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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신의 글 쓰는 터

너와 나의 대결은 끝나지 않아

웹소설 > 일반연재 > 라이트노벨, 로맨스

김태신
작품등록일 :
2014.07.08 21:59
최근연재일 :
2016.12.25 23:33
연재수 :
68 회
조회수 :
41,273
추천수 :
493
글자수 :
552,862

작성
14.11.10 19:52
조회
680
추천
8
글자
17쪽

04화. 재미있네 계속 해 봐.

DUMMY

“다시 대결이야!!”

“……?”

쉬는 시간. 미지는 성큼, 명인이 자리 앞으로 와 선언하듯 말한다. 의기양양, 당찬 표정으로 가슴을 쭉 펴고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명인이를 내려다본다.

명인이는 평화롭게 독서를 하다 방해를 받고 힐끔 눈을 들어 앞에 선 미지를 보더니 아무 대답도 아무 반응도 보이지 않고 다시 책으로 시선을 옮긴다. 무언가에 집중하고 있을 때, 특히 독서를 할 때 방해받는 걸 굉장히 싫어하는 명인이다.

“재대결이라구! 무시하지마, 멍청아!!”

“또 무슨 시비를 걸려고.”

“시비 아니야, 복수야!!”

너무나 자연스렀게 무시하는 명인이의 태도에 미지는 덜컥 명인이의 책상에 양손을 쳐 소리를 내며 말한다. 진지한 건 아니고 약간 장난스렀게 미소를 띤 미지. 명인이는 이제는 쳐다도 보지 않고 책상에서 책을 들며 무심하게 말한다. 미지의 시비 무시하기 스킬이 정점에 다다른 것 같다.

“좀 들어어~! 사람 말 무시해!”

“무시할 만한 말을 하니까 그러지, 뭐.”

미지는 이제는 쪼그리고 앉아 명인이 책상에 기대듯이 매달려 징징대며 말한다. 덩치가 큼에도 생각 외의 귀여움을 보여주는 미지다. 물론 그런 것이 통할 리 없는 명인이다. 그래도 미지가 저 정도까지 말하니 그제야 책에서 시선을 뗀다.

“다시 대결이라구, 다시!”

“구질구질하네.”

“뭐, 뭐?! 뭐라고 했어, 꾸질꾸질?! 핳!”

명인이는 미지의 말에 아무렇지도 않게 냉소적으로 말한다. 너무 당연해서 나도 모르게 풉 웃음이 새 나왔다. 미지는 그런 명인이의 태도에 당황해 말을 더듬으며 말한다. 짐짓 허세를 부리며 눈을 부라리지만 누가 봐도 실속없는 부풀림인 게 보인다.

“자자, 진정하고. 무슨 대결을 하겠다는 거야.”

“흥! 기분 나빠서 말도 안 나온다! 개 변태새끼, 쫌생이, 고자새끼!”

“아무리 그래도 마지막 건 좀…….”

“나는 중제자. 가운데에 껴서, 사람들을 조율하는 게 특기. ……아니 딱히 하고 싶어서 그런 건 아니고 이 답답한 두 녀석 사이에서 있다 보니 그렇게 됐다. 최명인 대변인에서 모미지 짜증 받이로, 그것의 연장으로 둘 사이의 중제자로. 뭐, 둘이서 서로 다투고 싸우는 걸 보면 재미있으니까, 이러고 있다.

미지는 초등학생 싸움처럼 앙증맞게 말한다. 물론 욕설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지만. 특히 마지막 ‘고자’는. 아무리 그래도 남자애에게 고자라니. 내 말에 미지는 ‘뭐, 뭐! 너도 욕 먹고 싶어!’ 하고 말한다. 욕을 먹긴 싫으니 손을 내저으며 억지웃음을 지었다. 막상 명인이 본인은 별다른 타격이 없는 듯 무덤덤하게 미지를 본다.

“그러니까 어쨌든. 말해봐, 무슨 대결인지.”

“……그, 한 달 뒤에!”

뭐 어떻게 됐든 상황을 정리하고 미지에게 초점을 맞추었다. 미지는 막상 말을 시키니 머뭇거리며 쉬이 말을 못 한다. 벌컥 짜증을 내듯 입을 뗀다.

“한달 뒤에 있는 모의고사! 총점으로 대결이야!”

“진짜? 정말?”

“어 진짜, 어 정말!”

미지는 선언하듯 말한다. 나는 흠칫 놀라며 질문했다. 그 말 그대로 대답하는 미지. 그건 굉장한 모험인지라 물어볼 만한 게 많다.

“네가. 나를 모의고사로? 대결을?”

“어! 왜 불만 있어?!”

명인이는 씨익 미소 지으며 가소롭다는 듯 미지를 올려다보며 말한다. ‘너 따위가 날?’하는 느낌의 명인이. 그 오만함과 거만함엔 타당한 이유가 있다.

명인이는 모의고사에 대해선 상당한 녀석이다. 평소 책을 많이 읽고 각 잡고 공부하는 녀석이다보니 기초가 탄탄해 모의고사에 매우 강하다. 평소에 공부를 하는 성실한 성격이니까, 중간고사나 기말고사 같은 특정기간 시험보단 모의고사가 특징적으로 강한 명인이다. 아마 전교에서 모의고사로는 1-3등 정도 나올걸. 그 정도다, 명인이는. 헌데 그런 명인이에게, 모의고사로 대결이라니. 중과부적이다.

“차라리 중간고사가 나을텐데.”

“닥쳐. 모의고사로 할꺼야.”

중간고사가 나을 거라는 건 전적으로 명인이의 배려다. 범위가 없는 모의고사보다는 일정 범위를 정해주니까 벼락치기로 만회할 수 있는 중간고사가 그나마 미지에게 유리하니까. 물론 그렇다고 명인이가 내신성적이 낮은 건 아니다. 적어도 전교 10등 안에는 들 걸. 어느 쪽이든 공부로는 힘들지만 그래도 낫다면 중간고사다, 그런 말이다

그에 대한 미지의 대답은 ‘닥쳐.’ 강인한 여전사와도 같은 강렬한 의지를 보여준다. 미지는 명인이를 노려보며 말한다.

“너도 달리기 나한테 상대도 안 됐었잖아? 근데 열심히 노력해서 이겼잖아. 나도 대결을 할 거면 그렇게 멋지게 이길 거니까!”

“……흐음. 좋아, 그런 거라면.”

미지는 따지듯이 말한다. 가만히 곱씹어보면, 그 말은 ‘자기를 이긴 명인이가 멋지다’는 말인데. 이걸로 태클 걸면 명치를 세게 맞을 수도 있다. 그냥 짜져 있어야지.

명인이는 잠자코 듣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그런 이유, 그런 의지라면 대결을 받아들이겠다, 그런 말인가.

“그럼 조건은 뭐, 나는 저번이랑 같은데. 이기면 네 가ㅅ……”

“다, 닥쳐! 알아, 아니까! 더 말하지 마, 미친 변태새꺄!”

명인이의 뒷말은 ‘이기면 네 가슴을 만지겠다.’겠지. 미지는 잔뜩 부끄러워하며 명인이의 입을 막는다. 그 부분은 이제 미지에게 어떤 한 약점이 된 것 같다. 명인이는 만족한 미소를 지으며 미지를 바라본다. ……어쩌면 미지 말대로 명인이는 변태가 맞는지도 모르겠다.

“뭐, 안다면 됐고, 너는? 너도 저번이랑 같은 조건?”

아아니, 달라.”

명인이의 여유있는 목소리에 미지 역시 굳건한 목소리로 대답한다.

“나는, 내가 이기면 한 달 동안 나한테 누나라고 해야 돼. 말 끝날 때마다!”

“……그래.”

미지의 말에 명인이는 잠시 뜸을 들이다 대답한다. 오호. 미지도 정신공격(?) 쪽으로 노선을 바꿨구나. 확실히, 실현된다면 상당히 재미있긴 할 것 같다. 자존심과 자존감이 하늘을 찌르는 명인이에게, 미지를 누나라고 부르라 하다니. 상당히 굴욕적이겠지. 잠시 한 대목 상상하는 것만으로 상당한 카타르시스가 느껴진다. 그건 그것대로 좋을 것 같아.

“그럼, 또 내가 가운데에 껴야겠네. 공증할까?”

“어.”

“응.”

정적으로 대치상태인 두 사람 사이에 끼어들며 말한다. 둘 다 묵묵하게 대답한다. 사뭇 진지한 분위기가 감돈다. 이러니까 내가 정말 어떤 공적인 공증인이 된 것 같아 절로 엄숙한 태도로 말하게 된다.

“한 달 뒤 모의고사. 조건은 서로 말한대로. 인정하지?”

““응.””

거의 동시에 대답하는 둘. 미지는 새삼스럽게 흠칫 놀라며 명인이를 바라본다. ‘흥!’ 하곤 제자리로 돌아간다. 아아, 또 시작된건가. 새로운 대결이.


“야, 야!”

“응?”

느긋한 점심시간. 가만히 앉아 숨을 쉬고 잏는 나에게, 미지가 다가와 말을 건다. 명인이는 점심시간이기에 자연스렀게 달리기를 하러 나갔다. 체육복까지 갈아입고. 미지와의 대결은 끝났는데도 어째 달리기는 계속 한다. 이전처럼 빡세게 쉬는시간이나 저녁시간까지 다 써서 달리지는 않지만. 어쨌든 명인이가 없는 이 틈을 노리는건지 미지는 내 쪽으로 다가와 말한다.

“너, 공부 잘 해?”

“아니.”

“그, 그렇게 쉽게 대답하면 어떡해!”

나의 자연스런 대답에 미지는 당황스러워하며 말한다. 그게, 정말이니까. 달리기는 어떻게 명인이에게 훈수를 둘 만큼 별다른 노력을 안 해도 체력이 있어서 괜찮았지만 공부는. 재능도 관심도 실력도 없다. 솔직하게 말하면 반에서 중간에서 뒤정도. 30명이면 20등 정도일까. 뭐, 그 정도다.

“그게 사실인데. 공부 못 하니까 못 한다고 하지.”

“그, 그래도! 네가 도움이 돼야 내가 이길 거 아니야!!”

“음?”

솔직하게 말하니 미지는 잔뜩 화를 내며 말한다. 나는 의아해서 고개를 갸웃거리며 미지를 바라본다. 이 녀석, 나를 조력자로 쓸 생각인가. 뭐, 딱히 내가 명인이 편이거나 그런 건 아니니까 상관은 없지만 앞서 말했듯 나는 똥멍청이라 공부를 못 한다. 별다른 도움이 안 될텐데.

“그…… 최명인이랑 무슨 특훈을 했어? 네가 프로그램 같은 거 다 짜줬지? 이 날은 얼만큼 뛰어라, 점점 체력을 늘려라, 이 부근에서 전력으로 달려라. 맞지?”

“아아니.”

“닥쳐! 그렇잖아, 안 그럼 어떻게 최명인이 날 이겨!”

“아하하.”

미지는 이미 내 말은 들리지 않는 모양이다. 자기가 판단하는 대로 생각하고 싶은 모양이지. 나는 어이가 없기도 하고 이 상황이 재미있기도 해서 허허 하고 아저씨처럼 웃었다.

“그렇게나 이기고 싶어.”

“어, 이기고 싶어!”

어지간히 이기고 싶은 모양이다. 미지는 바로 대답한다. 승리를 갈망하는 표정으로, 나를 노려보며. 나는 씨익 웃으며 ‘일단 여기 앉아 봐.’하고 자리를 권했다. 명인이 자리라 움찔 했지만 미지는 군말 않고 앉는다.

“우선은, 정말 내가 어떻게 해 줄 수 있는 게 없어. 최명인 폭풍성장의 숨은 흑막 같은 게 아니야, 난. 그저 지켜봐 주기만 했지.”

“……그건 뭐, 그렇다고 쳐.”

“공부도, 진짜 더럽게 못 하니까. 1학기 때 반에서 20등 한 거, 성적표 보여줘야 하나.”

“……잘 하네, 그 정도면.”

“음?”

미지는 조곤조곤하게 말하는 나의 기세에 억눌려 얌전히 말한다. 자기 생각이 조금은 억지라는 걸 알게 됐을까. 문득 내 성적을 말해주는데 풀죽은 목소리로 대답하는 미지의 목소리가 생경하게 들린다.

“나는 30등인데.”

“……진짜?”

“응, 진짜.”

“그 성적으로 어떻게 최명인한테 도전장을 내밀었으우? 그것도, 모의고사로.”

“다, 닥쳐! 사람은 얼마든지 하면 할 수 있어! 최명인도 했는데 나라고 왜 못 해!!”

충격적 사실에 나는 어이가 없어 멍한 표정으로 미지를 쳐다보며 말했다. 놀리듯이 말한 건 아니지만 미지는 부끄러운지 얼굴을 왈칵 붉히며 내뱉듯이 말한다. 사태가 좀 심각한데. 사람이 성장 가능성이란 게 있잖아. 애초에 나 정도 성적인 녀석도, 아무리 공부해도 단시간에 명인이 정도의 성적을 따라잡는 건 무리다. 따라잡기는 커녕 그 근처도 못 가겠지. 한국 경제의 성장처럼 성장해도, 엄연히 세상엔 현실이란 게 있다. 중국이 9%씩 성장해도 미국 3% 성장한 것보다 절대치는 오히려 낮잖아. 그런 거지, 대략 비유를 하자면.

30명 중 20등 하는 나조차 그럴진데 아예 30번째로 밑바닥을 깔고 있는 미지는. 답이 없다. 그래도 자존심 강한 미지니까, 너무 무시하는 듯 접근하면 안 된다. 이럴 때엔 조금 유한 낮은 자세로.

“어쩌다 그렇게 똥멍청이가 됐어. 30등이라니, 글 읽고 쓸 줄만 알아도 20등은 하는데.”

“……그래, 나 똥멍청이다! 글 읽고 못 써! 문맹이야 문맹 됐어?! 아오…….”

조금 낮고 유한 자세는 개뿔 나도 모르게 잔뜩 비꼬듯 말해버렸다. 그만큼 친해진 것이겠지. 자존심과는 별개로 미지는 이게 장난인 줄 알 것이다. 대답하는 걸 보면 알 수 있지. 화내듯이 벌컥 소리치는 건 진짜 화난 모습이 아니다. ‘미안합니다, 농담입니다.’하고 빠른 사과를 하는 나에게 ‘닥쳐, 짜증나.’하고 미지는 대답한다.

“그럼 어디. 사태가 좀 심각한데. 음- 아. 방법이 하나 있는 것 같아.”

“말해봐, 얼른. 나 진짜 이겨야 돼. 이번에도 지면……”

“하긴, 그렇긴 하겠다.”

“……상상하지 마, 변태 새꺄! 변태 친구 변태새끼네!”

“아니, 소인은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았소외다.”

미지는 다급한 목소리로 말한다. 아무 상상도 하지 않았는데 미지는 민감하게 반응하며 거칠게 말한다. 졸지에 나까지 변태새끼가 돼 버렸다. 하긴, 미지 입장에선 그만큼 굴욕도 없겠지. 저번 명인이의 행동으로 봤을 때, 이번에도 명인이가 이긴다면 미지 가슴을 만지거나 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저 순수한 농락 및 관광용. 그렇다고 진짜 또 만지면 그건 그것대로 미지에게 엄청 부끄럽고 수치스런 일일 테니. 어느 쪽이든 미지에겐 상당히 불쾌하고 좋지 않은 일이다. 왜 굳이 그럴 확률이 많은 쪽을 스스로 택해 이렇게 스스로를 궁지로 몰고 가는 지 모르겠다. 설마, 미지는 그런 가학적인 M성향인 것일까. ……미지가 생각을 읽을 수 있다면 나를 엄청 때렸겠지.

“예나한테 말해보는 게 어때. 예나라면 잘 알려줄 것 같은데.”

“오호. 오! 그거 괜찮은 생각인 것 같아. 가끔은 쓸모 있는데, 명인이 친구! 하하하!”

“……설마 이름 못 외운 건 아니겠지. 영인이라고, 영인이.”

“됐어, 그 이름이 그 이름이지, ㅁ 하나 차이인데!”

미지는 내 등짝을 팍팍 때리며 대견하다는 듯 말한다. 그러면서 은근슬쩍 내 이름을 말하지 않는다. 민감하게 반응하니 별 것 아닌 듯 넘어가려는 미지. 뭐, 그렇다. ……그래도 너무하잖아, 사람 이름은 외워야지.

“어쨌든, 알았어. 방법을 알았으니까 바로 가 봐야겠네.”

“그려 뭐.”

미지는 즐거운 듯 미소 지으며 말한다. 그러더니 자리에서 일어나 바로 예나 쪽으로 간다. 예나는 친구들과 즐거이 얘기하고 있다. 불청객으로 그대로 끼어들어 시끌벅적하게 얘기하는 미지. 무슨 얘기를 하는가 궁금해 나도 지근거리로 다가가 말을 듣는다.

“야, 예나야! 공부 가르쳐 줘!!”

“으, 응? 갑자기 무슨 공부?”

“모의고사, 모의고사니까! 그, 대결 해야하니까 얼른, 알려줘 지금 당장부터!”

“아……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는데.”

미지는 과연, 남자애 같은 성정답게 앞뒤 다 잘라먹고 본론과 목표만을 말한다. 대신 어떤 맥락도 없이 말해서 예나와 예나의 친구들을 당황케 만들고 있다. 한 달만에 명인이를 이기려면 저만큼 급해야 하는 게 맞긴 하지만, 애초에 저러면 소통이 안 되니까, 결국 중재자로서 내가 또 끼어들게 됐다.

정확하게 설명해야 하지만 그러기엔 여백이 부족하기에(?). 예나에겐 대강 ‘저번에 하던 것 같은 대결을 둘이 또 하게 됐는데, 그게 한달 뒤 모의고사다. 근데 미지는 똥멍청이다. 그래서 너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거다’ 라는 식으로. 예나는 뭐, 성실하고 무난한 성격이고 공부도 곧잘하는 편이니까.

“그…… 그러면, 이번에도 이기면 소원 들어주기 같은 게 있어?”

“어, 그렇지. 어느 정도 이것도 사행성이려나, 소원 들어주기라고 하니까 그렇네.”

“……명인이 소원, 설마…….”

예나는 ‘대결’ 이라는 말에 갑자기 숙연한 태도와 표정이 됐다. 아무렇지도 않게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하니 예나는 더욱 진지한 태도가 됐다. 조금 뭔가 불안한데. 하지만 사실을 말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나나 명인이나 뭘 숨기는 비굴한 타입은 아니니까.

“응, 저번이랑 똑같이 미지 가ㅅ……”

“어째서?! 어째서 왜!! 왜에!!!”

“……아니, 그걸 나한테 물어도.”

예나는 빽 소리를 지른다. 옆에서 자기들끼리 조그맣게 얘기하던 예나 친구들이 소스라치게 놀란다. 나도 또한 놀랐다. 얌전얌전하고 조용조용한 성격의 예나가 이렇게 소리지르는 건 굉장히 드문 일이다. 어지간히 예나가 화날만한 일이 아니라면. 그게 그렇게나 화나는 일일까, 명인이의 변태성이. 하긴, 그럴만도 할 것 같다. 예나는 명인이한테 푹 빠져있는데, 명인이는 자꾸 미지랑 대결하고, 그 대가라는 게 미지 가슴 만지고 싶다는 것이니. 평범한 소녀의 마음이라면 충분히 오해할 수 있는 대목이지.

“차라리, 차라리 내 걸 만지면…… 이만큼 빈곤하긴 하지만, 그래도 나…… 충분히 준비돼 있는데.”

“준비돼 있는 건 뭔데?!! 그 쪽이야, 네 불만의 방향은!!”

“뭐, 왜, 뭐, 뭐! 안 돼?!”

예나는 속삭이듯 혼잣말한다. 가만히 듣던 나는 깜짝 놀라 태클을 걸었다. 순수한 소녀의 오해가 아닌 굉장히 불순한 고민이다. 예나는 눈을 희번덕하게 뜨곤 머리를 흔들며 약간 정신 나간 것처럼 말한다. ……약간의 광기(狂氣)랄까. 미지는 멀뚱히 나와 예나의 정신나간 대화를 듣다가 문득 ‘그래서 공부는 언제 가르쳐 주는데. 명인이 친구 설명 다 들었으면 얼른 공부 알려 줘.’ 하고 말한다. 이름, 못 외웠구나. 더 이상 어떻게 태클을 걸 기력도 없어 나는 힘없이 고개를 떨구고 내 자리로 돌아왔다. 예나 역시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하고 미지에게 ‘왜 대결하는 건데? 네가 뭔데? 명인이한테 관심 있어? 명인이 어떤 점이 그렇게 좋아? 어?!' 하며 추궁하듯 말한다.

……저건 얀데레잖아, 그것도 무서운.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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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4

  • 작성자
    Lv.99 Nuan
    작성일
    14.11.16 06:26
    No. 1
    비밀댓글

    비밀 댓글입니다.

  • 답글
    작성자
    Lv.27 김태신
    작성일
    14.11.16 13:22
    No. 2
    비밀댓글

    비밀 댓글입니다.

  • 작성자
    Lv.68 애상야
    작성일
    15.01.27 19:27
    No. 3

    점점 이야기가 흥미로워집니다. 대결이라는 요소 하나로 각 캐릭터마다 관계가 이렇게 다채롭게 바뀌는 것이 재밌네요. 게다가 영인이의 투명인간 기믹이 너무 재밌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7 김태신
    작성일
    15.01.27 23:27
    No. 4

    처음에는 투명인간 설명 컨셉이었는데, 쓰다보니까, 쓰다보니까...... 흑 ㅠㅠㅠ 기획의도와 진행되는 바가 달라지면 슬프네요.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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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와 나의 대결은 끝나지 않아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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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03화 - 2 +2 14.11.04 610 10 17쪽
8 03화. 너와 나의 대결. +4 14.11.03 682 9 20쪽
7 02화 - 3 +4 14.11.03 495 9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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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02화. 대결, 시작한다. +4 14.10.15 591 10 17쪽
4 01화 - 4 +6 14.10.09 862 10 19쪽
3 01화 - 3 +6 14.10.01 708 9 18쪽
2 01화 - 2 +6 14.07.10 795 8 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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