 님의 서재입니다.

곤봉 기자, 홍정의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soooon
작품등록일 :
2023.12.02 20:18
최근연재일 :
2024.01.09 19:05
연재수 :
4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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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28
추천수 :
53
글자수 :
243,767

작성
23.12.22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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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연임에 눈먼 사장의 배신

만년 편집부 기자가 사회부 기자가 되었다. 마침 투명인간이 될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을 전수받았다. 그리고 참교육을 위한 '곤봉'을 마련했다.




DUMMY

야당은 이것 한 방으로 총선은 끝났다고 안도했다.


다음날 야당 최고위원회의에서는 출입기자들이 다 지켜보는 가운데 대형 모니터에 동영상을 틀었다.


남기형 앵커가 김형식 총장에게 여론조사 회사 4곳 정도를 매수해서 여당에 유리한 지지율이 나오도록 공작하라고 제안하는 장면이 나오자 기자들은 머리가 어질어질했다.


여파는 즉각적이고 강력했다. 당장 남기형 앵커는 앵커직 사퇴는 물론 회사에도 사표를 제출했다. 그리고 김형식 총장도 총장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발표했다.


여파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국정조사와 특검도입이 논의되었다.


실제로 여론조사 회사 4곳의 이름이 거명되었다. 그리고 그들이 정부부처 수요자 조사, 재벌기업들의 시장조사 계약을 맺은 이후 여당에 유리한 여론조사를 양산했다는 언론보도가 이어졌다.


그렇지 않아도 야당에 밀리던 여당은 총선은 완전히 포기해야 했다. 대통령실은 그정도 선에서라도 사건이 수습되기를 기도해야 했다.


다수당을 빼앗길 수는 있지만 대통령에 대한 탄핵으로까지 이어져서는 안 되었다.


그런데 홍정의란 놈이 이 순간에도 대통령의 수뢰 사건을 가지고 기사를 작성하고 있었다. 기사라는 폭탄이 언제 터질지 몰랐다.


막다른 골목에 몰린 집권세력은 대책을 세워야했다. 손을 써야했다. 화근을 제거해야 했다. 홍정의를 구속해야 했다. 아무도 모르게 이 세상에서 없어져 준다면 더 좋았다.


국정원은 홍정의가 얼마전부터 집에도 들어오지 않고 행방불명 상태라고 대통령실에 보고했다.


다급해진 것은 검찰이었다. 총장 이하 고위 검사들이 대거 리스트에 포함돼 있기 때문이었다.


검찰도 그러나 홍정의의 신병을 확보할 수 없었다. 체포영장을 들고 집으로 찾아가도 회사로 찾아가도 홍정의는 만날 수 없었다.


KMS 사장은 홍정의가 나라를 뒤흔드는 범죄를 저지르고 도피행각을 하고 있으니 적절한 조치를 취하라는 대통령실의 압박을 처음에는 언론인의 자존심을 걸고 막아냈다.


그러나 곰곰 생각해 보니 이것이 어쩌면 본인의 인생에 마지막으로 찾아온 기회일 수도 있었다.


비록 회사를 난장판으로 만들어놓았지만 라이벌인 남기형 앵커가 제발로 회사를 관둬주지 않았는가?


마땅한 후임 사장감이 사라진 것이었다.


그렇다면 자신의 KMS 사장 연임(連任)이 아주 무망한 얘기가 아니었다.


사장은 홍정의 건을 지렛대로 삼아 보자는 악마의 속삭임에 결국 무릎을 꿇었다.


사장은 은밀히 여권에 의사를 타진했다. 만약 홍정의를 해고시키면 자신의 사장 연임이 가능하겠느냐는 의사타진이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여권은 더운밥 식은밥 가릴 처지가 아니었다. 홍정의만 주저앉혀준다면 평소 야당 편향 인사로 분류했던 사장도 얼마든지 내 식구로 받아들일 수 있었다.


사장은 결심을 굳혔다. 월요일 임원회의에서 사장은 마침내 마각을 드러냈다.


“우리 회사 기자 한 사람이 지금 불법적인 취재 활동으로 검찰의 추적을 받고 있습니다. 이 문제를 어떻게 처리할지 관련 부서에서는 조속히 결론을 내려주기 바랍니다.”


관련부서는 보도국과 인사부였다.


보도국에서는 홍정의의 잘못을 발견할 수 없다는 의견이었다.


기자가 취재활동을 하다 당국과 마찰을 빚은 데 대해 기자를 보호할 생각을 해야지 인사위원회에 회부해서는 안 된다고 보도국장은 강력히 주장했다.


그러나 사장의 은밀한 지령을 받은 인사부장은 홍정의를 기어이 인사위원회에 회부했다. 근거는 검찰이 회사에 통보한 불법촬영, 불법촬영물 유포 혐의였다.


그리고 법원에서 정상적인 절차를 밟아 체포영장과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았다는 사실도 홍정의에 대한 강력한 처벌 근거가 되었다.


부사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인사위원회가 열렸다. 홍정의에게는 김준성 부장을 통해 인사위원회에 참석하라고 통보했다.


조직은 눈치로 돌아간다.


현 사장이 남기형 앵커에 밀려 주총에서 물러날 것으로 알았다가 남기형 앵커가 제 발등을 찍고 침몰하자 임원들은 현 사장의 연임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기자 출신 보도본부장 등은 여권에서 이미 연임을 결정했다는 사실을 취재하고 그 사실을 친분있는 임원들에게 전파했다.


이런 분위기에서 개최된 인사위원회에서 어떤 결정을 내릴지는 불문가지였다. 홍정의는 인사위원회에 출석했다. 나름 만반의 준비를 해갔다.


인사위원회 위원장인 부사장은 처음부터 홍정의의 의견을 들어줄 생각이 없었다. 그러나 홍정의는 소명절차를 어기면 나중에 문제가 될 수도 있다고 부사장을 압박했다.


“저는 만약 이 인사위원회에서 저의 사정을 제대로 청취하지 않고 부당한 결정을 내릴 경우 법에 호소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홍정의가 단호하게 쐐기를 박자 인사위원회 멤버들은 마지못해 홍정의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홍정의는 그동안 집에서 작성한 정상그룹 뇌물 사건 관련 기사들을 프린트한 종이철을 인사위원들에게 돌렸다.


부사장을 비롯한 인사위원들은 일제히 그 기사들을 읽었다. 그들의 눈이 점점 커져갔다. 모두 10건이 넘는 기사를 읽는 동안 홍정의는 동영상을 보여주기 위해 노트북을 준비했다.


위원들이 기사를 대충 읽고나자 홍정의는 노트북을 위원들이 보기 좋은 각도로 테이블 한쪽에 놓았다.


“자, 다음은 이정상 회장이 어떻게 뇌물혐의와 자신의 무혐의를 맞바꾸었는지 검찰청 조사실에서 거래하는 현장을 담은 동영상입니다.”


[ 제발 이 종이를 여기서 찢어 없애주세요. 그러면 회장님을 무혐의 처리해드리겠습니다. ]


아무리 홍정의를 어떻게 해서든지 해고 내지 정직 6개월 이상의 중징계를 하겠다고 별렀던 인사위원들이라 하더라도 이토록 명백한 증거와 똑 떨어지는 기사를 접하고서는 흔들리지 않을 수 없었다.


“저는 우리 KMS의 경영진을 이해할 수 없습니다. 이토록 중대하고 역사적인 뉴스를 취재하고 있는 기자를 무슨 연유로 인사위원회에 회부했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습니다. 검찰은 내가 이 뉴스를 취재하는 걸 알고 제 입을 막고 손을 붙들어매기 위해 체포영장을 발부받았습니다. 그런데 회사는 언론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기는커녕 검찰의 부당한 검찰권 행사에 편승해 소속 기자를 핍박함으로써 이땅의 언론의 자유를 억압하고 있습니다. 부디 회사는 역사의 죄인이 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아무리 검찰의 체포영장이 있고 압수수색 영장이 발부되었다고 해도 홍정의의 기사와 동영상을 접한 인사위원들은 홍정의에게 부당한 징계를 내릴 수는 없었다.


부사장은 사장에게 회의 결과를 보고했다. 긴 설명 끝에 홍정의의 최후 진술을 전했다.


“그 자식이 회사가 역사의 죄인이 되어서는 안된다고 열변을 토하던데요?”


사장 연임에 안달이 난 사장은 그 대목에 꽂혔다.


“뭐라고 했다고요? 그놈이 우리더러 역사의 죄인이라고 했다고요?”

“아니, 꼭 그런 뜻은 아니었는데... 따지고 보면 그런 말이네요. 네.”

“그런데도 놈을 그냥 풀어주기로 했다고요?”

“왜요? 그럼 죄가 없는데요...”


사장은 부사장을 쪼기 위해 심호흡을 했다.


“부사장, 당신 나 임기 끝난다고 우습게 보는 거요? 회사와 회사 임원진을 역사의 죄인이라고 매도한 건 죄가 안 됩니까? 사원으로서 지켜야 할 품위를 위반한 거 아니냐고요?”

“뭐, 굳이 따지자면 그런 측면이 없진 않죠.”

“부사장, 그렇게 어물쩍 넘기려고 하지 말고요. 확실히 하세요. 난 품위위반을 한 사원을 내 회사에 다니게 내버려둘 수 없어요. 알겠습니까?”

“...”

“게다가 검찰에서도 체포영장을 발부받은 건 팩트 아닙니까? 그런 명백한 법위반까지 한 사원을 그냥 두고 보겠다는 겁니까?”


부사장은 자기가 어려서부터 알고 지내온 사장이 이런 사람이었나 하고 눈을 껌뻑거렸다. 사장 연임에 대한 열망이 얼마나 강했으면 체면이고 이성이고 다 내팽겨치고 이렇게 길길이 날뛸 수 있단 말인가?


“나는 국가의 근간을 흔들고 회사의 명예를 심대하게 훼손한 놈은 당연히 중징계, 해고를 시켜야한다고 생각하는데... 부사장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모양이죠?”


부사장은 사장의 압력을 견딜 수 없었다. 사장이 연임에 성공하면 바로 임원진을 새로 구성할 텐데 홍정의 하나 지키려고 자기의 모가지를 갖다바칠 생각은 없었다.


“알겠습니다. 무슨 뜻인지 잘 알겠습니다.”


재소집된 인사위원회는 홍정의에 대한 징계를 다시 논의하고 해고를 결정지었다. 사장의 결재를 받은 즉시 홍정의에 대한 해고 결정은 효력을 발생했다.


꿈에도 이런 결과를 예상하지 않았던 홍정의, 김준성 부장, 이승철 국장은 아연실색했다. 도대체 회사가 왜 이런 미친 결정을 했는지 어안이 벙벙했다.


회사의 해고 결정에 홍정의는 즉각 이의신청을 했다. 해고 결정에 문제가 있으니 인사위원회를 다시 열어 재심을 해달라고 요구했다.


홍정의는 큰일을 당하면서 주변을 다시 돌아보게 되었다. 무엇보다 노조의 태도가 이상했다.


홍정의는 노조를 찾아가 기사와 증거들을 제시하면서 경위를 자세히 설명하고 도와달라고 요청했다.


조합원의 한 사람이기도 한 홍정의의 억울한 사정을 자세히 듣고서도 위원장을 비롯한 노조집행부는 별다른 대응을 할 생각이 없어보였다.


보도국내 동료 기자들도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엄연히 기자회라는 단체도 있고 기자총회 같은, 기자들의 목소리를 한 데 모을 제도도 있는데 기자들은 홍정의의 위기에 귀를 닫았다.


지잡대 출신에 편집부 출신이 자기 이름 건 개인코너를 갖더니 거기에 세상을 뒤흔드는 대형특종을 터뜨리려 했다는 걸 알고서 시샘을 한 것인가?


그게 아니라면 자신들이 지지하는 현정권을 무너뜨리려는 홍정의의 의도에 동조할 수 없다는 뜻인가?


둘 다일 것이다. 홍정의는 진실에 눈을 감는 노조와 기자집단에 절망하지 않을 수 없었다.


편집회의에서도 보도국장과 김준성 부장만이 회사의 징계에 대해 부당함을 지적했을 뿐 다른 부장들은 모두 못 들은 척했다.


부장 정도 되어서 섣불리 특정 사안에 대해 옳으니 그르니 하다 나중에 무슨 꼴을 당할지 모른다는, 세상 사는 이치를 터득한 때문일까?


큰 기대는 안 했지만 인사위원회를 다시 연 회사측은 해고 결정을 무르지 않았다.


이번에는 1차 인사위원회 때 홍정의가 보여준 동영상을 징계사유에 추가했다. 허락없이 타인간의 대화를 녹화한 건 중대한 취재윤리 위반이라는 것이었다.


사장이 주장한 사원으로서의 품위유지위반도 곁들여졌다.


인사위원회의 해고 결정이 올라오자 사장은 서둘러 결재했다.


그 순간부터 홍정의는 더 이상 KMS의 기자가 아니었다.


홍정의는 챙길 것도 변변히 없는 짐이지만 간단히 짐을 챙겨 주차장으로 내려가 똥차에 올랐다.


‘특별한 능력’이 있기에 지나치게 흥분할 이유는 없었지만 사장 이하 해고 결정에 동의한 임원, 간부들에 대한 분노가 끓어올랐다.


반드시 손을 봐줘야겠다고 다짐했다.


차를 몰고 회사 마당으로 나온 홍정의는 차에서 내려 웅장하게 솟은 회사 사옥을 올려다보았다.


회사 사옥 전면을 뒤덮은 현수막에는 메인뉴스 남녀 앵커가 ‘신뢰받는 뉴스’라며 환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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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봉 기자, 홍정의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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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39. 홍정의의 복직에 대한 각자의 셈법 23.12.28 28 0 12쪽
38 38. 진영싸움과 자리다툼이 불행의 본질 23.12.27 31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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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36. 연임을 위한 음모 23.12.26 32 1 12쪽
35 35. '배트맨 tv'를 론칭하다 23.12.26 37 0 12쪽
34 34. 사장의 흉계 23.12.25 37 1 12쪽
33 33. 개인택시 기사가 되다 23.12.25 35 0 12쪽
32 32. 검찰수사관들, 감전사고를 당하다 23.12.23 43 0 12쪽
» 31. 연임에 눈먼 사장의 배신 23.12.22 41 0 12쪽
30 30. 세상일은 예상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23.12.21 42 0 12쪽
29 29. 호떡집에 불난 검찰 23.12.21 44 0 12쪽
28 28. 재벌회장의 완벽한 뇌물 증거 23.12.20 42 0 12쪽
27 27. 나 죽이면 너희도 다 죽어! 23.12.20 45 0 12쪽
26 26. '홍기자의 현장출동' 론칭 23.12.19 46 0 12쪽
25 25. 영악한 피해자 23.12.19 44 0 12쪽
24 24. 곤봉의 등장 23.12.18 48 0 12쪽
23 23. '범인은 홍정의', 사실상 결론 23.12.18 51 1 12쪽
22 22. '귀신'은 홍정의이다! 23.12.16 55 2 12쪽
21 21. 귀신이 아니고서는... 23.12.15 56 2 12쪽
20 20. 여의도로 출근하고 싶다 23.12.14 60 1 12쪽
19 19. 아무래도 귀신인 것 같습니다 23.12.14 57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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