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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ar Mom

웹소설 > 일반연재 > 공포·미스테리, 전쟁·밀리터리

조휘준
작품등록일 :
2020.09.17 23:25
최근연재일 :
2021.06.17 12:00
연재수 :
69 회
조회수 :
13,407
추천수 :
341
글자수 :
354,049

작성
21.03.25 12:00
조회
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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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글자
12쪽

28사 병장 2

DUMMY

드디어 앞서 대화하던 팀장이란 사람과 깁스한 사람이 알아듣기 시작한다. 팀장은 아마도 다이아몬드였다.


“내가 군인인 줄도 몰랐다고. 난 돈 한 푼 못 받았어!”


팀장이 끼어든다.


“그만 하십쇼. 담당관님.”


그때 무전기에 외치던 안테나의 목소리가 줄어들기 시작한다.


“섬진강. 자세 잡아.”


야구모자가 다리를 한 족장 벌리고 주먹을 쥐어 옆구리에서 띄운다.


“좋게좋게 하니까 이것들이. 누가 산으로 가고 누가 내려오는지 넌 알아? 내가 알지. 새끼야. 훈련대에서 뽑은 게 나라고. 넌 날 보지도 못했지. 넌 로또야. 로또. 어이 섬진강 아저씨. 여기 군대야?”


“하사 OOO. 죄송합니다.”


드디어 말을 알아들었다.


“너 원래 어디였는지 알아?”


나이 든 사람은 정말로 화가 났다. 운짱 포함 차 안의 사람들 모두 입을 열 수가 없다. 성격 어떤지 모두 안다. 그냥 인상 좋은 아저씨로 착각하지만, 이 차 안의 사람들은 다르다. 그리고 사람들은 이 담당관이 어디 출신인지 섬진강이 모른다는 것도 알았다.


팀장이 중재를 나선다.


“일단 일부터 하시죠.”


편하게 하던 말이 사라졌다.


“팀장님은 들어와서 편하게 앉으세요.”


화가 나자 존댓말을 하기 시작했고, 팀장이란 사람도 놀랐다.


“그만하시고 일부터.”


“일부터 하려고 저 녀셕을 불렀습니다.”


처음에 ‘저 녀석’이라 불렀다면 분위기 더욱 심각했을 것 같다. 차 안의 사람들은 이 넉넉한 성격의 행보관급이 과거에 어떤 전설을 가지고 있다는 걸 들었다. 묻지 못하던 걸 지금 들은 거다. 그게 진짜라는 걸. 안테나라 불린 사람이 낮게 무전 교신하는 소리만 들린다.


“원사임.”

“대위님. 군대는 군대입니다. 저 하사 새끼가 어디 감히.”

“저는 괜찮습니다. 고정하시고.”

“예.”


안테나는 송수화기에 입술을 바짝 대고 속삭이는 목소리로 변하고, 팀장도 얼굴이 변화한다. 팀장급은 장교 계급이지만, 드물지만 장교도 산 출신이 있다. 산에서 왔다 아니다로 건드릴 수 없는 어떤 게 있다. 섬진강은 그걸 알고 진심으로 팀장을 대하지 않는 분위기가 있었다. 팀장은 침묵한다.


“내가 선배라니 놀랍냐? 쥐 새끼 껍질을 벗겨서 아가라에 넣어줄라... 너 그동안 좀 봐왔어. 여기 본부에 선수 출신이 한둘인 줄 알아? 모르지? 노인네들이 고생했다고 봐주니까 착하게 보이냐? 고생이 고생이냐? 고노단이 진짜 선수야! 왜... 마음이 좀 꾸꿀 하냐? 듣기 불편하냐? 그놈에 비하면 넌 꿀 빨았어. 이런 말 하게 니가 만들었어.”


차들은 옆에서 쌩쌩 달리지만, 고요와 침묵이 따로 감돈다.


“지금 상황 몰라? 뼈가 부서져도 그때 잡았어야지 이 지경을 만드냐? 그 또라이가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두세 군데나 박았어. 사람이 죽었다고! 이 일이 군대로 밝혀지면 너나 나나 죽어. 씨발, 맨 전투복에 포승줄 묶는 거 뉴스에 나올 수도 있다고! 장호원에서 군기 잡혀보고 싶냐? 우리도 관여한 작전인 거 까먹었냐? 피의자가 개 작살 났어.”


“몰라 뵈서 죄송합니다.”


“알아뵈건 몰라뵈건, 빨리 잡아서 세상을 잠잠하게 만들어야 돼! 그 새끼가 군인이란 게 밝혀지면 다 아작 나는 거야!!! 그게 현 상황이야. 어디서 오함마로 쎈터 까이던 고참한테 폼을 잡고! 죽고 싶어? 너는 지금 농담할 때야? 이 일이 안 좋게 끝나면, 쉽게 말해 여기 팀장님 진급 못 해.”


산은 산이오, 물은 물이며, 장교는 중령 대령 장군이 될 수도 있다. 그 장교가 꼭 나의 지휘관으로 올 가능성은 적지만, 이 좁은 한반도에서 누구와 감정 안 좋아봤자 결국 어디서 걸린다.


“다 찢어지고 좆되는 수가 있어. 그러면 너도 결정대상이야. 그래. 원하는 데 다시 보내줄까? 김일성 눈깔 빼기 하고 싶냐? 너 올라가면 다시 신병이야. 견습으로 반 죽어보고 싶냐. 훈련대에서 자대 가기 전에 꾸던 악몽 다시 꾸게 해줄까?”


대위가 소매를 잠시 잡았다 놓는다.


“시간 없어. 군말 없이 묻는 말에만 답해.”

“옙.”

“너 걔 잘 알아?”

“같이 있었습니다.”

“동기동창이지?”

“그렇습니다.”

“더 아는 거 없냐?”

“개인적인 것 말씀이십니까?”

“그래. 모두 싸그리.”

“......”


“야. 안테나.”

“진행 중입니다.”

“긍정 부정.”

“긍정적입니다.”

“팀장님. 하나 내리고 얘가 여기 타게 하죠.”

“그럽시다.”

“가면서 얘기하자.”


같은 일에 몰두하나

원하는 방법과 결과가 다르다.


어떤 차는 서있고,

어떤 차는 달린다.

그 ‘어떤’은 회사가 다르다.


지금 달리는 차는 중형 승합차인데,

무게가 있어 굉장히 묵직하게 달린다.


“총은 예비입니다.”

“예.”

“예.”


말을 듣고 삼단봉과 다른 장비를 잠시 만진다.


둘은 차량을 타면서 두 번 놀랐다. 문의 유리는 특수코팅이 돼 있었고, 문을 열면 ‘좀 더러운’ 커튼이 있다. 그 더러운 커튼은 ‘이 안에서 누가 자나?’ 떠올리게 한다. 그리고 차량 겉에 쓰인 로고. 건축 직종의 한 파트였는데, 둘은 생각했다.


‘회사 안에 미술부가 있나? 위장 죽인다.’


차는 새 차였는데 외장에 일부러 만든 흠집과 직종 로고는 놀라웠다. 정말 그래 보인다. 직종도 그렇고 차 겉과 로고에서 풍기는 이미지는 노가다 직종이 아닐 수가 없다. ‘아닐 수가’ 없었다. 이건 미술을 아는 사람이 만져준 것이다. 차량의 문 lock에 소리가 안 나게 처리한 것과 엔진보강은 알고 있었지만, 이러한 위장은 처음이다. 사람들이 딱 한 번 보면 안 다가올 차다. 도로를 달리다 시비를 걸고 싶지 않은 냄새가 팍팍 풍긴다.


‘운전 똑바로 안 해! 씨. 긁을 뻔 했잖아! 눈 어따 뜨고 다녀!!!’


차 안에는 여러 장비로 꽉 차 있고 컴퓨터 모니터가 있다. LED 열 개도 넘게 점멸하고 모니터 화면 때문에 적지 아니 밝다.


모니터를 보며 한 직원이 열심히 뭘 하고 있고, 아무것도 안 하고 앉아 있는 두 명은 저게 무엇인지 뭘 하는 건지 모른다. 둘은 꿔다놓은 보릿자루처럼 앉아서 뒤에 푹 기대고 있다. 조금 어색하다.


달리는 앞을 보고 앉아야 차를 타는 것인데, 둘은 지금 옆을 보고 앉아 있다. 그리고 매우 비좁다. 둘은 이런 차가 처음이고, 왜 이런 차를 타야하는 지도 불편하다. 눈을 감은 둘은 거만함이나 무관심이 아니다. 출동하게 되면, 이 회사의 어떤 직종이라도 시간을 무시하고 길게 끄는 경우가 많은데, 그럴 때 잠도 못 자고 눈이 피로하다. 눈이 피로하면 (역시) 판단에 악영향을 준다. 그래서 이런 이동시간에는 귀만 열고 눈을 감는다.


겨드랑이에 총을 찬 둘은 습관적으로 핸드폰도 잘 보지 않는다. 스마트폰을 한참 보고 눈을 들면 잠시 먹통이다. 특히 밤에. 내선만 연결되는 특별하게 만든 폰이지만, 화려한 핸드폰 디스플레이를 오래 보면 눈에 안 좋고, 사격에도 안 좋다. 스마트폰 화면을 5분 보다가 총을 뽑아 가늠쇠 가늠자를 보려면 뭔가 흩어지는 기분이 든다. 멀쩡한 상태의 눈과 다르다. 그래서 점수로 기록되는 사격훈련 전에는 스마트폰을 보지 않는다.


“그래도 총잡이 두 명이면 든든하네요.”


모니터를 보는 직원이 말했다.

눈을 감고 있던 두 명 얼굴에 미소가 떠오른다. 웃겨서 웃는 것이 아니다.


‘이분들이 무슨 소리들을 하시나.’


차에는 운전, 모니터 직원. 그리고 이 차의 담당인 직급 한 명, 그리고 눈 감고 앉아 있는 두 명., 합이 다섯이다.


둘은 좀 심각해졌다. 경계차단 지원으로 알고 나왔는데, 행동 직원이 자신들 둘 뿐인 것이다. 작전조 비슷해진 걸 알고 놀랐다. 전혀 다른 문제다.


‘심각한데?!’


이유를 알고 보니, 다른 작업으로 이 부서 상당수가 부두에 가 있다. 이런 일은 보통 없다. 아니 일어날 확률이 전혀 없는 특별한 상황이다.


회사에서 옆 사무실이 뭘 하는지 모른다. 같이 밥을 먹어도 업무를 물으면 큰일 난다. 모르는 것이 상책이다. 정보계통은 아는 만큼 자신의 책임이 커진다. 알아서 좋을 게 없다. 같은 식당에서 밥을 먹어도 옆 사무실과 의도적으로 떨어져 앉는다. 눈인사는 해도 직급조차도 안 묻는다. 얼굴 연식을 보고 목례는 하지만, 직급이 높다고 다른 부서 사람들에게 예의를 지키라거나 깍듯이 인사하길 바라지도 않는다.


두 지원 직원은 이 차에 타고나서야 이 부서를 깨달았다. 타기 전에도 예감은 했다. 검게 칠한 특수 안테나를 봤기 때문. 그 안테나는 모르는 사람이 보기에 좀 유별난 라디오나 오프로드용 무전기 안테나로 보일 것.


아니나 다를까, 내부를 보자 눈빛을 교환했다. 그리고 곧바로 ‘묻지 말아야 한다.’ 심증. 복귀하고 나서도 절대로 본 걸 자기 부서 직원에게 말해도 안 된다. 차라리 눈을 감는다. 이 차의 주인이 되는 사람은 직급이 있어 보였고, 간단히 설명을 해줬다.


“이 업무의 진행은 불투명합니다. 지금 인력이 없어요. 만약 일에 무게가 있으면 본 부서를 호출할 것이고,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상황이기에 일단 대기로 부른 겁니다.”


구체적인 설명을 딱! 1분간 했다. 두 건맨은 차를 보호해야 하며, 어떤 순간 차를 나가 작업이 들어갈 수도 있다는 것.


“출발.”


이제 어둠 속을 달린다.


“잡았어?”


직급이 모니터 요원에게 묻는다.


“잡은 것 같습니다.”

“대화해?”

“합니다.”

“연관성은.”

“있어 보입니다.”


90도 측면을 보는 둘은 난감하다.


“기만으로 질문해보면 안 되나? 정확한 장소를?”


“위장 힘들어요. 얘들은 농담 속에 서로를 알아보는 약어 같은 게 있습니다.”


“욕 아냐? 군발이들.”

“욕도 좀 쓰죠.”

“기만이 통하면 시간 아끼고 좋은데.”

“얘들도 감청당하는 거 예상합니다.”

“북에서?”


“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고. 북도 북이지만 우리가 하는 걸 압니다. 조심하죠.”


“하여간 군인들은 그래서 문제야. 우리 지원을 받으면서도 협조를 안 해.”


눈 감은 둘은 ‘위험한 말을 하시네. 생각한다.


“감청은 전 방위로 조심해야지. 경찰도 좀 하지 않나?”

“모르겠습니다. 정보과가요?”

“거기라면 거기겠지.”

“거긴 이런 거 말고도 일 많습니다. 예전에나 우리에게 참견했죠. 한참 전에.”


둘은 귀를 기울여 조용히 듣는다. 자신과 서로의 안전을 위해 더 알면 좋은데, 묻기도 힘들고, 묻는다고 정말 다 알려줄 사람들도 아니다.


둘을 부른 이유는 딱 하나,


그래도... 옆 사무실이고 종종 식당에서 목례는 하는 사이. 물론... 회사 밖에서 사생활로 마주치면 서로 모르는 사이가 된다. 다음 날 회사에서 마주친다고, 와이프와 애들 참 좋아 보여... 말하지 않는다. 사적인 것은 우연히 봐도 잊는 것이 습관화되어 있다. 남들은 회사 직원들이 서로를 알아보는 뭔가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없다. 신분증은 거의 회사 안에서만 구역 출입용으로 쓴다. 서로를 알아보기 위한 표식은 회사 밖에서 공동 작업이 있을 때만 한다. 비교는 종류가 많다.


“저기...”

“왜.”

“차를 돌려야 할 것 같은데.”

“위치.”

“모니터(보세요).”

“어?”

“인터체인지. 인터체인지.”


“고기가 익어요. 익어가요.”


팔짱을 끼고 있던 둘이, 눈을 떴다.


“사무실에 연락해야 할 것 같습니다.”


총잡이 둘이 서로를 바라본다.


작가의말

개인사정 때문에

2주에 한번으로 조정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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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 밤눈과 설교 21.05.06 203 3 12쪽
66 산에 살리라 2 21.04.22 180 6 12쪽
65 산에 살리라 1 21.04.08 213 6 11쪽
» 28사 병장 2 21.03.25 218 5 12쪽
63 28사 병장 1 21.03.18 234 2 12쪽
62 글록 파이터 2 21.03.11 158 2 11쪽
61 글록 파이터 1 21.03.04 155 3 12쪽
60 심심한 날의 분노 21.02.25 157 2 12쪽
59 섬진강 3 21.02.18 147 1 12쪽
58 섬진강 2 21.02.09 168 3 11쪽
57 섬진강 1 21.02.04 194 5 11쪽
56 이성적 배신자 3 21.01.25 127 2 12쪽
55 이성적 배신자 2 21.01.18 134 4 12쪽
54 이성적 배신자 21.01.11 155 4 11쪽
53 믿습니까!!! 2 21.01.04 122 3 12쪽
52 믿습니까!!! 1 20.12.28 138 4 12쪽
51 폭력의 서막 2 20.12.21 119 3 13쪽
50 폭력의 서막 1 20.12.16 158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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