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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ar Mom

웹소설 > 일반연재 > 공포·미스테리, 전쟁·밀리터리

조휘준
작품등록일 :
2020.09.17 23:25
최근연재일 :
2021.06.17 12:00
연재수 :
69 회
조회수 :
13,518
추천수 :
343
글자수 :
354,049

작성
20.12.09 10:00
조회
115
추천
3
글자
12쪽

시리우스 3

DUMMY

별이 빛난다. 세상 무정하게 별빛은 아름답다.


어느 다큐를 봤지. 2차대전 후트겐 숲 전투에서 살아남은 미군병사 노인. 그분이 그랬지. 왜 이 아름다운 지구에서 서로가 싸우는지 모르겠다고. 술 먹다 그런 소리 들으면 웃기지만, 그 사람은 자기가 후트겐 숲에서 ‘왜 내가 살아나온 거지?’ 이해를 못 한다 했다. 2차대전 말기. 미군이 독일로 진입하던 상황. 그 노인은 낮은 어조로 마지막에 말했어. ‘아름다워. 지구, 이 세상 어디도 다 아름다워. 우린 거기서 싸우고 죽이지. 생각해보면 아무, 아무~~ 이유도 없었던 거야.’


엄청난 지뢰와 병기가 숲에 남아, 40년이 지난 1980년대 중반에 독일 텔레비전에서 마음 잡고 두 시간 동안 후트겐 숲을 수색했는데, 창고를 가득 채울 실탄 포탄 수류탄을 찾아냈고, 지뢰를 몇만 발을 찾아도 민간인들이 계속 폭발로 다쳐서 죽음의. 금단의 숲이 되었다. 아직까지도 그런 곳이 많다. 우리 비무장지대는 어쩌냐.


‘차라리 잘 됐어요. 이제 변사 그만 보고 싶어.’

‘오늘도 보고 왔다.’

‘선배는 괜찮아?’

‘내가 괜찮은지 어쩐지 지금 어떻게 아냐.’

‘그렇지. 모르지. 한순간에 훅 올 수도 있지.’

‘몸조리 잘해라.’


‘근데 뭐 병문안에 던킨 도넛을 사와. 차암 이상한 형이야.’

‘싫으냐? 가져가?’

‘아니. 애들이라도 주지.’

‘어려서 그렇게 먹고 싶었단다. 성냥팔이 소녀처럼 쇼윈도에 손 부비면서 존나.’

‘잘 먹을게. 들어가요 형.’


‘인생이 젖 같을 때는 당분을 빨아라. 인생은 당거다. D. A. N. G. E. R.’


‘형은 자영업 해도 잘할 거 같은데. 아재 개그가 필수거든.’


‘형사의 꿈이 뭐냐. 내무부장관이 창업 대박 나서 상관 면상에 사표 던지는 거 아니냐.’


‘바로 말 까고?’


‘그렇지. 네네 하다가, 옛다. 야 씨벌넘아 수리해라. 아저씨 뭘 봐. 고소할 거야? 집에 돈 좀 있는 경찰이 당당한 거다.’


‘주식이나 삥발이만 안 해도 정상이지 뭐.’

‘농담하는 거 보니 좀 깨어나셨네.’

‘형이 그렇게 물들이는 힘이 있지.’

‘형사가 좋은 게 뭔지 아냐?’

‘뭐. 수갑 던지는 거?’

‘아니. 와이프.’

‘뭔 소리야.’


‘바람이 날려고 해도, 남자 새끼가 이 여자 남편이 형사인 거 알면 열에 아홉은 도망가거든. 뭔 더러운 꼴 당할까 봐. 그래서 형사 더러운 이미지가 득도 되는 거야.’


‘최고의 수사는 마누라 수사지!’


‘농담이 아니라, 집에 하도 못 들어가니까. 마누라 차 야매 키 가지고 있다가 귀가할 때 주행계랑 블랙박스 확인하는 애들도 있다. 우리가 불륜을 얼마나 많이 보냐. 불안하지. 항상 저 사람이 그럴 줄 몰랐다. 사랑 아니다 무릎 꿇고. 저년이 꼬셨다. 여보 나 믿지? 저놈이 꼬셨어. 그래서 2년 주기로 애를 계속 까야 해. 마누라 정신 못 차리다 늙게.’


‘ㅋㅋㅋ. 가. 형.’


저 별 어디에서도 우리 태양계를 바라보고 있을까. 저기도 어떤 생명체가 있나 궁금해할까? 니미 뽕이다.


이런 생각을 무려 사색하시고 우린 다시 현실로 돌아가야지! 먹고 살아야지! 눈 감으면 코 베어 가는데 어떤 새끼를 믿나. 웃는 얼굴로 칼빵을 놓는데 어떻게 안심하나. 그래. 이 세계. 동기 말이 맞았어. 안 들어오고, 약자로, 평범하게? 조신하게 살다 뒤지는 것도 나쁘지 않아.


‘선배님. 00서 000 선배 아시죠?’

‘또 다쳤대?’

‘아니오. 퇴직했는데 사라졌대요.’


오늘도 별이 진다네. 나의 가슴이 무너졌네. 별은 그저 별일뿐이야. 오늘도 별이 진다네. 별이 지면 하늘도 슬퍼... 차라리 악랄한 경찰이 되려 했지만 체질이 아닌가 봐.


“날 어떻게 들이받은 거야. 엉?”


나는 분명했다. 그리고 이 일도 책무다. 나는 이 골목을 가면서 담배도 피울 겸 그랬고, 습관대로 주차된 자동차들을 봤다. 스캔 졸라 빠르지. 내가 먹은 짭새밥 짬밥으로 신라시대 릉이 하나다. 이 세상을 그런 식으로 바라보면 이상한 것, 이상한 놈 한둘이 아니다. 널리고 널렸다. 차를 타고 지나가면서도 ‘저 사람 뭐 있구만.’ 감이 온다. ‘다른 데서 잡혀라. 안녕.’


다만 보고 싶지 않은 딱 하나. 사람 죽인 눈.


‘대체 그 자식 뭐지? 이유가 뭐야? 뭐가 불법이 걸리긴 걸렸는데 종목이 뭐야? 차를 뒤진 좀도둑은 아니야. 아니면 초범이 아니어서 집행유예 기소중지가 걸려서 그런 거야?’


뭐라 말할 수 없지만 난 분명했다.


일단 그 차에 사람이 있다는 기분이 들었다.


눈으로 확실히 보인 건 아니다. 김이 무럭무럭 오르는 듯한 그것. 그거 참 묘한 것이, 그런 감을 나도 딱히 설명하기 힘들어. 꾸물럭 꾸물럭, 갑자기 대상이 확대되는 것처럼 눈에 들어오고, 차량에 사람이 있으면 차량이 무생물처럼 뵈지 않고 생물 같다. 무생물 물체인데 살아있는 것 같은 느낌이 오지. 그러면 더 관찰하고 조치를 준비한다. 사람이 있다면 일부러 차를 안 내리는 거지?


여긴 주택가 아니시렵니까? 귀가한 사람들은 차를 정리하거나 짐을 챙겨도 오래 안 걸린다. 그리고 번호판이 여기 것이 아니다.

그렇게 좁혀졌고 난 다가갔다. 그리고 무엇이 움직이다 멈추는 걸 느꼈다. 걸렸어, 이 새끼. 이상한 놈이다. 최소 차량털이다.


똑똑똑...

그렇게 시작되었다.

창문 좀 내려 봐요...


나타난 형상은 국방부가 떠올랐다.


‘군인이요?’


남자는 반말에 기분이 상한 듯하다.


‘머리는 귀하도 삐까삐까하구만.’


어 이 새끼 말 싸가지 봐라.

어린놈이 좀 빡빡하네.


‘군발이라고 안 해서 서운하신가?’

‘당신은 왜 그리 짧아?’


어 이놈이 할애비 상투를 잡아흔드네?


‘신분증 한번 줘 봐요.’


대꾸도 안 한다.

‘외국인 노동자야? 말 안 들려? 신분증.’

‘당신이 뭔데.’

‘딱 보면 몰라? 공무원인 거.’


‘나도 공무원인데.’

‘어?’

이놈이 뭐지. 관의 냄새가 있긴 있어.

‘어디?’


‘공무원이 다른 사람에게 신분증을 요구할 때는 그 사람 자신이 자격이 돼야지. 당신은 뭔데.’


‘검문을 상시로 하는 사람.’

‘그럼 당신 신분증부터 보여주고 해야지.’

‘어... 지금 없는데.’


어떻게 나오나, 한번 보자.


‘어이. 사칭이야?’

‘어린 사람이 말 찰지네.’

‘경찰이오? 그럼 경찰대 출신 상관에게 어리면 반말해?’

어라, 좀 아네. 이 귀여운 아가는 뭘까.

‘이 사람 이거 말 함부로 하네.’


‘법에 있지. 공무로 검문을 하려면 본인이 먼저 신분증을 제시하고 요구해야지. 당신이 사칭인 줄 어떻게 알아. 유영철도 경찰이라고 했어. 유영철은 가라 쯩이라도 있었어. 당신은 뭐야. 왜 없어.’


으음. 말도 하네. 말.

여기까지...

다시 검은 수목지대가 쑤욱 올라오고 끝.

아 쪽팔려.


이놈의 생활. 언제까지냐.

녀석 말을 들을 거 그랬어.


내가 정말 사짜가 되는 것 같아. 하지만 꼭 그렇게 말해서 쓰나. 내가 어떻게 멀쩡한 특전용사에서 사짜가 되냐고. 인간 누구나 이런저런 마음이 버무려 있는 것이고, 그중 하나가 각별하게 개발된 것뿐이야. 신호 위반 다 자수하면 경찰서 마비된다.


안 좋은 건 동기놈 말대로지.


모든 사람이 평범한 사람으로 안 보여. 모두 범죄 가능성이 있는 문제아로 보여.


착한 얼굴 더 못 믿어.

(착해 보여서 더 수상해)


진짜 선하고 착하고 진실한 ‘듯한’ 얼굴 정말 많이 봤지. 그런 걸 다른 말로 지능범이라 하지. 형사도 속는다고. 형사도 속을 정도라니까. 우리도 사람이니까. 그런 놈들이 정말 충격적인 사기꾼이었어. 사이버수사대에 정말 많지. 양쪽 말이 다 달라. 언놈을 믿어야 할지 몰라.


이쪽 말 들으면 다 맞고,

저쪽 말 들으면 다 맞고,

난 삼룡이로 밝혀지다.


“밥 먹은 거 다 꺼졌네.”


집에 좀 들어갈라치면 잠복 떨어지고 비상 떨어지고 국가행사 떨어지고. 군기는 군대 저리 가라고. 상관 눈치 보는 건 군대보다 더해. 지역별로, 서 별로 또 차별하고 가오 잡고. 출소한 놈이 한방 주러 오질 않나.


경찰이건 좆이건 안 잡히겠다고 물불 안 가리는 또라이나. 가족 담그고, 친구 담그고, 와이프 담그는 새끼들은 또 그렇게 많은지. 내가 볼 수 있는 인생의 한계치를 넘어. 차라리,


‘저 양반은 북조선 정찰국보다 험악하게 생겼는데, 진짜 착하네. 당신은 보배여. 영원히 빛나거라!’


매일매일 새롭게 신형 인간들이 내 용량을 초과해. 매일 연락받고 누워서 숨 안 쉬는 사람 보러 가고. 벽에는 피칠.


‘여기서 이 자세로 이렇게 찌른 거야. 피 튄 거 봐.’


내장 열리고.


‘지나치고 과도한 상흔. 누구 원한관계 캐 봐.’


대가리를 삽날이 뜨고 가고.

(시골이 터프해. 동학농민군은 이걸 들었군)

늦게 발견된 거의 썩은 사람.

(야 이거, 사인 나오겠어?)

국과수는 로봇 아냐?

(아직도 부검하고 그 앞에서 내장탕 먹이나?0


국과수. 사람이 그런 일 하면서 어떻게 사냐. 전국의 것들이 가지각색으로 실려 오잖아. 오랜 후에 땅에서 파낸 사람. 우리더러 트라우마를 달고 사냐고 묻는 놈이 또라이지. 트라우마가 있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트라우마의 종류가 너무 많고 스펙터클해. 없다고 한참 후에 튓다마 치는 게 가장 세다. 나도 모른다. 언제 무너질지. 얼굴 보면 다 숨기고 참고 있다.


그런데 오늘은 남다르네.

이 새끼 잡히기만 해봐라.


그런데 갑자기 왜 시리우스를 찾았지?


아, 그렇지. 별이라곤 북극성과 북두칠성 카시오페이아, 결국 두 개도 북극성을 찾기 위한 거였지.


“북극성은 북쪽이다. 정북이다. 북극성을 찾기 위해선 북두칠성을 찾아라. 북두칠성이 잘 안 보이면 W자인 카시오페이아를 먼저 찾아라.” 군발이 별자리. “북두칠성을 바라보면 좌우로 동쪽과 서쪽을 찾게 된다. 자, 밤에 나침반이 필요 없지? 밤에 북극성 200번쯤 보면 제대할 거다.”


군발이 별. 그리곤 십자성 정도? 다른 별을 알고 싶었어. 억지로 개나 소나 말이나 양을 끼워 맞춘 거 말고.


이집트 이야기를 읽으면 시리우스 많이 나오지. 참, 어쩜 그런 과학이 그 시대에 있었을까 말씀이야!


태양과 태양계는 수평으로 은하핵을 도는 것 같지만, 사실 아래위로 출렁이면서 돌지. 이집트 문명은 그걸 알았어. 그리고 태양 포함 지구가 은하계 평면에서 맨 위에 올라서 도는 상태와 맨 아래서 도는 상태의 차이를 알았어. 그 최고점에서 최저점의 시간적 차이가 2천 년인가 그렇지? 그때 기준점이 시리우스 별이었지. 시리우스를 기준으로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별자리 위치가 변하는 걸 알았거든.


하도 시리우스가 나오니까. 이집트 문명이 시리우스에서 왔다니 시리우스로 떠났다니 그런 음모론 비슷한 것도 있었지. 전수지. 이집트 문명을 다 합치면 4천 년 정도 되니까. 시리우스 위치가 변하는 걸 안 거야.


간단히 말해서, 북극성 말고, 북극성을 찾기 위한 별 말고,


‘저게 시리우스야.’


아마도 그러고 싶었나 봐.


‘이거 왜 이래! 내가 시리우스도 아는 놈이야!’


별은 별이고

배터리 간당간당하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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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 [외전] 내장탕 21.06.17 187 4 13쪽
68 저녁 백반 21.05.27 174 5 15쪽
67 밤눈과 설교 21.05.06 206 3 12쪽
66 산에 살리라 2 21.04.22 183 6 12쪽
65 산에 살리라 1 21.04.08 215 6 11쪽
64 28사 병장 2 21.03.25 219 5 12쪽
63 28사 병장 1 21.03.18 235 2 12쪽
62 글록 파이터 2 21.03.11 159 2 11쪽
61 글록 파이터 1 21.03.04 157 3 12쪽
60 심심한 날의 분노 21.02.25 158 2 12쪽
59 섬진강 3 21.02.18 148 1 12쪽
58 섬진강 2 21.02.09 170 3 11쪽
57 섬진강 1 21.02.04 196 5 11쪽
56 이성적 배신자 3 21.01.25 128 2 12쪽
55 이성적 배신자 2 21.01.18 134 4 12쪽
54 이성적 배신자 21.01.11 155 4 11쪽
53 믿습니까!!! 2 21.01.04 122 3 12쪽
52 믿습니까!!! 1 20.12.28 139 4 12쪽
51 폭력의 서막 2 20.12.21 122 3 13쪽
50 폭력의 서막 1 20.12.16 159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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