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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술술
작품등록일 :
2024.05.08 10:07
최근연재일 :
2024.07.02 19:40
연재수 :
11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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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70
추천수 :
984
글자수 :
617,626

작성
24.06.02 16:30
조회
71
추천
10
글자
12쪽

55. 오 병장님!

DUMMY

오우거 키메라 강시에게 복부를 제대로 맞은 지오는 기절한 채 파란 액체 속에 잠겨 있었다.

이 액체는 강시를 제련하기 위한 용액으로 트롤의 피를 주성분으로 한 온갖 화학물질이 섞여 있었다.

그 속에 잠긴 지오는 무의식 중에도 습관이 된 자일기공을 운용하고 있었다. 자일기공은 피부의 땀샘을 통해 들어오는 새로운 기운을 맛있는 음식을 먹듯이 빠르게 흡수했다.


솔미의 신성력 덕분에 눈을 뜬 지오는 기도를 막고 있던 용액을 토해 내고, 벌떡 일어나서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지오야 괜찮니?”

“서어언배!”


솔미와 수진이가 옆에 있었다. 그리고 두 사람의 뒤로 키메라 강시와 싸우고 있는 경보실 직원들이 보였다.

발테르의 벨트를 차고 있는 하윤이는 아직 체력이 있어서 버티고 있지만, C등급 각성자인 남수희는 체력이 달려서 아슬아슬하게 오우거 강시의 공격을 피하고 있었다.

지오가 손으로 얼굴과 머리를 닦아내며 솔미와 수진이에게 말했다


“난 괜찮으니까, 빨리 저놈들을 공격해! ”

“그래!”

“알았어요.”


고개를 끄덕인 두 사람이 괴물을 향해 몸을 돌렸다. 솔미가 화살을 장전하는 사이 수진이가 파이어볼을 날렸다.

트롤 키메라 강시의 등에 노란색 불이 붙었다.


“쿠아악!”


놈이 뜨거움을 느꼈는지 괴성을 질렀다. 하지만 그렇다고 놈의 공격이 수그러드는 것은 아니었다.


노란색 파이어볼에 적중된 트롤 강시를 보고 조금 안도했던 남수희는 트롤 강시가 내리찍은 도끼날에 왼팔이 잘려나갔다.


“아악!”


고통에 찬 그녀의 얼굴을 향해 도끼가 날아왔다. 그때 뒤늦게 쏜 솔미의 신성력이 담긴 화살이 트롤 강시의 뒤통수에 꽂혔다.


“쿠아아아아!”


이번에는 불구덩이에라도 들어간 것처럼 놈이 미친 듯이 괴성을 내질렀다. 몸부림을 치던 트롤 키메라 강시의 눈과 귀 그리고 콧구멍과 입에서 파란색 피가 흘러나오더니 놈이 몸부림을 멈추고 털썩 앞으로 쓰러졌다.

역시 언데드에게는 신성력이 쥐약이었다!


트롤 강시를 죽이는데 성공한 솔미가 지오의 눈을 응시했다. 지오는 솔미의 눈이 말하는 바를 읽고는 바로 고개를 끄덕여 줬다. 그러자 솔미는 팔이 떨어져나간 남수희를 향해 뛰어갔다.

그녀는 남아있는 괴물을 처리하는 것보다 다친 대원들을 빨리 치료하고 싶어했던 것이다.


지오는 오우거 키메라 강시와 맞붙고 있는 하윤이를 도우러 갔다.

하윤이는 오우거 키메라 강시와 맞붙으며 위급할 때마다 블링크로 위치를 이동해서 놈의 공격을 피했다.

체력은 발테르의 벨트 덕분에 아직 괜찮지만, 문제는 마나가 다 되어간다는 것. 전투에 몰입한 하윤이는 자신의 상태창을 볼 여유 따위는 없었다.


“블링크!”


오우거 키메라 강시의 원투 스트레이트와 비슷한 콤보 공격을 감당할 수 없었던 하윤이가 위기의 순간에 외친 자신의 특성, 블링크!

그러나 마나가 동이 난 이번만큼은 자신의 뜻대로 특성이 발현되지 않았다.


“어······!”


그냥 맞아도 즉사할 것 같은 오우거 키메라 강시의 강펀치인데, 이건 그냥 주먹이 아니라 날카로운 칼날이 얼굴을 향해 날아오고 있었다.

칼날이 눈앞에 다가오는 순간 겁대가리를 상실한 하윤이도 눈을 질끈 감을 수밖에 없었다.


퍽!


머리가 깨어지는 소리라고 생각했는데, 희한하게 아무런 고통이 없었다. 눈을 떠 보니 자신의 앞에서 오우거 같은 놈과 나뒹굴고 있는 지오를 볼 수 있었다.


하윤이에게 달려온 지오는 온 힘을 다해 오우거 키메라 강시의 몸에 차징을 날렸다.

휘청거리던 놈은 지오의 팔을 붙잡고 늘어졌다. 놈의 엄청난 힘을 감당하지 못한 지오가 놈과 함께 바닥을 뒹굴었다.


엎치락뒤치락, 하지만 힘에서 오우거 키메라 강시를 이길 수는 없었다. 지오가 아래에 깔리고 오우거 키메라 강시가 지오의 위에 올라탔다.

오우거 키메라 강시는 주먹을 들어 지오의 머리를 내리찍으려 했다. 지오는 초점을 잃은 눈동자로 놈을 보고 있었다.


절체절명의 순간 수진이가 파이어볼을 날렸다. 놈의 등에 노란색 불이 붙었고, 털이 많은 놈의 몸은 순식간에 화마에 휩싸였다.


“쿠아아앙!”


몸이 불타고 있지만 놈은 괴성을 한 번 지른 후 불길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지오의 얼굴을 향해 칼날이 솟아난 손을 내질렀다.


지오는 이 순간에도 눈을 감지 않고 양손을 가슴 아래에 모으고 있었다. 지오의 눈동자는 오우거의 얼굴을 보고 있는 듯했지만 아직도 촛점을 잃고 있었다.


“안 돼!”


수진이는 자신의 파이어볼이 지오에게 아무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사실에 망연자실했다.


“선배!”


하윤이는 자신을 구하기 위해 뛰어든 지오가 죽음의 위기에 처하자 어찌할 바를 몰라했다.


“지오야!”


다른 사람을 치료하다가 지오의 위기를 목격한 솔미는 다급히 알테마스의 활을 들었지만 아직 화살이 생성되지 않아 애를 태웠다.


세 사람의 목소리가 지오의 귀에 애절하게 들리는 순간, 5개의 미스릴 칼날이 지오의 머리를 조각낼 듯이 떨어져 내렸다.

초점을 잃은 지오의 눈은 찬란하게 빛나는 은빛의 칼날을 보고 있었다.


“카피!”


지오의 머리를 조각낼 듯 5개의 칼날이 떨어지는 찰나 지오의 두 손에는 황금빛 손잡이가 생겨났다. 그리고 그 손잡이와 연결된 은빛 검신은 오우거 키메라 강시의 복부를 파고 들어갔다.


“쿠아아아아앙!”


놈의 입에서 비명 같은 괴성이 흘러나왔지만, 떨어지고 있던 5개의 칼날은 멈추지 않았다.


쾅!


5개의 칼날이 연구소 바닥을 파헤쳤다.

연구실에 있던 모든 시선이 지오와 오우거 키메라 강시를 향했다.


쒝!


뒤늦게 솔미가 쏜 화살이 오우거 키메라 강시의 옆구리에 꽂혔다.


하윤이와 수진이가 지오를 향해 뛰어왔다.


“선배!”

“지오 선배!”


화살을 쏜 솔미도 눈물을 글썽이며 달려갔다.


“지오야, 죽으면 안 돼!”


온몸의 털에 불이 붙은 거대한 오우거 키메라 강시가 얼굴에 난 모든 구멍에서 파란색 피를 토하며 옆으로 쓰러졌다.


세 사람이 지오의 곁에 다가갔을 때, 지오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가만히 누워 있었다.


“선배, 괜찮아요?”


하윤이가 지오의 몸을 흔들었다. 멍하게 있던 지오가 눈을 깜박거렸다. 지오는 방금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잠시 생각을 더듬어야 했다.


오우거 키메라 강시와 엎치락뒤치락할 때 한 가지 기억이 떠올랐다.

신성력은 솔미만 사용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자신도 언데드인 좀비 떼를 처리할 때 신성력이 가득한 성검 엑스칼리버를 사용해서 백 마리에 달하는 좀비를 가볍게 물리쳤다는 게 기억났다.

지오는 위기의 순간에 탈출좀비열차에서 소환했던 성검 엑스칼리버를 검색해서 카피했다.


엑스칼리버는 놈의 복부를 관통했지만, 놈의 내리치는 손은 멈추지 않았다. 그땐 지오도 죽는구나하고 생각했다.

그런데 머리를 향해 내려오던 5개의 칼날이 지오의 머리가 아닌 머리 옆, 바닥을 때렸다.


그때 허리를 숙이고 자신의 얼굴을 쳐다보고 있는 오우거 키메라 강시와 얼굴이 마주쳤다.

놀랍게도 이 괴물의 입에서 인간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안··· 지··· 오 상병!”


두 눈이 튀어나올 것처럼 커진 지오가 두 눈을 깜빡거리며 다시 한번 오우거 키메라 강시의 얼굴을 쳐다봤다. 그 얼굴은······!


“오 병장님!”


그 얼굴은 지오가 군대에 있을 때 함께 근무했던 선임 오창훈 병장의 얼굴이었다.


“어떻게······?”

“······.”


군에서 지오에게 잘해 주었던 선임이었는데 어쩌다 이 모양이 되었는지?

대답을 해야 할 오창훈의 입과, 눈과 귀와 콧구멍에서 파란색 피가 흘러나오며 그는 옆으로 쓰러졌다.


각성자였던 오창훈은 이곳으로 붙잡혀 와 키메라 실험체가 되었고, 성검 엑스칼리버에 찔린 순간 신성력에 잠시 이지를 되찾았다.

그 찰나의 순간에 자신이 죽이려는 인간이 군대 후임인 안지오인 것을 알아보고,내리치던 손을 옆으로 살짝 비틀었다.

그 덕분에 지오는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


그는 실험체가 된 후에 알 수 없는 두통에 항상 잔뜩 얼굴을 일그러뜨리고 있었다. 그러다 성검 엑스칼리버에 찔리면서 신성력이 그의 몸을 관통하는 순간, 그는 두통에서 해방되었다.

그 덕분에 죽어가는 순간에 잔뜩 일그러졌던 얼굴이 펴지며, 원래의 얼굴을 되찾았다. 그래서 지오가 알아 볼 수 있었던 것이다.


하윤이가 손을 내밀어 멍하게 있는 지오를 일으켜 주었다.


“괜찮아요?”

“응, 모두 괜찮은 거야?”

“그래, 남 과장님 팔은 내가 치료를 해 줬고, 다른 대원들의 부상도 치료를 마쳤어!”


솔미는 잘려나간 남수희의 팔을 신성력으로 붙여 주었고, 부상을 당한 두 명의 대원도 치료를 했다. 하지만 그것 때문에 지오가 죽을 뻔했다.

솔미는 혼자 안도의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만약 자신이 다른 사람을 치료하는 동안 지오가 죽거나 다쳤다면···? 생각만 해도 너무 미안해서 죽을 것만 같았다.


지오는 한효린 이사에게 걸어갔다.

그녀의 뒤에는 정보실 인력 두 명이 열심히 컴퓨터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었고, 그녀는 누군가와 무전을 하고 있었다.


“야, 죽이면 안 된다니까! 우리가 곧 올라갈 거니까 그때까지 방어만 해! 알았어?”

“아니, 지금 그럴 여유가 없다니까요. 저놈들이 무슨 마음을 먹었는지 손속에 자비가 없어요. 그냥 바로 죽일 듯이 공격을 한다니까요!”

“알았으니까 조금만 기다려! 끊는다.”


무전을 일방적으로 끊은 한효린이 지오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안지오, 너 괜찮은 거지? 수고했다.”


부하들이 다치고 죽을 뻔했는데도 아무런 도움을 주지 않았던 한효린이 뻔뻔스럽게 아무렇지도 않은 듯 말했다.


“한 실장님! 여기서도 찾을 자료가 있습니까? 이 연구실은 불법적인 연구를 하는 곳입니다. 여기 있는 자료는 모두 폐기하는 게 맞을 것 같습니다!”


한효린이 잔뜩 눈살을 찌푸린 채 지오를 노려봤다.


“무슨 소리야! 여기 무슨 자료가 있는지 알고나 하는 소리야? 이건 우리 회사에 가져가면 차세대 육성 사업으로 선정될 수도 있는 중요한 자료야!”


지오가 눈을 부릅뜨고 대들었다.


“그럼 우리 회사에서도 사람들을 연구 재료로 사용해서 키메라 강시를 만들 겁니까? 이건 악마들이나 할 수 있는 연구입니다. 저는 이런 연구를 한다는 것 자체를 용납할 수 없습니다. 특히 우리 회사가 이런 짓을 한다면 더욱 더 말려야겠습니다!”


대리도 안 된 지오가 이사인 한효린에게 이렇게 대드는 것은 말이 안 되는 일.

하지만 지오는 정보실 직원이 잃어버린 자료를 찾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경쟁사의 연구 자료를 삭제하는 모습을 봤었다.

그리고 방금 키메라 실험으로 인해 괴물이 된 오 병장을 봤다. 한때 좋아했던 사람을 자신의 손으로 죽인 지오는 지금 눈이 돌아간 상태였다.


지오의 항명에 분노한 한효린의 얼굴에는 차가운 냉기가 서렸다. 그녀는 냉 속성 마법사. 지금 그녀 가슴 속에 있는 마나 고리에는 차가운 마나가 회전하고 있었다.

두 사람 사이에는 싸움이라도 할 것 같은 긴장감과 긴박감이 넘쳐 흘렀다.

그때 전보완이 소리쳤다.


“두 분 싸울 필요가 없을 것 같습니다. 여기에는 한 이사님이 찾는 자료가 없습니다. 제가 샅샅이 찾아봤는데 조금 전에 누군가 완전히 삭제를 한 것 같습니다.”


양상군도 자신의 노트북을 덮으며 말했다.


“저도 마찬가집니다. 이제 그만 나가시죠!”


한효린이 어깨를 축 늘어뜨리며 고개를 돌렸다.


“정말 아무것도 없는 거야? 분명 저 괴물들은 여기서 만든 것들 같은데 자료가 없을 수가 있나?”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한효린에게 지오가 차갑게 한마디를 했다.


“빨리 나가기나 하시죠? 조금 전에 무전 들어보니까 위쪽 상황도 좋지 않은 것 같던데요.”


화를 내려던 한효린은 조금 전 다급하게 외치던 하태산의 목소리가 떠올랐다. 지금 이럴 때가 아니란 걸 깨닫고 고개를 끄덕거렸다.


“자, 모두 철수한다. 일단 위로 올라가서 다른 대원들과 합류해서 신속하게 여기를 빠져나간다. 출발!”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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