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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ar Mom

웹소설 > 일반연재 > 공포·미스테리, 전쟁·밀리터리

조휘준
작품등록일 :
2020.09.17 23:25
최근연재일 :
2021.06.17 12:00
연재수 :
69 회
조회수 :
13,365
추천수 :
341
글자수 :
354,049

작성
21.03.18 12:00
조회
233
추천
2
글자
12쪽

28사 병장 1

DUMMY

“이거. 이거.”

“연결이 됩니까.”

“내 생각에는.”


“이건 강의실에서 일어난 일이죠. 대학. 대학인데? 강의에 불만을 품은 대학생 아닐까요? 등만 찍혔습니다. 뉴스에 보면 학생들이 처음 보는 사람이었다고 하는데. 청강생이란 얘기 아닐까.”


“청강생...”


“그 대학 진보계열 학생회나 그런 거 아닐까요. 두 개가 다릅니다. 사적인 것과 공적인 것이 섞인 것 같은. 이게 그 사건하고 어떻게 연결이 됩니까?”


“복장이야 순간 바뀌지.”

“그건 그렇긴 한데.”


“CCTV로 얼굴 불명확한가?”

“그 강의실에 CCTV가 없어요.”

“아니 왜 그게 없어.”


“아니오. 거긴 없었고, 건물 현관에서 찍혔는데 제대로 안 나왔습니다.”


“요즘 강의실은 다 있지 않아?”


“없었고. 학생 몇이 핸드폰으로 찍었는데. 토론을 벌인 여학생을 주로 찍고 있었고, 남자가 갑자기 올라가서, 그 동영상 끝에 잠깐만 보입니다. 그나마 놀라서 도망치고 그랬습니다. 일이 벌어진 장면을 찍은 건 없습니다. 현관 CCTV에는 걸렸는데, 거기서부터는 마스크를 써서 말입니다. 마스크는 요즘 많이 쓰고 다녀서 이상하지도 않습니다.”


“그거, 복장은 그냥 대학생이긴 해.”


“그 동영상을 푼 방송사에 연락을 해봤는데, 저 사람 아는 사람이라고 제보가 없답니다. 장난 전화 빼고. 전국적으로 떴는데 아는 사람이 없으면 힘듭니다. 학교를 수색하고 있다고 들었는데. 그 전에 일어난 일은 연결이... 아무리 그래도 연결이...”


“키는 그렇게 안 크고. 거... 운동한 것처럼 보이지 않나?”


“후드를 입어서 은근히 가립니다. 몸을.”


“걸음걸이는 어때?”

“누가 걸음걸이를 유심히 봤어야죠.”

“참 부실하게 찍혔네.”

“부실하게 찍히건 말건 걸음걸이가 눈에 안 들어와?”


“그렇게 보면 그렇죠. 뭐 특정한 기술을 보이진 않았으니까. 하여간 힘이 있고 동작이 재빠릅니다. 뭔가 운동을 하긴 했어요. 여기, 어깨에서 팔이 떠있고 겨드랑이가 꽉 찼습니다. 이 틀이 삼각형 빵빵해 보입니다. 꾸준히 헬스를 다녔다던가. 요즘 운동하는 애들이 워낙 많습니다.”


“섬진강 불러볼까.”


실내등이 꺼진 차내에서 스마트폰 빛이 얼굴을 비춘다. 차는 외곽순환로 갓길에 서서 대기. 대화하던 사람이 마침 문 앞이라, 문을 열고 내려 뒤에 정차된 차로 간다. 나이가 많아 보이는 짧은 스포츠머리 남자는 인상을 쓰며 궁시렁거린다.


“목젖을 치던가 불알을 깨던가. 그걸 놓쳐서 보내? 에이 씨...”


차 안의 다른 사람들은 침묵. 공기가 무겁다.


“아니면 잡고 꺾기라도 들어가 있으면 되지. 참.”


잠시 후 뒤차에서 모자를 쓴 사람이 앞으로 온다.


“차에 탈 필요 없어. 핸드폰 봐라. 어떻게 생각하냐.”


남자가 핸드폰을 세워 모자 앞에 보이고, 시간은 3초도 걸리지 않았다.


“그놈입니다.”


“거 보라니까.”

“어후... 머리 복잡해지네. 복잡해져.”

“그렇게 뭐가 안 오냐?”

“어쩝니까.”

“둘이 잠시 대기해봐.”


“안테나. 듣냐?”

“예. 담당관님.”

차량 뒷좌석에서 복창한다.

“너 지금부터 내 말 잘 들어.”

“말씀하십쇼.”

“지금 거기 공장 떴지?”

“공장여?”

“거기 배신자 공장. 출동 떴냐고.”

“그런 걸로 알고 있습니다.”


뒤에서 말하던 사람이 머리를 앞으로 디민다.


“난 거기 과장 알아. 통화할 수 있어. 하지만 지금 전화를 걸면 애매하게 꼴 거 같아. 무슨 말인가 하면, 내가 지금 전화하면 위치를 안 가르쳐주거나 딜레이 시킬 거야. 자기들 손으로 잡고 싶을 거니까. 그래야 문제가 말끔하게 끝나니까. 하지만 너희도 알다시피, 우리 본사가 잡아야 돼. 우리도 작전에 가담했고, 게다가 우리 직원은 기스 났다. 이대로 놔두면 분명 그놈이 큰일 낸다..”


“그러니까 괜히 넘겼습니다. 데리고 가서 처박을걸.”


“내 얘기 하냐 이 새끼야.”

“죄송합니다. 시정하겠습니다.”

“육군 말투 쓰지 말고 자식아.”

“죽었습니까?”


“아니 아직. 자, 할 일을 알려줄게. 안테나! 넌 지금 본부로 전화해서 노고단 공장 사람들이 어디 있는지 알아내야 돼.”


“제가 말입니까?”


“그 공장 과장이 알려주겠냐? 내가 직접 물으면 안 가르쳐줘. 대충 어딘지 알고 물어봐야 돼. 이동 중이라고 둘러대고 적당히 가르쳐줄 거야. 이렇게 본사 명령만 기다린다고 어떻게 잡아. 대충 지역이라도 알아야 뭘 해도 하지. 노고단도 이제 눈치챘어. 수법을 부릴 거야.”


“네. 말씀하십쇼.”


“그러니까 본사 HQ의 직급 높은 분을 통해서 공장으로 전화해서 거기 사무원이나 당번에게 말을 먼저 들어야 해. 대략적인 위치를 알고 나서 내가 전화해야 딸 수 있어. 그래야 나도 수가 있어.”


“출동한 지역이나 장소를 따라는 말씀입니까?”

“그래.”


“제 수준이 아닙니다.”


“일단 들어. 본부에서 노고단 공장으로 걸어서 당직을 족쳐. 최대한 정확한 곳을. 공장 직원들이 정지하고 깔면 공장에 위치보고 할 거야. 내가 보기에 지금 문제 복잡하다. 드러난 것으로는 그놈 못 잡아. 시간이 이대로 흐르면 작업에 참가했던 우리도 큰일 날 수 있어. 우리도 출동했으니 문책 못 피해. 우리 밥그릇이 달렸다. 무슨 얘기인지 알아?”


“접수됐습니다. 그래서 제가 할 일을...”


“걸어. 돌려서 대략적인 위치라도 꼭 따내.”


“제가 말입니까? 전 병입니다.”


“내가 직접 못하는 이유가 있다. 난 거기 전화해서 물을 수 없어. 내가 하면 안 돼.”


“저는.”

“넌 통신이잖아. 통신 오장이지?”

“네? 오장이 뭡니까?”

“옛날 일본군 말로 분대장, 왕고란 뜻이야.”

“네. 위치는 그러합니다.”

“통신들은 지휘관들이랑 친하지!”

“네. 항상 같이 있으니까 말이빈다.”


“잘 들어. 본사에서 돌려봐. 본부에 누가 친해?”

“비슷한 오장 중에서요?”

“말 잘 알아듣네.”

“HQ, 작전에 있습니다.”

“지금 사무실에 있을까?”


“대가한테 걸어서 수소문해서 받게 하면 됩니다. 대기통은 다 제 밑입니다.”


“그럼 그 친구와 통화해서 최소 무궁화 셋 이상으로 누구를 걸어서 공장에 전화하게 해. 내가 먼저 그 과장에게 전화하면 부탁이라도 하면, 자기들 사무실에 통보해서 모르게 할지도 몰라. 알려주지 말라고. 알았어?”


“예.”


“계급을 걸어서 공장 당직이 있는 대로 말하도록 해. 내가 당장이라도 걸고 싶지만, 당직이 몬드일 거야. 옆에 공장장도 대기하고 있을 것이고. 밖에 나왔을래나? 모르지.”


“본부 통해서 그 공장 팀을 어디로 오라고 하면 해결 안 됩니까?”


“그게 안 될 거 같으니까 지금 이러지!”

“공장은 뭔가 냄새를 맡았단 말이죠?”

“그래. 분명히.”

“그런데 왜 그럴까요? 그 과장님. 지원해주겠다는데.”


“우리가 모르는 뭔가를 아는 거지. 노고단에 대해서. 자기들이 잡아서 쌈빡하게 마무리하려는 거야. 그 과정 수상해.”


차 안의 사람들은 ‘이분이 그 과장과 뭐가 안 좋구나’ 그런 생각이 든다.


“확실히 해보겠습니다.”


“도시면 구와 동까지는 일단. 시골이면 면과 리. 분명히 따야 돼.”


“실시하겠습니다.”

“지금 비상이니까 무궁화 셋 있을 거지?”

“나와 계실 겁니다.”

“빨리.”


시선이 스타렉스 문 앞에 서 있는 두 명에게 간다.


“어이 섬진.”

“옙.”

“있으라니까 왜 따라 나와.”

“괜찮습니다.”

“뭐가 괜찮아. 뼈가 부러졌는데. 거 반 깁스로 되겠어?”

“괜찮습니다. 이걸로 때리면 되겠네요.”

“뭐?... 참 나...”


분위기 심각해진다.


“야! 똑바루 서.”


아무리 그래도 ‘전투원’들에게 깊게, 너무 강하고 깊게 건드리지 못하는 분위기가 있다. 아무리 원사라도 그럴 수가 없는 거다. 군인 신분이기에 지시를 받고 명령에 따르지만, 그들은 그들 나름대로 룰이 있고, 그 룰은 ‘본사에 내려와 있는 그들’ 사이에서 더 통한다.


그들이란. 모두 산 출신이다. 산에서 내려온 사람들. 훈련대에서 처음부터 공장을 떨어진 사람도 그들에게 쉬이 섞이지 못한다. 오히려 산 출신들에게 말을 듣는 입장이 돼 버린다. 따로 활동하거나 명령 지시를 무시하는 일은 없으나, 그들 무리, 굉장히 작은 숫자지만 염두에 둬야 한다. 섬진강도 그들 중 하나다.


‘그들’ 사이에는 밤에 불러내 죽빵을 날려도 아무도 모른다. 일부러 티를 내지는 않지만 숙소도 따로 방을 쓰고, 운동도 같이 티 안나게 하고, 밥도 같이 먹으면서 다른 사람들은 말도 못 건다. 아니, 안 걸도록 되어 있다. 그 그들을 개인적으로 대화하고 지시를 내리는 것은 높은 장교거나, 산에서 온 노땅 아저씨들이다. 원사. 상사 레벨. 본사의 그 사람들이 ‘그들’의 두목이라면 두목이다.


종종 산에서 오는 아저씨들도 바로 그들부터 만난다.


병사들은 전투원이라 부른다. 말은 안 하지만 다 알고 있고, 언급도 참견도 못 하고 건드리지 않는다. 전투원이 아닌 사람들을 우습게 아는 공기가 있다. 다만 절대로 표현을 안 한다. 표현을 떠나서 말을 안 한다. ‘그들’은 본부 안에서 다른 사람들과 절대로 말을 섞지 않으며, 공적인 지시만 수행한다. 주로 계급 높은 사람에게 주로 복지부동을 취하나, 진심으로 따르는 기분이 없다. 그 아래 계급에도 군말은 없으나 눈을 또렷이 응시하는 경향이 있다.


허나, 그들도 그들 사회에서는 어정쩡한 부류다.


쌈빡한 거 하고 싶다고 다시 산으로 못 간다. 어정쩡한 거다. 훈련대가 끝나고 각자 해당된 산으로 삼삼오오 올라갔다. ‘산’은 하나가 아니다. 자기가 다시 산으로 가겠다고 가도, 거긴 거기만의 공기가 있으며 각각의 산이 어떤 분위기인지 정확히 모른다. 그리고 제대와 각 개인의 조, 조별 임무, 조원의 임무로 분화되어 심화되어 있다. 체력의 문제가 아니다.


거기 올라간다고 반길까? 아니다. 그들 특유의 무엇이 있다.


‘그래서 뭐 어쩌라고. 당신이 지금 와서 형(선배) 대접해달라고?’


올라가기 힘들다. 무척 힘들다. ‘노랑물 빼기’를 당할 수도 있다. 올라갔는데 그냥 군대처럼 우연히 동기가 있어서 편해진다? 있을 수 없다. 바로 ‘넌 뭐냐.’ 다시 시작해야 한다. 노고단. 섬진강. 과장. 대리. 다 그렇다. 내려오기 전에 자기가 있던 ‘어느’ 산에 다시 올라간다고? 어정쩡하다.


그러나,

본사와 공장에서,

또 산에서 온 사람들은 뻣뻣하다.

산이 아닌 사람들에게.


“너 지금 똑바로 섰냐?”


지금 분위기가 딱 그렇다.


“내. 참, 말을 안 하니까... 내가 좋게 보이냐?”


손에 깁스를 감은 야구모자도 표정은 변화가 없으나 말하는 사람을 또렷이 본다.


“야 이 새끼야. 내가 원래 28사단 병장제대야! 말뚝 박은 거라고. 말을 안 하니까 진짜.”


이 말을 이해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못 알아들어? 난 28사단 구경도 못 했어. 28사단 병장 제대라고 박힌 주민등록증까지만 받았다고. 무슨 말인지 모르지? 난 28사단 구경도 못 했다고. 제대 직전에 요즘 말로 ‘돌아서’ 하사관학교 갔다가 2년 더 하고 하산해서 완전히 박은 거야. 내가 상 또라이야. 하산 직전에 박겠다는 놈이 몇 년 만에 처음 나왔어. 서류로 내려온 육본명령을 뒤집은 사람이야. 28사면 내가 어디서 밥 먹고 똥 쌌는지 이 팀장님만 알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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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 [외전] 내장탕 21.06.17 184 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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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 밤눈과 설교 21.05.06 203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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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 산에 살리라 1 21.04.08 212 6 11쪽
64 28사 병장 2 21.03.25 217 5 12쪽
» 28사 병장 1 21.03.18 234 2 12쪽
62 글록 파이터 2 21.03.11 157 2 11쪽
61 글록 파이터 1 21.03.04 155 3 12쪽
60 심심한 날의 분노 21.02.25 157 2 12쪽
59 섬진강 3 21.02.18 146 1 12쪽
58 섬진강 2 21.02.09 168 3 11쪽
57 섬진강 1 21.02.04 192 5 11쪽
56 이성적 배신자 3 21.01.25 125 2 12쪽
55 이성적 배신자 2 21.01.18 133 4 12쪽
54 이성적 배신자 21.01.11 154 4 11쪽
53 믿습니까!!! 2 21.01.04 120 3 12쪽
52 믿습니까!!! 1 20.12.28 137 4 12쪽
51 폭력의 서막 2 20.12.21 118 3 13쪽
50 폭력의 서막 1 20.12.16 157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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