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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술술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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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술술
작품등록일 :
2024.05.08 10:07
최근연재일 :
2024.07.02 19:40
연재수 :
11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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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69
추천수 :
984
글자수 :
617,626

작성
24.06.08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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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
추천
10
글자
11쪽

67. 저놈이 왜 죽었지?

DUMMY

헌터들에게 창으로 보였던 이것은 사실 페닌슐라쿠터의 털이었다. 조금 더 상세하게 설명하면 고슴도치처럼 털이 변형되어 가시처럼 변한 것.

페닌슐라쿠터는 평소에 이 털을 숨겼다가 자신의 등에서 성가시게 하는 동물이 있으면 조금 전처럼 한꺼번에 털을 위로 올려서 상대를 제거해 버렸다.

그리고 적에게 둘러싸여 있을 때에는 방금처럼 털을 날려서 사방에 산재한 적을 공격하기도 했다.


하윤이의 부상으로 모두 모여 있는 헬칸 길드. 이들에게도 페닐슐라쿠터의 털이 소낙비처럼 날아왔다.

갑작스럽게 날아오는 창을 보고 지오가 소리쳤다.


“유미야, 라이트 배리어!”


실드가 방패라면 배리어는 반구형의 방어막이다.

유미의 라이트 배리어는 유미가 마음먹은 대로 크기를 조정할 수 있는데, 테스트 결과 지름 10m 크기까지 확대할 수 있었다.


유미의 정수리에서 뿜어져 나온 빛이 헬칸 길드를 둘러싸며 환하게 빛나는 빛의 반구를 만들었다.

십여 개의 창이 라이트 배리어를 두드리고 튕겨 나갔다.


페닌슐라쿠터의 기습적인 공격을 막아낸 헌터들은 전의를 상실했다. 방패를 든 헌터와 실드나 배리어를 통해 놈의 공격을 막아냈지만 또 다시 20명 가까이 사상자가 발생했다.

놈의 공격 두 번에 거의 40%의 헌터가 죽거나 부상을 당했다.

물론 포션과 치료마법으로 상처를 치유하고는 있지만, 과연 저 몬스터를 잡을 수 있을지 이젠 자신이 없었다.


대부분의 헌터들과는 달리 지오는 저 괴수를 잡기 위한 하나의 작전을 구상하고 있었다. 헬칸 길드만이 수행할 수 있는 작전을!


먼저 아이템 쇼핑에 들어가서 지난번에 사용했던 파이어 오일 20리터 열 통을 구매했다. 그리고 미나에게는 스켈레톤 열 마리를, 송이에게는 독수리 열 마리를 소환하게 했다.

그리고 길드원을 집합시켰다.


하윤이가 왼팔을 휘두르며 다가왔다.


“넌 다 나은 거야?”

“넵!”


반쯤 잘린 팔을 완전하게 붙인 하윤이는 왼팔을 들어서 알통을 내 보였다. 지오가 눈살을 찌푸리며 하윤이를 째려봤다.


“넌 채은아 씨가 했는 말 못 들었어? 왜 말을 안 듣냐?”


“에··· 그게···, 그 대전의 한동주라는 헌터가 약을 올려서··· 깜박했습니다.”

“야, 넌 약이 오르면 죽을지 살지 모르고 막 나대냐? 내가 앞으로 안 잊어 먹게 해 줘?”


이제는 회사 선후배 사이가 아니라, 길드원의 생명을 책임져야 하는 막중한 위치에 있는 지오는 항상 경거망동하는 하윤이에게 따끔한 충고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네! 그런 좋은 방법이 있으면 진작 좀 알려 주시지요.”


머리를 긁적이던 하윤이가 눈을 반짝이면 지오를 쳐다봤다.

지오가 고개를 끄덕이며 눈에 보이지도 않게 팔을 움직였다.


딱!


하윤이는 뒤통수가 깨질 것 같은 통증을 느끼며 눈앞에서 어른거리는 별을 봤다.


“아씨! 왜 때려요?”

“앞으로 잊어먹을 때마다 내가 지금보다 더 세게 때려 줄 거니까. 그렇게 알아! 맞기 싫으면 채은아 씨가 하는 말 잊어버리지 말고 반드시 기억하든지!”


지은 죄가 있는 하윤이는 뒤통수를 어루만지며 입술을 실룩거렸다.


“뒤통수를 맞으면 뇌세포가 죽어서 기억력이 더 나빠지는데······!”


지오는 하윤이의 말을 무시하고 길드원들을 둘러보며 작전을 설명했다.


“송이가 독수리로 저 괴수의 시선을 끌고, 다른 사람은 놈의 머리를 공격한다. 놈의 머리가 등껍데기 속으로 들어가면 미나가 스켈레톤을 시켜 파이어 오일 통을 그 구멍에 집어넣는다. 그 다음은······!”


지오가 수진이를 보며 의미심장한 눈빛을 보냈다.


“마지막은 수진이 네가 해 줘야 해! 알지?”

“오케이, 내가 파이어볼을 그 동굴에 날려서 놈의 대가리와 몸통을 불바다로 만들면 되는 거죠?”

“그래! 그런데 갑자기 웬 대가리······?”


지오의 눈이 한때 대가리 전도사로 불린 천송이와 차미나를 향했다. 두 사람은 지오의 시선을 피하며 딴청을 피웠다.

아무래도 저 둘에게서 옮았는 것 같았다.


잠깐 Q&A 시간을 가진 후 바로 작전을 시작했다.

미나가 소환한 스켈레톤 10마리가 파이어 오일 통을 하나씩 들었고, 송이가 소환한 독수리 10마리가 신천 창공을 빙빙 맴돌았다.


지오는 가족의 얼굴을 힐끔 훔쳐봤다. 이런 곳까지 오게 해서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자신의 가족이라고 후방에 남겨둘 수는 없었다.

모든 길드원이 하나뿐인 목숨을 걸고 레이드에 참가하고 있는데, 길드장이 자신의 가족만 챙길 수는 없는 일.


채윤과 수진이 그리고 유미가 앞에서 방패 역할을 하고, 맨 뒤에는 석유통을 든 스켈레톤 10마리가 따라오며 헬칸 길드는 전진했다.

신천의 강물은 허리 높이에서 천천히 흐르고 있었다.


10마리의 독수리가 창공에서 내려와 페닌슐라쿠터의 머리 주변을 정신 사납게 날아다녔다. 그 덕분에 헬칸 길드는 무사히 놈의 머리 주변에 도착했다.

지오가 손가락 두 개를 펼치고 앞으로 왼쪽을 가리켰다. 방패를 든 채윤과 실드 마법을 펼친 수진이가 왼쪽으로 이동했다.

놈의 워터 브레스를 피하기 위한 미끼가 필요했다.


아니나 다를까 두 사람을 본 페닌슐라쿠터가 입을 실룩거리더니 워터 브레스를 날렸다.

수십 개의 소방 호스를 모아서 한꺼번에 물을 뿌리는 것 같은 커다란 물줄기가 방패를 든 채윤과 실드 마법을 펼치고 있는 수진이를 한방에 뒤로 날려 버렸다.


그 사이 라이트 배리어 안에 있던 지오와 하윤 그리고 안철용과 방소희가 놈의 머리에 다가갔다.

지오는 브류나크를 들고 스매싱 오러 웨이브를 놈의 입을 향해 날렸고, 하윤이는 창으로 놈의 오른쪽 눈을 찌르고 안철용과 방소희는 왼쪽 눈을 공격했다.

화가 난 페닌슐라쿠터가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낸 채 목을 쭉 뻗으며 머리가 앞으로 확 튀어나왔다.


그때 놈의 콧등에 하얀 창이 날아와 꽂혔다. 솔미의 신성력이 가득 들어있는 알테마스의 화살!

거대한 놈에게는 마치 바늘 하나가 콧등을 찌르는 것처럼 보였지만, 놈은 불에 데인 것처럼 화들짝 놀라며 튀어나오던 머리를 재빠르게 등껍데기 속으로 숨겨버렸다.


그때를 기다렸던 10마리의 스켈레톤이 파이어 오일 통을 들고 동굴처럼 보이는 머리가 들어간 구멍으로 다가갔다.

스켈레톤 세 마리가 입구를 잡은 채 사다리가 되었고, 뒤에 있던 세 마리가 사다리를 밟고 어기적거리며 위로 올라갔다. 나머지 스켈레톤은 하얀 통을 들고 가서 동굴에 올라간 스켈레톤에게 전달했다.


파이어 오일 통의 전달이 끝나자, 먼저 올라간 스켈레톤이 나머지를 끌어올려서 모두 동굴 안으로 들어갔다. 그들은 다시 통을 들고 동굴 속으로 사라져 갔다.


잠시 후에 파이어 오일의 알싸한 냄새가 코를 찔러왔다. 지오가 팔을 들어 신호를 주자, 어느새 워터 브레스에 맞아 뒤로 날아갔던 수진이가 다시 다가와서 파이어볼을 날렸다.


쾅콰콰쾅쾅!


놈의 머리가 들어간 동굴 같은 구멍에서 붉은 불길과 엄청난 검은 연기가 솟아났다. 10마리의 스켈레톤이 소환 해제되고 그 충격으로 미나가 휘청거리며 쓰러졌다.


그러나 페닌슐라쿠터의 거대한 몸뚱이는 여전히 아무런 요동도 하지 않았다.

페닌슐라쿠터는 입으로 워터 브레스를 날려 뜨거운 불길을 모두 바깥으로 날려 보내고 있었다.

밖에서는 물과 불이 섞여 날아오는 바람에 그냥 불줄기인 줄 알았지만!


10분 정도 지나자 불길이 보이지 않고 검은 연기도 줄어들기 시작했다.

지오와 하윤이가 마무리를 하기 위해 동굴 안으로 들어갔다. 조금 걸어 들어갔는데 안쪽에서 세찬 바람이 불어왔다. 그리고 반짝이는 두 개의 빨간 눈이 무서운 속도로 다가오고 있었다.

그것은 안으로 들어갔던 놈의 머리가 다시 밖으로 튀어나오며 부는 바람이었다.


“빨리 뛰어! 도망가!”

“저게 뭐야?”


피할 곳이 없는 지오와 하윤이는 동굴 밖을 향해 달렸다.


쿵!


묵직한 충격이 등에서 느껴지며 지오가 앞으로 튕겨 날아갔다.

100m 이상을 날아가 신천 강물에 처박힌 채 지오는 정신을 잃었다.


물속에서 무의식적으로 자일기공을 운행하며 물의 기운을 흡수하던 지오는 기절을 한 상태에서 이상한 꿈을 꾸었다.


드넓은 바다에서 거대한 물기둥을 솟아오르고, 그 물 기둥이 시계 방향으로 회전하기 시작하더니 속도가 점점 빨라지며 무섭게 하늘로 계속 올라갔다.

토네이도처럼 회전하던 물기둥의 끝이 창공에 떠 있는 거대한 붉은색 드래곤의 배를 꿰뚫어버렸다.


“푸하!”


꿈에서 깨어나며 정신을 차린 지오가 수면 위로 머리를 드러냈다.

힘겹게 몸을 일으킨 지오는 양 손바닥을 펼쳐 아래로 향한 채 무언가를 움켜쥐듯 오므렸다.

손아귀에서 신천에 흐르고 있는 물의 기운이 생생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그 물의 기운을 자신이 마음대로 조정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지오는 다시 한번 각성몽을 꾸었다. 그리고 자신의 영혼이 가지고 있던 능력 중 하나를 깨닫게 된 것이다.

아니 이건 그냥 능력이 아니라, 권능이라 불리는 것 중 하나.


바로 물의 권능이었다!


물 속성 마법사는 물과 교감하고 자신의 마나를 통해 물을 변형시켜 마법을 발휘하는데 반해, 지오의 능력은 그런 것과는 차원을 달리했다.

물의 권능은 물의 지배자로서 마음대로 물에게 명령을 내릴 수 있는 힘.


지오는 마음속으로 페닌슐라쿠터의 배 아래로 흐르고 있는 물을 조정했다.

페닌슐라쿠터의 배 아래에서 수많은 작은 기포가 발생하더니, 수백 개의 작은 물방울이 나사 모양을 만들었다.


지오가 아래로 향한 손바닥을 오른쪽으로 움직이자, 수백 개의 나사 모양의 물방울이 작은 소용돌이를 만들며 동시에 시계 방향으로 회전했다. 그 속도가 점점 빨라졌다.


지오가 펴고 있던 양손을 꽉 움켜잡는 순간 페닌슐라쿠터의 배 밑에서 소용돌이 치고 있던 수백 개의 워터 드릴이 위로 치솟았다.


“꾸워어어어엉!”


드디어 놈의 입에서 엄청난 괴성이 터져 나왔다. 페닌슐라쿠터의 약점인 배를 수백 개의 워터 드릴이 뚫고 들어간 것이다.

페닌슐라쿠터가 몸을 이리저리 마구 흔들며 한 번도 보여주지 않았던 여덟 개의 다리를 드러냈다. 놈의 배에서 파란 물감 같은 피가 흘러나와 신천을 파랗게 물들였다.


페닌슐라쿠터가 신천을 빠져나가기 위해 안간힘을 쓰다가 벌러덩 몸을 까뒤집었다. 놈의 배에는 수백 개의 구멍이 나 있었고, 그 구멍에서 파란색의 액체가 계속 흘러나왔다.


페닌슐라쿠터의 여덟 개의 발이 발부등을 멈추자, 멍하게 이 상황을 보고 있던 살아남은 헌터들은 어떻게 된 영문인지도 모르면서 기쁨과 승리의 함성을 내질렀다.


“와아아아아! 우리가 저놈을 잡았다!”

“우리가 이긴거야?”

“저, 저놈이 왜 죽었지?”

“아무러면 어때? 죽었으면 되었지!”

“우와아아! 이겼다!”


지오는 그들의 함성 소리와 함께 휴겜스의 알림음을 들었다.


“도시를 지켜라 이벤트의 거대 몬스터 페닌슐라쿠터를 처치하였습니다. 기여도 1위인 당신에게는 전설 등급의······.”


알림음이 점점 작아지는 것 같더니 지오가 휘청거리며 다시 신천 강물 위로 쓰러졌다.

그 모습을 본 방소희와 솔미가 물살을 가르며 지오를 향해 정신없이 뛰어갔다.



작가의말

즐거운 주말 되세요!

저는 열심히 써서 계속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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