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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ar Mom

웹소설 > 일반연재 > 공포·미스테리, 전쟁·밀리터리

조휘준
작품등록일 :
2020.09.17 23:25
최근연재일 :
2021.06.17 12:00
연재수 :
6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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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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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1
글자수 :
354,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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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5.06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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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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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밤눈과 설교

DUMMY

[부자도 걱정거리 많아요. 돈만 빼고.]


또 뭔 소리야. 6번 되고 싶냐?


[평화롭게? 행복하게? 그런 나날이 지속되고 싶다?... 그렇게 살고 싶어도 자꾸 일은 벌어집니다. 화나고 좌절하고 또다시 일어섭니다. 대체 몇 번이나 겪으면 요단강을 건널까요. 사람마다 다르겠죠. 명심하세요. 그 수 없는 파고들의 과반은 자기가 만든 것입니다. 적어도 자기가 판단하고 움직였기에 발생하는 일이겠지요.]


아래층의 마이크는 빵빵하다.


[까먹지 말아야 할 것은, 우리의 선택이 항상 미숙한 상태에서의 결정이란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우린 완전하지 않습니다. 미숙한 점을 영원히 달고 사는 사람입니다. 나이와 경력으로 실수 없이 완전할 수 없습니다. 대통령도 판검사도 국회의원도 서민도 크고 작은 실수를 합니다. 그 실수의 이유는 성격, 고정관념과 필요 이상의 감정이며, 우린 종종 나락처럼 거기 떨어집니다. 이것은 인간의 대표적인 현상입니다. 그렇지 않다면 대통령은 80은 넘어야 가장 안정적일 것이겠죠. 그랬다간 큰일 나지 않겠습니까?]


그래서요?


[하지만 여기 연장자분들! 차오르는 나이가 인격을 대변한다고 생각하십니까? 진심으로, 마음에 손을 얹고 그러십니까? 이런 생각을 아예 안 해보셨나요? 처음 듣나요? 그럼 지금까지 너무 추상적인 것만 들으신 겁니다. 지금 말하는 것, 그것의 성도들 각각의 상태, 그게 지금 여러분들의 집안 상태입니다. 부모가 미우십니까? 자녀에게 불만이십니까? 가족이 이유도 모르게 비뚤어져 나갑니까? 왜일까요? 혹시 자신의 문제란 생각은 안 해보셨나요? 아, 해보셨어요? 그럼 얼마나 문제인지는 진실하게 고백하실 수 있습니까?]


보기 드문 목사님이신걸?


[저도 노인이지만 노인을 믿으세요? 우리가 죽을 때까지 미숙한 상태란 걸 인지하지 못하면 독단이 옵니다. 그 한 사람의 독단으로 무수히 많은 사람 젓갈이 되는 걸 우린 봤습니다. 힘을 가졌을 때 남의 이야기가 귀에 안 들리면 독단이 시작되고, 그로 인해 큰 실수가 옵니다. 그래서 우리가 불만도 생기고 욕도 하는 것이지요. 장기와 바둑은 훈수 두는 사람이 더 잘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파탄은, 제 손가락 끝을 보세요. 여기. 네! 파탄은 바로 이 입에서 시작됩니다.]


할렐루야.

젓갈? 깡패 목사님이신가?

와, 거런 사람도 있네.


[그래도... 자기가 만들지 않은 것으로 고통스러운 직업들은 있죠. 군인이 대표적입니다. 우리나라 강제로 들어가고 강제로 해야지 않습니까. 여기 있는 저도 이기자 부대에서, 박박 기다 나왔습니다.]


이 사람 누구야? 무슨 교회야?

간판이 뭐였지? 참 진실한 설교다.

하지만 다 이렇게 시작하는 거 아니겠어?

혹시 또 모르는 거지. 후후.


[사람은 적당히 안정적인 것의 지속을 바랍니다. 하지만 세상이 가만 놔두나요. 새롭게 다가오는 일들이 다시 힘들게 합니다. 전에 겪었던 건 그런대로 넘어가죠. 참을 수는 있으니까요. 인생이 힘들다는 것은 새로운 것들의 연속 무한타격. 하루하루 불안한 사람 많으시죠?]


놀랍네, 저란 설교를 하다니. 지금까지 예수님 소리가 하나도 없었어.


[미팅에 나갔다. 상대가 첫인상부터 내가 맘에 안 든다. 마음이 좀 그렇다. 나는 마음에 무척 들어서 더욱 그렇다. 물어도 대답을 안 한다. 상대는 내가 마음에 안 드나 봅니다. 어떤 시도를 해도 마음에 효력이 없습니다. 그저 가고 싶은 기색만 역력합니다. 나가는데 내가 계산하는 형태로 흐른다. 말이라도 잘 먹었다 소리가 없다. 좀 그렇네. 나가서 번호를 물으니 전화 없앴단다. 인연이 있으면 또 만날 거라 한다. 이런 걸 젊은이들 말로 철벽녀, 철벽남, 완전체라고 합니다.]


[나오니 입에서 욕이 나올 뻔했습니다. 군말 없이 미팅 상태는 떠나고 갑자기 비가 내립니다. 일기예보도 못 봤고 우산도 없어요. 인상이 찌푸려진다. 정류장을 향해 달린다. 아뿔사, 신발이 벗겨져 도로로 나뒹군다. 버스가 내 신발을 밟고 지나간다. 오늘 왜 이러냐. 오늘. 무슨 날이야!]


웃음소리.


[사람들이 쳐다봐서 내 발을 보니 양말에 구멍이 나 있다. 급하게 나오다 하나 주워 신었는데 하필 이런 놈을. 노인장들은 상가 집 갈 때 양말 꼭 확인하시죠? 하하. 절하면 양말 바닥이 드러나니까요.]


네. 네. 소리.


[거기서 끝나지 않고, 외발 깽깽이로 달려가 버스 바퀴에 압착 된 신발을 주워 신는다. 운동화가 터져서 샌들 같이 되었다. 너덜너덜 밑창이 분리되었다. 맨발로 갈 순 없다. 화가 난다. 내 버스가 왔다. 올라탄다. 요금 내려고 핸드폰을 더듬는데 기사가 그냥 출발해버린다. 더듬는다. 어? 핸드폰이 어디로 갔지? 온몸을 뒤진다. 없다! 몸은 완전히 젖어 이마에 물방울이 흐른다.... 기사와 손님들은 화를 내고, 다음 정거장에 내려서 난 절뚝이며 걸어간다. 비를 맞고. 도착하니 핸드폰은 떨어져 있었다. 그리고 깨져 있다. 최근에 산 신형이다. 수리가 제품값이 될 상태다. 비는 내린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본다. 드디어 나는 웃는다.]


청산유수를 보는가.


[언제 끝나나 생각하면 고통스럽기만 합니다. 영원하리라 생각하고 기대를 버리면, 언젠가 웃는 타이밍이 옵니다. 그저 웃을 수밖에 없죠. 조금 허탈하지만... 그렇게 웃을 때 우리는 안전합니다. 잘못된 판단으로 이끌 감정이 사라졌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왜 중요하냐면, 잘못된 판단으로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줄 수 있기 때문이랍니다. 잘못된 판단으로 이끌 감정이 사라졌다? 감정이 사라진 것이 아니라, 나란 사람의 코어를 넘어설 수준 아래로 떨어진 걸 겁니다. 자, 이제 상당히 합리적인 판단능력을 가진 상태가 됩니다.]


마음의 양식이란 책을 열거하는 것 같은데, 생각에 자기 의지가 있어. 생각 고민 많이 한 사람 같은데.


[이와 비슷하게... 식당에 손님이 찹니다.]


신기하게 말에 끌리네.


[처음에는 한 팀이 회식하러 오고, 또 한 팀이 오고, 주인과 주방은 바빠지고 알 바도 바빠지고, 다시 새로운 손님 한 무리가 옵니다. 바쁘지만 그래도 주인은 기분이 좋다. 경황이 없어야 먹고 삽니다. 하지만 주인은 세금 월세 여타 비용과 행패를 부리는 손님 등등. 항상 새롭고 힘든 와중에 이런 날을 맞았습니다. 그 모든 걸 다 생각하면 주인은 웃을 수가 없겠죠. 주인이 웃지 않으면 주방도 알바도 얼굴이 굳습니다. 절대란 항상 피곤하니까요. 까요. 까요. 까요...]


시끌벅적. 할렐루야 할렐루야.

나는 왜 오늘 이런 걸 듣는가.

멋진 말.


하지만 세상이 무섭다는 생각도 든다.


재밌어. 저 사람도 많이 겪었어. 진짜 어떤 사람인지 봐야 알겠지만. 식당에 사람이 찬다? 그게 진짜 장사의 시작이며, 그 식당이 앞으로 평을 받게 될 본디의 맛이다?


이 아래만 북적이진 않는다.


“잔치 났어.”


여기도 모인다.

분위기가 예상을 넘어선다.


‘어. 저기도.’


뭐가 북적이기 시작한다.


‘구경났네. 야산에 세 명. 골목골목에 여러 명. 이 정도도 빡빡한 편인데, 저 멀리 차량이 들어온다. 차량은 정확히 이곳을 타깃으로 하고 있다는 목적이 농후해. 저 봐, 그럴 줄 알았어. 차가 서도 사람이 안 내리지. 옆에서 보면 지나가는 차량은 달리면서 금방 작아져 모르겠지만, 높은 곳에서 보면 차량도 목적이 보인다. 차량도 몸처럼 말을 한다. 달려오는 속도, 여기가 잘 아는 곳인지 초행인지, 어디 주차할까 주저하는 모습, 차량에서 첫 사람이 내려서 하는 행동, 차량에서 내리는 사람 숫자...’


‘공장에서 야유회 나왔네?’


이 모든 걸, 세 명이 있는 야산에서 바라볼 때 - 왼쪽 - 4층 건물. 그 옥상에서 한 명이 모두 보고 있다. 아무리 은밀하게 한다고 차량이 헤드라이트를 끄고 도로를 달릴 수 없다. 목적지에 도착했다고 곧바로 헤드라이트와 모든 등을 끌 수 없다. 그러나 어디 박는다.


주시하자 다음 장면이 더욱 심증을 굳게 한다.


‘생각은 한다고 생각하겠지. 그러나 생각이 없네.’


도로에서 들어와 승합차에서 몇이 내렸는데, 이후 걸어가는 사람과 다시 타는 사람으로 구분된다. 다시 타는 사람이 문을 닫자 차량 등이 꺼진다. 엔진도 끈 것 같다.


여기는 주택가다. 이 동네에 유일한 교회. 십자가가 옥상에 빛나기에 그 밑은 더 어둡다. 교회 옥상에 덮인 천. 그 틈. 그 틈에서 눈이 빛난다.


‘차를 다시 타고 등을 꺼? 으흠.’


남자는 돌아누워 생각한다.

옥상 콘크리트는 딱딱하고 차갑다.


‘방수 칠할 때가 되지 않았나?’


등이 딱딱한 곳에서 많이 잤다.


하도 피곤해서. 딱딱한 것이 문제가 되지 않을 때가 많았다. 빨리 자는 것이 중요했다. 1분이라도. 그 피곤한 와중에 비틀비틀 낙엽이라도 가져다 까는 것이 고참이다.

‘이건 여기서 빠져야 하는 분위기인데. 아무리 그래도 너무 많아.’


하지만 작전은 속도.


남자는 하루 포기하고 쉬었다 돌아온 것을 후회한다. 그냥 그때 했어야 했다. 그 경찰인지 사칭인지 그 인간만 아니었다면.

‘어쩌지? 일단 차량을 보자. 저건 누구지?’


시간이 흐른다.

안 내린다.


차에서 먹고 자는 사람? 저 사람들은 주변에서 보는 사람이 없나 극도로 예민하게 위장하지만, 높은 곳에서 보니 너무나도 의도가 명백하다. 수평을 조심스레 둘러봤자 위에서 모두 보고 있다.

시선은 다시 산으로.


셋.


‘차 대기도 아니고 산 대기야?’


말은 그래도 걸린다. 심각하다. 여기까지 찾아왔다는 것이 놀랍고, 뭔가 알고 있다는 느낌이 불길하다.


‘아무리 뭐라 해도, 어떤 것들이 모였는지 몰라도, 내 공장 식구들이 가장 걸린다. 아는 놈이 더 무섭다. 내가 뭘 잘하고 못하고 기력이 어느 정도인지 아는 놈들. 그게 무섭다. 싸움은 모르는 놈과 익명으로 해야 이기기 편하다. 사람이 강하다고는 하나, 내가 강하다고는 하나, 나도 산에서 형들이 무서웠지. 그 형들 중에는 나보다 약한 사람도 있었지만 무서운 건 무서운 거야. 아무리 한국에서 크고 힘이 세도 미국 할렘의 거구 흑인들이 욕하고 침 뱉는데 안 참을 수 있어? 강자 위에 강자, 강자 위에 선배. 우리 공장이 가장 걸리네.’


확실한 건 확인했다.

밤눈, 아직 안 죽었다.


4층 옥상의 남자. 상황이 이렇게 복잡해질지 몰랐지만, 이내 웃는다. 외국 동영상에서 뭐가 엄청난 것이 나오면 말한다. 오, 스텍타클러!!! 웃는 남자 얼굴에서 입이 열린다. 남자는 손목시계를 보고 사방을 불러본다.


“진을 좀 빼줄까.”


자리를 마무리하며 빠져나갈 루트를 떠올린다.


‘잠시 시간 좀 내도 되겠네... 가고 싶은 곳이 남았어...’


남자는 야산으로 시선을 돌려 한 사람을 주목한다.


‘흐흐. 충성. 임무 중 이상 무!’


덮어썼던 낡은 천막 속에서 밑으로 천천히 후방 포복.


“다시 왔을 때 얼마나 진이 빠졌나 보자.”


오래된 건물 옥상의 난간은 30cm.

천 속에서 기어 나온 남자가

옥상 문을 향해 포복하기 시작한다.


‘목사님 용안이 궁금하군.’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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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 산에 살리라 1 21.04.08 213 6 11쪽
64 28사 병장 2 21.03.25 218 5 12쪽
63 28사 병장 1 21.03.18 234 2 12쪽
62 글록 파이터 2 21.03.11 158 2 11쪽
61 글록 파이터 1 21.03.04 155 3 12쪽
60 심심한 날의 분노 21.02.25 157 2 12쪽
59 섬진강 3 21.02.18 147 1 12쪽
58 섬진강 2 21.02.09 168 3 11쪽
57 섬진강 1 21.02.04 194 5 11쪽
56 이성적 배신자 3 21.01.25 127 2 12쪽
55 이성적 배신자 2 21.01.18 134 4 12쪽
54 이성적 배신자 21.01.11 155 4 11쪽
53 믿습니까!!! 2 21.01.04 122 3 12쪽
52 믿습니까!!! 1 20.12.28 138 4 12쪽
51 폭력의 서막 2 20.12.21 119 3 13쪽
50 폭력의 서막 1 20.12.16 158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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