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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신의 글 쓰는 터

너와 나의 대결은 끝나지 않아

웹소설 > 일반연재 > 라이트노벨, 로맨스

김태신
작품등록일 :
2014.07.08 21:59
최근연재일 :
2016.12.25 23:33
연재수 :
68 회
조회수 :
41,268
추천수 :
493
글자수 :
552,862

작성
14.11.03 13:55
조회
494
추천
9
글자
17쪽

02화 - 3

DUMMY

“…….”

‘톡.’

“최명인.”

“……네.”

선생님은 엷은 미소를 띠고 낮고 작은 목소리로 말씀하신다. 마찬가지로 낮은 목소리로 대답하는 명인이. 꾸벅 졸고 있는 명인이를, 수업을 하시던 선생님이 책으로 톡 머리를 찌르듯 때려 깨웠다.

드문 일이다. 아니, 실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천하의 최명인이 수업시간에 졸다니. 있을 수가 없는 일이다. 명인이의 신조는 ‘원칙에 충실하자.’하는 느낌. 명인이 본인이 말한 건 아니고, 지금까지 내가 지켜봐 왔을 때엔. 고지식하다고 하지, 그런 걸. ‘수업 시간은 수업 시간이다’ 라는 원칙이 잡혀 있으니 결코 졸지 않는 명인이다. 그런 녀석이다.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조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 근데 지금 이러고 있다. 뭐, 이유가 따로 있긴 하지만.

“나가서 잠 깨고 와.”

“예.”

“킥킥킥.”

‘톡!’

“넌 뭔데 그리 좋아하냐.”

“아 그냥 웃겨서요! 아야야…….”

선생님의 말에 명인이는 묵묵히 일어나 복도로 나간다. 상습적으로 조는 것도 아니고, 평소엔 수업태도가 매우 좋은 명인이니 선생님도 그렇게 화가 나신 것 같진 않다. 명인이가 나가는 모습을 보며, 미지는 비웃듯이 마구 웃는다. 명인이의 예상은 틀리지가 않는구먼. 얼마 지나지도 않았는데 예전과 같이 막나가는 태도의 미지로 돌아왔다. 선생님은 교탁 쪽으로 돌아가며 책 모서리로 미지의 머리를 찍는다. 모두 깔깔 웃는다. 미지는 괴로워하며 머리를 싹싹 비비며 선생님께 항의하듯 말한다. 암만 봐도 까불까불한 소년 같은 느낌이지 여자애 같은 느낌은 안 든다. 선생님은 쿨하게 다시 수업을 시작하신다.


“헉…… 헉…… 하아.”

“것 참.”

따가운 햇살을 피해 조회대에 걸터앉아 운동장을 구경하는 나. 뛰고 있는 명인이를 보고 혀를 찼다. 작작 좀 뛰지.

명인이가 의외로 수업시간에 졸았던 이유가 저것이다. 요즘 명인이는 그야말로 달리기 홀릭. 학교 수업이나 야자를 뺀 나머지 시간 전부를 투자해 달리고 있다. 물어보니 아침에도 일찍 일어나 조깅을 하고, 야자가 끝난 후에도 달리기를 계속 한다고 한다. 거기에 지금처럼 쉬는 시간 10분마저 뛰고 있으니 말 다 했지 뭐.

나는 그냥, 심심해서 구경하고 있다. 명인이 대변인 같은 건 아니라 매 쉬는시간마다 따라와 구경하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명인이와 미지, 두 사람 대결의 공증인이기도 하고. 어느 정도 과정을 보는 것도 재미있으니까. 힘겹게 달리고 있는 명인이를 쳐다본다.

확실히, 저 정도 많이 달리면 의지가 굳건한 명인이라도 수업시간에 졸 수 있다. 애초에 체력이 약한 녀석이니까. 보는 내가 다 불안하다. 저러다 쓰러지면 어째. 또 효율도 안 나고. 1시간 도끼질만 줄창 하는 것보다 50분 도끼질 10분 날 갈기가 더 낫다는 말도 있잖아.

“엥간히 혀, 너무 많이 뛰잖아?”

“……헉. 허억, 헉…….”

명인이가 내 쪽을 지나갈 때 넉살좋게 말을 걸었다. 녀석은 못 들은 건지 듣고도 무시하는 건지 그대로 달리기를 계속한다. 뭐, 원래 무뚝뚝하고 과묵한 녀석이니 이런 태도라도 달리 기분이 나쁘거나 하진 않다.

다른 관점으론 저렇게 처절할 정도로 달리고 있는 명인이를 보고 있자니 경외롭고 대단하단 생각이 든다. 단순한 장난스런 대결로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작은 일에도 저렇게 자신의 전력을 다하는 명인이를 보자면, 뭔가 부끄러움을 느끼게 된달까. 좀 바보 같고 융통성 없어 보이지만 그런 근성이 부러워 보이지. 닮고 싶은 점이다.

“……! 우웨엑!”

“야, 야 미친! 괜찮아?!”

“우억, 우어억…….”

앉아 있는 조회대 쪽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반대편을 뛰고 있던 명인이. 갑자기 비실비실 쓰러질 듯 흔들리더니 그대로 털썩 무릎을 꿇고 쓰러지며 구토를 한다. 깜짝 놀라 박차듯 일어나 달려간다. 기어이 일이 터졌네. 무슨 토할 때까지 달려, 저 녀석은. 달려가 상태를 보니 주된 구토(?)는 이미 끝이 나고 헛구역질만 계속 하고 있다. 달리며 토를 해서 토사물이 남방 앞자락과 교복 바지에 조금씩 묻어 있다. 쉬는시간 10분 달리는 것이라 체육복으로 갈아입지 않은 명인이다. 등을 두들겨주니 고개를 내저으며 힘겹게 손을 든다.

부축해서 일으켜줬다. 완전히 기력이 빠져 오징어처럼 축 들어지는 명인이. 얼굴을 찌푸리며 부축해 자세를 바로잡는다. 토사물을 보니 명인이가 아침에 뭘 먹었는지 충분히 알 수 있을 것 같다. 얼굴을 찡그리며 흙으로 덮은 뒤 명인이를 부축해 양호실로 데려갔다.


“마셔.”

“헉…… 응…….”

물을 떠 와 먹인다. 명인이는 식은땀을 줄줄 흘리며 아직도 숨을 고르고 있다. 평화로운 양호실. 양호 선생님이 계실 리 없다. 애초에 양호 선생님이 있었나? 우선은 토사물이 묻은 교복을 벗기고 체육복을 입혔다. 쉬고 있는 녀석에게 물을 먹였다. 어떻게 대처 할지 몰라 물을 먹이고 침대에 앉아 쉬게 했다. 운동하다 토한 거니까 일단 물을 먹여야겠지.

“괜찮여? 허 참, 무슨 토할 때까지 뛰어.”

“……어지러.”

“그렇게 뛰니까 몸에 이상이 오지, 에휴.”

물을 한 됫박 먹이고 자리에 뉘이니 그제야 기력이 돌아온 듯 맑은 눈빛이 됐다. 허나 여전히 힘들어 보이긴 한다. 나는 걱정스런 어머니처럼 잔소리를 했다. 실제로 걱정 되기도 하고. 옆에서 계속 봤을 때부터 불안했으니까.

‘덜컹!’

“괜찮아! 명인아! 괜찮아 괜찮아! 어떡해! 으앙!”

요란하게 문이 열리고 대단히 흥분한 상태의 예나가 엄청난 기세로 들이닥친다. 격앙된 감정이 얼굴에 전부 표출되는 것 같다. 거의 울 것 같은 느낌으로 벌벌 떨 듯이 명인이를 쳐다보며 빠르게 말한다. 정작 명인이는 속사포처럼 말하는 예나의 기세에 지그시 눈을 감으며 얼굴을 찡그리지만. 평소의 얌전하고 정숙한 예나의 이미지가 조금 무너진다. 뭐, 눈에 보일 정도로 명인이에게 푹 빠진 예나니까. 이렇게 격앙된 모습으로 명인이를 격하게 걱정해주는 예나를 보니 속이 조금 쓰려온다. 괜찮아, 아무것도 아니야, 그냥…… 큿…….

“괜찮아? 토했다며! 어떡해, 으앙!”

“……괜찮아, 멀쩡해.”

“이렇게 얼굴 창백한데! 흐읏, 손도 차갑잖아! 엄청 아픈 거 아냐, 명인이 너!”

“……괜찮으니까, 그냥 내버려 둬…….”

예나는 울상이 돼 계속 말한다. 명인이 손을 붙잡고 울 기세로 더욱 걱정스럽게 말한다. 다시 한 번 속이 쓰린다. 저런 식으로 손읍 잡다니…… 부럽다…… 극진한 걱정이지만 오히려 명인이는 부담스러운 듯 눈을 피한다. 저 자식이 황송한 줄 모르고…… 하여튼 있는 것들(?)이 더한다니까.

“헤, 나 때문에 이렇게나 쓰러져 있는 거야! 하, 하핫.”

질시하는 눈빛으로 명인이를 쳐다보는데 뒤에서 활달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미지. 비웃듯이 하하 웃으며 다가온다. 아마 반 애들에게 소식 듣고 온 거겠지. 예나는 흥분해서 먼저 뛰어온 거고.

“뛰다가 토했어? 엄청난데. 땀 많이 흘렸지?”

“어, 그렇지. 일단은 물 마시게 했는데.”

미지는 여유 있는 표정으로 다가와 묻는다. 마치 이런 것에 대한 경험이 많이 있는 사람처럼. 나는 보호자처럼 상황과 행한 조치를 말했다.

“그럼 뭐, 안정 취하고 포카리 같은 것 마시면 되겠네.”

“그렇지, 뭐.”

당연한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미지도 명인이가 걱정되나보다. 눈을 감고 있던 명인이는 살며시 눈을 뜨고 미지를 바라본다. 속삭이듯 작게 ‘……잠깐 일루 와 봐.’ 하고 말한다. 미지는 ‘음?’ 하고 의아한 표정으로 명인이에게 다가온다.

“히, 히익! 변태야! 미, 미친……! 애들 다 있는데!!”

“응? 뭐? 명인이 뭐 했어?”

“으으…… 아, 아냐! 칫.”

이유는 모르겠지만 명인이는 천천히 미지 쪽으로 손을 뻗는다. 자유를 갈망하는 노예의 불쌍한 손과 비슷한 느낌. 미지는 기겁을 하며 뒤로 물러선다. 그건 아마, 묘하게 명인이의 손이 미지 가슴 쪽으로 향했기 때문일 것이다.

보통 상황이었으면 미지는 멀뚱히 명인이를 바라봤겠지만 이전에 한 번 명인이의 성희롱에 데였던 미지다. ‘이기면 가슴을 만지겠다’라고 운을 뗐던 명인이가, 이유는 모르겠지만 갑자기 손을 가슴 쪽으로 향하니 놀랄 수밖에. 몸서리치며 얼굴을 붉히는 미지는 다시금 소녀성이 터진다.

전후사정을 아는 나는 일련의 사건들이 이해가 가고 미지의 반응도 원인을 알아챘지만 예나는 뭐가 뭔지 몰라 천연덕스럽게 묻는다. 예나 입장에선 영문을 모르겠는 반응이겠지.

명인이는 엷게 웃으며 좋아한다. 저 자식 저거 분명히 장난질이다. 이런 아픈 와중에, 과묵하고 진지해서 장난 같은 거 전혀 안 하는 녀석이. 아마 아니꼽게 생각하는 미지이니 미지가 당황하고 부끄러워하는 모습만큼은 보기가 좋은 모양이다. 은근히 사악하네, 저 자식.

“됐어, 이제 푹 쉬기만 하면 되니까! 내버려두고 가자!”

“으웅…… 그래도 수업 들어야 하니까. 푹 쉬어, 명인아!”

“그럼 간다. 좀 자든가.”

“어.”

수업은 들어야 하기에 명인이를 두고 셋이서 양호실을 떠난다. 명인이는 눈을 감으며 안녕한다. 올라가면서도 예나는 명인이에 대한 걱정 가득이다. 미지는 왠지 불쾌해 보이는 모양새고.


“하암─ 심심하다.”

평화로운 체육시간. 언제나 그렇듯 나는 조회대 옆 계단행이다. 별달리 좋아하는 운동도 없고, 딱히 하고 싶지도 않고. 시간이 가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그만 뛰지…… 너무 힘들어 보여.”

“말려서 무얼해. 토할 때까지 뛰던 녀석인데.”

다른 것이 있다면 옆자리에 명인이가 아닌 예나가 있다는 것. 명인이는 운동장을 달리고 있다. 토할 때까지 뛰었으면서도 기어이 달리고 있다. 보통 그 정도면 그만두지 않나. 뭐, 어제 그제 일이니까.

예나는 걱정스럽게 달리는 명인이를 쳐다본다. 나는 걱정하는 예나를 쳐다보다 예나의 시선을 따라 명인이를 쳐다본다. 운동장에선 축구가 한창이다. 체육시간마다 늘 축구하는 남자애들이니까,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다. 명인이는 애들이 축구를 하건 말건 운동장 끝부분을 돌고 있다. 가끔 축구공이 구석으로 와도 전혀 개의치 않고 달린다. 좀 이상하게 생각할 법도 한데 애들도 그냥 알아서 축구들 한다.

“저렇게 해봤자 나한테 이길 순 없어! 아하하!”

“음? 축구 하는 줄 알았는데.”

“……오늘은 안 해. 별로, 하고 싶지 않아. 딱히 최명인이 뛰고 있어서 그런 건 아니고.”

“아하하. 알기 쉽네.”

옆에서 높은 톤의 활기찬 목소리가 들린다. 미지는 골반에 손을 놓고 당당하게 가슴을 펴고 쳐다보며 말한다. 조금 뛰었는지 땀이 살짝 이마에 비친다. 이제는 체육복이 아니라 아예 축구 유니폼을 입고 있는 미지. 반 남자애들이 유니폼 맞출 때 좋다고 맞춰서 평상복처럼 입고 다닌다. 수업시간에도. 정작 나랑 명인이는 유니폼이 없는데.

명인이가 미지와 자꾸 엮이니까 나도 오며가며 어느 정도 친해진 것 같다. 미지의 대답에 웃음이 나온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되는 사실을 실토하고 있는 미지다. 솔직함의 범주를 넘어서는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해, 저렇게 뛰는데. 위기감 느끼고 그래?”

“위기감? 에이, 뭔 소리야. 그거 조금 뛰었다고 토하는 녀석한테 질 리가 없잖아. 애초에, 쟤가 달리길 엄청 잘해도 난 이길 자신 있는데, 지금 보면 엄청 못 달리잖아. 맹탕이야 맹탕.”

“그렇긴 하다만.”

가만히 미지에게 심경을 물으니 미지는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가슴팍을 탕탕 치며 말한다. 뭔가 출렁 하는 느낌인데. 굳이 여자애가 그렇게까지 그런 식으로 자신감을 표현하지 않아도 될 텐데. 시선을 외면하며 대답했다. 명인이는 계속 달리고 있다.

“어~~~이!! 그렇게 뛴다고 나 이길 수 있을 것 같애!!”

“……후우, ……후우.”

“바~~~보야!! 이제 그만 둬, 또 토하지 말고~~~ 아하하하!!”

계단 앞쪽으로 뛰어오는 명인이를 보고 미지는 앞으로 뛰어가 잔뜩 놀리듯이 말한다. 명인이는 무시하고 일정한 패턴으로 숨을 쉬며 달려 나간다. 미지는 그러거나 말거나 깔깔 웃으며 혼자 놀리고 혼자 좋아한다. ……지금 보면 미지는 어쩌면 남자애 같은 게 아니라 그냥 정신연령이 낮은 것일지도 모른다.

미지는 주인을 잃은 강아지처럼 안절부절 못하며 서서 달리고 있는 명인이를 쳐다본다. 멀거니 명인이를 보며 한 걸음 한 걸음 불안정한 모습을 보여준다.

“불안해?”

“어! 아니! 뭐가?! 전혀!”

“불안하구나.”

“아니거든?! 저딴 놈한테 질 리가 없잖아! 아하하!”

미지는 정말 여자애답지 않게 감정이 너무 잘 드러난다. 한 마디 지나가듯 물으니 흠칫 놀라선 발뺌하듯 말한다. 당황한 티가 역력하다. 그런 거겠지. 실력으론 절대 지지 않을 자신이 있겠지만, 그래도 명인이가 저렇게 열심히 달리고 있으니 조금의 불안한 기분이 드는 거겠지. 가뜩이나 명인이 놀리는 걸 좋아하고 즐기는 미지인데, 명인이가 전혀 명인이답지 않게 저렇게 뛰어 다니면 놀릴 수가 없잖아. 여러 복합적인 요인으로 불안해하는 것일 것이다. 아마도.

“흥! 네가 뛰어봤자 벼룩이지, 너는 안 돼. 그러니까 달리지 마!”

“헉…… 그냥, 달리는 건데. 헉…….”

“흥흥!”

미지는 불안해하다 다시금 계단 앞쪽으로 온 명인이에게 따라 붙어서 옆으로 나란히 달리며 말한다. 명인이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무덤덤하게 대답한다. 미지는 더욱 새침하게 대답하고 따라 붙는다. 티격태격 하는 느낌인데 자세히 보면 미지만 그렇고 명인이는 시큰둥 하다. 어째 그렇게 행동하는 미지가 귀여워 보인다.

“왜 저렇게까지 열심히 달리는 걸까, 명인이.”

“글세.”

……가슴을 만지고 싶어서. 아니, 설마. 그럴 녀석이 아닌데, 명인이는. 근데 어쨌든, 계약조건이 그것이긴 하니까. 명인이가 이기면, 미지 가슴을 만진다. 미지는 하는 짓이 선머슴이고 키도 크고 머리도 짧게 잘라서 안 그래 보이지만 꽤 가슴이 큰 편이다. 나는 그렇게 관심이 있는 건 아닌데, 주위 남자애들이 계속 말하니까. 축구하면서 브라 끈을 봤다던가, 가슴 엄청 흔들리는 걸 구경했다던가. 뭐, 한창 때의 남자애들이니까. 그러나 명인이가 그런 것을 탐하는 장면은 정말 상상하기도 힘들다. 아예 인식이 안 되잖아, 그런 모습은.

“……근데, 둘이 친해 보여.”

“뭐, 미운 정도 정이라고 해야겠지. 정작 명인이는 엄청 싫어하지만.”

예나는 아쉬운 듯 열심히 달리고 있는 명인와 미지를 보고 말한다. 확실히, 저렇게 티격태격 하고 있는 모습은 겉모습만 보기엔 친해 보인다. 소꿉친구라도 되는 것처럼 스스럼 없어 보이잖아. 그 내면을 파고들어보면 굉장히 싫어하지만, 명인이가. 그래도 예나는 저 모습이 부러운 모양이다. 하긴, 예나는 명인이한테 푹 빠진 상태니까. ……칫.

“나도, 명인이랑 작게 대결 같은 거라도 해야 할까.”

“하지마, 명인이 정색하고 덤벼들걸. 개그를 쳐도 다큐로 받는 녀석이니까.”

“에에…… 그럴 것도 같아.”

예나는 한숨을 쉰다. 명인이랑 친해지고 싶은데 잘 다가가지 못하니까. 오히려 나랑 더 얘기를 많이 하는 것 같다. 미지처럼 대결이라도 걸어서 많이 말하고 얘기하고 싶은 게 예나의 솔직한 심경일 것이다. 나서서 명인이에게 예나와 얘기해보라고 유도하고 싶지만 평소엔 워낙 여자애에게 관심이 없는 성직자 같은 녀석이니까.


“안 힘들어?”

“뭐, 할만 해.”

“토할 것 같진 않고?”

“……그 얘긴 작작해.”

“아핫.”

야자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장난스레 명인이에게 말했다. 명인이는 고개를 저으며 말한다. 어째 지쳐 보이는 명인이. 아니, 지친 게 맞겠지. 오늘만 해도 한 3시간은 뛰었을 걸. 쉬는시간, 점심·저녁시간, 체육시간 합치면. 정말 어마어마한 집념이다.

“그래 뛰면 안 힘들어?”

“힘들지. 힘든데, 하기로 했으면 해야지. 집 가서도 마지막으로 뛰어야지.”

“키야. 남자여, 최명인이.”

“……뭐.”

명인이의 의지가 오늘따라 유난히 빛나 보인다. 왠지 불안한 느낌이지만. 저러다 쓰러지지 않을까. 비틀비틀 걸어가는 명인이를 보내며, 집으로 돌아간다.


작가의말

안녕하세요. 너무 오래간만이네요. 이중연재는 역시 힘드네요. 뭐, 이제는 이 작품에 주력하려고 하니까 즐겁게 봐 주셨으면 합니다.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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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4

  • 작성자
    Lv.99 Nuan
    작성일
    14.11.13 11:46
    No. 1
    비밀댓글

    비밀 댓글입니다.

  • 답글
    작성자
    Lv.27 김태신
    작성일
    14.11.15 21:23
    No. 2
    비밀댓글

    비밀 댓글입니다.

  • 작성자
    Lv.68 애상야
    작성일
    15.01.27 13:10
    No. 3

    읽다보니 충청도 사투리가 조금 느꺼지는군요. 예전처럼 사투라 색이 진하지는 않지만 어미에서 느꺼지는 사투라가 있지요. ~어 ~ 겨 가 충벙도고 ~가 ~ 아니가? 이엏게가 경상도 쪽이죠. 명인이 이 캐릭터 매력있네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7 김태신
    작성일
    15.01.27 23:23
    No. 4

    ......소설적으로 수도권 진입(?)을 노려서 최대한 사투리색을 뺀다고 빼지만. 어쩔 수 없이 몸에 벤 말투는 글까지 침범하는 것 같습니다. 어쩔 도리가 없지요.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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