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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술술
작품등록일 :
2024.05.08 10:07
최근연재일 :
2024.07.02 19:40
연재수 :
11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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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4
글자수 :
617,626

작성
24.06.03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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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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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글자
12쪽

57. 그냥 길드 하나 만드세요!

DUMMY

그새 안내데스크의 왼쪽으로 이동한 천태훈이 다시 검을 들었다. 그걸 본 수진이가 스태프를 내밀었다.


“파이어볼!”


노란색 불덩어리가 안내데스크의 왼쪽으로 들어오려고 하는 천태훈의 가슴으로 날아갔다.


“으아악!”


가슴이 활활 타올랐다. 이건 비유적인 표현이 아니라, 문자 그대로 진짜 가슴에 불이 붙어 활활 타올랐다.

천태훈의 가슴에 붙은 노란색 불은 순식간에 옷을 홀라당 다 태우고, 그의 가슴살을 태우고 있었다.

뜨거움과 타는 고통에 비명을 지르며 바닥에 엎드려 가슴을 문지르며 몸부림을 쳤다.


“프로즌 웨이브!”


한효린의 손에서 냉기가 날아가 천태훈의 머리만 남겨두고 나머지 몸을 모조리 뒤덮었다. 천태훈의 몸에는 하얗게 서리가 생기며 냉동고에서 꺼낸 동태마냥 온몸이 경직된 채 얼어붙었다. 그 덕분에 그의 가슴을 태우던 불은 꺼졌다.

천태훈은 갑작스러운 체온의 변화를 견디지 못하고 정신을 잃었다.


한효린이 왼쪽에 있는 김수진을 째려봤다.


“김수진, 죽이면 안 된다고 했잖아! 넌 파이어볼 쏘지 마!”

“그래서 머리는 안 맞췄는데······!”

“으아악!”


갑자기 오른쪽에서 들리는 비명 소리!


“적이다, 살려주세요!”


천태훈이 주위를 끌 때 빠른 경신술로 안내데스크 오른쪽으로 접근한 두 명의 무술가. 두 사람은 싸우지 않고 검정색 백팩을 메고 있는 정보실 직원을 노리고 달려들었다.


솔미가 하태산을 치료하는 걸 지켜보고 있던 김 과장이 양상국의 비명에 놀라 고개를 돌렸다.

양상국에게 주먹을 날리고 있는 얼룩 무늬의 갈색 전투복을 입은 남자를 발견하고 두 눈을 부릅떴다.

그 남자는 주먹을 뻗는 자세 그대로 누군가 뒤에서 끌어당기는 것처럼 뒤로 날아갔다. 김 과장이 염동력을 발휘한 것이다.


전보완에게 접근한 무술가에게는 다리를 다친 이 대리가 절뚝거리며 앞으로 나섰다.

솔미에게 치료를 받았지만 하태산 과장이 원체 위중한 상태라서 자신은 급한 것만 치료하고 완전히 치료가 되지는 않은 상태였다.

갈색 전투복을 입은 남자가 초식명을 외치며 주먹을 내질렀다.


“창룡출수!”


같은 무술가 특성인 이 대리도 초식명을 외치며 주먹을 뻗었다.


“백호퇴산!”


두 주먹이 맞붙으며 거센 충격이 발생했다. 다리를 다친 이 대리는 균형을 잃고 뒤로 주르륵 밀려났고, 상대는 앞으로 달려들며 다시 주먹을 내밀었다.


“창룡승천!


그때 난데없이 날아온 붉은 창날이 공격하려는 특전실 대원의 발꿈치 위를 베고 지나갔다.


“악!”

“왜 무술 하는 사람들은 초식명을 말하고 공격을 하나 몰라? 입으로 싸우는가? 그냥 입 다물고 공격하면 되지. 이렇게!”


초식명보다 더 많은 말을 한 하윤이가 자세를 낮추며 창대를 휘둘렀다. 붉은 창날이 뱀처럼 낮게 날아가서 바닥을 제대로 딛고 있는 발목마저 베고 지나갔다.


“으악!”


김 과장의 염동력에 뒤로 날아간 놈이 도망을 치려하자 하윤이가 따라붙어려 했다. 그런데 어디선가 날아온 은빛 단검이 도망가는 남자의 허벅지에 박혔다.


“악!”

“하윤아, 네가 마무리해서 포박해!”


지오의 목소리를 들은 하윤이가 달려가서 창대로 남자를 쓰러뜨리고 테이프를 꺼내 발목을 칭칭 감았다.


지오를 비롯한 경보실 대원들이 추가로 투입되자 한순간에 상대를 모두 제압했다. 그러나 경보실 대원들의 분위기는 어둡기만 했다.


“네! 한 과장님이 죽었다고요?”


상대를 제압하고 돌아온 네 사람은 믿을 수 없는 현실에 눈을 부릅떴다.

물론 각성자라고 해서 안 죽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일반인보다 더 목숨이 위험한 경우를 많이 겪는다. 그래도 포션이 있고 놀라운 치유력을 가진 프리스트가 있다.


사람의 목숨이 이렇게 쉽게 끝나리라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다. 그것도 조금 전까지 함께 농담을 주고받던 하태산이 아니던가?


솔미도 고개를 숙인 채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솔미가 달려가서 신성력을 불어넣었지만 하태산의 상태는 회복되지 않았다.

하태산을 찌른 단검은 그냥 단검이 아니었다. 포션이나 신성력으로 해독할 수 없는 독이 묻어 있었다.

그래서 포션도, 솔미의 신성력에도 불구하고, 결국 싸움이 끝날 무렵 하태산은 마지막 숨을 거두고 말았다.


“자, 나가자! 최호식, 네가 하 과장을 좀 업어라! 모두 내일은 쉬고 모레 출근하도록! 이상!”


한효린은 리더로서 냉정하게 명령을 내렸다. 하태산이 죽었다고 여기서 제사를 지낼 수는 없는 일.

전투가 발생한 지 꽤 시간이 흘렀기에 거상의 특전실 인력이 더 올 수도 있고, 경찰이나 경찰특공대가 들이닥칠 수도 있었다.

주어진 임무는 완수를 한 상태, 이제 증거를 남기지 않고 여기를 빠져나가는 일만 남았다.


일부 대원들은 한효린에게 불만을 품고 있었다. 적은 주저 없이 죽이기 위해 공격을 하는데, 아군은 적에게 치명적인 공격을 하지 못하게 했기에, 그래서 하태산이 죽은 것이라 생각했다.

하태산의 죽음에는 한효린의 책임이 컸다.


그런 생각을 가진 이들 중에 지오도 포함되어 있었다. 지오는 지하 4층에서 하태산과 한효린이 무전 하는 것을 들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걸 여기서 따지고 있을 수는 없었다.


차가워진 하태산을 역사 특성을 가진 최호식이 업고 연구소를 빠져나갔다.

언제 준비를 했는지 화랑공원 옆에 승합차 4대가 기다리고 있었다.

한효린은 하태산의 시신을 업은 최호식과 함께 승합차 한 대에 타고 먼저 출발했다. 나머지 대원들은 3대의 승합차에 나눠 타고 집을 향해 출발했다.


경보실이 떠나갈 때에도 경찰의 사이렌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연구소 주변은 조용하기만 했다.



***



집에 돌아와 자기 방에 누운 지오는 잠이 오지 않았다.


자신의 얼굴을 마주보고 죽었던 오창훈 병장.

자신이 죽인 키메라 강시들.

경쟁 회사의 연구소에 침입해서 연구 자료를 삭제한 불법적인 일.

그리고 무엇보다도 처음에는 조금 거칠게 굴었지만 잘 챙겨줬던 하태산 과장의 죽음!


모두 지오의 마음을 무겁게 하는 일들이었다.

특히 하태산 과장의 죽음은 납득이 되지 않았다.

한효린이 쓸데없는 욕심을 부리지 않고 그냥 갔더라면, 경보실 인력이 나눠지지 않고 함께 대응을 했더라면, 한효린이 적극적으로 공격을 하라고 지시했다면······?

그랬다면 하태산 과장이 과연 죽었을까?


이런 생각들이 어렵게 입사했던 아이제이에서 지오의 마음을 떠나가게 만들고 있었다.



***



하루를 쉬고 수요일인 4월 24일에 출근을 했다.

항상 뭐라고 잔소리를 하던 하태산 과장이 없으니 사무실이 썰렁하게만 느껴졌다.


지오는 한효린과 면담을 했다.


“저어, 회사를 그만둘까 합니다.”


한효린이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지오의 얼굴을 한번 쳐다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음···, 그래 알았다!”


보통 팀원이 사직을 하겠다고 하면 팀장은 말리는 것이 정상이다. 그런데 한효린은 지오를 말리지 않았고 그냥 알았다고만 대답했다.

지오는 효린의 표정에서 그녀도 이 회사를 계속 다닐지 말지 고민하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한효린은 처음부터 이번 작전에 대해 불만이 많았었다. 회의를 마치고 들어오면서부터 그녀의 얼굴은 잔뜩 일그러져 있었다.

경영층의 지시로 어쩔 수 없이 작전을 수행하긴 했지만, 이번 작전으로 가장 믿음직했던 하태산을 잃었으니 그녀의 심정도 괴롭고 아팠다.

이번 작전을 수행하면서 최대한 사건을 축소시키라는 경영층의 지시로 살상 금지령을 내렸는데 그것이 하태산의 죽음에 큰 원인이었다.

물론 결국 찾지 못한 헌터 개발에 대한 자료를 찾으려 했던 자신의 판단도 한 몫을 했고.

이런 이유로 그녀도 사실 이 업무를 그만 둘까 말까 고민을 하고 있었다.


그녀의 마음이 이러할 진데 다른 대원들의 마음은 어떠하겠는가? 특히 안지오는 그곳에서 자신에게 대들기까지 했었다.

그리고 죽은 하태산이 신입 대원의 멘토를 했기에 그의 죽음에 더욱 가슴 아파할 것은 자명한 일이었다. 그래서 안지오의 사직에 대해 뭐라 할 말이 없었다.


컴퓨터로 회사 프로그램에 들어가서 사직 신청을 하고, 솔미와 수진 그리고 하윤이에게 까똑을 넣어 점심을 같이 먹자고 했다.

몇 가지 인사팀에서 요청하는 서류를 작성하고 나니 점심 시간이 되었다.


네 사람은 회사 인근에 있는 부대찌개 식당에 갔다.

부글부글 끓고 있는 부대찌개에 라면 사리 두 개를 넣고 나서, 솔미가 오늘따라 유난히 말이 없는 지오에게 말을 걸었다.


“지오야, 너 무슨 일 있니? 하 과장 때문에 그런 거야?”

“뭐, 그런 것도 있고 다른 것도 있고.”


지오의 애매모호한 대답에 수진이가 꼬치꼬치 캐묻기 시작했다.


“무슨 일인데요? 우리한테도 말 못해 줘요? 우리는 생사고락을 함께 한 헬칸 파틴데?”


어차피 이들에게 말을 하긴 해야 했다. 지오는 별일 아니라는 듯 툭 말을 뱉었다.


“그건 아니고, 말할게. 나 사직서 냈어!”


지오가 툭 던진 말에 세 사람은 깜짝 놀라서 지오를 쳐다봤다. 월급쟁이에게 사직이란 아무 일도 아닌 것이 아니었다.


“네에? 선배, 정말요?”

“그래, 이번 작전 갔다 와서 많이 생각해 봤는데, 그런 일을 할 바에야 헌터가 되는 게 나을 것 같더라구!”

“그럼, 어느 길드에 들어갈 건데요?”


수진이는 지오가 회사를 그만 둔다는 것보다 헌터가 되겠다는 것에 더 많은 관심을 가졌다.


“글쎄? 한번 찾아봐야지.”

“선배, 그냥 길드 하나 만드세요! 그러면 저도 그 길드에 가입할게요.”


하태산의 죽음이 지오에게만 영향을 끼친 것은 아니었다. 아직 사직을 하겠다고 결심을 하진 않았지만 세 사람도 나름 갈등을 하고 있었다.


“우리 아버지가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야 한다고 했습니다. 저도 지오 선배를 따라 가겠습니다.”


하윤이는 아버지 가라사대를 읊으며 어딘 지도 모를 길드까지 따라올 것처럼 말했다.


“우리 헬칸 파티를 헬칸 길드로 만들면 되겠네?”


수진이는 지오가 길드를 만드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는지 길드명까지 들먹였다.


“길드명은 헬칸보다 악될끝도가 어떨까? 악될끝도 길드!”


가만히 있던 솔미마저 길드 창단에 한 표를 던졌다. 길드명은 지오의 마음에 안 들었지만!


“솔미야, 그 이름은 내가 반대다! 악착같이, 될 때까지, 끝까지 보스 몬스터에게 도전하면 다 죽는다!”

“큭큭!”

“맞습니다. 보스 몬스터 한 마리 잡는 게 얼마나 힘든데!”


수진이는 지오의 말에 웃음을 터뜨렸고 하윤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목표필달 길드 어때? 뭔가 강력한 길드의 의지가 보이는 것 같지 않아?”


솔미의 대단한 작명 센스에 지오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차라리 그냥 헬칸으로 하자! 지옥왕, 이 지옥 같은 지구를 해방시키는 왕! 어때?”

“오, 좋은데요? 지옥 같은 지구를 해방시키는 왕, 헬칸! 우하하하!”

“역시 헬칸이 정겹게 들리네! 느낌도 강하고!”

“다 좋다면야 나도 오케이!”


이렇게 지오의 갑작스러운 퇴사는 헬칸 길드의 창설로 이어졌다. 솔미와 수진이 그리고 하윤이는 내일 사직서를 제출하기로 했다.



***



다음 날 지오는 출근을 하지 않았다.

아직 사표가 정식으로 수리되지는 않았지만, 상사인 한효린에게 허락을 받고 사직서를 제출했으니 더 이상 출근을 할 필요는 없었다.


어제는 가족에게 말을 하지 못했지만 아침에는 회사를 그만뒀다고 말을 해야 할 것 같았다.

아침 식사를 하기 위해 식구들이 모두 모인 자리에서 지오가 입을 열었다.


“저어 어제 회사에······.”


심각한 표정으로 말을 하는 지오를 본 방소희가 화들짝 놀라며 소리쳤다.


“왜? 너 회사에서 무슨 사고 친 건 아니지?”


사고? 치기는 제대로 쳤다. 사표를 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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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 77. 제가 자결을 하겠습니다! +1 24.06.10 56 8 12쪽
76 76. 데스 매치에서 항복이 어딨어? +2 24.06.10 52 8 12쪽
75 75. 한국의 57번을 제거하면 5만 골드가 추가로 지급됩니다 +2 24.06.09 58 8 12쪽
74 74. 당신은 대한민국의 국가 대표로 선발되었습니다 +2 24.06.09 58 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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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 72. 부부젤라를 부세요! +4 24.06.09 55 7 12쪽
71 71. 너도 알겠지만 이건 게임이야! +3 24.06.08 57 10 12쪽
70 70. 하하하하! 기연을 얻었구나! +3 24.06.08 56 10 12쪽
69 69. 지오가 저 괴물에게 먹혔단 말이야? +2 24.06.08 56 7 12쪽
68 68. 어디서 지린내가 나는데 +2 24.06.08 65 1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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