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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ar Mom

웹소설 > 일반연재 > 공포·미스테리, 전쟁·밀리터리

조휘준
작품등록일 :
2020.09.17 23:25
최근연재일 :
2021.06.17 12:00
연재수 :
69 회
조회수 :
13,348
추천수 :
341
글자수 :
354,049

작성
21.01.11 10:00
조회
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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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글자
11쪽

이성적 배신자

DUMMY

“공부 좀 하게 생기셨네요?”


화장실에서 안경을 주웠다. 자세히 보니 안경알이 없다. 패션 안경. 문득 생각이 든다. 돼지는 식용으로 정리되었고. 다섯 개에서 고작 두 개 해결. 리스트를 약간 바꿔볼까. 복장은 딱 맞아.


‘안경 이거 여자 거 아냐?’


끼어보니 좀생이 같고 스타일 설정 우수하다. 역시 안경테는 얼굴의 각을 깎아. 테가 클수록 더 확실히 깎는다. 연예인들이 잘 알지. 낚시 모자 쓰고 테 큰 안경 쓰면 많이 깎이지. 나도 나가면 비슷한 거 하나 써야겠다.


“야, 공부 좀 하게 생겼다. 핫 하!”


제법 온화한걸. 프로그래머나 프렌차이즈 사장 같은걸. 나도 안경 쓰는 것이 좋겠다. 나 자신은 모르겠지만 눈빛에 살기가 있다고 하니. 내 눈이 그런가? 난 모르겠다.


“아~~ 빈~~ 투 패러다이스. 네버 빈 투 미...”


10분을 기다렸지만 아무도 오지 않는다. 안경을? 쉽게 잃어버린 걸 까먹을 물건이 아닌데. 안경테지만. 여기서 잃어버린 걸 모르는 거야? 이거 패션 안경이라 까먹었구만. 이것도 오래 끼면 꼈는지 감이 사라지니까. 그래? 미안. 내가 좀 쓰자.


‘남자 화장실인데···. 애가 작은가? 머리칼도 좀... 이쪽으로···.’


아무래도 안 오는 것 같네.

밤을 기다려야 돼. 그래.

안경.

거기 가서 시간 좀 보내자.


그나저나 그 사람. 정말 경찰이야? 안 그래 보이던데. 경찰이 뭘 그리 잘 빼입었어. 거기 사는 사람인가. 내가 수상해 보였나? 설마 신고하진 않았나? 뭐 그래봤자 단순 폭력이니 ‘또 보면 신고하세요’ 정도지 뭐.


“갑시다. 조사장.”


넓은 일직선 길. 양쪽에 크고 멋진 건물들이 흐른다.


평일. 그 사람 강의는 있나? 그 사람이 있나? 몰라. 그냥 가보는 거야. 아니면 말고. 없으면 학식이나 먹지. 먹어보고 싶어. 싸잖아 또. 난 요리에 취향이 없고 양만 차면 되니, 밥을 자기가 푸는 학식 좋지.


햇살. 사람들. 드디어 차창으로 보던 장면 안에 내가 걷고 있다. 여유를 가져라. 마음이 오므라들면 이 학교 학생으로 안 보인다. 이렇게 저렇게 입는 사람 많으니까. 중요한 건 여유. 편안함. 어디건 편안하지 않으면 보통 사람 눈에도 뜨인다. 종로건 홍대건 멀리서 놀러 온 사람이 긴장하면 확실히 보여.


옷 때문이 아니야. 눈이 바쁘지. 당당한 게 중요하지 지금 내 옷은 중요하지 않다. 뭐 저런 곳을 입었어. 조교야? 어디 공대 오타구야? 그래봤자 사람이 진정으로 편안~~~~~하면 이 학교 학생이다. 잘 차려입은 사람도 외지인 티를 낸다. 아무리 복장을 갖춰 입어 그럴듯해도, 마음이 불편하고 눈치를 살피면 이 학교 학생이 아닌 거다. 일단 둘러보지 말 것. 학생이면 깊은 생각을 하는 듯 걸을 것. 편안하면 우리 학교 사람이구나 곧 관심을 끈다.


관심이 있다면 무슨 과지? 어디 학부지? 묻겠지.


사람들은 잘 모르지만, 우리나라의 대표 얼굴은 없다. 그런 경향만 있지. 젊은 애들은 공통 특징이 있지만, 한 40 넘으면 별의별 얼굴이 다 있다. 중국인 얼굴도 있고 일본인 얼굴처럼 보이는 사람도 있다. 전국에서 모이는 학교도 마찬가지지. 외국인들도 엄청 많은 데 뭐. 거꾸로 여기 옷들에 적응한 중국인들, 말하기 전에는 못 알아보지.


교육받은 대로... 연기하지 마라. 위장과 연기는 긴장을 동반한다. 그냥 마음을 바꿔라. 그냥 여기 학생이란 걸 진심으로 믿어라. 그러면 된다. 당연히 난 여기 학생이야. 몰랐냐?


교양계열이지? 이정표를 보자···.

해당 건물에 들어가면 강의표가 어디 있겠지.

그냥 들어가도 되나? 똑같지. 당당하면 청강생이다.


오, 로비 책상에 원서. 제목도 못 읽겠다. 들어. 딱이다. 나갈 때 다시 놔두면 되니까.


‘뭐냐 이게. 감이 안 잡히는 책이네. 공식 같은 것도 없고. 제목도 모르겠네.’


강의표. 호실 확인.


이게 얼마 만인가.

아니 이 정도로 훤한 걸 언제 봤지?

공기가 다르네, 향기로워.


환하다. 밝다. 긍정적이다. 공기가. 기온이 따뜻해. 젊어.

저 사람인가?


맞네. 흐흐. 사진 그대로야. 학생들은 조심하고 있고. 근데 제대로 듣는 애들이 별로 없어. 들어가 앉아. 교수들은 청강생 금방 알아보고, 어지간해서는 청강생 나빠하지 않는다. 자기 강의가 좋아서 왔다니까. 흰머리 독수리들은 특히 좋아하지. 날 쳐다보면 예의 바르게 목례 하면 된다. ‘예의 바르게’가 핵심이다. 그럼 청강? 인정! 설마 나가라 안 한다. 자리도 많이 비었고...


“거기. 학생.”

“저요?”

“네. 맞아요.”

“정말?”


“네. 죄송합니다. 전 사실 강의를 들어도 모르겠습니다.”


“뭐가요. 구체적으로...”


“우리나라 종교의 역사와 미래에 관한 말씀이요.”


“뭐가 어떻다는 거?”

“구체적인 것이 너무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들어오자마자 브레이크 등이 들어왔네.


“어떤. 구체적인 거?”


“교수님은 이성과 현실을 모두 고려해서 말씀하신다고 했는데, 정말 그러신가 설명이 부족해 보입니다.”


“말을 잘 모르겠는데, 일단 생각을 얘기해봐요.”

“좀 길어도 들어주시겠습니까.”

“최대한. 말해봐요.”

이로 인해 내 존재는 확실히 위장되었다.

온통 신경이 쓰여 난 관심 1도 없다.

“네. 감사합니다. 직설적으로 하겠습니다.”

“그래요.”


“우리는 911에 놀랐고, 우리는 알카에다를 욕했습니다. 빈 라덴은 사살되었고, 이제 대를 이어 IS를 욕했습니다. 천하의 야만적인 놈들이라고. 하지만 이제 IS도 거의 붕괴하여 이라크에서는 정부군이 이기고 IS는 근처 나라로 피신해서 전투행위를 테러처럼 이어갑니다. 쿠르드족 지역도 IS가 밀리고 있습니다. 중동에서 순수 이슬람주의를 표방, 동조하길 바라며 동족도 학살합니다. 사람 엄청 죽였죠.”


“죽였죠 라 그러면 안 되지. 살해했다!”


“네 살해했어요. 순수 이슬람? 이슬람 근본주의? 여자는 사실상 인간이 아니라 남성의 부속물이죠. IS 선전도 웃겨요. 사람의 심장과 비슷한 토마토를 먹으면 안 되고, 남성의 성기와 비슷한 오이를 여성이 먹어서는 안 된다고 한 것이 IS입니다. 쿠르드족 청소년 포함 여성들 대서 납치해다 성 노리개로 착취하고요. 그리고 여자에게 죽은, 아니 여자에게 살해당하는 이슬람 남자는 천국에 못 간다는 둥. 이런 잡다한 쓰레기 규칙들이 넘쳐나죠. 가지는 만지지도 못하게 하겠네요. 앞이 너무 굵어서 너무 과격하게 성적이니까요?”


“말이 과해. 줄여. 줄여. 이슬람 심각하지. 논리도 없고.”

“IS도 한물갔다네요... 이제 어쩌죠?”

“끝나겠지.”


“하지만 이제, 우린 중동지역 전체가 ‘종종 이상한 폭력 파들이 나타나는 위험하고 이상한 동네’라고 생각합니다. 바로 이 땅, 그들에서는 아주 먼 이곳 대한민국에서. 결국, 우린 미국 편인가요? 너무 미국인처럼 사고하게 된 건 아닐까요?”


“우린 미국을 빼놓고선 어쩔 수 없어. 그건 현실이야.”

“몇 년 전 통계가 있어요. 혹시 모르시면 잘 들어보세요.”

“말은 좀 예쁘장하게 하라니까!”


“들어봐 주세요. 세계 인구는 76억 명입니다. 그중 기독교와 유사 기독교가 25억으로 33% 정도죠. 이 안에는 가톨릭, 정교회, 성공회도 포함하고, 그리스 러시아 정교회와도 다른 기독교 유사종교 4억 5천도 포함입니다. 범 JESUS 종교권이죠. 현재 지구에서 가장 큰 것은 기독교와 기독교 계열은 맞습니다.”


“그래서?”


“무슬림은 18억으로 24%입니다. 다시 말해 세계 인구의 1/4이 이슬람이죠.”


“거봐. 아무리 그래도 기독교가 우위에 있다니까.”


“계속 들어보세요. 여기서 안 끝나죠. 힌두교는 10억으로 13%. 불교 5억으로 7%. 그리고 무신론자도 8억으로 11%입니다.”


“11 프로라...”


“서방이 무서워하는 건, 선진국은 인구가 감소하는 추세인데 이슬람교도 숫자가 급증하고 있다는 겁니다. 이슬람의 팽창이 얼마나 대단한가 하면 2008년 19% 늘어났는데 10년 사이 24%가 늘었어요. 무섭지 않으십니까? 이슬람 국가는 48개국. 2060년이 되기 전에 이슬람이 기독교권을 제치고 지구상 가장 큰 종교로 등극하게 됩니다. 이것은 교수님도 말씀하신 현실이에요. 무슬림 인구는 세계 인구 증가율의 2배가 넘어요. 현재... 우리가 중동과 말레이시아에 공을 들이는 이유를 아시겠어요?”


“이슬람 인구 증가율이 세계 평균의 두 배라고?”


“또한, 선진국과 아시아에서는 무신론자가 상당하게 늘고 있습니다.”



“그래서 문제야. 바로 그 점이 문제라고. 사회가 타락한 이유 때문이라고.”


“미국은 중동을 눌러버리려 하죠. 사실 아무 말이나 막 해서 비난하고 빌미를 잡아 쳐들어갑니다.”


“어. 어. 과해. 다 이유가 있는 거야.”

“글쎄요. 저는 잘 모르겠는데요.”

“혈맹. 우방이란 사실을 잊지 마.”


“하여간 그렇고요. 우리 연장자들이 좋아하는 미국. 미국은 무신론자가 5%밖에 되지 않는 세계적으로 특이한 국가입니다. 물론 기독교가 절반을 훨씬 넘고요. 유럽과 북유럽은 기독교 비중 생각보다 낮아요. 무신론도 광범위하고요.”


“그것 보라고. 그게 안정적인 거야. 미국이.”


격한데? 내가 이런 이야기도 듣고 앉았네.

이 상황에서 조는 애들은 뭐냐. 흥미로워. 하하하.


“조금 생각을 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강의(설교)를 듣다 듣다 저도 더는 침묵할 수 없어서 말씀드리는 겁니다.”


“결론은 자네와 내가 같은 거라고.”


“우리나라를 돌아볼까요. 우린 기본적으로 이슬람에 거부감이나 좀 이질적인 느낌을 가집니다. 이슬람 신도도 국내에 별로 없고 남성권위주의 쩌는 문화니까요. 세계적으로 가부장이 우리나라 높은 편은 아니에요.”


“그러니까 내 말이! 뭐가 그리 불평등하다고 그러는지. 진짜 가부장은 미국도 보수나 이슬람이 강해. 남편 성을 따르지도 않아. 우리나라는.”


“하지만 우린 무엇에 영향을 받았을까요. 미국? 기독교? 광화문의 마이크와 고성은 기독교를 파괴하고 있다는 걸 모르십니까?”


“갑자기 얘기가 왜 그리로 넘어가. 아냐 그건.”


“사람들은 착각해요. 대한민국이 기독교 국가인 것처럼 통계와 다른 얘기를 해요. 교회가 워낙 많으니까. 하지만 국제적인 통계를 기억하시라고요. 아시아 국가 중에서 무신론자가 가장 많은 나라가 둘 있으니, 일본이 57%,”


“그렇게 많아?”


“그리고 기대하시라... 대한민국이 무신론자 56%입니다.”


“뭐? 뭐? 뭔가 통계가 잘못 잡힌 거 같은데?”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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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 심심한 날의 분노 21.02.25 157 2 12쪽
59 섬진강 3 21.02.18 146 1 12쪽
58 섬진강 2 21.02.09 168 3 11쪽
57 섬진강 1 21.02.04 192 5 11쪽
56 이성적 배신자 3 21.01.25 125 2 12쪽
55 이성적 배신자 2 21.01.18 133 4 12쪽
» 이성적 배신자 21.01.11 153 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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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믿습니까!!! 1 20.12.28 137 4 12쪽
51 폭력의 서막 2 20.12.21 118 3 13쪽
50 폭력의 서막 1 20.12.16 156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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