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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ar Mom

웹소설 > 일반연재 > 공포·미스테리, 전쟁·밀리터리

조휘준
작품등록일 :
2020.09.17 23:25
최근연재일 :
2021.06.17 12:00
연재수 :
69 회
조회수 :
13,310
추천수 :
339
글자수 :
354,049

작성
20.12.28 10:00
조회
136
추천
4
글자
12쪽

믿습니까!!! 1

DUMMY

너무 오래 참아왔어.

너무 오래 웃어왔어.


내가 이런 식으로 재미없게 끝낼 거 같냐. 오늘 나를 돌게 만든다. 사람들은 내 숨기는 연기에 잘 넘어가. 나는 항상 유머 좋은 선배, 화 별로 안 내는 선배. 대체로 말 잘 듣고 존대 잘하는 후배. 나의 평은 괜찮다. 하지만 난 그런 종류가 아냐. 그런 종류로 보이게끔 연기할 뿐이지.


내가 잡아들이는 놈들 쪽에 서 있어도 감당이 가능한 건 물론, 아주 재미있을 것 같은 사람이지. 경찰이 은퇴하고 건달이 되는 건 과한가? 과한 스토리인가?


오늘 죽어도 상관없다는 그런 애들을 앞에 놓고 워드 치면서, 난 스토리들을 살펴. 음미해. 그리고 의문이 들어. 그래서 별 이상한 것도 다 물어보는 양반으로 생각할 거야.


사람 치고 찌르고 그런 거 안 궁금해. 옛날 저 어디 동네에서는 신입들 연수교육이라고 산에 끌고 가 존나게 패고 개돼지를 죽이는 연습도 시켰지. 철편이 살에 들어가는 감각과 뜨거운 피 냄새 경험. 산중합숙 구타 가혹행위 도살 문신···.


연수교육으로 세뇌. 아래 애들 넋을 빼. 뭔 일 시키면 두 마디 안 해도 되게. 북한에서 하는 거랑 똑같아. 그게 정의고 의리라고 생각하고 시키는 대로 가서 조지고 담가. 그리고 한 바퀴 도는 거지. 15 받고 대략 10 돌아. 하나 하면 40대 두 개 하면 50대로 나와.

그거 두 번 하면 병신이지. 머리가 나쁘거나 조직에서 버린 놈이거나. 버렸다기보다 이용해먹는 거지. 영리한 놈들은 이미 냄새 맡고 슬쩍 빠지고, 물불 안 가리는 무식한 놈들이 총대 메고 줄줄이 엮여 들어와. 나도 군에서는 그런 상태였겠지. GO! 하면 GO!


내가 주로 보는 건 배신한 놈들. 마지막에 묻곤 했지.

“너 관광 당할 수도 있는데 괜찮아?”


그런 놈들은 이미 냉정해. 목에 칼이 들어와도 자기 손해는 눈 뜨고 못 보는 거지.


“그럼 나보고 한 바퀴나 돌고 불혹(不惑) 돼서 나오라고요?”


절차를 알지. 우리한테는 좀 숨겼다가 검사한테 카드로도 쓰고.


그렇지. 그런 걸 보고 싶은 거야. 내심. 진심. 깡패가 상황 가늠을 못 하면 일찍 죽거나 자신도 모르게 총대 메고 있어. 가만히 서 있기만 했는데 옆에 아무도 없고 모두 뒤로 가 있는 거. 넌 거기 서 있어. 이리야. 우리 조직에 필요해. 눈 떠 보면 또 먹물 피아노치고 끌려가. 그래봤자, 자기사업으로 돈 좀 있는 부하는 뒤로 빠져. 위에서도 뭐라 안 해. 오까네 있으면 후배 님은 대접도 받으니까.

전후-이해 불가를 보지. 앞뒤 전혀 없는 사람. 기분 나빴다. 그래서 찔렀다.


“건 그렇고. 국밥 한 그릇 시켜주소. 배 고프요. 조서 반까이 쳐주면 나 다른 거 하나 불어드릴까?”


“뭔데.”

“내가 한 거 외에 말 안 해. 내가 한 것만.”

“그게 반까이냐? 따블이지.”

“그런가?”

“남의 거 없어?”

“난 좌우 회전 없소. 직진만 있어. 배신 없어.”

난 이런 새끼가 좋아. 모든 용감한 인디언은 빵에 있다.

“뭐 먹을래.”

“국밥은 그냥 표현이고. 간짜장 곱빼기가 한동안 그리워질 것 같슴다.”


야성이 있는 애들. 많이 속지. 즈그들에게.


난 진급 어차피 글렀다. 책 볼 시간도 없고. 나에게 성공은 계급이 아니라 어떤 놈을 잡는 거다. 손목에 탁~ 철렁! 채울 때 오르가슴이 온다. 것도 중독이다. 도박이랑 비슷할걸. 변사나 매일 보는 일을 왜 하냐고 묻지.


“같이 먹자. 군만두 서비스받게.”

“센스 있으셔.”


어쩌려고 이 친구 이렇게 강짜로 나가냐. 뭐 그리 불만이 없냐. 이런 강짜에게는 충고 해봤자다. 충고는 본인이 필요해서 절실할 때 빼고 말해봤다 잊는다. 어쩌려고 이러냐. 너. 건달도 자영업 자금 정도는 있어야 요즘 먹고 산다.


가진 것 부랄 두 쪽에 깡. 세상이 널 이해 못 하고 세상이 널 도와주지 않는 건, 네가 세상의 라임을 쫓아가지 못하기 때문이야. 라임 하나만 건지면 그때부터 넌 따라갈 수 있고, 가끔 인간도 된다. 다마가 매끄럽게 안 구르니까 손잡이에 지문 묻히고 거기 앉아 있는 거야.


하지만 산에다 돈 묻고 들어가는 사기꾼보다는 인간다워. 이래저래 연결을 시켜보라고. 앞뒤 전후 스토리 좀 맞춰보면서 분배를 해보라고. 더 잡아들이고 싶어서가 아니라 너 때문이야. 사람이 빠꾸가 없어. 정말 징하네. 의리를 믿어?


그다음 관심사.

왜. 대체 왜. 그거.

그게 다음 골자지.

나도 내 것이 이상하니까.


멀쩡한 것 같은 인간이 저지르는 일들. 난 처음에 이해를 시도도 못 했어. 어른들 말만 들어서는 몰라. 아닌 건 고등학교만 가도 깨닫지. 그러니 궁금해지지. 왜 그랬을까. 왜 그렇게까지 했을까. 새로운 용어가 나올 뻔했어. 쌍방살해? 이게 전쟁터도 아닌데 가능한 소리야? 하룻밤 사이에 넷이나. 생각 안 하려고 했지만, 오늘 제대 날 건드리네. 그놈이 그 녀석이라고? 핸드폰을 보면서 믿을 수가 없다.


왜일까. 사람이 남에게 죽을 정도의 폭력을 가할 때, 이성을 잃어서 그런 거야... 아니면 이성과 현실감각이 어느 정도 섞인 거야? 앞서 말한 빠꾸 없는 놈들은 일반적인가 독특한가. 독특하면 인구의 몇 %인가. 빠꾸 없는 놈들이 야비하지. 죽인 거 알아, 심신 어쩌고 시작해, 그리곤 형을 깎으려 온갖 비굴한 연기를 해. 국선이면서 매번 형량 부당하다 항소해서 끝까지 가. 저지른 일에 비하면 반성문이 신춘문예 수준이지. 그 안에 전문적으로 써주는 애들이 있으니까.


무수히 본다. 나만 보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 보고 있다. 내 반대편이지만 빠꾸 없는 사람들. 이쪽에도 많다. 고정관념이랄 수도 있고 세뇌일 수도 있지. 그게 세뇌라고 말하지 않아서 그렇지.


‘남자는 남자다워야 한다.’

‘감히 우리 형님을 모욕해?’

‘가자. 가서 싸그리 보복하자!’


이건 세뇌 아냐? 남자는 의리가 있어야 한다. 거기서 시작해서 드디어 손에 뭘 들기까지. 내가 보기에는 골수 진보나 골수 보수나 세뇌의 싸움 같아. 합의는 영원히 없는 거지. 다른 종교니까. 각자 이성적이고 옳다고 확신하지. 다 그런 거 아니겠어? 정신이 해까닥 해서 찾아와 생명까지 빼앗지. 그런 놈들만 와서 그런지 몰라도 가정폭력 학대의 공화국 같아.


그 인간은 대체 왜 그런 거야? 아무리 술을 먹었다 쳐도. 그렇다고 그 인간이 일대를 주름잡는 놈이었냐? 아니. 비슷한 또래 강한 놈에게는 또 쪽도 못 썼어. 내 여기 들어와서 조서도 읽고 탐문도 했지. 일찍이 거길 떴기에 다들 날 못 알아보더만.


나는 모든 면에서 강한, 강한 자부심으로 똘똘 뭉쳐 그대로 행동하는 놈들을 꽤 봤다. 결국, 지명수배나 교도소지만. 내가 관측한 결과는 대체로...


인간은, 남자는, 강할 때 강하고 약할 때 약해. 전후좌우 아래위 모든 강한 놈 없어. 섞인 비율이 저마다 다르지. 심각하게 손상된 변사를 보면 칼 없으면 약한 놈들이지.


[살아날까 봐 무서워서.]


많이 들었지. 살아나면 자기가 당한다고 무의식적으로 생각해서 두려워. 그래서 오버-킬. 언제 죽는지 몰라서 잔인해. 게다가 119가 좀 빨라? 후환이 두려우면 태평양전쟁 일본군처럼 더 잔인해지는 거지. 뭉쳐 있지 않으면 불안한 거야. 그래서 인간은 어느 한쪽에 들어가 있으려고 하지.


그래. 그거야. 자기가 이길 수 있는 상대라고 생각하는 거야. 그런 상대를 건드리는 거야. 마음에 자신이 있으니까 할 수 있는 거야. 사람 꽤 죽인 놈이 근처 건달에게는 복수를 못 한 이야기가 있지. 심지어 그 건달을 무서워해서 칼을 가지고 갔다가 꺼내지도 못했어. 사람 몇을 죽였는데도, 그 깡패 앞에서는 심지어 떨기까지 했어.

왜?


그 건달 장난 아니었거든. 빠꾸 없는 진짜 건달 두목. 부하도 많고. 그 건달 공격했다가 못 죽이면 자기가 내장기 젓갈 되는 거 아는 거지. 강점과 약점. 잔인과 공포. 말은 안 해도, 자기가 인지조차 못 해도, 다 자기가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 놈에게만 잔인해. 스토킹도 ‘저 정도 여자는 내가 가질 수 있어. 나에게 굴복할만해. 나에게 넘어올 거야.


내가 이렇게 사랑하니까. 나에게 반드시 넘어오는 거야.’ 그런 생각 맞지. 그러니 역사적으로 유명한 사람들은 측근에게 죽어. 측근이 보기에 만만해졌거든. 그 측근들은 그 유명한 상관에 대한 환상이 없거든. 그래서 오입, 술, 밥은 겸상을 안 하는 것이야. 너무 친해지면 꼭 할배 상투에 올라탈 인간이 생기거든.


그런데 여자는 뭐지. 그건 정당방위일까. 아무리 봐도 남자는 여자가 떠날까 봐 두려워했어. 여자를 때리고 흉기로 협박하는 애비라는 니미. 습관적으로. 떠날까 봐 두려운 거지.


또한... 그렇게 받아주는 여자도 쉽게 못 구하거든. 그거 알면 어떤 여자가 살겠어. 신혼 때 처음 남자가 때리면 여자도 프라이팬으로 면상을 갈겨야 해. 그럼 평생 안 맞아. 왜? 간단한 여자란 개념을 만들어주면 매일 그럴 거니까. 약간 놈은 자기에게 구부리는 사람에게 잔인하고 강한 사람에게는 조밥이거든.


그래서 난 사회적으로 멀쩡했다는 말이 싫어. 그놈이 칼 들고 사람을 죽였는데 무슨 착하고 내성적인 사람이야. 그럼 이제 외향적으로 바뀌었네? 내가 분노하는 이유는 강자와 약자를 구분하고, 그에 따라 잔인하다가 조신하다가를 카드 패 뒤집듯이 행동하는 놈들. 그런 놈들이 결국 인명까지 해쳤을 때야.


결론.

험악한 일을 저지르는 인간 과반 이상은 야비해. 아무에게나 흉기를 휘두르지 않아. 대체로 화는 못 참으나 교묘해. 주로 여자를 공격하지. 어린애 성적으로 공격하고 죽이기까지 하는 놈들은 야비해도 천 배는 야비한 거지. 길바닥에서 말싸움 나도 변변히 대들지도 못하는 놈들이 어린애와 여자를 해쳐. 말마따나 남자가 남자다우려면 덩치가 크건 어쩌건 공평하게 거칠어야지. 암. 그해야 하고말고. 씨발 법정에서 온갖 거짓말을 수도 없이 지껄이고... 아, 짜증.


비겁.

결론은 잔인한 게 아니라 비겁한 거야. 연쇄살인범이 교도소에 들어갔는데 가장 공포를 느끼는 순간이 언제인지 알아? 처음에는 재소자들이 경계하다가 조밥으로 간주하면서 아무도 안 무서워할 때. 심지어 무시할 때.


원래는 그 안에서 살인범 사형수 세도 어마어마하거든. 남들이 안 무서워하면 머리 숙이고 눈깔 깔고 다녀야지. 사형이나 무기나 누구 하나 죽인다고 별 차이 없어. 사형 또 받아도 집행되지 않으니까. 한 20년 남은 거 죽고도 싶고 죽도록 지겨우니까. 독방에 있는 놈들이 남자다운 척하는 거야. 독방 달라고 우기지. 강짜들 간부급이나 행동대장들은 일부러 독방에 넣으니 개념 자체가 다른 거고.


“넌 뭘로 들어왔냐?”

“빨간 명찰입니다.”

“미결이야?”

“다음 달에 납니다.”

“왜 씨발 우리 방에. 재수 없어.”

“해임. 저 새끼 여자애 죽인 놈입니다.”

“뭐여? 문 두드리기 전에 밟어!”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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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28사 병장 1 21.03.18 232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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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 심심한 날의 분노 21.02.25 154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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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폭력의 서막 1 20.12.16 155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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