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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ar Mom

웹소설 > 일반연재 > 공포·미스테리, 전쟁·밀리터리

조휘준
작품등록일 :
2020.09.17 23:25
최근연재일 :
2021.06.17 12:00
연재수 :
69 회
조회수 :
13,404
추천수 :
341
글자수 :
354,049

작성
21.03.11 12:00
조회
157
추천
2
글자
11쪽

글록 파이터 2

DUMMY

“권총은 경호처가 가장 많이 쏘지 이 사람아.”


“아, 그러시구만.”


“우린 뭐, 완전히 미친놈들만 상대하니까. 칼은 기본에, 삼단봉으로 막아도 칼은 위험하지. 날카롭게 간 기다란 드라이버를 들고 달려오는 놈을 봤다. 그놈들은 상해가 아니라 사람을 죽이려고 달려와. 체포되느니 니가 죽거나 내가 죽는다 그거야. 그런데 긴장한 가운데 lock을 안 풀었다 쳐봐.”


“권총 대 권총으로 붙은 적이 좀 있나?”


“난 없어. 그래도 남파가 뽑으면 구경이 좀 작지. 하지만 여유를 두고 정확히 머리나 가슴을 조준하게 놔두면 구경 작아도 골로 간다. 그 새끼들 정말 잘 쏘니까.”


“대테러가 맞아. 급작상황에서 일단 초탄을 지향으로 쏘고, 2탄부터 조준하는 거.”


“문제는. 우리가 이걸 써도. 어느 순간 권총을 뽑아야겠다... 생각하면, 안전스위치는 각자 판단해서 본인이 풀어야지. 알아서 하는 거야. 그래서 착각이 오는 거지. 전장에서 많이 일어나지. 안전핀 안 뽑고 수류탄 던지거나, 첫 방아쇠가 먹통. 사격장은 구령을 해주잖아. 사격훈련 말고 내부소탕 사격을 많이 해봐야 돼. 본인이 예행연습을 많이 하는 수밖에.”


“뽑아 - 스위치 - 조준 - 움직이면 쏜다 - 격발.”

“미국경찰 글록이라고 생각해봐.”


“뽑아 - 쏴. 음... 편하네.”

“편하다니까.”


“끈 좀 조여 줘.”


방검 방탄 베스트를 서로 조여 준다.


“왜 브리핑이 없지...”


다 조여지자, 위에 와이셔츠를 입고 한 명은 양복, 한 명은 어두운 색 점퍼를 입는다.


“왜 해질녘에 항상 이래.”

“밥 먹기 전에 꼭 떨어진다니까.”

“가다 편의점에서 뭐 좀 사자.”

“길어질까?”

“말을 들어봐야 알지.”

“지금 우리, 어디 가는 거야? 총까지 차고.”


“차에서 알려줄 거야. 사무실에서 말할 수준이 아닌 거지. 차 안에서 딱 들을 사람만 브리핑할 거다.”


“과장님하고 이 대리는 어디 간 거야. 이런 거 덜어졌는데.”

“먼저 움직이는 것 같다.”

“권총까지 뽑을 상대란 거야?”

“그럴 수도...”

“그러면 남파 맞네.”

“우린 경계차단 지원이니까.”

“어디로 뛸 줄 알아. 편한 소리 하네.”


“장구 확인. 손으로 짚으면서.”

“오케이. 장구 확인...”


천주고 성호 비슷한 모양으로 몸을 만지며 입술을 움직인다.


“공포탄 확인.”

“이상 무.”

“탄창 스프링 5회 눌러.”

“눌러.”

“탄창 결합.”

“탄창 결합.”

“장전은 차후 지시.”


탁 탁 탁.


“왜 자꾸 소총처럼 탄창을 쳐. 권총이야.”

“버릇이 돼서. 실탄 앞으로 밀어서 나쁠 거 있어?”


“다 됐지?”

“오케이. 그런데 우린 무성 안 쓰나.”

“우리 국은 없어. 이건 부가임무야.”


둘은 모든 것을 착용하고 차림을 점검한다.


“나갈까.”

“언뜻 들었는데、이거 MI 아닌가 싶어.”

“남파는 우리 거잖아.”

“첩보야 감청이야. 레벨 높은 거 아냐?”


“그것보다. 물 좀 적셔서 가르마 좀 풀어.”

“티나?”

“너무 나. 경찰 같다. 왜 자꾸 가르마 타냐.”

“영감들이 다 가르마잖아.”


“누가 봐도 누군지 알겠다.”

“아이고 뭔 내가 그 정도라고.”


“맘 단단히 먹고 나가자. 산보라고 생각했다가 죽는다.”


누가 말했지. 하루하루를 내일을 살지 못한다는 마음으로 살라고. 오늘이 어제 죽은 사람이 그토록 바라던 내일이라고. 매일 축제처럼 살라고.


그건,

말한 사람 일상이 평범하고 지루해서 하는 소리지. 정말로 하루하루 내일이 없다는 마음으로 살아 보실려? 어떤 사람은 애 데리고 공원에 산책하는 것만으로도 무한한 행복을 느낀다. 보통 사람에게는 그저 그런 일상이겠지.


어쩌다 어느 하루를 정말 소중히 사는 사람은 매일이 위험한 사람이야. 그리고 그 사람들이 이 사회에서 그런 말을 한 사람을 지키고 돕는다. 안 보이는 곳에서 목숨을 건다. 폭력에 노출된 공무원만이 아니다. 응급실 의사 간호사, 소방구조대 사복경찰관은 시신과 사지가 제 모양을 잃은 끔찍한 인체 손상을 본다. 그들에게는 하루하루가 전쟁터다.


트라우마는

‘어? 이 정도는 내가 견디네?’

‘생각보다 아무렇지 않네?’


그런 사람에게도 온다. 누구도 자신할 수 없다. 겉으로 강한 것이 전부가 아니다. 자기가 강한 인간이라고 믿는 것이 꼭 강한 것이 아니다. 강한 심장이 필요한 직종이 아니라, ‘해보고 나니’ 견딜만한 사람이 되는 거다.


끔찍한 걸 보고 심한 구토와 역겨움을 일으키지 않았다고 트라우마가 없는 사람이 아니다. 남들 보기에 남자답고 대범한 사람에게도 문득 일주일 전에 본 시신이 악몽 달려든다.


그래. 그건 평범한 것이 아니다. 평범한 사람이 볼 수 있는 게 아니다. 하지만 여기저기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항상. 매일. 더욱 무서운 것은 아무도 모르는 음지에서 상대하는 것. 내가 오늘 여기서 죽는 걸 아무도 모른다는 생각. 이 직종은 어떻게 죽었는지 알려주지 않는다.


“그 새끼 어떻게 됐나.”

“욕 쓰지 말라니까.”

“어디까지 넘어갔을까?”

“몰라. 넘어가면 모르는 거야. 뉴스도 없으니까.”

“그날 그냥 죽여 버...”

“그만해. 건물에서 말하지 마.”

“케이스 또 걸리기만 해봐.”

“가라앉혀. 안 좋아.”

“동기가 병신이 됐는데?”

“......”

“뽑기만 해봐. 날려버린다.”

“뭔지도 몰라.”

“총이면 대남이지.”

“긴장 좀 풀어...”


코에서 나오는 뜨거운 김. 표정에는 변화가 없지만, 몸은 반응한다. 몸이 생각한다. 몸이 위험을 감지한다. 둘 다 유부남이다. 이들이 해야 하는 것은 흥분을 누르고 효과적인 판단을 하는 것. 그리고 이 분야는 효과적인 판단을 넘어 확실한 판단도 필요하다. 감정은 판단을 교란시킨다.


그래서 ‘그날 그냥 죽여 버...’ 말했던 사람은 생각한다. 감정을 흩트리는 좋은 방법은, 눈으로 (제대로) 보는 것. 눈이 보고 있음에도 정확히 안 보이면 생각에 빠진 거다. 눈을 떠도 CPU는 생각에 집중해 시각정보가 약해진다. 그러면 감정이 생긴다. 그때는 봐도 본 것이 아니고 들어도 들은 것이 아니다.


눈에 보이는 걸 정확히 관찰하면 이성적이 된다. 오감 중에서 시각정보는 그 어떤 감각보다 강하고 또렷하며 구체적이다.


남자는 깊은 호흡 따위로 마음을 풀려는 초보가 아니다. 그런다고 풀리면 인간들이 다 도사일까. 흥분과 긴장을 해소하는 - 최대한 줄이는 방법은 물리적인 신체활동과 정신적인 것 두 가지. 두 가지를 조합할 수도 있다.


긴장으로 인해 힘이 들어가 딱딱해진 몸을 강제로 푸는 것과 정신적으로 푸는 것 중에 어떤 것이 더 빠를까.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정신이 훨씬 강하다. 강하기에 - 성공하면 금방 풀린다. 정신이 딱딱해진 신체의 근원이자 프로세서이기 때문이다.


잡아야 할 놈이 앞에 있다.

진심으로 생각한다.

‘야, 잘생겼다 너.’

진짜 미소가 나온다.

웃음은 금방 전염되는 법. 상대도 풀어진다.

그럴 때 바로 조져서 깔아버리고 수갑 채우지.


나 빼고 모두가 진정 남이라고 생각하면, 그게 어느 정도 가능하다면 불필요하게 감정에 휩싸이거나 화를 낼 이유가 없다. 더 고단수는, 현재 나에게 닥친 것에 대한 제3자의 눈으로 ‘객관화’ 하는 것. 긴장에 필요한 생각을 다른 곳으로 돌린다.


어떤 면접자가 굉장히 긴장해서 들어왔다. 그 사람에게 “턱 숙이지 말고, 지금 당신이 메고 있는 넥타이를 구체적으로 설명해봐.” 하면, 곧바로 자신을 긴장하게 한 심사의원들을 지우고 넥타이에 집중한다.


미야모토 무사시의 이야기가 전부 진짜라면, 그는 그걸 통솔할 줄 아는 사람이다. 서로 칼을 뽑기 직전, 그런 사람은 하늘의 구름을 진심으로 바라본다. 나무를 진심으로 바라본다. 아주 자세하게 구체적으로. 그러면 불필요한 긴장으로 들어갔던 힘이 빠지고 몸이 부드럽고 칼을 든 팔의 가동 각도가 넓어진다.


그리고... 그렇게 편하게 있으면 상대는 더욱 긴장하기 마련. 복싱이나 MMA. 계체행사에서 만난 상대에게 겁을 먹은 선수는 이틀 뒤 링에 오를 때까지 몸이 굳어 있게 된다.

나를 바라보는 제3자 시각의 객관화. 현 상황과 전혀 다른 것에 대한 집중 - 그것이 정보원들이 거짓말탐지기를 간파당하지 않고 통과하는 방법 중 하나다. 심문자가 물어보지만 다른 것에 집중하고 있어, 그에 대한 대답은 질문자가 바라보는 진실과 아무런 상관이 없는 제3자의 대답이다.


구체적으로 대답할 내용을 떠올리지 몫하고 네 아니오...만 말한다. 그러면 부정반응 맥박이 안 나온다. 전혀 이상이 없다. 거짓말탐지기가 진실일 때는 이런 파장이 있고 - 거짓말이면 이런 파장이 있는 것이 아니다. 거짓말탐지기는 진실탐지기가 아니란 사실을 사람들은 잘 모른다. 착각이다. 거짓말에만 반응하는 기계다.


정보원은 감정에 치우치지 않기 위해 현 시간 현시점 객관화와 위장. 필요하다. 좀 더 나아가면 세상에 나와 관련된 건 아무것도 없다.


정보원에게 진실은...

반응이 아니다.

차분함을 일상으로 만드는 것.


국가와 충성은 먹는 밥과 같다. 매일 세끼 밥을 볼 때마다 격앙하는 인간도 있나? 그러한 차가운 눈과 마음을 필요로 하는 직종. 한 단계 더 올라가면 나는 더 냉정해지고 상대는 반비례로 감정에 휩싸여 실수하게도 만든다.


“잠시 숨 좀 쉴게.”

“오케이.”


여기서 숨은 집중이며, 지금의 집중이란 ‘딴생각’이다. 현재 자신의 상황이 아닌 딴 생각이다.


볼펜을 보고 생각한다. 이 볼펜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공장에서 조립할 때 뚜껑도 기계로 결합하나? 몸통은 플라스틱 금형에서 찍어내겠지? 심을 만드는 공장은 따로 있나? 설마 그렇게 많은 볼펜을 사람들이 양손으로 돌려 끼우는 건 아니겠지? 하나 가격이 얼마나 된다고. 이게 천원이면 제작비 빼고 얼마나 남지? 가장 작은 공장에 사장 포함 다섯 명이면, 그 사람들이 적당한 월급을 가져가려면 한 달에 얼마나 만들어 출고해서 넘겨야 하지? 총 월급을 천만 원으로 두고... 일단... 2만에서 3만개... 잠깐만... 원가를 생각하면...


......드디어 가라앉기 시작한다.


“후...... 미안해.”


다른 남자가 웃는다.

웃으면서 가볍게 말을 던진다.


“다 챙겼나?”

“오케이 그런 것 같다.”


“음. 다 챙겼다고 생각했을 때 조심해. 현장 가면 항상 뭐가 비더라.”


“순서대로 구령하면서 점검해볼까.”

“그래. 그게 좋아.”


둘 중 하나는 특이한 이력이 있다.

아는 사람만 알아듣는다.

한 사람은 군대 공수교육을 두 번 받았다.


“보고하고 나가자.”

“충성. 오늘도 과감히.”


"난, 단결! 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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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28사 병장 2 21.03.25 217 5 12쪽
63 28사 병장 1 21.03.18 234 2 12쪽
» 글록 파이터 2 21.03.11 158 2 11쪽
61 글록 파이터 1 21.03.04 155 3 12쪽
60 심심한 날의 분노 21.02.25 157 2 12쪽
59 섬진강 3 21.02.18 147 1 12쪽
58 섬진강 2 21.02.09 168 3 11쪽
57 섬진강 1 21.02.04 194 5 11쪽
56 이성적 배신자 3 21.01.25 126 2 12쪽
55 이성적 배신자 2 21.01.18 134 4 12쪽
54 이성적 배신자 21.01.11 155 4 11쪽
53 믿습니까!!! 2 21.01.04 122 3 12쪽
52 믿습니까!!! 1 20.12.28 138 4 12쪽
51 폭력의 서막 2 20.12.21 119 3 13쪽
50 폭력의 서막 1 20.12.16 158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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