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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술술 님의 서재입니다.

휴거게임 in 아포칼립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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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술술
작품등록일 :
2024.05.08 10:07
최근연재일 :
2024.07.02 19:40
연재수 :
113 회
조회수 :
9,858
추천수 :
984
글자수 :
617,626

작성
24.06.09 10:16
조회
56
추천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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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73. 물망초 님께서 10만 골드를 후원하셨습니다!

DUMMY

어두운 밤, 드넓은 사막을 홀로 걸어가는 남자를 향해 크기가 50에서 60m 정도 되는 거대한 스콜피온 수백 마리가 떼로 몰려오고 있었다.


달빛을 받아 반짝이는 어두운 검정색의 등딱지, 거대한 집게다리를 앞으로 내밀고, 독침이 숨어있는 꼬리를 추겨세운 채 사막을 모래 먼지로 뒤덮으며 달려오고 있다.


남자는 걸음을 멈추지 않고 두 손을 위로 쳐들었다.

그러자 마치 하늘이 번쩍거리며 남자의 부름을 받은 것처럼 뇌전의 기운들이 한순간에 모여들었다.

수백 개의 번개가 연이어 사막 위에 떨어지며 천지가 무너질 듯한 천둥 소리가 사막을 뒤덮었다.

남자를 향해 몰려가던 수백 마리의 자이언트 스콜피온들은 모두 재가 되어 하얀 연기를 피어 올렸다.



***



지오의 영혼이 가졌던 뇌전에 대한 권능을 각성하는 순간, 몸 속에 남아있던 전류들이 아문(瘂門:경추1, 2번 사이)으로 모여들었다.

아주 미세한 전기가 죽어 있던 뉴런을 깨우기 시작했다.

갑작스러운 고압 전류로 인해 마치 급속냉각 상태와 마찬가지로 활동을 멈췄던 뇌세포들이 아주 미약한 전기에 자극을 받아 깨어난 것이다.


불이 번져가듯 하나씩 되살아난 뉴런들이 부팅이 되고 정상적으로 가동을 시작했다. 그제야 지오는 간신히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그러나 몸을 움직일 수는 없었다.


살아난 뇌세포가 심장과 폐의 근육을 움직이긴 했지만, 한 번 크게 충격을 받은 심장과 폐의 근육은 간신히 지오가 죽지 않을 정도로만 활동을 했다.

모든 근육이 제대로 움직이는 데에는 꽤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거의 식물인간이 된 지오는 검색창을 열고 아이템 쇼핑을 했다. 몸을 전혀 움직일 수 없는 지금 할 수 있는 것이라곤 이것밖에 없었다.


지오는 채은아의 하반신 마비를 낫게 한 기적의 약 엘릭서를 찾았다.

언제 공격할 지 모르는 라이트닝 서펀트가 바로 곁에 있다. 그러니 몸이 스스로 회복될 때까지 기다릴 시간이 없었다.


그런데 문제가 하나 더 있었다.

엘릭서를 구한다고 해도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 없는 상태에서 어떻게 약을 먹을 수 있나?

참!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다. 그러니 몸을 움직이지 않고도 복용이 가능한 엘릭서가 있어야 했다.


간절하면 통한다고 했던가?

검색이 특성이 지오는 짧은 시간에 자신이 원하는 엘릭서를 찾을 수 있었다.



 이름 : 엘릭서(캡슐형)

 용도 : 기사회생(起死回生)

 등급 : 전설

 옵션 : 생성 위치 선정

 가격 : 150,000골드



지금 지오에게 딱 맞는 약은 이것 하나밖에 없었다. 옵션에 엘릭서의 생성 위치를 선정할 수 있게 되어 있다.

다시 말해, 입안이나 위에 엘릭서를 생성시킬 수 있다. 그러면 손을 안 대도 약효를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 엘릭스는 가격이 무려 15만 골드였다! 아무리 전설 등급이라고 하지만 이건 너무 비쌌다. 아니 어쩜 안 비싼 것일 수도 있다. 지오의 생명이 15만 골드 이상은 될 테니까!


하지만 지금 지오가 가지고 있는 코인에 비하면 이건 비싼 게 맞았다!

지오가 가지고 있는 현재 코인은 94,200골드.


‘코인이 부족하다! 아, 쓰벌!’


지금 목숨이 경각에 달렸는데 코인이 부족해서 저 캡슐형 엘릭서를 구입할 수 없다니 정말 답답한 노릇이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스탯 안 올리고 코인을 넉넉하게 가지고 있을 걸!’


아무리 빨라도 늦다는 후회가 밀려왔다.

혹시 외상이나 신용 거래는 안 되는지 확인을 해봤지만 그런 기능은 아예 보이지가 않았다.


하나밖에 없는 살아날 방법이 막히자, 좌절감이 물밀듯이 밀려왔다. 그때 지오의 머릿속에 난데없는 알림음이 들렸다.


“물망초 님께서 10만 골드를 후원하셨습니다!”


‘이게 무슨 소리야? 후원이라니?’


황당한 표정조차 짓지 못하는 식물인간이 된 지오는 휴거게임에 후원 제도가 있다는 걸 처음 알게 되었다.


지오가 상태창에서 코인을 확인해 보니 정말 10만 골드가 입금된 걸 알 수 있었다.


‘현재 코인은 194,200골드!’


도대체 어떻게 된 상황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일단 그것은 제쳐두고 캡슐형 엘릭서를 구매했다.

생성 장소는 위로 정했다. 괜히 입안으로 정했다가 삼키지도 못하면 15만 골드와 함께 자신의 목숨이 날아갈지도 모르기에 가장 안전한 장소를 선택했다.


뱃속에서 캡슐형 엘릭서가 녹기를 기다리며 생명의 은인인 물망초 님이 누굴지 생각을 해 봤다. 하지만 기억나는 사람도, 추측할 수 있는 사람도 없었다.


성이 ‘물’이고 이름이 ‘망초’일 리는 없을 것이고, 아이디나 가명 같은 것인데 지오가 알고 있는 사람 중에 그런 사람은 없었다.

그러다 문득 떠오르는 생각.


‘아냐, 물망초 님은 인간이 아니고 외계인일 거야!’


갑자기 드는 생각이지만 아무래도 그럴 확률이 더 높을 것 같았다.

지오는 ‘나를 잊지 말아요’란 물망초의 꽃말을 떠올리며 몸이 회복되길 기다렸다.


**


인류는 아직 모르고 있지만, 휴거게임은 안드로메다인들의 오락 프로그램이다.

안드로메다인들은 자신이 원하는 이벤트나 장소나 인간을 골라서 시청할 수 있고, 돈을 걸고 내기도 한다.

자신이 응원하는 인간에게 그들의 시간으로 1시간에 한 번 후원을 할 수도 있다.


지오에게 10만 골드의 거금을 후원한 물망초는 안드로메다에서 지오를 주시하고 있는 존재였다.


**


시끄러운 부부젤라의 소리가 바깥에서 동굴 속으로 들려오고 있었다.

라이트닝 서펀트는 아직도 밖으로 나갈 생각을 하지 않고 물속에서 눈과 콧구멍만 내밀고 있었다.


기적의 약 엘릭서를 마시고, 아니 소화시키고 몸을 회복한 지오는 조심스럽게 놈이 숨어 있는 곳으로 접근했다.

동굴 벽면에 서서 켈베로스의 발톱에서 칼날을 돌출시키고 거기에 불의 정수를 입혔다.


칼날에서 파란 빛이 일렁이며 열기를 내뿜었다.


이제 돌아온 복수의 시간, 지오는 라이트닝 서펀트의 머리를 향해 힘차게 뛰어내렸다.


그그그극!


4개의 칼날이 놈의 뿔 사이에 박히고 비늘을 뚫고 살을 갈랐다.


“쿠에에에엑!”


라이트닝 서펀트는 소음 때문에 두 귀를 닫은 채 인상을 쓰고 있다가 갑작스러운 고통에 비명을 내질렀다. 그리고 본능적으로 라이트닝 캐논을 쏘려고 했다.

두 개의 뿔 사이에서 스파크가 일어났다.


스파크는 뿔 사이의 서 있던 지오를 관통했다. 강력한 전류에 감전된 지오가 덜덜덜 휴대폰 진동처럼 떨렸다.

곁으로 보기에는 전기 감전과 똑같은 모습이지만, 안에서는 조금 전과는 다른 반응이 일어났다.


깨어난 뇌전의 권능이 자일기공과 반응하여 전류를 빨아들이고 있었다.

라이트닝 서펀트의 두 뿔에서 튀어나온 전류가 지오를 감전시킨 것으로 보이지만, 사실은 지오가 라이트닝 서펀트가 가진 수십 억 볼트의 전류를 빨아들이고 있었다.


몸 속으로 들어오는 엄청난 전류로 인해 신경과 근육은 어쩔 수 없이 바이브레이션을 하고 있지만 지오의 정신은 말짱한 상태.


그때 동굴 안에 있던 강물이 위로 치솟아 지오를 빙 둘러쌌다.

완전히 둥근 공처럼 지오를 둘러싼 강물에서 물보라가 일었다. 지오를 둘러싼 물의 공에서 아주 미세한 물의 입자가 지오의 몸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그와 동시에 지오의 목에 걸린 토카막의 팬던트가 파란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팬던트에서 아주 희미하게 흘러나오는 불의 정수가 물의 입자와 함께 지오의 몸 속으로 천천히 빨려 들어갔다.


두 눈을 감은 지오가 두 팔을 벌린 채 위로 떠올랐다.

공중 부양을 한 지오의 몸 속으로 빨려 들어온 뇌전과 물과 불의 기운이 자일기공을 따라 단전으로 흘러 들어갔다. 단전에서 세 개의 기운이 맹렬히 회전하며 응축에 응축을 더하며 점점 몸집을 부풀렸다.


어느 순간 라이트닝 서펀트가 죽었다는 알림음이 떴지만, 지오는 그 소리조차 듣지 못한 채 무아지경에 빠져 자일기공을 운행했다.


라이트닝 서펀트의 뇌력을 지오가 흡수한 것은 뇌전의 권능이 자신의 힘을 되찾으려는 본능적인 행위였다. 여기에 더해 자일기공은 몸에 흡수되는 뇌력을 내공화하기 시작했다.

지오의 내공이 불어나기 시작하자 물의 권능도 힘을 보태기 위해 강물을 끌어와 물의 기를 흡수하였다.

물과 상반되는 토카막에 들어있던 불의 정수가 자석의 N과 S극처럼 물의 기운에 반응하여 밖으로 빠져나와 지오의 몸에 흡수되었다.


몇 시간이 흘렀다.

죽은 라이트닝 서펀트의 사체는 사라지고 없었다. 지오를 둘러쌌던 강물도 모두 사라지고, 토카막의 팬던트도 그냥 파란색을 띨 뿐 더 이상 기운을 밖으로 뿜어내지 않았다.


하지만 아직도 지오의 몸은 공중 부양을 한 상태. 지오는 지금 엄청난 기연을 경험하고 있었다.

세 개의 힘으로 불어난 내공은 단전을 벗어나 지오의 몸 속을 헤집었다. 기경팔맥을 뚫고 임독양맥마저 거리낌없이 관통한 후 마침내 생사현관을 타동시켰다.


보통은 한 단계를 거치고 나서 내공이 더 커지고 난 후 다음 단계로 접어드는데, 지오는 엄청난 힘을 받아들인 결과 갑자기 불어난 내공이 이 모든 것을 단번에 해치운 것이다.

물론 단번에 이룬 것은 맞지만 이 모든 것을 이루는 데에는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소요되었다.


꽤 오랜 시간 동안 공중 부양을 하고 있던 지오의 몸에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육체의 재구성!


모든 세포들이 찰나의 순간 소멸하고 다시 생성되었다. 몸 속에 있던 불순하고 나쁜 기운과 물질들은 모두 바깥으로 배출되었다.

살과 근육과 뼈와 몸속의 모든 기관 그리고 손톱, 발톱, 머리카락까지 탈바꿈을 했다.


지오의 몸이 아래로 내려와 강물을 밟고 섰다. 그리고 드디어 눈을 떴다.


동굴 안은 뇌전과 물과 불의 힘에 의해 깎여나가 완벽에 가까운 돔으로 변해 있었다.

지오의 발 밑에 있어야 할 라이트닝 서펀트의 사체는 사라지고 없고 대신 물 위에 아이템 박스가 하나 떠 있다.


그 안에는 사람의 눈동자처럼 생긴 바람이 회오리치는 문양이 새겨져 있는 반지가 들어 있었다.



 이름 : 싸이클론의 반지

 용도 : 방어용(회오리 장벽)

 등급 : 영웅

 옵션 : 직경 5m까지 확대 가능, 세트 효과가 있는 아이템

 기타 : 사용 시간 5분, 쿨타임 1시간



지오는 반지를 손가락에 끼고 시간을 확인해 봤다. 벌써 하루가 지나 5월 8일 10시가 되어 있었다. 가족과 길드원이 걱정을 많이 하고 있을 것 같았다.


지오가 동굴 밖으로 나가려고 마음을 먹자, 발을 받치고 있던 물이 파도처럼 움직이며 앞으로 나아갔다.

지오는 물 위에 가만히 서서 동굴 밖으로 빠져나갔다.


그런데 그때 머릿속에 반갑지 않은 알림음이 들렸다.


“당신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국가 데스 매치 선수로 선발되었습니다. 장소를 이동합니다.”


‘아니 이건 정말 너무 한 거 아냐?’


이제 겨우 ‘도시를 지켜라’ 이벤트가 끝나가려고 하는데, 이번에는 휴거게임 3시간 경과 두 번째 이벤트인 국가 데스 매치에 참가하라니!

지오는 물 위에 우뚝 선 채 기가 막혀 말문이 막혔다.


하지만 휴겜스는 지오가 그러거나 말거나, 지오의 의사와는 전혀 상관없이 지오를 공간이동시켜 버렸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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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 84. 이번 공략은 버스 태우기로 하겠습니다 +1 24.06.13 54 8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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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 77. 제가 자결을 하겠습니다! +1 24.06.10 56 8 12쪽
76 76. 데스 매치에서 항복이 어딨어? +2 24.06.10 52 8 12쪽
75 75. 한국의 57번을 제거하면 5만 골드가 추가로 지급됩니다 +2 24.06.09 57 8 12쪽
74 74. 당신은 대한민국의 국가 대표로 선발되었습니다 +2 24.06.09 58 8 12쪽
» 73. 물망초 님께서 10만 골드를 후원하셨습니다! +3 24.06.09 57 10 11쪽
72 72. 부부젤라를 부세요! +4 24.06.09 55 7 12쪽
71 71. 너도 알겠지만 이건 게임이야! +3 24.06.08 56 10 12쪽
70 70. 하하하하! 기연을 얻었구나! +3 24.06.08 56 1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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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 68. 어디서 지린내가 나는데 +2 24.06.08 64 10 13쪽
67 67. 저놈이 왜 죽었지? +2 24.06.08 65 10 11쪽
66 66. 등에는 올라가지 마세요! +1 24.06.07 61 8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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