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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술술
작품등록일 :
2024.05.08 10:07
최근연재일 :
2024.06.30 14:31
연재수 :
111 회
조회수 :
9,569
추천수 :
972
글자수 :
606,543

작성
24.06.12 12:40
조회
44
추천
8
글자
12쪽

80. 내가 일부러 그런 게 아니라고요!

DUMMY

금색 쇠사슬 사이로 선명한 가슴 라인과 잘록한 허리, 탄탄한 복근 그리고 쭉 뻗은 다리가 훤히 드러나 보이는 엄청 섹시한 여자가 하윤이의 앞에 섰다.


지금 하윤이는 전의를 상실하고(?) 그냥 자신의 앞에 서 있는 믿을 수 없는 미녀를 넋 놓고 보고 있었다.


이집트의 두 번째 대표 선수 아미나는 쇠사슬을 다루는 특성을 지닌 A등급 헌터.

그녀는 자신을 넋 놓고 보고 있는 한국 선수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이런 남자를 쉽게 처리하는 방법을 그녀는 알고 있었다.


아미나는 한 손을 자신의 얼굴에 대고, 다른 한 손은 옆으로 뻗으며 허리를 살랑살랑 흔들었다. 대장전에 어울리지 않게 이집트의 민속 무용인 밸리 댄스를 추기 시작한 것이다.


그녀의 현란하게 흔들리는 허리 라인에 하윤이의 입이 쩍 벌어졌다. 하윤이는 결투도 잊고 밸리 댄스 감상 모드에 돌입했다.

아미나는 점점 요란하게 허리를 흔들며 하윤이를 유혹했다.


“나하윤! 정신 차려!”


수진이가 고함을 질렀지만 하윤이의 귀에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하윤이의 헤벌레 벌어진 입술에서 침이 질질 흘러내릴 때, 아미나는 양팔을 앞으로 쭉 내밀었다. 이제 자신의 춤을 본 대가를 받아야 할 때.


차르르르릉!


두 개의 금빛 쇠사슬이 빠른 속도로 뻗어 나왔다.


“앗!”


하윤이가 놀란 것은 자신을 향해 뻗어오는 쇠사슬 때문이 아니었다. 갑자기 쇠사슬이 줄어들면서 두 개의 봉긋한 무언가가 포인트만 남기고 다 보였던 것!

하윤이의 두 팔이 앞으로 쭉 뻗었다. 이건 공격이나 방어를 하려는 행동이 아니라, 그냥 무의식에서 본능적으로 나온 동작!


아미나가 싸늘한 표정을 지으며 양손으로 가슴을 가렸다. 그러자 하윤이를 향해 뻗어오던 쇠사슬이 하윤이의 두 팔을 칭칭 감아버렸다.

비록 자신이 상대를 유혹하기 위해 춤을 췄다지만 상대가 이렇게 노골적으로 나올 줄은 몰랐다.


‘보는 눈도 많은데 감히 어딜 만지려고 손을 뻗어!’


아미나가 오른발을 앞으로 굴렸다. 그녀의 다리를 감고 있던 금빛 쇠사슬이 하윤이의 복부를 향해 창처럼 날아갔다.


차르르릉!


쇠사슬에 감겨 양팔을 벌리고 서 있는 하윤이는 복부를 향해 날아오는 또 다른 쇠사슬을 막을 방법이 없었다.

쇠사슬이 하윤이의 복부를 뚫고 지나갈 것처럼 세차게 부딪쳤다.


쾅!


쇠와 쇠가 부딪치는 소리!


하윤이의 복부에는 커다란 챔피언 벨트가 감겨 있었다. 최혜원에게 선물 받은 영웅 등급의 발테르의 벨트.

아이템의 등급이 영웅이다 보니 방어구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내구성이 좋아서 쇠사슬과 부딪쳐도 깨어지지 않았다.


“아이구, 배야! 이제 밸리 댄스는 끝났냐? 그럼, 볼 거 다 봤으니 끝내야지!”


하윤이가 인상을 찌푸리며 양팔에 힘을 주었다. 남자는 힘이라고 입버릇처럼 말하던 하윤이가 이번에 제대로 힘을 발휘했다.


“이얍!”


기합과 함께 두 팔을 잡아당기자 쇠사슬이 출렁거리며 아미나가 앞으로 끌려왔다.

아미나는 두 팔을 흔들어 쇠사슬을 풀고는 바로 채찍처럼 휘두르며 하윤이를 공격했다.

몸이 자유로워진 하윤이는 쇠사슬을 피해 그라운드를 뛰기 시작했다.


하윤이는 아미나의 주위를 돌며 바르나울의 창을 내질렀다. 창극이 뱀의 혀처럼 날름거리며 아미나의 몸을 노리고 달려들었다.

그러나 어김없이 쇠사슬이 날아와 방해를 했다. 그리고 다른 쇠사슬이 하윤이를 노리고 날아왔다.


짜증이 난 하윤이가 날아오는 쇠사슬을 창대로 칭칭 감아서 창을 바닥에 박아버렸다. 그리고 날아오는 다른 쇠사슬을 왼 팔뚝에 감고는 거칠게 확 잡아당겼다.

여자의 몸무게가 가벼운 건지, 하윤이의 힘이 좋은 건지 아미나가 하윤이를 향해 날아왔다.


“어!”


당황해하는 두 사람이 부딪히려는 상황. 하윤이가 오른손을 뻗어 아미나를 밀었다. 손바닥에서 탱글탱글한 감촉이 느껴졌다.


아미나가 눈꼬리를 치켜뜨며 고함을 질렀다.


“이런 개새끼가!”


아미나는 저질스러운 한국 선수를 고자로 만들 생각으로 그의 사타구니를 향해 오른발을 힘껏 차 올렸다.

하윤이는 뒤로 백덤블링을 한 번 한 후 땅에 꽂아 두었던 창을 뺐다. 그리고 뒤돌아서며 바로 바르나울의 창을 내던졌다.


양손으로 자신의 가슴을 가리고 있던 아미나의 탄탄한 복부에 날카로운 창날이 날아와 박혔다.


“꺄악!”


아미나가 피 한 모금을 내뱉고 고개를 쳐들 때 배에 박힌 창날이 한 번 더 안으로 들어와서는 뱃속을 휘저었다.


“춤은 잘 봤다! 아, 가슴 만진 건 미안! 그건 실수였다.”


붉게 달아오른 얼굴이 힘없이 고개를 떨구며, 아미나가 수천 조각으로 변하면서 사라졌다.


하윤이는 그렇게 어렵지 않게 두 번째 대장전도 승리를 이끌어 냈다.


열광한 한국 팀에서는 월드컵 응원을 하는 것 같은 박수 소리가 튀어나왔다.


“짝짝, 짝짝짝, 하윤! 짝짝, 짝짝짝 한국!”


하윤이가 손을 들어 흔들어주고 있을 때 이집트에서 또 한 명의 여자가 걸어 나왔다.

검은 생머리에 검은 눈동자를 지닌 모델 같은 여자가 하얀 원피스 수영복을 입고 있었다. 날씨가 더운 나라에서 살아서 그런지 노출이 심했다.


“마이 네임 이즈 코트니 이든.”


이집트인이라기보다 백인처럼 생긴 여자가 자신을 소개했다.

하윤이도 영어로 자신을 소개했다.


“마이 네임 이즈 나하윤! 나이스 투 미츄! 아니, 돈트 나이스 투 미츄!”


만나서 반갑다는 말을 했다가, 반가워할 자리가 아닌 것 같아서 급하게 나이스 앞에 돈트를 넣었다.

하윤이는 조금 전에 갈색 아가씨보다 예의 바른 이 아가씨가 더 마음에 들었다.


코트니가 두 팔을 벌리자 왠지 축축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주변에 안개가 피어나더니 대기 중에 있던 습기가 모여들어 수천 개의 이슬 방울을 만들고, 그것들이 뭉쳐져 코트니의 두 손바닥 위에 놓였다.


코트니는 물 속성의 S등급 헌터. 그녀는 마법사와는 다르게 물을 다스리는 권능을 가지고 있었다.

손바닥 위에 떠 있는 물 덩어리가 기하급수적으로 부피를 키우더니 지름 1m의 구(球)를 만들었다.


하윤이는 상대방이 뭐를 만드는지 궁금해서 한번 기다려 봤다. 물 덩어리가 만들어지는 게 신기해서 구경을 했는데 물 덩어리의 크기를 보고 이제 그만 기다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르나울의 창을 들고 코트니를 향해 달려들었다.

코트니가 오른손을 앞으로 내밀자 그 위에 있던 물 덩어리가 하윤이를 향해 날아갔다.

하윤이는 물쯤이야라고 생각하며 그대로 창을 내밀었다. 그런데 하윤이를 뒤덮은 물 덩어리는 중력의 법칙을 무시하고 하윤이를 안에 가둔 채 아래로 떨어지지 않았다.


하윤이는 마치 수족관에 갇힌 사람처럼 두 눈을 크게 뜨고 입에서 공기 방울을 내뿜었다.

하윤이는 물 속에 갇혀 있으면서도 공격을 멈추지 않았다. 바르나울의 창은 물 덩어리를 뚫고 코트니를 향해 뻗어나갔다.


이번에는 코트니의 왼손에 있던 물 덩어리가 팔을 타고 흘러내리더니 코트니를 안에 가두었다. 코트니의 표정은 따뜻한 욕조에 몸을 담그고 있는 것처럼 편안해 보였다.


하윤이의 창이 코트니를 감싼 물 덩어리를 찌르는 순간 물 덩어리가 창날을 향해 맹렬하게 움직이며 창날을 밀어냈다.

하윤이의 창날은 물 덩어리를 3cm 정도 파고 들 뿐 더 이상 깊이 들어가지는 못했다.


한편, 하윤이를 감싸고 있는 물 덩어리는 하윤이를 놓아주지 않았다. 하윤이가 움직이는 대로 따라왔고 물의 일부를 던져도 다시 돌아와 붙었다.


하윤이는 점점 숨이 막혀오며 눈앞이 흐릿해지기 시작했다.



***



데스 매치를 시작하기 전 지오가 하윤이에게 다가갔다.


“하윤아, 너 레이요의 반지는 충전했냐?”

“선배, 어디 벼락이도 떨어져야 충전을 하지요. 이거 전기로 충전하려면 길드 사무실에 전기세 엄청 나올 걸요?”

“아이구, 이놈아! 전기세 그깟 얼마 나온다고 비장의 무기를 준비도 하지 않았단 말이야?”

“그깟 비장의 무기 없어도 전 이길 자신 있습니다!”


비장의 카드를 버리고 온 나하윤이 자신의 가슴을 탕탕 치며 자신감을 내비치었다. 지오는 그걸 보고 가슴이 답답했다.


“야, 나하윤! 너희 아버지께서 싸움은 자신감만 있으면 된다고 하셨냐?”

“에~, 싸움은 선빵, 싸움은 악과 깡으로, 다구리엔 장사가 없다. 뭐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지오가 하윤이를 한심하게 쳐다보며 하윤이의 손을 잡으려 했다. 하윤이가 질겁을 하며 소리쳤다.


“아니, 왜 남자끼리 손을 잡으려고 합니까?”

“야, 이 자식아, 내가 잡고 싶어서 잡냐? 다 너를 위해서 이러는 거다!”


빠져나가려는 하윤이의 손을 지오가 잽싸게 붙잡았다. 그리고 지오의 손에서 라이트닝 서펀트에게서 빼앗은 뇌전이 흘러 나갔다.



***



산소 공급이 끊긴 지 2분.

하윤이의 정신이 흐릿해질 때, 대장전에 참가하기 전 지오가 자신의 손을 잡았던 일이 떠올랐다.


‘그래, 내게는 레이요의 반지가 있다. 지오 선배가 충전시켜 준!’


하윤이가 주먹을 움켜쥐자 손가락에 낀 레이요의 반지에서 번개가 뻗어 나갔다.

새파란 뇌전이 바르나울의 창대를 타고 흘러가 코트니를 둘러싼 물 덩어리 속으로 흘러 들어갔다.


물은 전도체!


하윤이를 감싼 물 덩어리도, 코트니를 감싼 물 덩어리도 모두 번개가 퍼져 나갔다.

두 개의 물 덩어리 안에 수십 개의 작은 번개가 나뭇가지처럼 뻗어 나가며 번쩍번쩍 빛을 발산했다.

코트니의 목에 두른 하얀 끈이 번개로 인해 끊어졌다. 하얀 원피스 수영복의 윗부분이 아래로 흘러내렸지만 지금 코트니는 그런 것에 신경 쓸 여력이 없었다.


하윤이를 감싼 물 덩어리에서 번쩍거리림이 줄어들고 있는 대신, 코트니의 물 덩어리에서는 번쩍거림이 점점 늘어나고 있었기 때문.


레이요의 반지의 기본 기능은 전류를 흡수하는 것.

하윤이가 갇힌 물 덩어리 안의 전류는 레이요의 반지가 빠르게 흡수를 했고, 하윤이는 그 전류를 다시 창대에 밀어 넣어 코트니에게 보냈다.


퍽! 퍽!


물 덩어리 두 개가 연이어 터져 버렸다.

가슴이 훤히 드러낸 채 기절해 있는 코트니를 보며 하윤이가 침을 꿀꺽 삼키며 작별 인사를 고했다.


“굿바이, 아름다운 코트니!”


아쉽기는 하지만 뭐 어쩌겠는가? 적을 살려줄 수도 없고. 하윤이는 바르나올의 창으로 기절한 그녀를 게임 아웃시켰다.


하윤이가 3연승을 하자 한국 팀은 2002년 월드컵 4강에 올라갔을 때만큼 분위기가 달아올랐다.


“나하윤! 나하윤! 나하윤!”

“짝짝짝짝짝짝짝!“


열광적으로 연호하는 자신의 이름과, 우레와 같은 박수를 받으며 하윤이는 기분 좋게 한국 팀이 모여 있는 곳으로 돌아왔다.


“지오 선배, 땡큐! 덕분에 살았어요. 맞다! 우리 아버지가 유비무환이란 말도 했었는데!”

“이 자식아, 이제 그게 생각났냐? 앞으로 항상 레이요의 반지에 충전 만땅하고 다녀라! 알았지?“

“넵, 충성! 수진아, 나 소개팅 해줘야 한다.”


하윤이는 지오에게 경례를 하고, 수진이를 기대에 찬 눈빛을 보냈다. 그러나 수진이는 하윤이를 기어다니는 벌레를 보듯이 보고 있었다.


“야, 나하윤! 없던 걸로 하자. 그리고 내 주변 1m 안에 들어오지 마라! 이 저질아!”

“뭐, 저질이라니? 나 대장전에서 3연승한 나하윤이라고!”

“그래 이집트 여자 보고 헤벌레해 가지고, 싸우면서 여자 가슴을 주무르질 않나, 수영복을 벗기질 않나? 네가 이렇게 저질인지 오늘 처음 알았다!”


솔미는 걱정이 가득한 목소리로 하윤이의 현재 상황을 확인 사살해 주었다.


“하윤아, 걱정이다. 오늘 네 모습이 방송에 나가면, 사람들이 너를 변태 헌터라고 부를 것 같다!”


하윤이는 억울했지만, 자신에게 밀려올 파장을 생각하자 입에서 괴성이 흘러나왔다.


“안 돼에에! 내가 일부러 그런 게 아니라고요!”


대장전 3연승을 하고 온 하윤이의 얼굴이 뭉크의 절규란 그림 속에 공포에 젖은 얼굴로 변해갔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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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 82. 저 귀걸이는 귀를 뚫어야 착용할 수 있나요? +1 24.06.12 51 8 12쪽
81 81. 어, 수진이가 신성력을? +2 24.06.12 53 8 12쪽
» 80. 내가 일부러 그런 게 아니라고요! +1 24.06.12 45 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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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 77. 제가 자결을 하겠습니다! +1 24.06.10 52 8 12쪽
76 76. 데스 매치에서 항복이 어딨어? +2 24.06.10 47 8 12쪽
75 75. 한국의 57번을 제거하면 5만 골드가 추가로 지급됩니다 +2 24.06.09 54 8 12쪽
74 74. 당신은 대한민국의 국가 대표로 선발되었습니다 +2 24.06.09 55 8 12쪽
73 73. 물망초 님께서 10만 골드를 후원하셨습니다! +3 24.06.09 54 10 11쪽
72 72. 부부젤라를 부세요! +4 24.06.09 52 7 12쪽
71 71. 너도 알겠지만 이건 게임이야! +3 24.06.08 54 10 12쪽
70 70. 하하하하! 기연을 얻었구나! +3 24.06.08 53 1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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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 68. 어디서 지린내가 나는데 +2 24.06.08 60 10 13쪽
67 67. 저놈이 왜 죽었지? +2 24.06.08 61 10 11쪽
66 66. 등에는 올라가지 마세요! +1 24.06.07 59 8 13쪽
65 65. 도시를 지켜라 이벤트가 발생했습니다 +2 24.06.07 58 7 11쪽
64 64. 우리 글램핑 사업을 하자! +3 24.06.06 74 1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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