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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신의 글 쓰는 터

너와 나의 대결은 끝나지 않아

웹소설 > 일반연재 > 라이트노벨, 로맨스

김태신
작품등록일 :
2014.07.08 21:59
최근연재일 :
2016.12.25 23:33
연재수 :
68 회
조회수 :
41,270
추천수 :
493
글자수 :
552,862

작성
14.07.10 17:47
조회
794
추천
8
글자
20쪽

01화 - 2

DUMMY

“저기…….”

“응?”

수업시간 내내 너무 졸았다. 적당히 바깥 공기라도 쐬려고 화장실에 갔다 오는데 누군가 말을 건다. 분명…… 강예나인가 하는 애였지, 아마.

허리 조금 못 미치는 데까지 기른 긴 머리. 결 좋은 머리칼은 적당한 웨이브가 들어가 있다. 눈썹은 짙고 눈은 동그랗게 큰데, 완만한 곡선을 이루는 게 굉장히 선해 보이는 눈매다. 코도 오똑하고, 전반적으로 예쁘게 생겼다. 그리고 생긴 것과 일치하게 굉장히 착해서 남자애들에게도 굉장히 평이 좋은 애다. 다만 한 가지, 그렇게 숫기가 있는 것 같진 않은 느낌이다. 지금도, 나에게 먼저 말을 걸고 머뭇거리며 말을 못 하고 있잖아.

“얘가 할 말 있데! 하핳!”

“아아! 잠깐만! 아직 준비도 못 했는데에!”

“…….”

예나라는 여자애는 그렇게 내 머릿속에서 숫기 없는 여자애 1로 기억되려는 순간, 어디에서 나왔는지 키가 훌쩍 큰 미지가 와 예나 등을 떠밀며 활기찬 웃음소리를 내며 말한다. 예나는 잔뜩 울상이 돼 미지에게 앙탈을 부린다. 미지는 ‘왜에~ 어차피 별로 중요한 것도 아니잖아, 얘는.’ 하고 말한다. 음. ‘중요한 것도 아니잖아, 얘는’ 이라니. 나 뭐 물건 같은 건가. 헛기침을 하며, 심기불편한 표정으로 두 여자애를 쳐다본다.

“저, 저기…… 그, 물어보고 싶은 거 있어서…….”

“어, 뭔데.”

“……으응~~!”

“??”

예나는 머뭇거리며 살짝 상기된 얼굴로 망설이는 표정으로 뜸을 들이며 어쨌든 말을 못 한다. 이거…… 설마, 내가 상상하는 그런 거 아니겠지. 근데 그렇잖아, 여자애가 저렇게 얼굴 상기된 체로, 머뭇거리면서 말 하는 걸 주저한다면, 그것도 그게 남자애 앞에서라면…… 덩달아 나까지 조금 수줍게 돼 버렸다. 그래도 당황하지 않은 척 무덤덤하게 예나를 바라본다.

“얘 좋아하는 애가 있는데! 아! 왜에! 왜 또 땡깡이야.”

“아아아! 그런 거 말하지 말라니까, 다 듣겠어!”

“…….”

미지는 신이 나서 말하다 예나의 제재로 제대로 말하지 못한다. 예나는 얼굴이 빨개져서 손을 뻗어 미지의 입을 틀어막으려 한다. 아, 귀엽다. 하지만 키나 힘이나, 어느 하나 미지에게 당할 수는 없다. 나는 그 말을 듣고 얼굴이 빨개지는 걸 느꼈다. 예나는 다른 애들이 듣는 걸 염려했지만, 적어도 나는 확실하게 들었다. 그리고 명백하게 그 대상을 파악할 수 있다. 아니, 어떤 눈치 없는 애라도 보면 딱 알 수 있잖아. 굉장히 부끄러워하면서 얼굴 붉히고 있는 예나나, 빙글빙글 웃으며 예나를 놀리는 미지를 보면. 아아, 천하의 윤영일, 남중 생활 3년 만에 고등학교 올라와서 서광을 맞이하는 건가.

“며, 명인이랑 친하지!”

“어……?”

예나는 눈을 질끈 감고 간신히 말한다. 나는 두근대는 마음이 한순간 쭈욱 가라앉는 걸 느꼈다. 나는 망상에 쉽게 빠지는 편이지만 그 못지않게 상황파악도 잘 하는 편이다. 그러니까, 나는 착각을 하고 있었구나. 순식간에 사랑의 화살표가 나에게서 다른 쪽으로 꺾였다. 그 다른 쪽은, 명인이.

“얘가 명인이에 대해 알고 싶다는데~ 에헤헤. 왜 알고 싶은 지는~ 비,밀, 이래 헤헤헤헷.”

“그, 그렇게 말하면은~~!!”

옆에선 미지가 추임새를 넣어 흥을 돋운다. 예나는 잔뜩 부끄러워하며 또 미지의 입을 틀어 막으려 한다. 아, 귀엽네. 어지간히 창피한 모양이다. 나는 깊은 절망감과 동시에 자괴감까지 올 것 같아 한숨을 푹 쉬었다. 내가 뭐 그렇지. 명인이 그 자식은 키는 작아도 얼굴은 반반하니까. 성격이 그렇게나 까칠한데도, 여자애가 좋아하다니. 복 받은 놈. 역시 세상은, 될 놈은 어떻게 해도 된다니까. 나 같이 안 되는 애들은…… 안 생겨요.

“응, 그러니까, 명인이…….”

“일단 예나 너! 얘 누군지는 알아? 서로 누군지도 모르는데 그런 정보를 공유해줄 수 있겠어? 나라면 절대 아니겠다!”

“어, 아, 알아!”

예나가 주볏거리며 나에게 말하려는 찰나, 미지가 활기차고 시끄러운 목소리로 예나의 말을 저지한다. 예나는 발끈 귀엽게 화내며 미지의 가슴팍을 톡톡 친다. 물론 전혀 위협적이거나 아파 보이지 않는다. 저렇게 귀엽게 때리는 거, 정말 때리고 싶은 마음이 눈꼽만큼이라도 있어 그러는 걸까, 아니면 자기가 귀여운 걸 알면서 저러는 걸까.

“그 때 유인물도 주워줬어. 그치?”

“응, 떨어뜨려서.”

“오~ 의외로 아는 사이네?”

그래, 그 때 유인물 주워준 건 나였다고. 명인이 녀석은 시크하게 손만 까딱하고 계속 책만 봤다고. 근데 왜……! 이젠 분노까지 느껴지는 판국이다. 역시 사람은, 마음보단 외모야. 못되게 대해도 명인이처럼 잘 생기기만 하다면……! 잘 생긴 살인범보다 못 생긴 오타쿠가 더 범죄자야, 이 세상은! 나중에 돈 엄청 벌어서 성형수술 해야겠다. 근데 난 그만큼 돈 벌 능력이 안 되잖아? 아마 안 될 거야.

“그러니까…… 이름이?”

“윤영일! 꼭 아는 것처럼 말하더만.”

“아하하. 이름 잘 못 외워서.”

“……아하.”

어지간하면 화를 잘 안 내는 나지만, 미지의 어이없는 태도에 나도 모르게 짜증을 팍 부렸다. 예나한테 말하는 꼴만 보면 꼭 ‘나는 아는데~ 어떻게 이름도 모르니?’ 하는 것 같은 태도잖아. 정작 본인도 내 이름 모르고 있었어. 이름 못 외운다는 것도 핑계 같다. 그럼 어떻게 명인이 이름은 외우고 있는데. 아무리 내가 존재감이 약하다 해도 그렇지. 내가 반에서 존재감이 옅은 건 인정한다. 하지만 이름조차 기억 못 해주는 건 너무하잖아. 그럼 정말 나는 정보만 뱉는 정보 셔틀인 거야.

“응, 영일이구나. 미안, 이름 못 외웠어.”

“아니, 뭐, 사과할 것까지야.”

예나는 공손하고 예의 바른 투로 잠잠한 목소리로 말한다. 방금 전 짧은 순간동안 예나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었기에, 나는 살짝 부끄러운 마음이다. 아니 뭐, 그냥 예쁘장하고 귀여운 애니까. 수줍어하는 모습도 귀엽고. 근데, 근데 얘는!

“며, 명인이를 그, 그렇게 뭐 그…… 좋, 좋, 좋아하거나 하는 게 아니라!”

“……대놓고 좋아한다고 광고하는 거 같은데.”

예나는 차분한 방금 전 태도는 어디 가고, 굉장히 부끄러워하며 말하다 왠지 모르게 내 팔뚝을 팍팍 치며 미지에게 앙탈 부리듯 한다. 그러니까 나까지 얼굴이 달아오르는 기분이다. ……얜 왜 이렇게 귀여운 건데! 게다가 왜 그 대상이 내가 아닌데! 으아아아! 분노가 치밀어오른다! 하아. 누구는 좋겠네. 이름도 제대로 못 말하고, ‘좋아한다’ 는 말을 꺼내는 것만으로 저렇게 부끄러워하는 귀여운 애가 좋아해주다니. 진짜…… 진짜 좋겠어.

“저, 그러니까…… 명인이랑 친해지고 싶어서…….”

“확실하지 않으면 승부를 걸지 마라. 그게 내 신조인데. 확실하게 말해주면 뭐든 말할게.”

“뭐, 뭐를!”

“아하하하, 너 꽤 괜찮은 애구나. 커서 장사 좀 하겠어.”

예나의 말에 나는 무심한 표정으로 얼굴을 바꾸고 냉정하게 말했다. 약간은 심통이 나서 말이지. 애초에 이거, 그거잖아. 예나가 명인이 좋아하는데, 명인이랑 어떻게 잘 이어달라 그런 거. 하지만 애초에─ 여자에 관심이 있는 녀석이었으면 그렇게 까칠한 태도로 일관할 녀석이 아니지. 명인이는 정말 여자에 관심이 없다. 오히려 여자애들을 싫어하는 쪽에 가깝지. 그런 애한테 억지로 여자애 소개시키고 잇기도 힘들고, 도리어 중간에 껴서 나만 힘들고, 나한텐 아무것도 이득될 것도, 떨어질 것도 없고. 전혀 재미날 것도 없고. 오히려 기분만 더 거지같지. ……괜히 NTR 당하는 것 같기도 하고. 아니 뭐, NTR은 아니다만은.

여튼, 냉정하게 판단하고 날카롭게 정곡을 찌르니 예나는 또 잔뜩 부끄러워하며 아까 전처럼 귀여운 반응을 보인다. 미지는 호탕하게 웃으며 내 등을 팍팍 치며 마음에 들어 한다. 나는 맞은 등이 꽤나 아파 얼굴을 찌푸리고 미지를 쳐다봤다. 키도 크고 손도 맵구나, 미지. 그냥 여자애라는 인식을 배제해야겠다.

“화, 확실하게 말하라니, 뭘……!”

“그러니까, 명인이를 좋아하니까 잘 지내고 싶다던가, 그런 거.”

“으우우…… 너무해, 영일이 너 착한 애인 줄 알았는데…….”

“아하하하하! 왜, 사실이 사실이잖아. 그냥 말해 줘.”

‘명인이를 좋아한다’ 는 말을 꺼내니 얼굴이 사과처럼 빨갛게 달아오르는 예나. 볼을 퉁퉁 불린 것처럼 하고, 실망이라는 눈초리로 나를 쳐다보며 시무룩하게 말한다. 그 말을 들으니 또 마음 한 구석이 뜨끔 하다. 크읏…… 그런 귀여운 눈으로 그런 표정 지으며 내 마음을 휘저어 놓지 마……! 옆에선 미지가 시원스런 웃음을 보이며 예나 등을 팍팍 치며 말한다. 아프겠다.

“응, 알았어…… 비, 비밀이야! 응!”

“어, 뭐.”

예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등을 매만지며 나를 보고 말한다. 수줍어하는 모습이 정말 귀엽다. 살짝 눈 마주치는 것만으로 심장이 두근거린다. 젠장, 젠장……!

“명인이, 좋아해.”

“언제부터? 왜? 뭐가 좋아, 명인이 어디가?”

“쉬, 쉿! 목소리 너무 커!”

예나는 수줍어하지만 처음보다는 훨씬 나은 느낌으로 말한다. 나는 마음속에서 무언가 끊어지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짐작은 하고 있었지만, 이렇게 확실하게 예나가 말하는 걸 들으니 기분이 굉장히 묘하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캐묻듯 예나에게 이것저것 물어보게 됐다. 예나는 행여 다른 애들이 들을까 어쩔 줄 몰라 하며 검지 손가락을 입에 가져다 대며 주의를 시킨다. 이크, 나도 모르게 흥분을 해 버렸네.

“에에, 뭣 때문에 그렇게 물어봐? 너 설마─?”

‘……꿀꺽.’

미지는 은근한 눈빛으로 나를 보며 말한다. 비꼬는 듯 놀리는 듯한 그 목소리에 나는 긴장하고 침을 꿀꺽 삼켰다. 아닌 것처럼 보여도 미지, 은근히 눈치가 빠른 것 같다. 거기다 입이 헤픈 것 같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겠겠지만, 예나가 명인이 좋아하는 것 먼저 말한 것도 미지잖아. 미지가 지금, ‘너 설마─ 예나 좋아하는 거 아냐?!’ 하고 말한다면 굉장히 당황스러울 것 같다. 어떻게든 변명하겠지만, 그런 것까지는 포커페이스를 할 수 없다고. 좋아하는 마음까지 어떻게 숨길 수는 없으니까. 물론 웃으며 어떻게든 넘기겠지만, 껄끄러운 기분이 되는 건 마찬가지니까.

“명인이 좋아하는 거 아냐? 아하하하!”

“……뭔 개소리야.”

“저, 정말이야?!”

“아니야!”

미지는 잘못 짚어도 한참 잘못 짚었다. 아니, 어떻게 거기서 이런 결론이 도출될 수가 있지. 전혀 그렇게 안 생겨가지고, 의외로 미지 BL소설 마니아라던가. 아니겠지, 이것도 또한 편견이야. 하고 생각하는데 예나까지 미지 말을 듣고 얼굴이 빨개져선 나에게서 세 발자국 멀리 떨어진다. 왜 그러는 건데?! 그걸 곧이 곧대로 믿어?! 터무니없는 순수한 마음에 어이가 없어진다.

“왜에~ ‘명인이는 나만의 것이니까, 너한테 넘겨줄 수 없어.’ 이런 거 아냐? 늘 같이 다니잖아, 둘이서! 흐흥, 흐흐흐흥.”

“그, 그러고 보니까…… 체육시간에도, 점심시간에도……!”

“잠깐!! 멋대로 이상한 추측 현실로 만들려 하지 마! 전혀!! 전혀 그런 거 아니거든?!”

미지의 망상은 점점 폭주기관차가 돼 간다. 내가 제일 질색하는 게 동성애인데. 그것도, 저 시크하고 무뚝뚝한 최명인을? 어휴, 상상이 안 된다. 예나는 순수한 눈빛으로 수긍한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나에게서 두 발자국 더 떨어지며 미지 뒤로 몸을 가린다. 미지는 재미있다는 듯 깔깔 웃는다. 나는 완강히 몸을 떨며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내 살다살다 이런 오해를 받는 건 처음이다. 차라리 존재감 없는 캐릭터가 훨씬 낫겠다.

“어쨌든, 그 쪽은 정말 잘못 짚은 거니까. 예나 얘기나 해.”

“아, 맞다. 응, 그러니까…….”

“에이, 아깝다 아까워.”

확실하게 아니라고 부정을 하고 얼른 주제를 예나 쪽으로 돌렸다. 예나는 반짝 생각이 났는지 고개를 끄덕인다. 미지는 아쉬운 표정으로 혀를 쭉 내민다. 키도 덩치도 큰 주제에 귀여운 척은.

“명인이는, 학기 초부터 조금씩 좋아하게 됐어.”

“……어.”

예나는 고개를 살짝 숙이고, 부끄럽지만 조금 간질간질한 느낌으로, 살짝 얼굴에 미소가 맺힌 체 말을 시작한다. 어어…… 그 쪽이야?! ‘언제부터 좋아했어, 왜 좋아해’ 하고 물어본 건 사실 흥분해서 내뱉은 실언인데. 오히려 나는 일일이 좋아하게 된 이유를 듣는 게 더 고문이라고. 하지만 막상 또, 궁금하기도 하니까 묵묵히 고개를 끄덕이며 듣기로 마음먹었다.

“난 남자애라면 진중하고 묵직한 걸 좋아하는데. 다른 애들은 너무 팔랑팔랑 까불잖아. 그치만, 그치만 명인이는 달라. 늘 책 읽고 있고, 필요 이상으로 말하지 않고. 머리도 좋고, 진지하게 생각하고. 명인이는 나하고 다르게 진지할 것 같아.”

“……응.”

같은 사람이라도 보는 관점에 따라 이렇게 다를 수도 있구나. 예나의 말을 듣고 드는 생각은 그것이다. 물론 저렇게 표현하자면 전부 틀린 말은 아니다. 실제로 명인이가 저러니까. 다만…… 뭔가 확실하게 예나의 망상이 들어간 것 같지만. 진지하긴 하지만 그건 멋있는 진지함이 아니라 꼬장꼬장하고 꼬치꼬치 캐묻는, 좀 귀찮은데다 어떻게 보면 옹졸하기도 한 그런 진지함이라고. 말수 적은 것도, 말을 많이 하면 다른 애들하고 말싸움하게 되니까 그런 것이고.

“그리고…… 헤헷. 귀여운 것 같애, 명인이. 아아아아~~ 히히히.”

“……어떤 게. 얼굴? 하는 짓?”

“어어, 어…… 얼굴, 도 그렇고. 음…… 아 몰라! 이히히힣히ㅣ힣.”

“…….”

예나의 말에 나는 충격에 빠진 얼굴이 됐다. 머뭇거리며 물어보니 예나는 굉장히 수줍어하면서 말하다가 주먹으로 살짝 내 몸을 밀치며 말한다. 이런 말 하긴 그렇지만 꼭 미친X처럼 웃는다. 그렇게 채신없이 웃는 모습도 귀여운 게 문제지만. 어쨌든 충격이다. 그 무뚝뚝하고 까칠한 명인이를 ‘귀엽다’고 느끼다니. 아니 뭐, 요모조모 따지고 보면 명인이는 잘 생겼고, 선이 가는 미소년 쪽이니까 그렇다고 볼 수도 있고 아니라고 할 수도 있…… 나는 아니라고 본다. 아무리 생긴 게 그래도, 결코 ‘귀엽다’ 라곤 볼 수 없다. 귀여운 맛이라곤 전혀 존재하지 않는 녀석인데. 거기다 나 또한 예나에게 어떤 감정이 있었기에, 그런 말을 들으니까 더욱 진한 충격이 마음 깊은 곳에서 올라온다.

“……그래, 뭐. 명인이가 좋다. 그건 알았어. 근데 나는 왜?”

“어, 어…… 그러니까. 기, 기분 나쁘게 받아들이지 말아줘. 알았지?”

“……뭔데?”

나는 이제 기운이 없어 얼른 결론을 듣고자 짧게 요약하곤 예나에게 말했다. 예나는 말도 꺼내기 전에 머뭇거리며 말하기를 주저한다.

“한 달 넘는 기간동안 명인일 지켜봤는데…… 다른 애들하곤 어울리려고 하지 않는데 너랑만은 같이 지내는 것 같아서.”

“뭐, 아무래도 그렇지.”

그건 맞는 말이다. 명인이는 다른 애들하고 얘기하거나 사귀는 것 일체를 하지 않으려 하니까. 필요성을 못 느낀다고 해야 할까. 다른 애들이 자기를 조금이라도 귀찮게 하는 걸 굉장히 싫어하는 타입이다. 그나마, 나는 녀석하고 놀 때에도 서로가 서로를 인정해주며 자유방임으로 가니까 친한 거지. 어느 정도 성격이 맞기도 하고. 해서 아마 서로에게 유일한 친구일 것이다. ……좀 슬픈데. 예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똑부러지는 듯한 야무진 눈빛으로 나를 보며 말한다.

“응, 그러니까. 명인이랑 어떻게 친해졌는지 궁금해서.”

“……아. 글세…… 그렇게 말하니까 되게 막막한데.”

“아─하하하. 얘 충청도 애라 되게 돌려 말하는 애거든. 그냥 너 스파이로 쓰고 싶다는 소리야! 명인이는 뭐 좋아해? 뭐 해주면 좋아해? 명인이한테 어떻게 해야 점수 딸 수 있을까? 그런 거야.”

“아아, 아니야아아! 목소리 너무 커! 그, 그런 거 아니야!”

“아하하…… 확실하게 이해는 잘 가는데.”

“으으응! 아니라니까아!”

예나의 말에 나는 뒷머리를 긁으며 조금 머뭇거리며 대답했다. 그렇잖아, 친구랑 어떻게 친해졌냐고 물어본다면, 누구라도 고개를 갸웃거리게 될 거야. 응, 지금 친한 건 확실한데, 어떻게 해서 이만큼 친해졌지? 싶을 거다. 그냥 친하면 친한 거지, 뭐 별 거 있나. 먹을 거? 같이 빵 먹으러 가자고 하면, 무심한 듯 시크한 녀석 성격하곤 또 다르게 잘 승낙하곤 한다. 소시지빵을 특히 좋아하지. 근데 이런 건, 어디까지나 남자애들 사이에서의 명인이니까. 여자애한테는 완전히 다른 태도의 명인이인데.

뭐라고 잘 정리해서 대답해줘야 하나 생각하고 있는데 미지가 남자애 눈높이 뜻풀이를 해 준다. 아, 그런 뜻이군요. 여자어, 정말 쉽죠? 예나는 엄청 창피해하며 주먹으로 미지 가슴을 통통 친다. 여전히 귀여운 제스쳐다. 그러더니 다시금 표정을 바로하고 나에게 아니라고 말한다. 쓴웃음을 지으며 대답하니 더욱 창피해하며 말한다. 와, 귀여워.

“그게, 솔직하게 말하자면. 명인이는 남자애 대하는 거하고 여자애 대하는 거하고 틀려.”

“에? 왜 그래? 나한테는 무슨 양성평등 전도사가 말하는 것처럼 그러더만? 그 때! 너도 봤지? 막 정색하고 무서운 표정으로!”

“아아, 그건 원래 그래. 그런 식으로 다른 애라서.”

“으응…… 난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

나는 솔직하게 내 생각을 말하려 했다. 아무 친분도 없고, 내가 소문을 퍼뜨리거나 할 수도 있는데 덥썩 나를 믿고 명인이 좋아한다는 사실을 말해준 예나의 순수함 때문에. ……미지가 덥썩 말해버린 것 때문인 것 같지만 기분 탓이겠지. 그리고, 명인이도 내 친구니까. 예나랑 잘 된다면 그것 또한 좋은 거 아니겠는가. 난 한순간 품은 연심 때문에 늘 두 사람을 볼 때마다 NTR 당한 기분이겠지만…… 아니, NTR은 아니지만…… 그냥 그렇다고…….

말을 하니 미지는 고개를 격하게 끄덕이며 저번 일을 꺼낸다. 확실히, 그 때 정색하고 말했던 건 좀 기분 나쁠만 하지. 애써 웃음 지으며 흥분한 미지를 달랬다. 예나는 이해가 가지 않는 눈치다.

“음─ 그렇니까. 이중적…… 까지는 아닌데, 좀 틀려, 어쨌든. 그러니까. 찾아볼게. 얘가 어떤 여자애 좋아하는지, 어떤 거 좋아하는지. 눈치 안 차리게 넌지시 물어보니까 걱정 말고.”

“어, 정말? 와, 고마워. 그렇게나 애써주다니! 고마워, 고마워.”

“어, 응…….”

나는 내 나름대로의 결론을 냈다. 뭐, 귀찮겠지만 어쩌겠어. 이만큼 귀여운 여자애 부탁인데 무시할 수도 없고. 안쓰러울 정도로 수줍어하잖아. 그만큼 좋아하는데, 이어주는 게 사람 도리 아니겠어. 예나는 제자리에서 두어번 팔짝 뛰며 굉장히 기뻐하며 내 손을 붙들고 좋아라한다. 아, 손이…… 엄청 부드럽다. 여자애 손 잡아보는 건 처음인 것 같은데. 굉장히 기분 좋아서 손을 놓고 싶지 않다. 미지는 옆에서 ‘이야, 너 꽤 좋은 애구나?’ 하며 등을 팍팍 치려고 한다. 한 번 당한 걸 두 번 당하랴. 얼른 회피했다. 여튼 그렇게 결론을 내리고, 교실로 돌아왔다.


작가의말

...연참대전에 참가하려고 했는데. 불가하겠네요, 흙.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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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6

  • 작성자
    Lv.99 Nuan
    작성일
    14.07.11 06:09
    No. 1
    비밀댓글

    비밀 댓글입니다.

  • 답글
    작성자
    Lv.27 김태신
    작성일
    14.07.11 09:00
    No. 2
    비밀댓글

    비밀 댓글입니다.

  • 작성자
    Lv.99 Nuan
    작성일
    14.09.16 07:52
    No. 3

    재밌어뇨 역시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7 김태신
    작성일
    14.09.16 17:48
    No. 4

    감사합니다, 재미 없는 부분인데도......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68 애상야
    작성일
    15.01.27 11:05
    No. 5

    나레이션 격의 페이크 주인공이지만 참 안타깝네요. 딥한 교실 구석 방콕형 캐릭터인데 독특한 명인 옆에서는 자신의 어두움이 더욱 부각되는 형태라니. 그래도 비슷한 타입이고 친구라 별 말을 안 하는 듯하네요. 저런 캐릭터는 학창시철 한 명 보고는 했죠. 대체로 만화를 그릴 줄 아는 친구들이 많았죠. 소설을 쓰는 아이들도 있었죠.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7 김태신
    작성일
    15.01.27 23:19
    No. 6

    아...... 만화를 그리거나 소설을 쓴다니, 제가 그 포지션이었는데. 결국엔 주인공이 작가 따라가는 것이군요, 하핫.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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