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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신의 글 쓰는 터

너와 나의 대결은 끝나지 않아

웹소설 > 일반연재 > 라이트노벨, 로맨스

김태신
작품등록일 :
2014.07.08 21:59
최근연재일 :
2016.12.25 23:33
연재수 :
68 회
조회수 :
41,278
추천수 :
493
글자수 :
552,862

작성
14.10.15 22:52
조회
591
추천
10
글자
17쪽

02화. 대결, 시작한다.

DUMMY

흔한_대한민국_고등학교의_체육시간.jpg. 수행평가를 하는 게 아니라면 체육시간은 늘 같은 풍경이다. 여기저기 뛰노는 애들, 가만히 앉아 숨을 쉬고 있는 애들. 전자는 주로 남자애들, 후자는 주로 여자애들이다. 물론 뛰노는 미지나 숨쉬고 있는 명인이 같은 예외도 있지만.

“허이 허이 허이!”

‘뻥!’

현란한 손짓으로 패스를 유도하는 미지. 공을 받아 두어명 제치고 중거리 슛. 멋지게 들어가는 공. 여자 기준으론 짧지만 남자 기준으론 긴 머리를 흩날리며 골의 기쁨을 만끽하는 미지. 남자인 내가 봐도 어느 정도 멋있어 보인다. 실제로 미지는 여자애들한테 인기가 많은 편이기도 하고.

뻔하다면 뻔하다고 할 수 있는 풍경에, 더욱 뻔한 것을 추가하는 한 사람, 명인이. 조회대 옆 계단에 앉아 책을 읽고 있다. 여타 다른 체육시간과 다른 점이 단 하나도 없다. 뭐, 그런 거라면 하릴없이 명인이 옆에서 휴대폰이나 쳐다보고 실없는 농담 따먹기나 하는 나도 뻔한 풍경에 한 도움을 주고 있긴 하지만.

“궁금한데.”

“…….”

“말 먹지 말고. 어째 갈수록 더 과묵해지네.”

“……나?”

“그럼 너 말고 누구.”

가만히 말을 걸었지만 아무 대답도 하지 않는 명인이. 책에 엄청 집중하고 있나 보다. 그리 생각해도 대답이 없는 건 무안하긴 하다. 한 마디 던지니 그제야 힐긋 내 쪽을 쳐다본다.

“어떻게 됐어?”

“뭐가.”

“에이~ 대충 넘기려 하지 말고.”

물음에 답하지 않는 명인이. 익살스레 말해도 전혀 눈치채지 못하는 표정으로, 오히려 적의까지 띤 얼굴로 쳐다본다. 에휴, 눈치없는 놈.

“예나 말여, 예나.”

“아. 걔가 뭐.”

“같이 저녁 먹었잖어! 응?!”

주제를 정해줘도 명인이는 별다른 생각이 없다. 짜증스럽게 따지니 그제야 책을 덮는 명인이. 발동된건가. 최명인의 ‘그래서 넌 뭘 말하고 싶은데’ 모드.

“저녁 먹었지.”

“아무 일도 없었어?”

“그럼 뭐 예나가 애라도 베야 하는가? 나와 걔의 만남에 다른 사람의 기대와 희망대로 가십거리가 돼 줘야 하는가?”

“아아, 알았어. 진~짜 밥만 먹었구나.”

“……그래.”

벌집을 쑤신 꼴로, 명인이는 특유의 ‘~는가?’하는 말투까지 써 가며 본격적으로 들이댄다. 크게 데이고 싶지 않은 나는 얼른 둘러대듯 결론을 지었다. 다행히 빠르게 진정하는 명인이. 다루기 참 까다로운 녀석이다.

“그럼 안 봐도 비디오네. 그냥 밥만 먹었어?”

“그럼 뭘 더 해. 밥 먹자고 만난건데.”

“어휴.”

답이 없다. 말 다 했다. 정말 밥만 먹다니. 어색하고 어찌할 바를 몰라하는 예나의 난감한 표정이 절로 떠오른다. 불쌍한 예나. 어쩌다 저런 녀석을 좋아하게 돼서. 고생이 말이 아니네.

“좀 살갑게 대해줄 수도 있잖아? 기왕 사과한 거. 여자애하고 친하게 지내는 것도 좋잖아?”

“……그래야지. 알긴 아는데. 후우.”

다시 시선을 책으로 돌렸던 명인이. 내 말에 한숨을 푹, 책을 덮는다. 오옷. 조금의 발전인가. 잘못된 걸 인식하는 것만큼 중요한 계기는 없지.

“간단히 매번 인사라도 하면 좋아할거야.”

“……그래.”

지극히 원론적인 조언을 해준다. 근데 잠깐. 내가 지금 조언하고 있을 처지야? 내 밥그릇도 없는데!

“응? 어디가?”

“인사.”

“뭐??”

명인이는 갑자기 일어난다. 계단을 성큼성큼 오른다. 나 역시 일어나 명인이를 따라간다. 물어봐도 의미모를 대답만 하는 명인이.


도착한 곳은 강당. 네트가 있고, 여러 애들이 배드민턴을 하고 있다. 그들 중 예나가 보인다. 긴 머리를 곱게 한데 묶고 이마엔 땀이 송골송골 열심히 운동을 하고 있다. 체육복 차림의 그 모습은 평소의 청순한 스타일의 예나와는 또 다른 매력이 있다.

명인이는 뚜벅뚜벅 예나 쪽으로 걸어간다. 마침 때 좋게 예나가 라켓을 휘휘 휘두르며 옆으로 빠져나와 바닥에 앉는다.

“어, 어, 명인아.”

“……안녕.”

예나 앞에 선 명인이. 묵묵히 예나를 내려다본다. 예나는 운동으로 달아오른 볼이 명인이 덕에 더 붉어졌다. ……칫. 그렇게나 좋을까.

명인이는 무뚝뚝한 목소리로 한 마디 한다. 얼떨떨한 상태의 예나. 쫓아와 구경하고 있는 나도 어이가 없어 녀석을 쳐다본다.

“응, 응! 안녕!”

“만나서 반가워.”

“응! 만나서 반가워!”

명인이는 여전히 무뚝뚝한 태도. 예나는 빨간 얼굴로 환히 웃으며 대답했다. 무감각하지만 어쨌든 자기에게 작은 관심을 보이는 명인이의 태도가 마냥 좋은가보다. 명인이는 일방적인 짧은 말을 건네고 다시금 뒤돌아 강당을 나선다.

“뭐야. 겨우 그거 말하려고 온 거여?”

“인사 해야지. 오늘 안 했는데.”

“하하. 너도 참. 대단허다.”

인사하랬다고 바로 가서 어떤 맥락도 없이 대뜸 인사하다니. 여자애들이 보면 귀엽다고 할 것 같은 느낌이다. 원래 자리로 돌아가 책을 읽는다. 나 역시 다시금 휴대폰을 쳐다본다.

“야! 최명인!”

“……하아.”

“큭큭.”

명인이가 책을 본 지 5분 정도 지났을까. 높은 톤의 격앙된 목소리가 들려온다. 명인이는 움찔거리며 한숨을 쉰다. 미지의 부름에 노이로제라도 걸린 것일까. 미지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고 괴로워하는 명인이를 보면 상당히 즐겁다. 대리만족 같은 것일까.

“명·명·며어엉─☆ 명·인·아! 최명인!”

“왜.”

괴상한 음과 억양을 더해, 마치 노래를 부르듯 명인이를 부르는 미지. 이쪽으로 다가오며 한껏 장난기 가득한 표정으로 웃고 있다. 그 함박웃음은 삐에로의 그것처럼 기괴하다. 명인이가 몸서리 칠만 하다는 생각이 든다.

어째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미지는 명인이에게 계속 말을 건다. 쉬는시간에도, 점심시간에도, 야자 때도. 물론 명인이는 상당히 귀찮아하고 대부분 무시하지만 미지는 굴하지 않고 계속 명인이에게 들이댄다. 오히려 그런 명인이의 반응이 마음에 든 게 아닐까.

“너는 왜, 운동 안 해?”

“움직이기 싫으니까.”

“어↗머↘ 얘→↗ 그럼 못 써! 아하, 아하하!”

미지는 폴짝 뛰어 명인이 옆에 앉아 묻는다. 명인이는 책에서 시선을 떼지 않고 미지를 애써 외면하며 말한다. 익살스럽게 과장된 여자애 톤으로 대답하곤 저도 우스운지 깔깔대며 웃는다. 미지의 평소 목소리 톤과는 상당히 괴리된 귀여운 투이긴 했다. 명인이는 웃지 않는다.

“여자애도 아니고, 좀 다른 애들처럼 뛰놀아! 주위 애들 봐봐, 다 여자애들이야!”

“…….”

저기…… 일단 나도 남잔데. 나도 엄연히 명인이 옆에 앉아있다고. 내 정체를 부인하지 말아줘. 자연스럽게 무시당하는 건가. 명인이는 여전히 미지의 말을 무시하고 책을 읽는다.

그럴만도 한 게, 미지의 이 말은 명인이가 같은 논리로 몇 번이나 논파했었던 말이다. ‘성별은 문제가 아니다. 너도 여자앤데 선머슴처럼 뛰어다니지 않느냐. 스스로 성 역할을 나누고 제약하고 차별하는 것은 좋지 않다.’라는 논리. 당장 미지가 명인이에게 처음 관심을 보인 것도 저 주제로 얘기했던 것이니까.

하지만 미지는 어째 계속 명인이에게 같은 걸 물어본다. 논파 당해도, 무시 당해도 별로 상관하지 않는 눈치이다. 그리고 그런 태도야말로 명인이에겐 상극이고 쥐약이다. 둘이 있을 때, 명인이는 나에게 미지에 대해 ‘말을 해도 듣지를 않으니 솔직히 이길 자신이 없다’라고 평했다. 그 명인이가 그리 말할 정도인데 이 답 없는 논전을 또 시작하게 됐으니.

“……야, 모미지.”

“응?”

명인이는 문득 책에서 시선을 떼고 미지를 보며 입을 연다. 그런데 저 표정, 심상치가 않다. 깊고 어두운 심연 같은 작은 웃음. 무언가 흉계를 꾸미고 있는 듯한 검은 표정이다. 명인이의 저런 표정은 처음 본다. 그래서 더욱 이상하다.

“내기…… 하나 할래.”

“내기? 갑자기 무슨 내기?”

모처럼만에 명인이가 먼저 말을 꺼냈으니 미지는 반색하며 좋아라한다.

이상하네. 정말 이상하네. 내기 같은 걸 할 리가 없는 명인이다. 정정당당, 올곧은 타입인 명인이는 애들끼리 장난식으로 하는 내기조차 딱 선을 긋고 하지 않는다. 분명 그런 명인이다. 내가 봐 왔던 명인이는. 그런데 지금, 명인이가 먼저 내기를 걸고 있다. 이상하지, 정말.

“달리기…… 잘 하지?”

“아, 그럼! 너보다 100만 배는 잘 뛸걸?”

명인이의 말에 미지는 방긋 웃으며 자신있게 대답한다. 사실이다. 축구 할 때 보면 남자애들보다 더 잘 달리고 더 오래 뛰니까.

“그럼 오래달리기도 자신 있겠네.”

“당연하지! 저번에도 반에서 3등 했는디!”

여기서 말하는 미지의 3등은 여자애들 중에서가 아니라 남녀 통틀어서. 정말 다른 건 몰라도 체육능력만큼은 발군인 미지다. 명인이는 여전히 뭔가 어둡고 언짢은 분위기다.

“내기는 간단해. 한 달 뒤 오늘에, 오래달리기를 하는 거야. 운동장 16바퀴. 한 3km정도 되려나?”

“에에? 하하, 네가 나랑? 이길 수 있겠어? 말이 안 되잖아~”

미지는 가소롭다는 듯 명인이를 깔보는 투로 말한다. 뭐, 그럴 법도 하다. 객관적으로 보자면 미지의 체력이 월등한 편이긴 하니까. 굉장히 활동적이고 계속 움직이는 미지와, 살아가는데 필요한 최소한의 움직임만으로 삶을 영위하는 명인이. 딱 봐도 알기 편하다. 지금 나란히 앉아 있는 두 사람을 봐도, 남자인 명인이보다 여자인 미지의 허벅지가 더 튼실하고 두꺼워보인다. 아, 실례이려나.

“왜, 자신 없어? 나한테 질 것 같애?”

“아하하하하하! 진짜 진지하게 하자는 거야? 할 수 있겠어?”

“진짜 진지하게 하자는 거야. 할 수 있어.”

명인이의 도발에 미지는 까르르 웃으며 여전히 무시하는 투로 말한다. 희고 얇은 명인이의 허벅지를 만지면서. 명인이는 움찔거리며 미지의 손을 저지하며 진지하게 말한다.

“대신 조건 하나. 이긴 사람 소원 하나 들어주기. 뭐든지.”

“어 진짜? 할래 할래!”

명인이는 거래를 거는 바이어 같은 투로 말한다. 귀가 쫑긋해서 얼른 수락하는 미지. 눈을 빛내며 좋아라하며 명인이를 쳐다본다.

“나는 그럼, 음. 고기부패! 고기 잔뜩 먹을래!”

“그래, 그렇게 해.”

미지는 이미 명인이에게 이긴 걸 가정하고 얘기하고 있다. 말하는 게 너무 천진난만하다. 눈을 반짝이며 입을 쩍 벌리는 미지. 고기에 대한 강렬한 욕망이 보인다. 아무리 봐도 여자애 같진 않다. 역시 미지이려나.

“아하하, 신난다. 근데 너는? 너는 이기면 뭐하게? 뭐─ 이길 리가 없긴 하지만. 꺄하하핫.”

“……나는.”

미지는 선심 썼다는 투로 명인이에게 물어본다. 무표정한 명인이. 무덤덤하게 입을 연다.

“나는 네 가슴을 만질래.”

“……뭐?!?!?”

한 마디 미동도 하지 않고 무덤덤하게 말하는 명인이. 평소의 말투와 변함이 없지만 그 내용은 가히 충격적이다. 이게 정녕 내가 아는 최명인이 맞나 싶다. 너무 충격적이어서 미지도 숨이 턱 막혀 잠시 말을 잇지 못한다.

“이기면 네 가슴 만지겠다고.”

“미, 미, 미, 미쳤어?! 벼, 변태야!!”

생전 처음 보는 소녀스런 반응의 미지. 오른팔로 가슴을 가리며 명인이에게서 떨어지려 한다. 명인이는 가만히 그런 미지를 쳐다본다. 어째 시선이 가슴 쪽에 향해있는 것 같아 명인이의 모습이 한층 변태스러워 보인다.

있을 수 없는 일인데, 이건. 기본적으로 명인이는 또래 여자애에게 관심이 없다. 아니, 여자애를 혐오하는 쪽에 가까운 것 같다. 무성애자라고 하야 하나. 여자애들한테 오히려 더 엄격한 잣대를 들이미는 것 같다. 예나에게 하는 짓을 보면 대강 알 수 있지. 그런 명인이가, 갑자기 가슴 어쩌고라니. 적응이 안 된다.

“왜, 자신 없어지셨어? 분명 한다고 했잖아.”

“미, 미친 놈아! 조건을 무슨! 가, 가슴을 만진다고 그래! 그럼 누가 하겠냐, 멍청아!”

미지는 한 번도 보이지 않던 소녀성을 많이 드러내며 얼굴을 잔뜩 붉히곤 말한다. 하긴, 저건 성희롱이니까. 아무리 선머슴 같은 미지라도 당황스러운 모양이다. 정작 명인이는 아무런 심리의 변화가 없어 보인다.

“네가 이기면 되잖아. 분명 방금 전까진 좋다고 한 것 같은데.”

“으으……!”

뻔뻔한 것도 정도가 높으면 오히려 상대방 쪽이 기가 죽는다고 해야 하나. 분명 명인이가 이상한 섹드립을 친거고 미지가 화내도 전혀 거리낄 게 없는 상태인데 이상하게 명인이가 칼자루를 쥐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다.

미지는 억울한 표정으로 입을 꾹 다물고 대답하지 안는다. 망설여지겠지, 아무래도. 아무리 미지가 선머슴 남자애처럼 하고 다녀도, 그래도 여자애다. 여린 감성의 여고생에게 갑자기 덥썩 ‘네 가슴을 만질래.’ 하고 말하니.

그러나 성격상 매몰차게 거절은 못하는 미지다. 소심해서 그런 건 절대 아니고, 아마 자기 자존심 때문이겠지. 명인이 말대로 별 생각 없이 덥썩 떡밥을 문 건 미지 자신이니까. 거절하자니 자존심이, 승낙하자니 창피함이 몰려오는 진퇴양난의 구조다.

“뭐, 뭣 때문에 만지겠다는거야.”

“뭐가.”

“가, 가슴말야 멍청아!”

조심스럽게 묻는 미지. 부끄러워서 얼굴이 빨갛다. 명인이는 무덤덤하게 되묻는다. 부끄러워 소리치는 미지. 또 오른팔로 가슴을 가리고 슬쩍 몸을 구부정하게 한다. 행여 볼까 해서 그런가.

“그냥, 궁금하니까. 나한테는 안 달려 있으니까. 무슨 촉감인지 궁금해서. 한 번 만져보고 싶어서.”

“으으……!”

한치의 꾸밈도 없는 순수한 대답. 너무도 뻔뻔한 변태적 대답에 미지는 할 말을 잃고 입을 꾹 다문다.

“후달리면 하지 말던가. 난 네가 자꾸 좀 움직여라 하길레 그런 건데.”

“……해, 해! 하는 거야! 잔뜩 발라줄테니까! 돈 두둑히 준비해야 할 걸! 흥!”

명인이의 가벼운 도발에 미지는 결국 넘어가고 만다. 아직 빨간 얼굴인 체로 허세를 부리며 말한다. 씨익 웃는 명인이. ……계획대로?

“좋아, 하는거다. 영인이. 네가 공증해.”

“어, 어? 뭘?”

“증인 하라고.”

“어, 그려 뭐.”

아, 나 여기 있는 게 맞구나. 멍하니 벌어지는 사태만 구경하다 명인이의 말에 얼른 대답했다. 내 대답에 미지는 나를 흘겨본다. 아니 왜. 난 가만히 있었는데.

“됐어, 한 가지 알겠네, 최명인 너 엄~청 변태라는 거. 개실망!”

“글세.”

“흥이다!”

미지는 175cm의 거구와 어울리지 않게 귀엽게 쏘아붙이고 도망치듯 뒤돌아 뛰어간다. 오늘따라 소녀성 터지는 미지다. 명인이는 잠자코 그런 미지의 뒷모습을 바라본다.


“왜 그랬어? 너답지 않게.”

“나 다운게 뭔데.”

“풋.”

몇만년 만에 나오는 명인이의 농담에 웃음이 터져 나온다. 아니, 명인이는 진지하게 생각하고 말하는 것일수도 있다. 이럴 때의 정공법은 차근히 설명해 나가는 것.

“너 무성애자 아니었어? 여자애에게 전혀 어떤 감정도 못 느끼잖아? 오히려 여자애한테는 더 가혹하고 냉정하잖아? 너 여성혐오자잖아?!”

“그렇게 단정짓는 건 그만둬. 그 정돈 아니라고.”

“아하하. 그런겨?”

말하면서 잔뜩 흥분한 척 격앙된 말투로 말하니 명인이는 어중간하게 웃으며 대답한다. 늘 돌 같은 표정의 명인이인데 지금은 잘 웃는다.

“근데 진짜, 가슴 만지고 싶어서 그런 제안 한 겨?”

“미쳤냐. 그걸 왜 만져.”

“아. 진짜 싫은 모양이네.”

명인이는 질색을 하고 낮은 목소리로 대답한다. 저 표정은 정말 싫어하는 명인이의 진지한 표정이다. 나는 솔직한 심경으론 한 번 쯤은 만져보고 싶긴 한데. 그렇잖아, 일반적인 남자애라면. 명인이는 일반적인 남자애가 아니지만.

“그냥, 한 번 저 녀석 당황하는 꼴을 보고 싶었어. 그리고 결과는─ 아주 제대로 맞아들었고.”

“아하하, 그건 맞긴 하다. 엄청 당황하던데. 얼굴 엄청 빨개져서.”

“결국 그 애도 한낱 계집애에 불과하단거지. 암만 남자애처럼 날뛰고 다녀도. 흐흣, 결국 그런거야.”

“……너 되게 변태같다.”

“무슨 의미로. 그 말 되게 기분 나쁜데.”

명인이를 멀거니 쳐다보며 말하니 명인이는 정색하고 나를 쳐다본다. ‘아니, 그렇잖아. 좀 더 심화되면 「여자와 북어는 3일에 한 번씩 패야지!」 이런 식으로 말할 것 같아서.’ 하고 대답하니 명인이는 ‘……그 정도는 아니야.’ 하고 대답한다. 명인이 녀석도, 확실히 정상은 아니다.


작가의말

이번 주는 이 정도 썼지만...... 다음 주는 못 쓸 것 같습니다. 시험기간이라서요. 죄송합니다. 으으...... 이제 막 쓰고 싶은 단락이었는데......!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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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4

  • 작성자
    Lv.99 Nuan
    작성일
    14.11.13 11:47
    No. 1
    비밀댓글

    비밀 댓글입니다.

  • 답글
    작성자
    Lv.27 김태신
    작성일
    14.11.15 21:21
    No. 2
    비밀댓글

    비밀 댓글입니다.

  • 작성자
    Lv.68 애상야
    작성일
    15.01.27 12:43
    No. 3

    허허. 약간 어긋나는 사고방식이 귀엽게 느꺼지네요. 외모가 안 된다면 그렇게 느꺼지지 않겠지만은 미소년 타입의 캐릭터가 저렇게 행동한다면 귀엽게 느겨질만도 합니다. 사촌동생 같은 느낌이 나기도 하네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7 김태신
    작성일
    15.01.27 23:22
    No. 4

    17살에 어긋난 가부장적 성의식. 딱히 제 고등학생 시절의 한 조각은 아닙니다. 굳이 찾자면...... 대학교 때 좀 저랬죠.(?)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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