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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술술 님의 서재입니다.

휴거게임 in 아포칼립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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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술술
작품등록일 :
2024.05.08 10:07
최근연재일 :
2024.07.02 19:40
연재수 :
11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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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51
추천수 :
984
글자수 :
617,626

작성
24.06.09 08:10
조회
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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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글자
12쪽

72. 부부젤라를 부세요!

DUMMY

지오는 임종대의 변명에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그리고 엄지척을 내보이며 한마디를 했다.


“그래, 게임이지!”


임종대의 발 앞에 떨어져 있던 물이 다시 떠올라 뭉쳐졌다. 물 덩어리가 만들어지고 그것이 또 임종대의 입으로 들어가 기도를 막았다.

두 눈을 부릅뜬 임종대는 한 손으로 목을 부여잡고 다른 한 손을 지오에게 내밀었다. 그의 눈에는 살려 달라는 간절함이 들어 있었다.

하지만 지오는 냉정하게 한마디를 하며 세웠던 엄지를 아래로 돌렸다.


“당신은 이제 게임 오버야!”


휴거게임도 힘들고 루시퍼가 벌리는 이벤트도 힘든데, 빌런까지 이 세상에 존재할 이유는 없다. 그리고 그의 말대로 이건 살인이 아니라 게임 속의 악역인 빌런 하나를 게임 오버시키는 것이다.


땅바닥에 쓰러진 임종대가 경련을 일으켰다. 지오는 발로 임종대를 밀어 쓰레기가 모여 있는 전봇대 밑으로 굴렸다.


“자, 빨리 여기를 벗어나자!”


네 사람이 골목을 빠져나가는 순간 임종대는 쓰레기 더미 속에서 숨을 거두었다. 죽은 임종대의 입과 코에서 물이 흘러내렸다.


세 사람은 임종대의 죽음에 무관심했다. 이미 자신들을 죽이려고 했던 놈이었으니 만약 지오가 살려 주려 했다면 오히려 그게 더 불만이었을 것이다.


골목을 나온 천송이가 지오를 향해 콧소리를 냈다.


“오빠, 우리 맛있는 거 사쭈세용?”


지오는 천송이가 맞는지 의심스러운 눈으로 송이를 쳐다보았다.


‘얘가 이런 애교도 부릴 줄 알았나?’


“대구 막창 먹꼬 싶어요!”


미나까지 애교전에 동참했다.


지오는 조금 곤란한 표정이 되었다. 막창은 밥 반찬이 아니다. 어디까지나 술 안주. 그러니까 지금 송이와 미나는 지오에게 술을 사 달라는 것이다.

미성년자인 주제에!


수진이가 둘의 콧소리를 듣더니 갑자기 귀여운 표정을 지었다.


“지오 선배애! 나도 막창 머꼬 싶어용! 막창 사쭈세용!”

“수진아······!”


지오는 수진이까지 안 하던 짓을 하자 갑자기 온몸에 닭살이 돋았다. 왜 너까지 안 하던 애교를 부리냐고 말을 하려다가 꿀꺽 삼켰다.

어찌 보면 오늘 이모탈사우루스와 목숨을 걸고 싸웠고, 여기서 또 한 번 죽을 고비를 넘겼다. 그런 얘들이 애교를 좀 부린다고 뭐라고 하는 것은 아닌 것 같았다.


“그래, 모두 고생했는데 먹고 싶은 거 있으면 먹어야지! 그래, 가자!”


네 사람은 막창집을 찾아갔고, 술고래 김수진과 한때 잘 나갔던 고삐리 일진 두 명이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로 술을 마셨다.

이게 은근히 서로 경쟁을 하다보니 아예 누가 누가 많이 마시나 술 시합을 하는 모양새가 되었다.


지오는 내일을 위해 한 병만 마셨지만, 세 명이서 소주 한 박스를 다 마시고도 계속 go를 외치고 있었다.

아무리 지오라도 술에 취한 이 셋은 도저히 감당할 자신이 없었다. 지오는 하윤이에게 전화를 해서 채윤이와 함께 식당으로 오라고 했다.


잠시 후, 세 명의 남자는 각각 한 명의 여자를 업고 대구 시내 한복판을 걸었다.

업혀 있는 세 명의 여자는 큰 소리로 노래를 부르다가 ‘오빠, 한잔 더!’를 외쳤고, 술꾼 도시 여자 세 명을 업고 가는 세 남자의 얼굴은 토마토처럼 빨갛게 익어갔다.



***



다음 날 아침 숙취에서 헤어나지 못한 세 명의 술고래는 솔미에게 신성력으로 치료를 받은 후에야 겨우 밥을 먹고 출동할 수 있었다.

하윤이와 채윤이는 이동하는 내내 세 여자의 어젯밤 작태를 그대로 흉내 내며 어젯밤의 복수를 실컷 해주었다.


헬칸 길드가 달려간 곳은 대구의 동촌유원지.

금호강의 강줄기가 흘러가는 이곳에 이무기처럼 생긴 몬스터가 나타났다.


지오는 오면서 이무기에 대한 자료를 검색해 봤다.

이무기는 용이 되지 못한 천년 묵은 구렁이다.

그런데 이무기가 용이 되지 못한 이유가 참 어이가 없었다.

천년 묵은 구렁이가 용이 되기 위해 용트림을 하며 승천을 하려는데 지나가는 사람이 그걸 보고 놀라서 고함을 질렀다.


“저기 용이다!”


그 소리에 깜짝 놀란 천년 묵은 구렁이가 승천을 못하고 땅으로 떨어졌다. 그래서 용이 되지 못하고 이무기가 되었단다.

갑작기 들린 고함에 놀란 것인지 아니면, 용이란 소리에 놀란 것인지는 분명하지는 않지만 전설이 맞다면 이무기는 보기와 달리 굉장히 겁이 많은 전설의 괴물이다.


동촌 유원지에 3대의 버스가 도착했다.

헬칸 길드가 내리자 몇몇 사람들이 다가와서 지오에게 인사를 건넸다.


“오늘도 잘 부탁합니다. 대전 한남 길드의 박제훈입니다.”

“헬칸 님만 믿겠습니다. 오늘도 맹활약을 부탁드립니다.”

“저, 실례지만 사진 한 장 괜찮겠습니까?”


먼저 인사를 했던 박제훈이란 남자가 휴대폰을 들고 함께 사진을 찍자고 했다.


“오빠, 제가 찍어 줄게요. 아저씨 폰 줘 보세요.”


미나는 마치 자기 일처럼 환하게 미소를 지으며 박제훈의 폰을 받아서 사진 몇 장을 찍어 댔다.


지오는 괜히 스타가 된 기분이라 좋긴 했지만 대형 몬스터의 레이드를 앞에 두고 너무 여유만만한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되었다.

그리고 사람들의 기대가 사실 부담스럽기도 했다.


어제는 유미를 구하려다가 어쩌다 보니 이모탈스틸사우루스를 잡게 된 것이었다. 그것도 순전한 실력이 아니라 운이 크게 작용했다.

비록 물의 권능과 불의 정수라는 커다란 힘을 손에 넣었지만, 과연 이번에도 그게 잘 통할지는 알 수가 없었다.


지오가 강뚝에 서서 동촌유원지를 한번 훑어봤다.

동촌유원지로 들어오는 해맞이다리와 강물 위를 걸을 수 있게 만들어 놓은 스카이워크는 끊어지고 부서진 채 강물에 걸쳐져 있었다.

강변에는 밀집되어 있는 아파트 단지와 상가들이 반쯤은 파괴되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기가 유원지임을 증명이라도 하듯 오리배들이 강물 위에 둥둥 떠다니고 있었다.

십여 척의 오리 배가 한쪽으로 떠밀리며 강물이 위로 솟구쳤다. 그리고 전설에 나오는 용처럼 생긴 대형 몬스터가 모습을 드러냈다.



 이름 : 라이트닝 서펀트

 등급 : 11티어

 특성 : 수중 몬스터

 스킬 : 포이즌 브레스, 라이트닝 캐논

 강점 : 강철 비늘

 약점 : 예민한 청각



이놈은 5월 5일에 반야월역 부근 금호강에 나타나서 수백 개의 아파트를 박살내면서 10km를 내려와 동촌까지 왔다고 한다.


동촌에 흐르는 금호강은 신천보다 훨씬 깊었다.

강의 중심은 사람 키를 훨씬 넘을 만큼 깊었기 때문에 사실상 가까이서 공격하기가 어려웠다.

원거리 딜러들이 강가에서 라이트닝 서펀트를 향해 마법과 화살을 날렸지만 이놈의 대형 몬스터들은 한결같이 단단한 피부와 비늘을 가지고 있어서 전혀 타격을 받지 않았다.


연녹색의 비늘을 가진 라이트닝 서펀트는 강물 속을 꿈틀거리며 사방으로 포이즌 브레스를 쏘았다.

놈의 포이즌 브레스는 붉은색으로 독성이 얼마나 강한지 스치는 것만으로도 피부가 녹아내렸다.


잠시 레이드를 지켜보던 지오는 대구시에서 나온 관계자를 찾아갔다.


“저놈을 공략하기 위해서는 시끄러운 소리를 내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런 것을 구해 줄 수 있나요?”


지오가 이런 생각을 한 것은 이무기의 전설과 라이트닝 서펜트의 약점을 보았기 때문이다. 청각이 예민하다고 하니 시끄러운 소리가 놈을 괴롭힐 수 있을 것이다.

이무기를 닮은 놈이 갑자기 나는 시끄러운 소리에 놀라면 순간 경직이나 뭔가 빈틈이 드러날 것 같아서 이런 작전을 구상했다.


지오의 뜻밖의 부탁에 젊은 공무원은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네에? 시끄러운 소리라고요? 음! 혹시 야구나 축구장에서 응원할 때 쓰던 부부젤라로 되겠습니까?”


지오가 고개를 끄덕였다.


“좋지요. 부부젤라 100개 정도와 그걸 불 사람 그리고 귀마개도 좀 구해주세요. 헌터들은 귀를 막고 있어야 할 것 같거든요.”


지오는 다른 헌터들에게 전달을 해서 무의미한 공격을 중단시키고 잠시 휴식 시간을 가지게 했다.

몇 분 동안 공격을 해도 아무 소용이 없다는 것을 깨달은 헌터들은 어제부로 위상이 달라진 지오의 말을 흔쾌히 따랐다.


부부젤라를 실은 차가 올 때까지 대략 40분이 걸렸고. 40분 동안 성이 난 라이트닝 서펀트는 강변에 있는 아파트와 건물을 파괴하며 아양교까지 이동했다.


놈의 이마에 돋아나 있는 두 개의 뿔 사이에서 파란 스파크가 일어나더니 번개가 뻗어 나가 아양교를 때렸다. 저것이 놈의 스킬 중 라이트닝 캐논인 것 같았다.

강력한 번개에 맞은 아양교는 교각 위에 놓인 철골이 휘어지며 다리의 상판이 크게 휘청거렸다. 결국 무게를 버티지 못하고 옆으로 쓰러지며 가운데 교각 몇 개마저 강물 위로 넘어졌다.


헌터들이 귀마개를 다 착용하자, 지오의 지시가 지시를 내렸다.


“부부젤라를 부세요!”


동촌 인근에 있던 제11전투비행단에서 차출된 100명의 군인들이 양쪽 강변에서 부부젤라를 불기 시작했다.


뿌우~뿌우~뿌우!


이 시끄럽기 그지없는 소리에 물 위로 반쯤 몸을 드러냈던 라이트닝 서펀트가 기절하듯 강물 위로 떨어지더니 물속으로 들어가 모습을 감추어 버렸다.


지오가 길찾기 기능을 실행하자 붉은 점이 빠르게 강을 따라 움직이고 있는 것이 보였다.

지오는 강변을 따라 달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걸 달린다고 해야 할지, 뛴다고 해야 할지, 난다고 해야 할지?

지오의 달리는 모습은 표현하기가 참 애매했다.


첫 걸음의 보폭이 2m나 되었고 두 번째 걸음은 위로 2m를 치솟으며 5m가 되었다. 세 번째 걸음은 4m를 치솟아 15m나 지난 지점에 떨어졌다.


이런 식으로 달려가니 아무도 지오를 따라올 수 없었다.

마치 무협지의 나오는 초절정 경공술을 펼치는 상당한 경지의 무인처럼 보였다.


한번의 도약으로 강을 건너버린 지오가 산 하나를 넘어가며 사람들의 시선에서 사라졌다.


지오는 그 산의 절벽 밑에 나 있는 동굴 속으로 들어갔다.

길찾기 지도가 보여주고 있는 길은 이 동굴 안을 가리키고 있었다.


동굴 안은 어두웠고 습했으며 강으로 통하는 통로가 있는지 물이 흐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터널처럼 시원하게 뚫린 동굴이 아니라, 좁고 험한 천연 동굴을 따라 아래로 내려갔다.

기척을 죽이고 내려갔지만 아래에서 두 개의 금빛 눈동자가 반짝이며 지오를 노려보고 있었다.


놈이 지오를 향해 포효를 내질렀다.


“쿠라라 쿠와와 쿠르릉!”


놈의 포효는 통역 스킬을 통해 지오에게 바로 뜻이 전달되었다.


“겁이 없는 놈이구나! 감히 혼자서 나를 상대하겠단 말이냐?”


지오가 뭐라고 한마디 해 주려는데 놈의 입에서 붉은 독 브레스가 쏘아져 나왔다.

말할 틈도 안 주고 공격부터 하는 걸 보면, 저놈은 이무기처럼 겁이 많은 놈인 것 같았다.


브류나크에서 튀어나간 파란 초승달 모양의 검기가 붉은 독 브레스를 향해 마주 나갔다.


퍼엉! 치지지직!


불의 정수가 담긴 스매싱 오러 웨이브가 독을 태우자 붉은 안개가 발생했다.

지오는 호흡을 멈추고 동굴 벽을 타고 놈에게 접근했다. 그런데 붉은 안개 속에서 뭔가 파지직거리며 날아오는 게 느껴졌다.


마땅한 방패가 없던 지오는 물의 권능을 사용하여 주변에 있는 물을 황급히 끌어 모아 실드를 만들었다.

그러나 라이트닝 서펀트가 쏜 라이트닝 캐논은 물의 실드를 뚫고 들어와 지오를 때렸다. 상성이 안 좋았다. 물은 전도체, 당연히 번개가 통과할 수 있었다.


파찌지직!


강력한 번개가 찰나의 순간 지오의 몸을 관통했다. 그 엄청난 충격으로 지오의 심장이 멎고 뇌세포가 모두 타버렸다.


의식이 꺼져 버린 상태!


그때 간신히 살아남은 몇 안 되는 뇌세포에서 지오의 영혼 깊숙이 숨어있던 기억 하나가 스멀스멀 기어 나왔다.



작가의말

오늘도 스타트!

평온한 일요일 되세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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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 84. 이번 공략은 버스 태우기로 하겠습니다 +1 24.06.13 54 8 13쪽
83 83. 땡큐! 보스 몬스터도 아니면서 +2 24.06.13 48 8 13쪽
82 82. 저 귀걸이는 귀를 뚫어야 착용할 수 있나요? +1 24.06.12 53 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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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 80. 내가 일부러 그런 게 아니라고요! +1 24.06.12 47 8 12쪽
79 79. 제가 한번 나가 보겠습니다! +3 24.06.11 47 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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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 77. 제가 자결을 하겠습니다! +1 24.06.10 56 8 12쪽
76 76. 데스 매치에서 항복이 어딨어? +2 24.06.10 51 8 12쪽
75 75. 한국의 57번을 제거하면 5만 골드가 추가로 지급됩니다 +2 24.06.09 57 8 12쪽
74 74. 당신은 대한민국의 국가 대표로 선발되었습니다 +2 24.06.09 58 8 12쪽
73 73. 물망초 님께서 10만 골드를 후원하셨습니다! +3 24.06.09 56 10 11쪽
» 72. 부부젤라를 부세요! +4 24.06.09 55 7 12쪽
71 71. 너도 알겠지만 이건 게임이야! +3 24.06.08 56 10 12쪽
70 70. 하하하하! 기연을 얻었구나! +3 24.06.08 56 10 12쪽
69 69. 지오가 저 괴물에게 먹혔단 말이야? +2 24.06.08 55 7 12쪽
68 68. 어디서 지린내가 나는데 +2 24.06.08 64 10 13쪽
67 67. 저놈이 왜 죽었지? +2 24.06.08 65 10 11쪽
66 66. 등에는 올라가지 마세요! +1 24.06.07 61 8 13쪽
65 65. 도시를 지켜라 이벤트가 발생했습니다 +2 24.06.07 61 7 11쪽
64 64. 우리 글램핑 사업을 하자! +3 24.06.06 76 10 13쪽
63 63. 선배도 이놈에게 먹힌 겁니까? +1 24.06.06 61 7 12쪽
62 62. 불을 피워서 탈출하면 되겠네! +1 24.06.06 62 7 12쪽
61 61. 내가 아쿠아맨이 되었다 +1 24.06.05 60 10 12쪽
60 60. 혹시 제가 서자인가요? +2 24.06.05 67 8 13쪽
59 59. 내가 빛이라면 얘는 어둠이지! +2 24.06.04 62 10 13쪽
58 58. 나도 가입할까? +2 24.06.04 63 7 12쪽
57 57. 그냥 길드 하나 만드세요! +2 24.06.03 65 1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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