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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ar Mom

웹소설 > 일반연재 > 공포·미스테리, 전쟁·밀리터리

조휘준
작품등록일 :
2020.09.17 23:25
최근연재일 :
2021.06.17 12:00
연재수 :
69 회
조회수 :
13,400
추천수 :
341
글자수 :
354,049

작성
21.01.04 10:00
조회
121
추천
3
글자
12쪽

믿습니까!!! 2

DUMMY

연쇄살인범을 강짜방에 넣어 봐라. 어딜 대드나.


연쇄살인범이 교도소에서 건달 살해한 경우가 있었나? 살해는 무슨, 대들지도 못하지. 그러다 무기수에게 정말로 죽는 수가 있다. 살해는 고사하고 자기가 싸워서 못 이길 것 같은 사람이 한둘이야? 30년 기다릴 거, “너 연쇄냐? 니가 너냐?” 하나 제기면 바깥 구경도 하고 밥도 바깥 밥 먹고 그러거든. 사소한 거에 목숨 거는 곳이니까.


교도관들 엄청 스트레스받고 힘들게 하는 놈들이 범죄 내용을 떠나 야비한 놈들. 패 죽이고 싶은 놈 한둘이 아닐걸. 한 30년 전이면 교도관들이 야밤에 문 따고 들어가 며칠 못 일어나도록 조졌지. 날 잡아서. 요즘은 재소자들이 조항 들먹이며 교도관들 진급 막고 처벌당하게 만들어. 기본적인 협박이 요구를 안 들어주면 자해하겠다 자살하겠다.


똑같지. 앞에 있는 내가 믿을 만한 놈이라고 생각해야 범행도 잘 불어. 많이 들어온 놈들은 아예 사업수완으로 나오지. 내가 이거 주면 당신은 뭘 줄 건데. 아싸리 복잡하지 않고 쌈박해.


그 인간은 어떤 종류였나. 어떻게 그런 일까지 벌였나. 성격 포악하고 술 먹고 그랬다? 잘은 모르겠지만 웃기는 소리야. 그래도 가상은 하다. 빵에 가서 찌질한 인생 살지 않고 저도 밥숟가락 놨으니.


자, 그럼 난 뭐지. 다 나를 알고 싶어 나를 수사하는 거 아니겠어.


속여 왔어. 난 말로만 떠드는 이런 종류가 아냐. 피는 못 속이나...


글쎄. 나도 비겁한 점 있지. 말해도 아무도 믿질 않을 거야. 내가 청소년기에 잡았다는 거. 큰 동네는 아니었지만 날 넘볼 놈이 없었다는 거. 하지만 어째. 지금은 이렇게 재미있는 사람이 됐는걸. 재미있는 선배. 남에게 막 하지 않는 선배이자 후배. 흐흐.


“뭐야 이거.”

뉴스. 어마어마한 분이 습격을 받으셨네.

“엄마. 진짜 뭐야 이거? 냄새가...”


남들은 모를 거야. 뉴스는 이상한 소리를 한다. 엉뚱한 분석을 한다. 논리. 우린 논리를 따지지. 기자가 몰라도 이렇게 몰라? 출입 기자는 많이 볼 텐데. 우린 하도 사람을 상대하다 보니 논리보다 강한 ‘감’이 있지. 사무실 들어오면 모두가 딱 알 때가 있어. ‘저놈이 죽였구나.’ 90% 이상 확실해. 다만 저놈이 죽였다는 걸 증명하는 건 별개야. 힘들어. 하지만 사무실 모두 알아. 저놈이구나. 우리 서로 눈을 교환하지. 생각 똑같아. 일치!


가끔은 우리를 속이는 고단수가 있긴 해. 하지만 아무리 여자가 구슬프게 울어도 ‘야매가 있네?’ 느낌이 오지. 다 세상이 자기에게 잘못했대. 자기는 다 정당하대. 국밥 없다 이 새끼야.


그런 감은 뭐랄까. 설명이... 글쎄. 그런 놈들을 자주 보는 수밖에. 특징을 기록해서 후배에게 전수할 수도 없어. 겪다 보면 알아. 자기가 잡아서 조서 꾸민 놈한테 뒤통수를 맞아봐야지.


‘이런 거대한 권력을 가진 사람이 습격을 당했어?’


음. 이제 주변을 뒤지겠지. 하지만 아냐. 뉴스에서 가정하는 그런 게 아냐. 시기를 봐. 뭐가 이상해. 감이 온다고. 사기 친 놈이 폭행을 못 하는 게 아냐. 폭행 한 놈이 사기를 못 치는 게 아냐. 이미 감으로 왔어. 선이 닿아. 이유를 알겠어. 저건 이 사건과 하나야. 이건 그놈이야.


아무래도 그 새끼는 빠꾸가 없는 종류 같아.

아주 잠깐이었지만 자주 본 느낌을 풍성하게 남겼지.

36.5도보다 한참 낮은 거 같은 놈. 정말 그놈일까?


얼굴에 부기가 가라앉기는커녕 더 부어오르네.

따슨 밥 먹고 뭔 일이냐 오늘.

비라도 쏟아졌으면 좋겠다. 이유도 모르게 울고 싶은 심정.


사람 만나고 연구하고 추적하고, 저 멀리 그림자가 보이면 운동화 끈 조이고 뛴다. 말이 뛰지, 잡을 타이밍에는 뛰면 안 된다. 놈이 뛰면 그때 잡으러 뛴다. 내 손에 잡힐 거리까지는 부드러워야지. 아무 일 없는 세상을 만들고 순간 확 잡아채. 도망치는 도둑은 5m 벽도 넘어가. 천천히 다가가 힘은 딱 한순간에! 아니면 아예 놀래켜서 기를 확 죽이던가. 밤에도 낮에도, 비 오는 날도 눈 오는 날도. 사시사철 모든 요일에 사람 찌르고 사기 치고 사고 친 연놈을 잡는다. 뛰다 보면 해가 떴다 지고 더웠다가 추워지고 낙엽 떨어지고 눈도 내린다. 내가 너무 착해서 계급은 그 자리.


‘그래도 난 구두를 신어. 뛰는 건 잠시니까.’


거 이상하단 말이야. 가끔 공원 벤치 같은 데 앉아 있으면, 정신이 멍~~~해진다. 가만히 있으면 멍하다. 편하긴 편한데, 그런 혼자만의 시간이 고요하고 평화롭긴 한데, 하도 시끄러운 데만 있다 보니 고요가 적응이 안 돼.


집에서 누워 자는 것도 살짝 불편할 때가 있어. 사건이 너무 안 터지는 시기도 불안하고, 언놈을 잡지 못하고 미련과 화가 풀리지 않을 때. 맘껏 술을 퍼마실 시간도 없다. 외면할 수 없는 불쌍한 피해자와 피해자 가족.


이딴 거 포기하고 근무복 입으러 (자진 좌천 비슷하게) 지구대 같은 곳으로 내려가는 사람도 있다. 헌데, 그런 사람을 보면 인생 포기한 것 같이 기가 확 꺾여. 시체 트라우마 때문에 떠난 사람도 있고. 나는 다른 사람 것까지 대신해서 부검을 20번쯤 봤다.


조금 힘들지만 보고 싶었다. 새벽에 부검장을 나와서 내장탕 먹는다. 고참들이 토하라고 부검 후에 신참에게 내장탕 먹이기도. 어떤 경우는 치명상이 머리라서 두개골을 열어야 할 때도. 팔다리는 암껏도 아니고, 내장과 뇌가 가장 보기 그렇지. 우리가 항상 보던 포장이 뜯어졌으니까. 변사 현장에 출동해 안으로 못 들어가는 선배를 본다. 이해한다. 그런 거 영향 안 받는다는 자신감처럼 무익한 것이 없다. 누구에게 올지 아무도 몰라. 나도 올 거로 생각했으니까. 나약한 선배들이 아니었다.


나는 인간이 궁금하니 부검도 궁금하다. 어려서 염에 들어오지 말라고 했다. 보면 무척 안 좋다고. 하지만 난 선배 거까지 들어가 봤다. 기묘하고 무섭지만, 볼만 했다. 느낀 것이 있다. 어차피 살다가 다 느끼는 거지만, 난 일찍 느꼈다. 나중에는 감정은 사라지고 관찰만 하고 있다. 구석구석.


나도 무섭다.

나도 두렵다.


최악의 직업을 잡았다는 생각도 했다. 인간이 할 짓이 아니란 생각도 들었다. 나를 버틴 힘은 인간에 대한 궁금증. 뭐가 잘난 건가. 얼마나 대단한 건가. 죽으면 끝이고 시체가 되면 허무하다 이딴 소리는 집어치워. 그거 모르는 사람 있냐. 뒈지면 뒈지는 것이고, 나는 뒈지기 전에 인간이 벌이는 일에 궁금한 거다.


가정환경이 문제인 놈도 있고, 불쌍한 놈도 있고, 확 의자로 찍어서 죽여버리고 싶은 놈도 있고. 피해자가 연약자거나 어린애거나 여성일 때 정말 죽이고 싶다. 흥분과 오르가슴의 연속. 강간범은 죄다 꽃뱀 만났대.


것도 상관을 잘 만나야지. 빡빡한 인간 만나면 이 일도 지옥 따로 없다. 군대 중대장이 와서 이 산을 저리로 옮겨와 같은 막무가내. 항상 와서 그런다. 나는 남의 말에 귀를 잘 기울이는 사람입니다. 그런 말 들으면 훅 긴장 온다. 미친놈 왔구나. 처음에는 듣지. 그리고 계속 들어줄 사람은 그런 소리를 하지도 않지. 좀 지나서 스트레스받으면 본성, 스타일 나온다. 그러면서 자기는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지휘관이라고 저마다 생각한다. 개나 소나.


하지만 이 모든 것도 잠시. 나이를 먹어가니까 날 안 받으려는 눈치가 보인다. 개편이란 말이 가장 짜증 나. 종이에 이름 나열하고 볼펜으로 다시 묶기 시작할 때. 계급 낮은 늙은 형사는 조용히 독고다이 된다. 짝을 받아도 별 의미가 없다. 대충 이것저것 맡기고 혼자 돌아다니는 것이 편하다.


구린내 나는 고참과 같은 조 싫어한다. 신참 던져준다. 안 팔린다. 딱 봐서 스타일 아니면 인상 구긴다. 알아서 놀아라, 내가 잡아 올게. 분위기 좋은 팀이 가장 근무할만하다. 그러려면 지휘관 잘 만나야지. 군말 없이 일임하고 맡기는 스타일 좋다. 그러면서 부하를 보호하고 캄프라치 쳐주는 사람이면 최고. 다만 열에 두셋. 군대랑 다를 게 없다.


우리 사회가 군대 문화와 너무 비슷해. 관은 거의 똑같아. 일제강점기는 끝나지 않았어. 도도히 흐르는 일본군과 순사의 혈통. 그걸 경험한 사람은 죽어도 전수한 것이 여전히 끈질겨.


팀 당직 걸릴 때는 참 하루가 존나 다사다난. 싸이코 영감탱이. 윤간하고 변호사 끌고 오는 새끼들. 아주 (졸라) 가까운 사람과 떡 치고 들어온 종류별로 나열에 사짜까지. 쌍방 죽탱이 날려서 케첩 질질 흘리며 들어오고. 폭력이 세서 출동하면 시간대에 맞게 병 깨고 피 뿌리고, 바쁘니 지구대에서 해결하라고 해도 유흥가는 또 이래서 저래서 “신고를 넣어. 강력으로.” 또 나가준다.


그러나 오늘. 내가 겪은 그 무엇보다도 강한 충격을 받았다. 그놈이 그 녀석이라니. 솔직히 얼굴은 지금 떠올려도 일치가 안 된다. 그런 거 있나? DNA 나눴다고 갈등하는 거? 글쎄. 난 가정 안 한다. 막상 눈앞에 왔을 때 느끼는 걸 따른다. 그러니 모른다. 그렇다고 내가 본분까지 망각하며 봐줄 인간이냐? 얼굴 좀 자세히 봐둘걸. 하필 여기에서. 아래 저래 잡기는 잡아야 한다.


아니...

그냥 말까?

노. 노.

하...

신파야. 신파. 좆

까는 소리 하고 있네.

그 녀석은 무슨 일을 또 저지를지 몰라. 그게 내 감이야.

“이럴 때는 그리자.”

수첩의 빈 공간. 펜.

사건. 상황. 생각만 말고 쓰고 그려. 그러다 보면 뭐가 떠오른다.


똑똑.


응?


똑똑.


뭐야 씨발.

아까는 내가 똑똑 하고 지금은 누가 하냐?

뭐지? 이 사람...

창문 손가락 한 마디만 내려.

낫살은 있으나 힘 좀 쓰는 얼굴인데.


“아, 누구요? 여지 주차 자리에요?”

“아니오, 말씀 좀.”

“무슨 말이오? 나 알아요?”

“잠깐 얘기 좀 나누면 좋겠습니다.”

“그러니까 용건을 말하세요.”

“얘기하면 아실 겁니다.”


어? 이건 취객의 시비 아니야.

뭐가 이렇게 묵직해. 사람.

뭐가 선이 닿는 기분이 건 같은데?...


지금 여기서 문을 열고 나가면,

저 사람은 서서 날 내려다보고 있고,

난 앉아 있는 상태에서 나가고,

그때 공격하면 속수무책.

내가 대항하려면 칼이 있어야 한다.

내가 칼이 있다면 니 복부는 젓갈이지.

“저기 가로등 아래로 가 있어 봐요.”


입에서 들어가 항문으로 나오는 동일한 구조. 크기와 모양, 용량만 다르지 지구상의 동물은 비슷해. 소도 개도. 영화가 착각을 만들어. 왜 소 돼지보다 작은 내장을 가진 인간은 총칼 한방으로 안 죽고 줄줄이 유언을 남기지? 119가 있어서? 없을 땐 뭐가 다를 거야. 뇌가 발달한 고등생명체라고? 언제라도 죽을 각오. 니가 죽이면 나도 널 죽인다. 조건은 같다. 팔다리에 근육이 좀 더 달렸다고 오래 살지 않아.


“가로등.”


“그러죠.”


난 어둠 속 오른손에서 볼펜을 놓다가 다시 움켜쥔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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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 산에 살리라 1 21.04.08 212 6 11쪽
64 28사 병장 2 21.03.25 217 5 12쪽
63 28사 병장 1 21.03.18 234 2 12쪽
62 글록 파이터 2 21.03.11 157 2 11쪽
61 글록 파이터 1 21.03.04 155 3 12쪽
60 심심한 날의 분노 21.02.25 157 2 12쪽
59 섬진강 3 21.02.18 146 1 12쪽
58 섬진강 2 21.02.09 168 3 11쪽
57 섬진강 1 21.02.04 194 5 11쪽
56 이성적 배신자 3 21.01.25 126 2 12쪽
55 이성적 배신자 2 21.01.18 134 4 12쪽
54 이성적 배신자 21.01.11 155 4 11쪽
» 믿습니까!!! 2 21.01.04 122 3 12쪽
52 믿습니까!!! 1 20.12.28 138 4 12쪽
51 폭력의 서막 2 20.12.21 119 3 13쪽
50 폭력의 서막 1 20.12.16 158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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