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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ar Mom

웹소설 > 일반연재 > 공포·미스테리, 전쟁·밀리터리

조휘준
작품등록일 :
2020.09.17 23:25
최근연재일 :
2021.06.17 12:00
연재수 :
69 회
조회수 :
13,409
추천수 :
341
글자수 :
354,049

작성
21.02.09 12:00
조회
1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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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자
11쪽

섬진강 2

DUMMY

우린, 알면, 정보를 취득하면, 시간을 다투어 빨리 가서 잡는다.


깨고 본다. 대졸처럼 거대한 정보망이 없다. 군과 북조선에 관련된 것은 우리 손에 들어온다. 대졸은 군 문제를 우리에게 협조받아야 하고, 우린 사회에 연결된 걸 협조받아야 하나... 정보를 교류는 하나, 대체로 서로 소 닭 보듯 한다. 그들은 우리를 아래로 보고, 우린 그들 밑에 들어가고 싶지 않다.


북조선은 모든 수단을 동원해 우리 군을 캐려고 한다. 훔치려고 한다. 1945년부터 지금까지 365일 24시간 우리 정보를 캔다. 한시도 쉰 적 없다. 모든 방법을 동원해 사방에서 벌레들처럼 기어와 구멍을 내려 한다. 멀쩡한 사과를 썩은 사과로 갉아 먹는다. 침을 묻혀 사과 속을 누렇게 변색시키려 한다. 우리가 대졸과 협조하는 딱 하나는, 남하한 어떤 인간들이 군의 인사를 건드리거나 포섭할 때다. 남하한 인간은 대졸 관할이고 작업대상은 우리 관할이다. 그 외에는 기본적으로 없다. 안 준다. 와서 무릎을 꿇고 사정하면 모르겠다.


중요한 걸 손대지 않고 넘기면 우리가 침해당할뿐더러, 모든 정보는 보는 사람 관점에 따라 다르고, 그로 인해 진행이 느려지면 우리가 준 정보가 의미를 잃고 무력화된다. 정보는 내용도 중요하지만, 시간의 승부다. 대졸은 너무 미적거린다. 정보가 다른 기관으로 넘어갈 때 악의적 비-악의적 누설이 시작된다.


정보는 ‘딱 한 명에게만 말할’ 때, 딱 한 명에게만 말한다고 착각할 때 누설의 시작. 그놈도 딱 한 사람에게만 말할 가능성이 생성된다. 한 명에게 말하면 만 명이 알게 된다.


시간이 문제다. 정보기관은 실행력 없이 정보력만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정보를 취득한 자가 즉시 직접 움직이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그리고 공과는 해결한 사람에게 간다. 민간인이라도 우리가 먼저 잡아서 털고 넘기는 것이 우리를 보호하는 길. 조금이라도 군과 연관이 있으면 된다. 그러한 시간적인 문제는 곧 사라질 그림자와 같은 것. 타이밍의 승부. 그걸 우리 회사가 한다. 우리 회사의 전투원이 우리다. 우린 최전선에 있다.


개인적으로 더 나아가,

이것이 국가를 위한 일이라고 강철의 의지로 믿는다. 국가가 적법이란 걸림돌 때문에 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는 걸 수행한다. 나는 반 인민, 반 민주주의자를 처단하는 사명을 수행한다. 나는 국가가 알면서도 주저하는 곳으로 향하는 날카로운 효자손. 나는 나의 영민한 힘을 국가에 대한 봉사에 전념한다.


나는 지금, 빨리 손을 대야 함에도 대지 못하는 것에 화가 나서 나섰다.


우연히 국회청문회를 보다가 충격을 받았다. 북한에 관해서 고위 장성에게 ‘알고 있었나, 몰랐느냐.’ 국회의원이 야단치듯 질문한다. 미친 거 아닌가? 정보의 기본.


[내가 알고 있다는 자체를 남이 몰라야 한다.]


저런 국방위원이 있다니... 군대를 안 간 인간이 국방정보를 만질 소위원회에 소속되면 안 된다. 병장 제대를 해도 정보를 어떻게 조심해야 하는지 기본은 안다. 이 종이 쪼가리 음어를 분실했다간 실형 받고 군 교도소에 들어가는 거 안다. 단 한 개라도 분실하면 전군의 음어가 바뀐다는 사실을 징집병사도 안다.


“알고 있었던 겁니까, 아니면 전혀 모르고 있었습니까!”


난감한 질문을 받은 장성은 그 대답을 해도 문제고 안 해도 문제다. 대답하면 정보계통에 피해를 주고, 대답을 안 하면 국회의원에게 모욕을 당한다.


“아니, 장군이 그것도 몰라요?”


‘저 나이 먹은 미친 새끼.’


말 한마디 실수로 상대 정보국이 감을 잡은 예는 수없이 많다. 대답을 안 하는 것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장성도 진급하고 보직을 유지해야 하는 현실 때문이다. ‘너 국방부장관은 내가 도시락을 싸고 반대할 거다.’ 그 질문에 대한 답은, 벽이 두꺼운 방에서 기자 내보내고 문 밀폐하고 비공개로 해야 할 말이었다. 거기다가 그 질문은 군의 무선감청이 뭘 잡았는가 못 잡았는가 묻는 것. 저 양복쟁이. 짬밥 한술도 안 떴나? 미친 거 아냐?


“저... 배지 달고 있는 빠가사리들.”


그러자 과장님이 3일 만에 한 말씀 하셨다.


“어이. 발언의 허가를 요청하고 말해.”


그래도 대리였지만 말조심 안 하다 죽는다...

하지만 본인도 사심의 말을 던졌다.


“모르는 애들이 다루긴 편하다. 텔레비 꺼라 이제.”


이 정도가 우리의 사담의 극대치. 텔레비전의 의원을 보며 생각했다. 저렇게 믿을 수가 없으니 정보기관들도 사람의 뒤를 캐지... 정치가 정보의 등을 치고 배를 만질지 어떻게 믿나...


‘운동이나 좀 해라 이 디룩디룩.’

아마 마음 비슷했을 거다.

‘어떻게 저런 사람이 국방위에 있지?...’



화를 통해서 형성된... 나의 리스트.

다섯 개. 국가 5적. 평상시 기분 너무 나빴던 놈 다섯 보내고 내 인생 어떻게 되나 보련다. 죽으면 죽는 거고. 우리는 죽음을 미화 찬양하는 버릇이 있다. 국가를 위해서 처단되어야 할 비싼 밥 먹고 더러운 똥 싸는 국가의 적!


그중 두 개는 했다. 3번을 하려는데 방해자 같은 놈이 나타났다. 어떻게 뭘 알았나? 우연인가? 정말 어떻게 했다간 뉴스가 떠들썩할 것 같아 들이박고 피했다. 지팡이 뜨면 골치 아프다. 경찰에는 방송사와 기자가 끈적이처럼 붙어 있고, 경찰이 뜨면 ‘무슨 일이지?’ 대졸의 감시와 분석이 시작된다.


그 새끼가 진짜 경찰이야? 아닐 거야. 경찰이 무슨 복장이...

꺼져라.



‘가로등 색깔부터 다른 것 같네?’

나는 이 동네를 잘 모르지만, 그래도 서울이고 내가 아는 한도 안에서 잘 사는 곳. 난 걸어간다.


잘산다는 건 어느 정도를 말하는 걸까. 내가 뭘 접해봤어야지. 좋은 장난감 사거나 피차 치킨을 먹고 싶을 때 먹는 건 부자라고 생각했는데, 성인이 돼서도 그 갭을 잘 모르겠다. 성인이 된 후로 아무에게도 - 창피해 - 말은 안 했지만, 이 시대에 선진국이라는 대한민국에서 나는 밥과 김치만으로 끼니를 많이 때웠다. 누구 믿으라고 말도 못 하고 떠올리면 내 속이 껄끄럽다.


못 믿을 사람이 더 많을걸. 사고가 난 후. 친척이 오가며 우릴 돌봤고, 옆집 아주머니도 우리에게 상당히 정을 주었다. ‘입맛에 맞겠니?’ 라고 밥을 주셨지만, 몇 가지 반찬으로도 나에겐 진수성찬이었다. 나라가 이리 잘 살아도 이 땅에 북조선처럼 먹고사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물론 극소수지. 집도 절도 없는 노인네만 그런 게 아니다. 버려지는 아이들 있다. 그 아주머니로 인해서 나는 세상에 ‘착한 사람’이 있다는 건 인정했다. 나 같은 애들이 있는 곳으로 가라고 해서 그 뒤로 못 봤다.


내 입대도 약속한 돈이 크지만, 액수가 몽상적이다. 크기가 없다. 밥상이든 군용식기든 수저를 뜨기 직전 죄책감 같은 걸 느꼈다. 슬프고 그런 거 아니다. 그냥 껄끄럽다. 나를 정성으로 돌본 여성에 대한 미안함 그런 것. 그 여자는 좋은 사람이었지만 시간이 짧았다. 살아남은 자의 밥상. 식기. 너무 좋은 걸 먹으면 죄책감의 무게가 있었다. 많이 먹을 수 있었지만 난 김치에 국이면 만족했다. 같이 들어온 놈 중에 나만큼 굶주렸던

사람이 없다. 난 식탐을 숨겨야 했다.

지금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로 이 길을 걷는가.


내가 있어야할 동네 지역이 아닌 것 같다. 담벼락이 집들을 가려 안 보인다.


‘여긴 뭘 먹고 사나. 내가 모르는 거겠지?’

난 산에서 그렇게 잘 먹여줄 줄 몰랐다. 오래전에는 엄청 굶겨서 북한 주민과 똑같은 외향을 만들었다던데. 하지만 먹은 건 토해야 했다. 괜스레 잘 먹여준 게 아니다. 잘 먹은 걸 몸에 다 쓴다. 산타고 뛰고, 엄청난 무게로 상상 못 할 거리를 돌파한다. 길은 못 탄다. 걸리면 죽는다.


이어지는 추위. 더위. 허기. 기절. 뱀. 개구리. 얼음물 한 시간. 쥐가 나고. 햄스트링. 인대 손상. 근육파열. 여러 관절. 손가락 골절. 목과 팔뚝이 수풀에 갈기갈기 찢긴다 할 정도로 베고, 가지에 정강이를 찍혀 진물이 질질 흘러도 뛴다. 여러 곳이 결리고 당기고 쓰라려도 뛴다. 아침에 뛰려고 몸을 풀면 “어윽. 어윽.” 서너 곳이 결린다. 병원이면 누워야 할 사람도 다 뛴다. 아침에 일어나면 온갖 부상과 근육 결림으로 서기도 힘든데, 뛰면 또 뛰게 된다. 뛸 당시는 모른다. 뛰는 방법은 전력 질주 외에 없다.


그래도 인간 입에 좋은 것들을 줬다. 난 그게 대단했다.

우물 안의 개구리. 여기, 노랑물로 함몰된 골목길을 걷는다.

부촌. 그 집 찾을 수 있을까?

찾으면 찾는다.

‘그 시끄러운 새끼 좀 조용히 시키러. 4번.’


담벼락의 위압인지, 차가 충분히 지나가는 골목에 행인이 없다. 하긴 여긴 걸어서 갈 곳이 없어. 차를 타고 귀가하는 게 전부지. 그래서 가로등도 많지 않고 어둑어둑하다. 이 동네에 돌아다니고 싶으면 그래 봐... 그러는 것 같다. 집마다 CCTV가 각을 보완하며 무척 많이 달렸다.


‘번지. 우편물. 혹 대문에 경호원?’

“음... 음...”


반대편에서 걸어오는 서넛.

스캔.

그래도 고개는 숙여줘야지.


여자 하나. 남자 둘. 셋은 연관 없음. 서로 모르는 사이. 남자 둘은 여자에게 가깝게 붙었다가 이상한 사람 취급받을까 봐 일부러 발걸음을 줄이고 거리를 벌리며 온다. 셋은? 분명 모르는 사이다. 가는 방향이 우연히 맞아서 셋 모두 어정쩡한 걸음을 걷는다.


여기가 너무 한적해서 뻘쭘하다. 여자? 음... 아냐. 군인은 당연히 아니고, 대졸에서 활동하는 여자들은 특징이 있지. 딱 꼬집어서 말할 수 없지만, 스타일이 있어. 회사 밖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은 일부러 물을 들이지만, 그래도 보면 다르지. 특히 눈을 보면 결코, 평범하지 않아. 평범하지 않은 형태의 대표적인 것이 무표정. 그냥 무표정. 물어도 답해도 무표정. 어떨 때는 그게 더 수상한 거다. 거기나 우리나 비슷한 곳에서 살다 보면 생기는 그런 게 있어. 없어. 저 여자는 아냐.


하나... 둘,,, 셋,,,

다 지나치고...

난 발길을 멈추고 뒤돌아본다.


“혼자야?”


베이스볼 캡.

계속 걸어간다. 지나치면서 못 들은 것 같다.


“등도 치냐?... 혼자냐고.”


드디어 베이스볼 캡이 멈추고...

모자챙이 나에게 돌아온다.

조용한 몸 자세. 야구모자가 머리를 삐딱하게 본다.


“그러길 바라냐?”


역시... 손.

넌 손을 일부러 감췄어. 알아볼까 봐?


볼 필요도 없었어. 이미 그림자로 느꼈어. 내 뇌에서 문장으로 완성이 안 됐을 뿐이야. 힘 빼고 위장하는 거, 너 오늘 잘 안 되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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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28사 병장 1 21.03.18 234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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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 이성적 배신자 2 21.01.18 134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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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믿습니까!!! 1 20.12.28 138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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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폭력의 서막 1 20.12.16 158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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