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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ar Mom

웹소설 > 일반연재 > 공포·미스테리, 전쟁·밀리터리

조휘준
작품등록일 :
2020.09.17 23:25
최근연재일 :
2021.06.17 12:00
연재수 :
6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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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1
글자수 :
354,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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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6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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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폭력의 서막 1

DUMMY

누구는 일상이 있고

누구는 비일상이 일상이다.

하지만 평범한 일상이 이 사회를 지탱하는 건 틀림없다.


저무는 해조차 노곤해서 빨갛게 물렁거리는 저녁, 지친 몸을 이끌고 돌아와 간출한 국과 반찬으로 뜨거운 밥술을 떠서 넘기고, 그것으로 하루의 기운을 회복하고, 최소한 발 뻗고 잘 주거를 위한 집을 전세든 월세든 마련하고, 최소한의 세간을 마련하고, 자기 능력에 맞는 직장을 잡고, 성과 출산이란 근본적인 욕망에 필요한 배우자를 받아들이고,


그것을 유지하기 위해 그렇게 일상은 해처럼 떴다 진다. 시간이 지나면 좀 더 나은 것을 먹고 싶고 좀 더 좋은 집을 마련하려 한다. 자식들을 위해서라도. 그리고 아는 사람들이 살아가는 과정을 보면서 따라가고 싶다. 집값에 억 억 하다 억 소리 나고 죽는 건 아닌지...


시작하면 하나의 단계에서 끝나지 않는다. 하나가 만족되면 다른 하나를 필요로 한다. 대한민국은 가만히 있으면 거지 된다. 행복도 자꾸 비교가 된다. 텔레비전과 광고는 사람들에게 수준을 격상하며 집요하다. 하지만 올라가고 싶어도 올라갈 수 없는 사람들이 있다. 갈등과 분쟁도 생긴다. 갈등과 분쟁은 빈부의 차이 없이 종류별로 오는데, 그래도 빈한 자의 갈등은 옆에서 보기에 더욱 쓰라리다. 하지만 쓰라리다고 해서 잘못과 과오가 없는 건 아니다. 욕심이 크면 상상이 크고, 상상이 크면 욕구불만의 길로 간다.


갈등. 어떤 것은 쉬이 지나가고 어떤 것은 평생을 두고 곱씹는다. 어떤 분쟁은, 누가 먼저 잘못을 했는지 의미가 없을 때가 있다. 처음에는 어느 한쪽이 잘못했다 치자, 분쟁이 길어지면 누가 잘못했는가는 누가 더 피해를 보았는가 항변의 문제로 넘어간다. 대게, 양쪽은 자기가 더 피해를 보았다고 생각한다. 상대가 조금이라도 더 나쁜 사람이라 생각한다.


이것은 지구상 오래된 모든 분쟁의 특징. 국가나 민족으로 번지면 길고 지루하고 잔인한 분쟁이 지속된다. 타협을 위해 만나면, 말로 시작해서 무기를 꺼내게 된다. 후투족과 투치족의 차이를 아는가. 명명 당하기 전에 자신들도 몰랐다. 세계인 그 누가 봐도 구분 못 한다. 심지어 자신들도 물어봐야 안다.


분쟁이 공기처럼 사방에 떠다닌다.

우리는 지레짐작 조심하게 된다.


한쪽의 말만 듣고 흥분하면 엮이는 거다. 누가 먼저 잘못했는지, 누가 더 잘못했는지, 사실 3자는 모른다. 판단해주는 순간 엮인다. 중요한 것은 타협점이 존재하느냐의 문제가 아닐까?


우리는 여기 하나의 표본을 본다.


둘 다 몸으로 하루하루 먹고사는 삶. 최소한의 세간을 갖춘 간출한 집이다. 피곤한 일을 끝내고 돌아와 저녁도 먹었다. 고단한 몸을 누인 직후 한 명이 비틀비틀 찾아왔다. 대화는 이미 30분이 넘어간다.


“지금 양심, 양심이라 그랬어?”

“니가 먼저 말을 꺼냈으니까 하는 소리 아니냐.”

“나에게 양심을 따진다고?”

“그만하고 돌아가.”

“언제 답이라도 제대로 내놨어? 양심?”

“틀린 말은 아니지.”

“잘못을 한 건 내가 아냐.”

“그럼 너는 잘못이 없단 말이냐. 자신 좀 돌아보고 살아.”

“잘못? 말 다 했어?”

“그러니까 나도 좋게 살려고 노력한다. 그만하자. 피곤해.”


“애초에 내가 뭐라 그랬어. 가만히 있고 서로가 어떻게 사는지 모르는 채 지나갔다면 무슨 문제가 있어! 자꾸 연락하고 그러니까 문제지. 사람 속이 타 죽는 거 바라?”


“그러는 너는 술 먹고 찾아와서 이러니까 나도 없던 화가 나지.”


“그러니까 서로 알아서 잘 살라고 했으면 일이 일어나냐고.”

둘도 앞서 말한, 적당한 집과 적당한 직장과 적당한 가정을 이루려 일을 하고 하루를 마감한 사람이다. 그렇게 여기도 오늘 분쟁이 싹트는구나.


“언젠지 모르겠지만, 이제 모든 말이 반말이구나 너.”

“지금 뭐 따지는 거야? 장유유서?”

“그냥 가. 알았으니까 가라고.”

“약속해. 더는 절대로 연락을 안 하겠다고.”

“내가 연락했어? 난 연락을 받은 것뿐이야.”


“그러니까 받지를 말라고. 아예.”

“뭐 때문에 연락했는데. 애들 때문 아냐. 니가 애들 신경을 안 쓰니까 걱정이 돼서 학교 문제 이런 거 물어보고 그런 거 아냐. 그게 이상해?”


“이상하지! 그러면 안 되지!”

“그래... 알았다. 알았어.”

“뭔데. 왜 신경을 써. 그게 신경이야? 참견이지.”


“모르는 건 모른다고 해. 바로 끊어. 하지만 넌 우리가 무슨 밀담이라도 나누고 미련이라도 있는 사람들처럼 의심하잖아.”


“그렇게 하니까 그렇지.”

“형한테 자꾸 이럴래?”

“어제는 무슨 얘기 했어?”

“진짜 이게. 아래위도 없고.”

“무슨 얘기 했냐고.”


“언성 좀 낮추고. 남의 집에서 예절도 없냐?”


“없다. 왜. 예의를 모르는 인간에게 나는 예의 차리고 살아야 하냐?”


“취했어. 취했다고. 오늘 월요일이야. 알아?”

“몰라.”

“어제도 취했냐?”

“몰라. 몰라. 하여간 끊어.”

“알았어. 연락 끊을게. 연락하지 말라고 해.”

“니가 뭔데 말을 전하라고 해! 기분 나쁘게!”

“니가? 니가? 이놈이 많이 컸네.”

“형이라고 불러줘? 그럼 형처럼 행동하라고!”

“좀 조용히 하라니까.”

“근처에 집도 없는데 왜 그래.”

“애랑 와이프 자잖아.”

“어딨는데.”

“2층에.”

“저게 2층이야? 다락이지.”

“하여간. 그만하고 좀 가.”

“오기만 하면 가래 씨발.”


“이 자식이 진짜. 애나 때리지 마. 사실, 애만 때리냐 너!”


“그런 화를 나게 하는 게 형이잖아!”

“언성 안 낮춰?”

“언성을 낮추게 처신 좀 하고 다니라고 그러니까.”


“처신... 너 무슨 마음에 병 있냐?“

“멀쩡하지. 보다시피.”

“너 이놈의 자식, 애 한번만 더 때려봐.”

“내 자식 내가 때리는데 뭔 참견이야.”

남자는 ‘그게 니 자식이야?’ 말하려다 참는다.

“알았으니까 좀 잘 해라. 부탁한다.”

“왜 참견이야.”

“말이라고 진짜.”

“니가 버렸잖아.”

“그만해.”

“그래놓고 다시 옛 생각이 나?”

“그만하라고 했어! 나중에 술 깨고 얘기해.”

“술을 먹으나 안 먹으나 매번 약속을 깨잖아.”

“내가 무슨 약속을 해! 이게 뭐 계약이야?”

“그러니까 왜 전화를 하냐고!”

“전화 안 했다고!”

“무슨 소리야. 통화기록이 있는데.”

“그냥 무심코 받은 거라고. 했던 소리 또 하고 정말..”

“왜 받아. 왜 받아! 왜 받냐고!”


“너 말로만 하니까 내가 우습냐?”

“우습지는 않지. 옛날에 잘 나갔지.”

“그만해. 옛날 얘기 그만해.”

“동네에서 잡았지. 학교 원톱이었지. 난 꼬붕이었고.”

“고. 만. 하. 라. 고.”


“내가 무슨 정신이 나가서 이러는 줄 알아?”

“술 좀 그만 마시고!”

“앞으로 연락 안 할 거야?”

“내가 안 한다니까! 한 적도 없다니까. 너 때문에!”

“하여간 말은 잘해. 말은.”

“나 지금 많이 참는다. 좋게 하자?...”

“왜 치려고?”

“뭘 쳐. 안 때려. 사람 안 때려.”

“칠람 쳐봐.”

“그만하라니까!”


“내가 우스워? 맞으면 가만있을 것 같아? 씨발, 빵 갔다 왔어. 우습게보지 마. 나 교도소 안 무서워.”


“그래서... 물어준 돈이 얼마냐. 그게 니가 번 돈이야?”

“여봐. 이거. 또 남의 집 참견이야. 어 씨벌 좆같네.”


“이 새끼가 진짜... 위에 애 자. 가 빨리.”


“알아서 내가 가. 약속했어 지금!”

“그럼 너도 약속해. 여자랑 애 때리지 마. 알았어?”

“내가 심하게 뭘 했다고. 화를 나게 하니까 그렇지.”


“뭐? 아무리 그래도 애를 주먹으로 배를 갈기고 그러냐. 그게 한두 해냐? 너 거의 7년을 그랬어. 들려? 7년! 텔레비전 그런 집안 엉망인 프로그램 보면 뭐 느끼는 거 없냐? 니가 정상이냐? 니 말마따나 나에게 연락을 안 하게 하려면 니가 신경을 써야지. 그럼 나한테 왜 연락을 해. 나는 받고 싶냐고. 알아? 아냐고! 거의 다 너한테 맞은 날 전화했다고!”


“그래서.”

“그래서는 뭔 그래서야.”

“아직도 형 거라 이거야?”

“... 너 지금 나 시험하냐?”

“어디 멀리 제주도라도 이사를 가. 동남아로 가든지. 제발 좀 사라져.”

“니가 가 그럼. 됐어?”


“그래서. 아직도 니 꺼라고?”


“...... 이놈이 진짜... 돌았나?”

“돌았지. 돌았어. 돌게 만들잖아. 한번 했냐?”


“이 새끼가 정말.”

“이 씨발 놈이 진짜. 놀았지? 울고불고 난리 칠 때 만나서 달래고 어쩌고 안아주고 그랬냐?”


“그만하라 그랬어. 내 눈 똑바로 봐. 봐. 오냐오냐하니까.”

“왜 씨발 멀쩡한 여자 지가 버려놓곤 다시 넘보고 지랄이야!”


“씨발? 넘봐?”

“내 말이 틀렸어?”

“니가 의처증이지! 너! 상태 심각하지!”

“그러니까 직접 몇 번 만났냐고!”

“말하잖아. 안 만났다고.”


“한번 만났잖아.”


“그게 만난 거냐. 마주친 거지. 커피 한잔 마신 게 죄냐?”

“왜 만나. 왜 커피를 마셔. 그게 다야? 아닐 건데? 솔직히 말해봐. 했냐 안 했냐 안 물을 테니까 말해봐. 몇 번 만났어. 올해만 몇 번 만났어? 솔직하게 말해봐. 왜 커피를 마셔.”



“그래 이 새꺄. 커피 안 마실게. 봐도 모른 척할게. 얘기하자고 해도 안 할게. 됐냐?”


“한두 번 약속해? 매번...”


“니가 약속하라고 하두 말하니까 약속이라고 하는 거지. 내가 뭘 어쨌는데.”


“봐. 또 딴소리지. 씨발.”


“야 이 새끼야~~~~!!! 누군 입이 없어서 말 안 하는 줄 알아? 내가 헤어지기 전에 형수라는 사람에게 들이밀고 껄떡댄 거 모르는 줄 알아? 그게 들이민다 껄덕댄다 수준이었냐? 말을 안 하니까 사람 성인군자로 아네. 앞뒤로 보면 니가 미친 새끼지. 호형호제하는 사이 맞아? 깬 건 너야. 어디 감히 형수를 건드려. 모르는 줄 알아? 내 결혼 초부터 니가 어떤 행동을 했는지 내가 모르냐고! 그래. 니 말 똑같이 하지. 그래서... 내가 모르는 사이에 이혼하기 전에 너 잤냐? 했냐?”


“뭐???”


“이 씨발 새끼야. 형수를 불륜으로 올라타니까 짜릿하지? 원래 불륜이 올라타기 전까지만 짜릿한 거야.”


“이 미친 새끼. 죽을래?”

“죽여 봐 이 병신 개 같은 새끼야.”

“너 진짜 말조심해!”


“말 그만하고 이 꼬붕 새끼야. 연장 들고 와서 담궈. 뭔 말이 많아. 빵 안 무섭다며. 내가 너 같은 처맞던 좆밥 새끼 데리고 다니면서 캄푸라치 많이 해줬지. 이 병싱 씨발넘아. 시원하냐? 오랫만에 옛날로 돌아가서 다섯 대만 맞을래? 원 펀치에 다 싣는다. 쓰러지면 밟는다. 오케이. 좋아? 시작할까?”


“깡패 새끼.”

“깡패 꼬붕에. 오야 여자 겁탈한 새끼.”

“아가리 확.”


“그러니까 아가리만 하지 말라고 이 꼬붕 시다바리 병신새끼야. 이렇게 해줘야 시원하지? 이제 좀 맞을까? 꼬붕으로 돌아가야 마음이 편하지? 안전하지? 동네북이었던 새끼가 내 밑에 기어 들와서 질질 싸더니.”


“너 씨발 내가 꼭 죽인다.”

“해 이 새끼야. 지금 해!”

“못할 줄 알아?”

“이 병신 새끼야 귓구멍에 좆 박았냐? 부엌에 칼 여러 자루야. 들고 와! 나가 들어과!”

“죽고 싶냐.”

“이 병신 새끼 아직도 안 갔나?”

“이 또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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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28사 병장 2 21.03.25 217 5 12쪽
63 28사 병장 1 21.03.18 233 2 12쪽
62 글록 파이터 2 21.03.11 157 2 11쪽
61 글록 파이터 1 21.03.04 155 3 12쪽
60 심심한 날의 분노 21.02.25 157 2 12쪽
59 섬진강 3 21.02.18 146 1 12쪽
58 섬진강 2 21.02.09 168 3 11쪽
57 섬진강 1 21.02.04 192 5 11쪽
56 이성적 배신자 3 21.01.25 125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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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 이성적 배신자 21.01.11 154 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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